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치외법권 방치할 순 없다.

기사입력 2011.01.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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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규정해 이를 보장한다.

그렇다고 표현의 자유가 아무런 제약 없이 멋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선 개인의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숙제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

헌재는‘미네르바’박대성씨 구속의 근거 조항이 됐던 전기통신기본법 제 47조 1항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문제의 조항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으로‘공익을 해 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다.

헌재는“공익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판단이 사람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해 이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써 규제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 함께 규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실어줬다. 법률은 처벌할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게끔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의 내용이 애매모호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문제의 조항은 오랫동안 사문화돼 있다가 인터넷 게시판과 휴대전화 문화가 활성화된 2000년대 이후 적용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정보통신 매체의 비약적 발달에 따른 폐단이 커지는데도 관련 법이 불비했다는 얘기다.

 낡은 법을 창고에서 꺼내‘허위사실 유포’라는 두루뭉술한 혐의로 적용하다 보니 사단이 벌어진 셈이다.

이제부터 인터넷상에서 공공연하게 확산되는 허위사실 유표 행위 등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사라졌다.

 당장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이 사법처리를 면하게 됐다.

 새로운 처벌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허위글을 유포하더라도 처벌받지 않게 되면서 대혼란이 예상된다.

우리사회는 무슨 일만 터지면 인터넷 유언비어가 판을 쳐 홍역을 치러 왔다. 광우병 사태 때는‘소를 이용해 만든 생리대나 기저귀만 사용해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촛불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천안함이 폭침됐을 때는‘미군 핵잠수함에 부딪혀 천안함이 격침됐다.’와 같은 유언비어가 정부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과 사회 갈등을 부추겼다.

 연평도 피격 때는 누군가가 국방부를 사칭해‘예비군 징집령이 내려졌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이를 확인하려는 전화로 국방부 민원실이 마비될 정도였다.

유언비어에 시달리다 자살한 연예인도 여러 명이다.

인터넷이나 트위터 같은 매체는 자기를 표현하는 새로운 소통의 도구지만, 신문·방송과 같은 전통적인 언론 매체와는 달리 부정확한 정보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주장을 스스로 걸러내지를 못한다.

 실명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무책임한 주장을 마음대로 쏟아낼 수 있다.

인터넷 유언비어를 규제할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국민들도 인터넷의 유언비어가 스스로의 생명과 사회 안전에 직접적인 위험을 줄 개연성이 있다는 데 공감한다.

 헌법에서도 국가 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는 표현의 자유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게 했다.

(37조 2항)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돼야 하지만 법률에 의해 제한할 수 있도록 민사 또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인터넷 허위 글의 처벌 대상을 법조문에 구체적으로 규정하면 위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결정 취지와 헌법 정신에 맞게 신속하게 대처 입법을 강구해 법적 공백을 최소화 해야 한다. 무책임한 표현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방임할 순 없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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