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인의 자랑스러운 표상

기사입력 2010.04.0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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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군 최고의 전사 한주호 준위가 차가운 바다에 목숨을 바쳤다. 천안함 구조 현장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악전고투하던 끝에 희생됐다. 35년 경력의 베테랑 해상 투수전투요원인 본인이 나서지 않으면 전우들에게 더 큰 위험이 따를 것을 알고 선뜻 나선 터였다.

 46명의 젊은 해군 전우들의 생사를 몰라 온 국민이 애태우는 모습에 큰 사명감을 가졌을 것이다. ‘UDT의 전설’ 이던 그는 영웅답게 몸을 던졌다.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 앞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한 준위는 참 군인이었다. 국가의 안위와 전우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 앞에서도 몸을 사리는 법이 없는 용감한 전사였다. 50을 넘긴 노장임에도 여러 차례 소말리아 해적과 직접 교전을 벌여 제압했다.

극한 상황과 싸우는 특수요원으로서 항상 체력과 정신력을 단련해온 한 준위는 후배 전사들이 가장 본받아야 할 전법이었다. 가족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자상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국가와 국민 모두 최고의 예우를 다해 한 준위를 떠나보내야 할 것이다.

 “하루 잠수하면 이틀 쉬어야 한다.” 는 안전규정도 바다 밑 캄캄한 어둠에 갇혀 있는 후배들을 살려내려면 1분이 아쉽다는 그를 붙들지 못했다. 그리고 한 준위는 내리 나흘 잠수했다가 싸늘한 몸으로 떠오르고 말았다. 지난 35년 수중폭파(UDT) 요원과 교관으로 뛰면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지식으로 후배들을 배치하고 지휘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2년 뒤 전역을 앞두고 오는 9월 직업보도반에서 바깥세상으로 나설 채비를 시작하는 그에게 부대는 “이제 그만 쉬라.” 고 했다.

그러나 그는 “조국과 해군을 위한 마지막 봉사.” 라며 잠수복을 입었다. 천안함이 동강나 가라앉은 45m 아래 바닷속은 우리가 숨쉬는 공기압의 다섯 배. 5기압이 넘어간다. 팽팽한 농구공을 넣으면 5분의 1로 쪼그라드는 압력이다. 거기서 10분만 작업해도 급격히 피로해지고 의식이 가물거린다. 무슨 임무로 바닷속에 내려와 있는지조차 잠깐씩 잊을 정도라고 한다.

수온도 체온도 영하에 가까운 3.5도다. 머리에 찌릿찌릿한 충격이 오고, 입에 끼우는 호흡기가 얼어붙을만큼 차갑다. 가뜩이나 흐린 서해 바닷물에 바닥까지 뻘밭이라 손목시계도 보이지 않도록 시야가 뿌옇다.

물살이 1노트, 시속 1.85km 넘으면 잠수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백령도 앞바다 조류는 5.3노트로 치달리고 있다. 현장에 달려온 민간 구조대원들이 선체 근처도 못 가보고 도로 올라와 손을 내젓는 바다였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초유의 국가적 위기다.

원인 규명과 실종자 구명이 늦어지면서 나라 전체가 혼란의 격량을 맞고 있다. 차디찬 바다 속에서 신음하고 있을 실종자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국가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사전의 위중함이 뒤섞여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우리 모두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한 준위의 생명은, 국가적 위기에 닥쳐 우왕좌왕 해선 안 된다는 경고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 때문에 실종자 가족들과 온 국민이 절망과 분노에 시달리고 있다. 자칫 현재의 위기가 더 큰 위기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든다.

우리 모두 한 준위를 본받아 말보다 실천으로, 충동보다 인내로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 군인의 자랑스러운 표상으로서 한 준위는 우리에게 충분한 위기극복 역량이 있음을 희생으로 웅변해줬다. 한 준위의 빈소엔 그동안 해군 당국을 많이 원망하던 실종자 가족도 찾아와 “죄송하다.” 며 흐느꼈다.

‘한주호 준위. 국민은 당신의 거룩한 희생 앞에 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우리 가슴 속에서 잠시 흔들렸던 군에 대한 미더움을 되찾게 해준 당신을 향한 고마움을 어찌 나타내야 할지 모르겠다.’ 국민과 함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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