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이 남긴 무소유와 종교화해

기사입력 2010.03.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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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란 본래 ‘몸’ 을 가리키는 산스크리트어 샤리라(Sharira)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대로 음역해서 설리타 또는 뜻을 옮겨 영골이라 부르기도 한다

 ‘금광명경’ 은 석가모니의 말을 빌려 ‘사리는 정혜를 닦는 데서 나오므로 보기 드물고 사리를 얻는 것은 상등의 복전을 얻는 것’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설에는 세존의 사리가 여덟 섬에 이른다고도 하고, 속세의 신도들은 고승일수록 입적할 때 사리가 많이 나온다고 믿기도 한다.

사리에 대한 신비로운 믿음은 불교의 전파와 함께 널리 퍼졌다. 중국 의약서 ‘본초강목’ 은 사리는 영양의 뿔로만 깰 수 있을 뿐 망치로도 부서지지 않는다고 했다.

 실학자 이규경도 저서 ‘석전총설’에서 사리는 극음의 산물이므로 극양의 재료인 코뿔소의 뿔이 닿으면 바로 녹는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이런 믿음을 틈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일도 적지 않았던 듯 싶다. ‘고려시절요’ 에는 효가라는 요승이 등장한다. 그는 꿀물과 쌀가루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모두 내 몸에서 나온 감로사리” 라고 주장하며 세를 불려 사기행각을 벌이다 충선왕 5년(1313년) 처벌을 받았다.

 또 실학자 이익은 ‘성로사설’에서 “사리는 옛날에도 얻기 힘들었다는데 지금은 조금만 이름이 있는 승려가 죽어도 반드시 사리가 나왔다며 부도를 세운다.

 전에는 사리의 진위를 놓고 승려들이 소송을 하더니 부도를 허물고 진짜 사리인지 깨 보는 일도 있었다.” 고 꼬집기도 했다.

아예 사리는 인간의 신체 내부에 있던 물질이 화장 때의 열로 인해 변형된 것일 뿐 득도와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있다. 회의론자들은 1991년 국제 법의학 저널에 인간의 넓적다리뼈를 섭씨 14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할 때 수정 형체의 물질이 형성된다는 연구가 실렸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사리를 보물로 만드는 것은 구슬의 가치나 성분이 아니라 바라보는 사람의 지주한 불심이다. 그저 사리의 개수를 따져 대덕의 법력을 가늠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히 경계할 일이다.

 법정 스님은 조계종단의 고위 직책은커녕 그 흔한 주지 자리하나 차지하지 않았지만 불교계에 뚜렷한 종적을 남긴 ‘큰어른’ 이다. 평생 무소유로 살았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이 세상에 많은 유산을 남겼다. 열반의 세계로 든 법정 스님은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이라며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고 설법했다.

 몸소 농사지은 채소 하나라도 이웃과 나눠 먹고, 책 인세가 생기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스님은 자신이 죽더라도 사리를 수습하지 말 것과 수의 대신 평소 입던 승복 차림 그대로 화장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생의 마지막 길을 떠나면서까지 무소유를 실천한 것이다.

그가 말하는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니라 탐욕을 버리라는 가르침이다. 스님은 송광사 뒤편 불일암에서 17년 전깃불조차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산골에서 또 17년을 기거할 정도로 속세를 멀리했지만 사바세계의 대중과는 끊임없이 교감했다.

스님은 불교의 틀에만 머무르지 않고 종교 간 화해와 평생 공을 들였다고 김수환 추기경을 길상사 개원 법뢰에 초대하는가 하면, 천주교 신문에 성탄메시지를 기고하고 명동성당에서 강연을 했다. 개신교나 원불교 등 다른 종교인들과도 허물없이 지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불교도 기독교도 유대교도 이슬람교도 아닌 바로 친절” 이라고 말했다. 스님이 실천을 통해 풍겨냈던 삶의 향내를 사회 구석구석에 배게 해서 많은 이가 그 향기를 맡고 스스로도 그런 향기를 내겠다고 노력하게 된다면, 스님의 향기는 우리의 영원한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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