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리뷰] 『모래시계』, 원작 드라마의 아련함이 감동적 뮤지컬로 재탄생 되다.

기사입력 2022.06.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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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기자] “시대정신을 관통했던 세 인물이 2022년의 무대 위에 화려하고 감동적으로 되살아나다!”


서울 신도림 대성디큐브아트센터에서 1990년대 최고의 드라마로 남아 있는 최민수/고현정/박상원/이승연/이정재 출연의 ‘모래시계’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모래시계’를 관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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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래시계’, 포스터 /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드라마 방영 당시 ‘우우우~ 우우~~’ 라고 시작하는 메인 테마곡, ‘백학(Cranes)’만 들어도 전율이 흘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요즘처럼 다양한 채널과 매체를 통해 재방영이 빈번한 시대가 아니었기에 본방을 정말 사수하지 않으면 회차를 놓쳐버리기에 ‘귀가 시계’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이 본방사수를 위해 귀가를 서둘러 서울(*1995년 SBS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만 시청이 가능했다) 거리가 한산하다는 것이 뉴스에 나올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1995년 최고 시청률 64.5%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5.16 쿠데타 군부 정권부터 1993년 슬롯머신 비리 사건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태수/우석/혜린, 세 남녀의 엇갈린 운명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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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드라마 ‘모래시계’ 이미지 / 출처=SBS]


태수(최민수)와 우석(박상원)은 절친한 고등학교 친구지만 태수는 조직폭력배가 되고 우석은 검사가 되면서 둘의 운명은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두 사람을 사이 두고 고등학교 시절 친구에서 애정의 관계로 발전하는 카지노 대부 윤회장의 딸 혜린(고현정)이 있다. 

 

군부독재와 민주화 운동, 삼청교육대, YH사건, 정치인에 대한 뇌물상납 관행 등 시대적 모순이 낳은 각종 사건사고는 이들의 삶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태수는 비극적 삶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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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래시계’, 캐스트 보드 - 대성디큐브아트센터 / ⓒ선데이뉴스신문]

  

이번에 관람한 뮤지컬 ‘모래시계’는 민우혁(태수), 송원근(우석), 박혜나(혜린), 임정모(종도), 김수연(영진) 배우의 캐스트였다.


원작과 뮤지컬 모두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태수, 우석, 혜린 세 사람을 중심으로 청춘의 우정과 사랑, 모래시계를 상징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다른 점이 있다면 드라마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이제는 세계적인 배우가 된 이정재가 혜린의 보디가드로 나오는 ‘재희’가 뮤지컬에는 없다는 것이다. 거의 대사 없이 보스의 딸이자 마음 깊은 곳에 애정을 가진 혜린을 묵묵히 지키며 결국 희생까지 당하는 멋진 캐릭터가 재연에 등장하지 않아 아쉬운 감도 없진 않았지만 뮤지컬 특성상 화자의 성격을 띤 사회부 기자 영진이 등장해 극을 전개한다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고 여겨진다. 


배우들의 무대 퍼포먼스는, 원작 배우들의 인상이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될까 하는 궁금함과 의문점이 가장 먼저 들었다.  


‘태수’ 역의 민우혁은 수많은 대형 뮤지컬 주연으로 노래 실력과 연기 그리고 비주얼은 이미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실력파 배우이다. 그런 그가 ‘태수’역을 맡았다고 했을 때는 이미 신뢰와 기대감이 가득했다. 


역시 민우혁은 민우혁이었다. 태수가 처음 등장하면서 넘버 ‘시대의 어둠을 넘어’와 ‘우리들 세계’가 시작되면서부터 깊이 각인된 최민수 표 태수를 무대 위 민우혁 표 태수로 완벽히 변환시켜 버렸다. 

 

24부작을 압축한 뮤지컬에서 민우혁은 ‘태수’의 캐릭터를 함축적이면서도 그가 가진 딜레마와 고뇌, 사랑의 감정 등을 입체적으로 훌륭히 표현해 주었다. 

 

특히 ‘너에게 달려가’와 ‘부끄러운 게 너무 많아’로 이어지는 후반부 넘버들은 민우혁의 감정 가득한 가창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고 그 순간, 이제는 최민수를 떠나보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석 역의 송원근 배우는 진중하고 부드럽고 신념이 강한 박상원의 우석을 가장 비슷하게 표현했다고 여겨진다. 

 

송원근 역시, 최근작 ‘킹 아더’를 비롯한 다양한 무대에서 쌓인 내공이 깊은 배우로, 강하고 거친 태수와 대비되는 조용한 카리스마를 가진 우석 역을 송원근 스타일로 제대로 표현해 주었다. 

 

송원근은 신념이 강한 검사로서 흔들림 없고 진중한 우석 캐릭터를 저음과 고음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로 멋진 모습으로 재탄생 시켰다. 


혜린 역의 박혜나 배우는 고현정이 보여준 캐릭터의 이미지와 거리가 있어 신선하고 오히려 더 좋았다. 

 

드라마 초반부터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던 고현정과 달리, 극 초반에는 연약해 보이는 외모의 박혜나였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자신의 신념을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우며 넘버를 부를 때 보여지는 혜린 특유의 카리스마가 터지면서 이번에 처음 무대에서 본 박혜나 배우가 가진 스펙트럼이 무척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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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래시계’, 커튼콜(송원근-민우혁-박혜나) 모습 - 대성디큐브아트센터 / ⓒ선데이뉴스신문]


이번 시즌은 심혈을 기울여 약 3년간의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거쳐 무대, 드라마, 음악 등 전체적인 틀을 새롭게 리뉴얼 하였다고 제작사 측이 밝힌 바가 있다. 


회전 무대를 통해 인물이 가진 고뇌와 딜레마를 시각화시키는 무대장치와 적절히 배치된 멀티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시각적 퍼포먼스를 보여주어 원작이 가진 오랜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모래시계’ 드라마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현재의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비주얼 퍼포먼스가 아주 조화롭게 무대에 구현되는 작품이 바로 뮤지컬 ‘모래시계’ 였다. 


제작사가 심혈을 기울인 노력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무대 위에서 증명해 보였다.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대서사시로 가슴 뜨거운 감동과 향수를 선사하는 뮤지컬 <모래시계>는 오는 8월 14일(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김건우 기자 geonwoo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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