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군의 영웅

기사입력 2010.04.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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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훈장 제도는 12세기 십자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교도와 싸우기 위해 유럽 각지에서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향하다 보니 서로 간에 구분할 무엇이 필요하다. 기사단마다 차림과 색깔을 달리하고 십자가를 독특하게 디자인한 표장을 옷에 달았다.

이때의 표장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국가 또는 군주에 몸 바친 사람에게 수여되는 명예의 상징처럼 됐다.

기사단(Chivalric order)과 훈장(Order)의 영어 단어가 겹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훈장과 전쟁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영국에서 오늘날 가장 명예로운 훈장 중 하나가 무공훈장 ‘빅토리아 십자장(The Victoria Cross)’이다.

 빅토리아 십자장은 1856년 크림전쟁에서 전공을 세운 군인에게 처음 수여됐다.

‘적과 직접 싸우는 상황에서 용기를 보여준 군인’으로 수훈 대상자가 한정돼 있어 주로 병사들이 많이 받는다. 지금까지 받은 사람이 1353명이다.

이 훈장을 받은 사람만 이름 뒤에 V.C. 라는 머리글자를 붙일 수 있는 영예를 얻는다.

미국 군인이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은 ‘명예훈장(Medal of Honor)’이다. ‘전투에서 자신의 의무를 넘어선 용감한 행위 혹은 자기희생을 보여준 미국 군인’으로 한 번의 작전에서 1개 사단당 1명만 받을 수 있다. 명예 훈장을 받은 군인에게는 본인의 계급에 관계없이 경례로써 예를 표하는 것이 미군의 전통이다.

천안함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군 UDT 한주호 준위에게 충무무공 훈장이 추서됐다.

정부는 처음엔 33년 이상 군생활을 한 위관급 이하 군인에게 흔히 주는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하려 했으나 한 준위가 전투상황에 준하는 악조건에서 목숨 걸고 구조활동을 펼치다 순직한 것을 평가해 훈격을 높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일생을 바친 군인에겐 국가가 그 희생과 헌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만큼 소중한 일이 없다.

 남북한 군이 바늘 끝처럼 대치하는 최전선에서 한 준위가 보여준 용기와 희생을 생각하면 정부의 무공훈장 추서는 잘한 일이다.

6·25 전쟁 때 무공훈장 수상자로 선정된 16만 2900여 명의 봉사 중 아직 훈장을 받지 못한 사람이 8만 5000여 명이다. 이들에게 훈장을 추서하는 군의 ‘무공훈장 찾아주기 운동’도 마지막 한 사람이 받을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

한 준위 빈소엔 6·25 전쟁의 영웅 백선엽 대장이 구순(90세)의 노구를 이끌고 직접 조문한 것을 비롯해 역대 해군참모총장, 해군 동료 장병들, 특전사 예비역 장성들, 연평해전에서 아들을 잃은 부모들, 주한미군 지휘관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한 준위의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여 명복을 빌며 그의 투철한 군인정신과 사명감을 기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한 준위 빈소를 찾아간 것은 잘한 일이다.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 최고통수권자다.

그런 대통령이 국토 방위의 최전선에서 군인으로서 사명을 다하여 실종된 젊은 병사들의 안위를 누구보다 앞서 걱정하고, 자신의 몸을 던져 실종 병사들 수색에 나섰다.

목숨을 잃은 한 준위에게 국민을 대표해 고마움과 슬픔을 표시하는 것은 너무나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이 대통령의 이 당연한 업무 수행에 안도와 위안을 느끼는 것은 2002년 6월 29일 2차 연평해전 때 북한 경비정 기습 공격으로 숨진 장병 6명과 그 가족들이 지난 정권들로부터 받았던 홀대와 무시를 아직도 기억하기 때문이다.

당시 대통령은 고사하고,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조차 영결식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이 정신 빠진 나라 모습에 절망한 연평해전 전사자 한상국 중사의 부인은 2005년 “이런 나라에서 어떤 병사가 목숨을 던지겠느냐.”며 이민을 떠나기도 했다.

한주호 준위의 해군장은 우리 역사에 ‘대한민국 해군의 영웅’을 위한 자리를 새로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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