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 담보로 한 원전비리

기사입력 2014.03.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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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생명 담보로 한 원전비리

원자력은 오랫동안 경제 문제로만 다뤄진 경향이 있다. 경제발전을 위한 전기 공급이 절실하던 때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싼값에 안정적으로 공급된 전기는 전자·제철 등 주요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2011년 일본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자 상당수 국민은 불안해하며 원전에 대해 생활안전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가짜 부품 등 원전 비리가 줄을 이었고, 일부 원전의 가동이 중지돼 국민은 전기 부족 사태를 겪었다. 그동안 전기 공급만 중시했지 원전 안전이나 종사자 윤리 문제를 도외시해 온 때문이라는 반성이 뒤를 따랐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세세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 같은 국민 우려에 부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별사법경찰관을 둬 원전 비리를 직접 조사하고 과징금은 100배(5000만원→50억원), 과태료는 10배(300만원→3000만원)로 각각 올리겠다는 것도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사고가 터지면 벌금이나 물리고 잠시 시끄럽다가 별다른 재발 방지 대책도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아예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제가 발생하면 처벌과 함께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 이를 제도 개선에 즉각 반영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백 번 잘 하다가도 한 번 실수하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게 원전 분야이지 않은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동질 집단끼리는 제대로 감시가 이뤄지기 어려운 게 상식이다. 지금까지 원전 비리도 원자력 관련자끼리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서로 눈감아주다가 불거진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원자력발전소 부품의 납품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한국수력원자력 간부 송모 씨에게 법원이 뇌물수수의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8년보다 무려 7년이나 높다.

검찰의 구형량은 담당 판사가 참고하는 사항에 불과하다. 하지만 판사는 검사만이 아닌 변호인 쪽 얘기도 듣기 때문에 검찰의 구형량과 비슷하거나 낮게 선고하는 것이 보통이다. 판사가 이번 사건처럼 검찰 구형량의 2배에 가까운 형량을 선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재판부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비리를 매우 중대한 범죄로 보았기 때문이다. 송 씨는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원전 등에서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현대중공업 임직원 6명에게서 17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송 씨는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원자력발전소 핵심 부품의 구매 책임을 맡고서도 공정성을 심각히 훼손했다.

더구나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등 죄질이 무거워 최고 형량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1심이기는 하지만 송 씨는 원자력발전소 비리와 관련해 가장 높은 형량을 선고받은 피고인으로 기록됐다. 법원은 앞서 2012년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납품 비리와 관련해 수뢰 혐의로 한수원 직원 정모 씨에게 징역 10년, 허모 씨 등 3명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허 씨는 항소심에서 6년으로 형량이 낮춰져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원전 납품 비리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하급심의 엄중한 판결이 상급심에서도 가능한 한 유지되어야 하급심의 판결이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검찰이 송 씨의 뇌물 액수가 많음에도 징역 8년을 구형한 것은 이미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원칙대로 분리해 선고했다. 두 형이 확정되면 송 씨는 20년의 실형을 살게 된다. 기름도, 가스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원전은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전 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판결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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