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2022년 봄꽃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기사입력 2022.03.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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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진달래꽃-한반도의 진달래 바다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꽃은 인간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꽃들은 침묵(沈黙)의 언어(言語)를 가지고 사랑을, 평화를, 인

정을, 그리고 꿈을 가르쳐 줍니다. 하얀 목련 꽃은 고귀함을 말하고, 아무렇게나 벼랑에 흩어져 핀 진달래는 소박한 전원(田園)의 사랑을 말합니다. 3,4월의 벚꽃은 감정을 들뜨게 하고, 연산홍꽃은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철쭉...한반도의 봄꽃!‘’ 


시인(詩人)은 한반도의 봄을 노래했습니다. “꽃이 핀다/ 하늘도 감격스러워할 봄꽃이/ 오늘 눈부시게 피어난다/ 꿈결처럼 피어오른/ 저 화사한 한반도의 봄꽃이/ 영원무궁 피어나길// 천만년과도 같은 분단 육십구년 만에/ 두 정상이 군사 분계선에서 만나/ 열 두 시간이란 장 장 시간을 거쳐/ 정상회담을 하는 역사적인/ 이 감격이 하늘 높이 타올라/ 머잖은 시일 내에/ 전쟁 없는 이 나라 이 땅/ 평화로운 온 세상이 되게 하는 곱디 고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으로.”-한반도의 봄꽃은 이제 이념(理念)의 땅에서 순수한 아름다움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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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제주도 유채꽃

 

2022년 봄! 벌써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봄꽃 중에서 ‘유채꽃’을 얘기합니다. 그건 제주도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봄꽃’하면 먼저 개나리, 진달래 등을 떠올렸는데, 이제 ‘유채꽃’이 봄꽃 서열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재배품종은 미유기 · 유달 · 아사히 · 전남재래 · 용당 · 영산유채 · 내한유채 · 목포29호 등이 있고, 꽃말은 “명랑, 기분전환” 입니다. 꽃은 인간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꽃들은 침묵(沈黙)의 언어(言語)를 가지고 사랑을, 평화를, 인정을, 그리고 꿈을 가르쳐 줍니다. 


‘유채꽃’은 십자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봄에 피는 노란 꽃으로 유명합니다. 잎과 줄기는 식용으로 먹을 수 있고, 씨에서 짜낸 기름을 카놀라유라고 합니다.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는 봄꽃! 유럽 지중해 원산으로 전 세계에 분포합니다. 꽃을 보기 위해 관상용으로 심거나 씨에서 나오는 기름을 추출할 목적으로 대량 재배하기도 합니다. 한국에는 중국 명나라 시대, 어린 잎과 줄기를 먹기 위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합니다. 잎 모양이 케일과 닮아 ‘시베리안 케일’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제주도의 ‘유채꽃’은 ‘희망’ 입니다. 


그리고 뭐니 뭐니해도 진달래! ‘진달래’를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한잎 두잎 따먹는 진달래에 취하여/ 쑥 바구니 옆에 낀 채 곧잘 잠들던/ 순이의 소식도 이제는 먼데// 예외처럼 서울 갔다 돌아온 사나이는/ 조울리는 오월의 언덕에 누워/ 안타까운 진달래만 씹는다// 진달래는 먹는 꽃 / 먹을수록 배고픈 꽃”이라고 노래한 詩人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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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광양에서 고인이 된 길손 시인과 필자

 

진달래꽃은 북한에서도 봄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우리가 진달래꽃을 보고 소월(素月) 김정식의 시(詩)를 떠올린다면,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김정숙 부부(夫婦)을 연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 시민들이 손에 들고 흔들던 것은 진달래꽃 입니다. 평양 한 가운데 세워진 개선문에도 진달래꽃이 새겨져 있습니다. 김일성의 항일독립운동 업적을 찬양하는 개선문의 아치형 테두리에는 김일성의 70회 생일을 상징하는 70개의 진달래꽃이 부조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에서 진달래꽃은 ‘김정숙 꽃’으로도 불리웁니다. 김정숙이 김일성에게 진달래꽃을 바치며 항일투쟁 의지를 다졌다는 일화는 북한 문학과 예술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 모자(母子)가 좋아한 꽃이라서 좋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록 진달래가 ‘먹을수록 배고픈 꽃’이지만, ‘먹는 꽃’이라서 좋아할 것입니다. 남한에선 과거에나 존재했던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4월에 북한 주민들이 진달래꽃을 먹고라도 삶을 잘 이어가기를 빌어봅니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 속에서 사라졌을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전합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이별의 꽃길이 더욱 더 아름다운 사랑의 꽃길이 되는 기적, 이 참다운 사랑의 기적이 시인의 <진달래꽃>의 진수(眞髓)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필자는 ‘진달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건 북힌 김정일이 자기 엄마가 좋아했던 꽃이라며 백성들에게 좋아하라고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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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봄편지-서울사대부고 15회 동기 방준영 보냄

 

1922년 봄꽃들이 확실히 곱습니다. 한반도의 봄꽃은 지구촌의 백미(百媚)입니다. 필자에게는 광양의 매화, 구례의 산수화가 참 꽃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타계한 후배 시인의 안내로 그 꽃들에 취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도 가고, 코로나가 그 꽃들 조차 빼앗아 버리고...뜬금 없이 시인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생각납니다. 


[원문]“지금은 남의 땅―ᄲᅢ앗긴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해살을 밧고 푸른한울 푸른들이 맛부튼 곳으로 가름아가튼 논길을ᄯᅡ라 ᄭᅮᆷ속을가듯 거러만간다.// 입슐을 다문 한울아 들아 내맘에는 내혼자온 것 갓지를 안쿠나 네가ᄭᅳᆯ엇느냐 누가부르드냐 답답워라 말을해다오.// 바람은 내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섯지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넘의 아씨가티 구름뒤에서 반갑다웃네.// 


[현대문]“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시인의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은? 그의 ‘푸른 설음’조차도 코로나 때문에 잊혀지는 것 같고...하루 빨리 코로나가 박멸되어 한반도와 한민족의 ‘푸른 웃음’이 한반도의 봄을 장식해주길 빕니다. 


⇒친구야! 몸소식 전해줘서 고맙네- “어느 덧 봄이 오는 길목에서 전국 곳곳에서 매화, 목련 등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려가고 있습니다./ 봄이 왔다고 속삭이며 가지가지마다 꽃망울 터트리는 봄꽃들 처럼 ‘靑魯’의 봄날도 따뜻하게 피어나시길~~”(서울사대부고 동기 방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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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명예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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