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자신이 하기에 달렸다.

기사입력 2014.03.0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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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자신이 하기에 달렸다.

30대 부부는 마주 보고 40대 부부는 천장보고 잔다. 50대 부부는 등 돌려서 자고 60대 부부는 각방을 쓴다. 그리고 70대는 서로 어디서 자는지 모른다는 우스개가 있다. “결혼은 단테 ‘신곡’과 반대”라는 말도 있다. 천국에서 시작해 연옥으로 갔다가 지옥에서 끝난다는 얘기다. “결혼은 열병과 반대”라고도 한다. 신열로 시작해 오한으로 끝나니까. 살아갈수록 식는 부부의 애정을 빗댄 말들이다. 서양 부부의 애정 곡선은 U자를 그린다. 신혼 때 높았다가 중년에 떨어지고 노년에 다시 솟는다. 우리네 부부들은 L자형이 많다고 한다.

줄곧 내리막 끝에 바닥을 치고는 그저 부부 사이만 이어간다. 수명이 늘면서, 결혼 50년은 예상일이 된 지금 부부는 긴 세월을 무엇으로 사는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기혼 남녀 1000명에게 ‘작년 한 해를 버틴 힘’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절반이 ‘내 아들’을 꼽았고 ‘남편·아내’(31%), ‘인내심’(10%)이 뒤를 이었다. 얼핏 당연해 보이지만 나이별로 들여다보면 얘기가 다르다.

20대는 남편·아내(41%)를 앞세웠고 50·60대에선 인내심(40%)이 자식(13%), 남편·아내(8%)를 압도했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꼽는 아내도 5%를 넘었다. “3주 서로 연구하고, 3개월 사랑하고, 3개월 싸움하고, 30년을 참고 견딘다”는 말이 딱 맞는다. ‘로또에 당첨되면 혼자만 알고 사라질 기회를 엿본다’도 22%, 60대에선 38%나 됐다. 일본에 1999년 남편들이 만든 전국정주관백협회가 있다. 정주는 남편, 관백은 왕 다음가는 권력자로 ‘정주관백’은 폭군 남편을 가리킨다. 간판과 달리 회원들은 “아내를 관백처럼 받들자”고 한다.
 
‘아내를 이기려 하지 말고, 이기지도 말고, 이기고 싶지도 않다’는 3원칙을 내세운다. ‘결혼 3년 넘어서도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 초단부터 사랑한다고 쑥스럽지 않게 말하는 사람(10단)까지 단증도 발급한다. 팔만대장경에 있다는 ‘아내는 남편의 누님’이라는 말처럼 월탄 박종화는 늙은 아내를 일러 ‘된장찌개를 내 밥상 위에 끓여 놓아주는 하나 남은 옛 친구’라고 했다.

미운정 고운 정이 손때로 오른 한 쌍 질그릇처럼 오순도순 늙어 갈 일이다. 미당 서정주는 팔순 넘어 집에 스위스 목동이 부는 뿔피리를 갔다 뒀다. 10여년 전 미당을 찾아가자 이층으로 안내했다.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미당이 “마실 거 드릴까?” 묻더니 뿔피리를 잡아들었다.

그가 “뿌웅~” 하고 힘껏 불자 아래층에서 방옥숙 여사가 올라왔다. “영감, 뭐 필요한 거 있수?” 미당은 씩 웃으며 “아내가 요즘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라고 했다. 그래도 시인 부부는 대화가 잘 통했다. 미당은 “아내에게 ‘양귀비 얼굴보다 곱네’라고 하면 대여섯 살 아이처럼 좋아라고 소리쳐 웃는다”고 했다. 신달자 시인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0년 넘게 돌보다 10여년 전 떠나보냈다. 시인은 “남편이 달콤한 말은 안 해줬지만 나름 사랑을 표현했는데 그땐 그게 보이지 않더라”고 되돌아봤다. 그는 종종 결혼 생활 특강에 나선다.
 
“부부끼리는 ‘말 안 해도 안다’는 말은 틀렸다. 한 달에 한 번 부부끼리 감정을 풀 수 있는 날을 정해 대화하라”고 권한다. 우리는 OECD 회원국 중에 이혼율 1위다. 이혼 부부 다섯 쌍 중 한 쌍이 대화 단절을 파경 이유로 뽑는다. 2년 전 노부부가 사이가 틀어져 7년 동안 메모지로만 대화를 나누다 황혼 이혼을 했다. 부부 사이에 말이 끊기면 정도 날아가기 마련이다.

부부 상담 전문가들은 “상대방 자존심을 깎는 표현을 하지 말라”고 한다. “당신은 항상…”이라는 말투도 피해야 한다. 굳이 따져야겠다면 ‘항상’ 대신 ‘가끔’을 쓰는 게 낫다. 어떤 남편은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하루에 대화를 30분 넘게 하는 부부도 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지?” 그런 남편이라면 부부 대화의 ‘1·2·3법칙’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분 말하고 2분 듣고 3분 맞장구치라”는 얘기다. 때론 못마땅해도 “좋다” “잘했다”고 추임새를 넣기도 해야 한다. 그런 걸 ‘착한 거짓말’이라고 한다. 가족이라는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게 하는 언어의 윤활유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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