리뷰- 뮤지컬 '더 모먼트'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가 돋보이는 작품
기사입력 2022.01.12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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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많다. 가끔 과거로 돌아가 다른 결정을 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곤 한다. 1월 9일 관람한 창작 뮤지컬 '더 모먼트'는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창작 뮤지컬 고질적 병인 서사 부족(이건 모든 기자들이 지적하는 문제)이 안 보이는 영리한 전개가 돋보였다. 눈 오는 겨울 밤 산장에서 만난 세 남자가 2004년 소년, 2020년 남자, 2032년 사내가 간직한 사연을 이야기하며 충돌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양자역학, 다중우주(이건 좀 어렵다) 등 낯선 소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대사와 감각적인 노래도 좋았다. 대사와 상황들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어두운 작품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밝고 재미있는 상황들이 많아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나도 해당된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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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사내' 역을 연기한 윤석원,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남자' 손유동, 풋풋한(귀엽다) '소년' 신재범 세 남자 배우들 호흡과 노래가 무척 인상적이다. 남자들만 나와 조금 아쉽지만(나중에 공연할 때 여배우가 나오면 좋을 듯하다)  어둡지 않고 밝아 좋았다. 내가 2남 중 장남이라 그런지 이런 상황은 익숙하다. 남자들끼리 충돌하고 공감하는 장면은 낯설지 않았다.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과 감각적인 노래는 밝고 재미있는 배우들 연기를 든든히 지원해준다. 2020년 초연을 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이번 재연을 보니 대학로에서 꾸준히 공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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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아픔이 있다. 2020년 코로나19를 핑계로 진행하던 공연이 갑자기 조기에 막을 내려 배우들과 관객들에게 큰 아픔을 줬다. 시연회 기사 때도 이걸 지적했지만 이 바닥(?) 적폐인 듯하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창작 뮤지컬 '영웅본색'도 조기에 막을 내려(이것도 제작사 대표가 배우들에게 출연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무척 슬펐다. 창작 뮤지컬과 인지도 낮은 배우들(주로 앙상블)이 이런 일을 많이 당한다. 어느 정도 자리잡은 배우들(조승우, 옥주현, 김준수...)은 이런 일을 거의 당하지 않는다. 

 

창작 뮤지컬 '더 모먼트'가 한 제작사 대표 용기 있는 결단으로 되살아나 다행이지만 앞으로 이런 일은 없어져야 한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배우들과 관객들, 앞으로 이 분야에 종사할 이들만 상처입는다. 장사하는 사람들도 상도의가 있는데 공연계는 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영화계(이 쪽도 출연료 미지급은 있다)처럼 제작비 안정화(영화처럼 펀드 지원), 매출액 전산화(투명하게 매출 공개), 배우, 제작진 표준 계약서 작성 등이 이뤄져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 3월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 될지 모르지만 문화계 지원 최우선으로 했으면 한다. 문화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 정부에서 조금만 지원하면 한국 공연(뮤지컬, 연극, 무용 등)이 더 발전해 드라마, 영화처럼 세계로 진출할 날이 올 것이다. 

 

창작 뮤지컬 '더 모먼트'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2004년 나는 뭘 했으며, 2020년 나는 어디에 있는지, 2032년 내 미래(그 때는 50대 중반)는 어떤 모습일까 여러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이 코로나19로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느낌까지 어우러지는. 

 

여러 가지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창작 뮤지컬 '더 모먼트'는 3월 6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원종환, 윤석원, 최호중, 김도빈(김형기), 주민진, 손유동, 송광일, 임진섭, 신재범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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