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산책] '오리' 박옥자 시인

탁월한 은유법으로 완성 시킨 강한 호소력 있는 詩
기사입력 2022.06.2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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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성북천엔 오리가 많이 산다. 

세 살배기 외손자와 산책길에 오리와 놀고 있는데,

옆에서 구경을 하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말을 건다.

“한 마리 잡아 줄가? 구워 먹으련?”한다. 


그러고 보니, 여름에 열 마리도 넘던 오리가 가을이 되면서 새끼오리 세 마리뿐이다.

경계심이 강하던 몸집 큰 대장오리도 보이질 않는다.


어디 갔을까? 혹시, 저 할아버지 말처럼 누군가가 잡아먹은 것일까? 미물微物이라고

사람들 마음대로해도 되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명命대로 살아갈 수 없는 관계를 설정한 조물주가 밉다.



詩 감상


박옥자 시인은 창작산맥 시 부문에서 등단했다. 시인은 한국화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 대전에서 특선까지 한 다재다능한 시인이다. 시인의 시는 일반 시인들과는 차별되는 시인이다. 자연과 사람의 깊숙한 내면을 심적으로 우려내는 시인만의 특허가 있다. 겨울바다의 고요함을 웅장한 적막으로 깊이를 재고 갈라지는 얼음 소리를 듣고 울기도 한다. 쩍쩍이면 훌쩍훌쩍 울기도 한다. 자연의 생명, 야생화와 동화하는 진정한 깊이에서 시를 끌어내는 시인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좋아해 외손자와 시간을 보내다가 오리를 보고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우연이 던진 말을 놓치지 않았다. 사람보다도 미물인 오리를 보고 보다 능력 있는 조물주에 이르기까지 끈을 이었다. 단순히 시를 읽어가다 보면 일상 있을 수도 있는 일을 시로 적었네,로 지나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시의 내면을 조금씩 감상해 가다 보면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방법을 제시하는 인생론적 주제와 미물의 운명을 함부로 하는 인간이 밉다. 이렇게 만든 조물주가 싫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나 이것이 시인은 슬픈가 보다! 시를 창작할 때의 시인의 생각은 잘 모른다. 시를 세상 밖으로 내놓은 이상 시는 독자의 것이 된다. 이 시는 분명 미물은 분명 권력이 없는 자, 일 것이고, 오리를 잡아먹은 자는 분명 권력자 임이 틀림이 없다. 이렇게 은유해 가며 감상해 봄은 참으로 시의 깊은 의미를 감상하게 한다. 때로는 통쾌함이 때로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깊은 애정과 의지로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시인은 일상에서 감지되는 많은 경험과 심오한 사실적 묘사를 탁월한 은유법으로 완성 시킨 강한 호소력 있는 詩이다.(시인 권오은)


박옥자 시인

창작산맥 시 부문 등단/한국문인협회회원/한국화구상회 회원/‘상처는 후회보다 낫다’ 시집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권오은 기자 kwon78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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