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칼럼>국민행복시대 삶의 질

기사입력 2013.12.1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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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칼럼>“삶이란 그 무엇(일)엔가의 그 누구(사람)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다.” 경북 봉화에서 평생 농사짓다 세상을 떠난 고 전우익 선생의 산문집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에 나오는 말이다. 정성이란 일방통행이 없다.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머지않아 받은 쪽에서 준 쪽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정성을 쏟을 대상이 있다는 말은 정성을 받을 대상이 있다는 말과 크게 달므이 없다. 그렇게 정성을 주고받을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간의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먹고 살만해졌지만 개인의 삶의 질이나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그와 달리 훨씬 열악하다는 얘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조사한 ‘더 나은 삶의 지수’ 평가에서 한국이 36개국 중 27위를 했다는 보도는 그래서 별반 새롭지 않다.

시민참여(3위)나 교육(4위) 같은 지표에선 상위권이나 삶의 만족도(26위), 건강(31위), 일과 생활의 균형(32위) 지표에선 최하위권이라는 조사 결과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우리나라처럼 직장밖에 모르는 아빠와 자녀교육에 목을 매는 엄마. 또 공장의 노예가 된 노동자들이 어디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건 공동체 지표다.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77%만이 “있다.”고 응답해 OECD 평균(90%)에 크게 못 미쳤다고 한다. 국가 순위로는 34위. 터키와 멕시코에 이어 꼴찌에서 세 번째다.
 
연고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학연 혈연 지연으로 엵혀 ‘우리 편’에는 무한신뢰를 보내는 게 연고주의다.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짜인 그 연고의 그물망에서 보통의 한국인은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 어느 네트워크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 그 누군가에게도 정성을 쏟을 마음이 우러나올 수 없다. 공동체에서 소외되었다는 절망감이 삶의 의욕을 지탱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공동체 의식은 선진국이 갖춰야 할 필수요소다. 휴대폰 팔아서 돈을 많이 번다해도 어느 골목길 구석진 곳에서 “그건 나하고 상관없는 그들만의 이야기야.” 하고 냉소 짓는 사람들이 많다면 지속가능한 사회를 기대할 수 없다. 중산층의 몰락은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최대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서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거의 없다. 은행은커녕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거절당해 30%대 고금리 상품에 목을 매는 중산층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치솟는 전세 값에다 갈수록 늘어나는 가게 대출 부담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빚 얻어 빚 갚는 것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중소 자영업자들도 1000원을 벌면 180원은 이자 내는 데 쓸 정도로 빚에 쪼들리고 있다. 중산층 복원을 핵심 대상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의 정책 의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중소 자영업자는 사정이 더 딱하다.

대출 규모도 클뿐더러 상태도 좋지 않다. 자영업자 대출은 1인당 평균 1억 2000만원으로 임금 근로자 대출 규모의 3배에 이른다. 수입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도 18.2%에 달해 돈 벌어 빚 갚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일반 대출의 경우 원금과 이자를 매달 조금씩 갚는게 보통이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일시상환 방식이 40%를 차지한다. 더구나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몰려 있어 가계대출 폭탄의 뇌관이 될 공산이 크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중산층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전세값 폭등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며 내놓은 행복주택 건립 계획은 부지하세월이다.

중산층 몰락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주택시장 정상화와 함께 금융시장의 잘못된 관행부터 손질해야 한다. 제도권 금융을 벗어나는 순간 20~30%의 가산 금리를 붙이는 것은 ‘이자폭탄’과 다를 게 없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통해 정상적인 소비지출과 대출 상환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의 투자확대가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 장 나 경 택
 

[나경택 기자 sunda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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