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에 너무 인색하다

기사입력 2014.02.0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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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이용자들은 멀쩡한 병원이 불타고 있다고 하는가 하면 911 긴급전화가 마비됐으니 더 이상 전화를 걸지 말라고 다그쳤다. 상어 떼들이 맨해튼의 브로드웨이를 헤엄쳐 다니고 있다는 헛소문까지 유포됐다. 새누리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민영화 괴담 : 장난인가 장사인가’ 토론회에서 손태규 단국대 교수가 소개한 사례다. 

 괴담이 판치는 공동체의 병리적 구조와 불신의 사회적 비용은 여·야 정치권 보수와 진보가 함께 직시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한국의 괴담은 미국에 비해 더 악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소셜 미디어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작은 국토에 동질적인 인구가 특정 이슈에 회오리처럼 빨려드는데다 거의 모든 쟁점이 정치화되는 특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괴담이 판치는 사회에서 악담과 저주는 양산된다. ‘무얼 그런 걸 갖고 문제 삼느냐’는 식의 기이한 편들기 문화, 이상한 관용문화가 퍼져 있는 것도 한국 사회의 특징이다. 일례로 방송통신심의위(위원장 박만)의 보도교양특위 위원이라는 임순혜씨가 자기 트위터에 ‘경축! 비행기 추락 박뀐애 즉사’라고 적힌 피켓 사진을 리트윗한 것이 그렇다. 여기서 바뀐애는 박근혜 대통령을 조롱하는 조어이고 즉사를 경축한다는 뜻의 저주의 언어다. 

 방송의 교양성을 관리하는 자리에 있다는 석사 학위 소지자인 임씨가 이런 악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리트윗한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한다. 괴담과 악담에 갇혀 있는 사회는 거짓과 과장, 음모와 저주, 부정과 비판의 자화상에 찔리고 상처 입고 맴돌기 마련이다. 여의도 연구원의 토론에서 홍성기 아주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괴담이 발생하고 확산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핵심 요인이 ‘괴담의 정치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2008년 인간 광우병 사망, 2010년 천안함 폭침 조작, 2013년 철도·의료 민영화 같은 대형 괴담들은 특정한 사안에 대한 사실 판단이 중요했음에도 일정한 경로를 거쳐 집권세력에 유리한가! 야당 세력에 유리한가 혹은 우파에 유리한가! 좌파에 유리한가의 진영 의견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사실이 아닌 의견의 승리라는 얘기다. 홍 교수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문화, 이념 투쟁의 진위부대 수준으로 떨어진 시민단체, 이해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식인의 허영, 사실 확인과 전달보다는 정파적 운동권 수준으로 스스로를 이해하고 있는 언론의 태도, 궁극적으로는 이런 괴담 비즈니스를 용인하고 즐기는 국민의 수준이 괴담 문화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문화·시민단체·지식인·언론·국민수준을 괴담 비즈니스라는 순화적 연결망으로 파악한 것은 불편하긴 하지만 그런 대목이 아주 없다고 부인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시작은 달라도 종착점은 정치인 한국 사회 담론의 형성구조를 뼈아프게 건드렸다. 

 괴담과 악담은 사회를 분열과 증오로 몰아가 시나브로 병든 소처럼 주저앉게 만드는 악성 세균과 같다. 한국 사회가 정파와 진영를 넘어 괴담·악담과 결연하게 싸울 준비를 할 때다. 가장 중요한 싸움의 무기는 사실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정부나 정당, 시민단체 등에 이른바 ‘팩트 체커’ 조직을 만들어 전 사회적으로 활발한 사실 확인 운동을 벌이는 건 어떨까. 

 좌파와 진영간에 ‘상대방도 방법이 다를 뿐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은 우리와 같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회복하고 그 믿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여기는 한국인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신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2%만 대체로 또는 항상 신뢰한다고 답했다. 반면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용하거나 해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극심한 불신의 늪에 빠진 한국인의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는 수치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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