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양화가 남궁혜영 개인전 ‘내면의 꽃’

The inner flower- NAMKOONG, HYEYOUNG 2013. 11. 6 ~
기사입력 2013.11.07 11:23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 최혜빈 기자 ] 가을은 서양화가 남궁혜영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갤러리에서, 10월 10일부터 17일까지 과천시 가원미술관에서, 그리고 11월 6일부터 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남궁화백의 작품 경향은 ‘섬으로부터 꽃에 이르는 길’ 또는 ‘꽃에서 섬으로 가는 길’로 표현할 수가 있겠다.

그녀는 자신의 ‘섬’ 이야기를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섬풍경은 마치 꿈속이나 오래전 기억에서 건져 올려진 환상이나 그리움의 조각들처럼 다분히 신비스럽고 비밀을 간직한 이미지이다.  수없이 반복되는 붓질로 좀더 깊고 풍부하게, 형상은 점차 단순화되어 표현된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꽃’ 이야기를 “간절하게 표현하고 싶은 그 무엇에 조차 잠시 뒤로 하고, 무한함과 설레임으로 충만한 흰 화면 앞에서, 고단한 삶의 무게를 덜어줄 부드러운 휴식을 취하고자 했다“면서 ”결국 무엇을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기보다는, 또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을 그리기보다는, 결코 꽃을 그리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꽃의 형상을 띠게 되었고, 이내 꽃을 그린 결과가 되었을 뿐이다” 라고 이번 ‘내면의 꽃’ 개인전시회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평을 하고 있다.

 남궁화백의 작품은 구상과 비구상의 세계를 오가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 내면의 신비한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그녀가 추구하는 작품의 세계는 곧 자신의 내면이자 외면에 대한 뜨거운 외침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그림을 쉬면서 그림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찬 세월을 보내기도 했던 남궁화백은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 지도 얼마 안되는 2006년,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포스터 작가로 선정된 우수작가로 미술계에 이슈가 되었다.

선정된 심사의 주된 평이 “서양화이면서도 동양적으로 느껴진다” 였다.

 그녀의 작품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어떤 신비한 환상 속을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아마 그녀의 말처럼 “직선보다는 곡선이, 둔탁함보다는 가벼움에, 물맛이 느껴지는 겹쳐 칠한 색채를 즐기면서 어느새 내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치유의 과정이 되었다”고 토로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

 가을이 깊어가는 광화문 지하철역 지하 보도에 자리잡은 ‘광화랑’에서 남궁혜영 서영화가의 작품을 바쁜 시간 중에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도심의 스트레스를 잠시라도 치유할 수 있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궁혜영 개인전

섬-아름다운 환상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섬풍경은 마치 꿈속이나 오래전 기억에서 건져올려진 환상이나

그리움의 조각들처럼 다분히 신비스럽고 비밀을 간직한 이미지이다.

수없이 반복되는 붓질로 좀더 깊고 풍부하게, 형상은 점차 단순화되어 표현된다.

 

글 : 남궁혜영 작가노트

[2013. 10. 1 - 10. 8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갤러리7(T.02-580-1300, 서초동)]

[2013. 10. 10 - 10. 17 가원미술관 (T.02-504-3730, 과천시 문원동)]
 

볼과 몸을 어루만져 나를 뉘어 줄 휴식 같은 무엇, 그것이 때론 사람이기보다 꽃이나 구름, 음악, 따스한 공기, 한 폭의 그림이라면 더 좋겠다. 하지만 내 속을 모르는 철없는 무엇이 아니라, 지나온 과거와 앞으로의 그리움까지 담아 날 보고 웃고, 끄덕이고 품어준다면 그 위로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남궁혜영은 바로 이것을 그렸다. 위로와 휴식같은 꽃, 인식의 저편에 자리해 세상물정 모르는 꽃이 아니라 그녀의 속을 품어 아픈 듯 사랑하듯 위로하듯 내 앞에서 쉬어가라고 말하는 원숙한 꽃을 그렸다.

열정과 냉정, 불안과 우울의 총합, 보라색 꽃이 그녀 앞에서 잠시 쉬어가라 위로를 건넨다. 남궁혜영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거제도 중학교에서 잠시 미술교사 생활을 하다 결혼과 함께 그림을 접었다. 잠시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잠시가 23여 년이 걸리고 말았다. 그녀의 말을 빌자면 하룻밤도 편히 자지를 못했다고 했다.

자신의 색과 그림으로 남궁혜영이라는 존재를 세상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결혼과 일상에 묻히니 가슴만 답답할 뿐 앞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마흔이 넘어서 어렵게 용기를 내어 다시 붓을 잡았고 그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06년 제 11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에 그녀의 새 그림이 선정되었다. 한지 부채 위에 검고 푸른 새가 날개짓을 하는 그림으로, 특히 푸른 빛과 둥근 선은 영화관계자들에게 서양화지만 동양적 느낌을 주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무명의 그녀 그림이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에 등장한 것은 ‘낭중지추’, 즉 재능과 열정은 숨길 수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녀의 예술적 재능은 아마도 대중과 바로 호흡하기보다 한 발짝 떨어져서 자신의 태생적 자신을 오래오래 두고 고민해보는 방식으로 세상과 만나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아직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에 닿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의 최종 안착지는 ‘섬’. 그러나 이 섬을 그리는데 아직은 자신의 심상에만 품고 있을 뿐, 다만 그 섬으로 가는 길에서 누드와 새, 그리고 꽃을 휴식처럼 그리고 있다고 한다. 섬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공기는 남궁혜영이 평생을 그리워하는 대상이다. 또한 그녀의 섬은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섬뿐만 아니라 그녀의 그림은 모두가 그렇다.

꽃 그림의 경우도 꽃을 직접 보고 그리거나 사진 혹은 스케치를 시작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그저 일상에서 꽃도 보고, 구름도 봐 두었다가 캔버스 앞에 앉는 순간, 자신의 심상으로 토해낸다. 세상 모든 것을 세월의 흐름에 맞춰 편하게 보고 있다가 그림을 그리는 순간, 자신의 마음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이가 그리는 꽃은 실제의 세상에는 없는 꽃이고 만질 수도 없는 꽃이다.

  
-작가노트-

내가 다시 그림을 그리고자 했을 때, 나의 지나온 삶에서 아주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내게 있어 가장 찬란하고, 자유롭고, 행복했던 시절, 그 기억의 한 지점에 아름다운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익숙한 도시와 가족으로부터 일탈된 한 여행자로서 마주친 낯선 섬 풍경에 관한 환상과 그리움이 바로 그것이다.

 
나의 뜰악에 핀 꽃은 / 뿌리를 땅에 내리지도 않았고

꽃병에 꽂힌 꽃도 아니다 / 마치 눈을 깜빡였을 때

 


허공에 남아있는 잔상처럼 / 잔영 속을 부유하는 환영처럼

있다가도 없어질 듯 / 그렇게 덧없게 사라질 운명....



< 저작권자 ⓒ선데이뉴스신문=www.newssunday.co.kr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면 무단전재 & 재배포 가능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sundaynews1@hanmail.net>

 

[최혜빈 기자 chb0508@hanmail.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