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 칼럼]재벌 총수의 연봉 한숨짓는 서민

기사입력 2014.04.1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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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재벌 총수의 연봉 한숨짓는 서민


대기업 임직원들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곳곳에서 ‘억’ 소리가 나온다
. 삼성 현대 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에서 일하는 등기 임원들의 개별 연봉이 처음 공개됐다. SK 최태원 회장이 30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140억원, 구본무 LG 회장이 438000만원을 받았다. 이번 연봉 공개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해 국회에서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민간기업의 개인 연봉을 공개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 아니냐는 의문이 사회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주주들은 자신을 대리해 회사를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실적에 맞는 연봉을 받는지 알 권리가 있다. CEO가 회사나 주위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원을 남용하는 도덕적 해이를 감시하기 위해서도 연봉 공개는 필요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몇몇 대기업 총수들이 연봉 공개를 앞두고 지난해 등기 이원에서 사퇴한 것은 책임경영이란 측면에서 옳은 태도가 아니다. SK 최태원, 한화 김승연, CJ 그룹 이재현 회장 등 회사에 대한 배임이나 횡령죄로 구속돼 일을 제대로 못한 대기업 총수에게 거액 연봉을 지급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공개된 등기 임원들의 연봉은 평범한 근로자들이 평생 일하더라도 만져보기 힘든 액수다.

최태원 회장의 연봉은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 평균 연봉 3700여 만원의 813배다. 전문 경영인으로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지난해 총 677300만원을 받은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었다. 임원 연봉의 적정성 여부는 해당 기업의 주주와 잠재적 투자자를 포함한 시장의 평가에 의해 가려질 일이지 기업 경영과 무관한 일반인이 판단할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임원들의 보수가 적절치 않다면 누구보다도 먼저 해당 기업의 주주와 투자자들이 시정을 요구하고 압력을 가할 것이다. 개별 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는 목적은 이들이 경영 성과와 보수가 합리적으로 연동됐는지를 판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CEO의 연봉을 결정하는 주체는 이사회지만 그 이사회 멤버들은 CEO의 지명을 받은 사람들이니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천문학적 적자를 낸 기업의 CEO가 고액 연봉을 챙기는 모순이 이 구조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스위스에서는 최고경영자와 직원 간의 보수격차를 12배 이내로 강제하는 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논란 끝에 부결되긴 했지만 유럽에서도 고액 연봉에 대한 거부 정서가 적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때 알고 보니 스위스 CEO들의 연봉은 직원의 평균 148배였다. 미국에서 이 보수격차는 평균 270배다. (2012350개 대기업 기준) 2000년대 초반엔 360배를 넘었으나 상위 0.1%를 향한 99.9%의 분노가 분출하면서 사회 분위기가 바뀐 셈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이번에 처음 연봉이 공개돼 정확한 자료는 없다. 서울대 김병섭 교수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심리적으로 허용하는 CEO 연봉은 직원의 12.4배다. 이 눈높이에 맞추려면 연봉을 반토막, 또는 반의 반토막을 내야하는 경영자가 수두룩하다.

폴 크루그먼은 「미래를 말하다」에서 “최고경영진의 소득은 사회 분위기가 정치적 배경처럼 모호한 요소에 더 많이 좌우된다.”고 했다. CEO의 높은 보수가 능력에 대한 수요 때문이 아니라 다수의 분노가 잠잠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벌에 대한 국민의 위화감이 사회 안정을 위협하기 전에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행동을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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