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방선거의 여성의 힘

기사입력 2014.06.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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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칼럼]6·4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다인 9명의 여성 기초단체장이 탄생했다.

직접 선수로 뛴 여성들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는 동안, 주권자로서의 여성 또한 각별한 주목을 받았다. 선거기간 내내 화두가 됐던 30~40대 ‘앵그리맘’은 진보 교육감의 대약진을 견인했다. 여성 기초단체장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2명, 2006년 3명, 2010년 6명이 배출됐는데 이번에 9명으로 늘었다. 서울에서는 ‘강남 3구’로 통하는 강남·서초·송파구에서 새누리당 신연희·조은희·박춘희 후보가 나란히 구청장에 당선됐다. 양천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수영 후보가 선출됐다.

서울의 여성 구청장은 2006년 1명, 2010년 2명에 불과했는데 이번에는 한꺼번에 4명이 탄생한 것이다. 경기 과천은 ‘여성 천하’가 됐다. 시장에 여성인 신계용 후보가 당선되고 시의원 7명 중 6명도 여성이 차지했다. 부산의 김은숙 중구청장과 대구의 윤순영 중구청장은 여성 단체장 최초로 3선 고지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여성 유권자들의 각성과 주체적 결단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17개 시·도 중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이면에는 기존 교육 현실에 대한 앵그리맘의 반발과 성찰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들을 ‘죽이는’ 교육을 멈추고 ‘살리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용한 혁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방송 3사의 서울시 교육감 선거 출구조사 결과, 조희연 후보는 30~40대 여성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여성의 지지율은 61.2%, 40대 여성은 49.1%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났듯이 이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경쟁·효율·이윤·개발의 가치 대신 돌봄·배려·생명·안전의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풀뿌리 정치에 여성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터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에서 보듯 아직 ‘유려천장’은 공고하다.

기초단체장고 달리 광역단체장의 경우 여성 당선자는커녕 주요 정당의 여성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시·도지사 선거의 대표적 인재줄인 고위공직자나 중진 국회의원에 여성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의 공직 진출을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지방정부의 국가사무 대 지방사무, 국세 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이다. 중앙정부가 지방 사업을 결정하고 돈도 대주는 것이다. 지역 시민들이 세금을 대고 그 범위 안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중앙정치가 결정권을 쥐고 있으면 지방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제대로 된 공약이 나올 리도 없다. 어차피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고, 지방살림이 공약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는 걸 아는 시민들 역시 공약을 후보자 선택의 근거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지방자치 20년의 현실이다. 선거 과정에서나 선거 이후 ‘지방자치’ 라는 말을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중앙당은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달라’, ‘대통령의 무능을 심판하자’고 나섰다.

후보자 역시 중앙 정치에서 누가 영향력이 있는지, 중앙정부로부터 얼마나 많은 지원을 얻어낼지를 두고 경쟁했다. 모두 지방자치와는 무관한 풍경들이다. 지방자치라면 해당 지역 시민들이 세금을 내고, 그 세금을 재원으로 어떤 과제를 우선 추진할지 토론하고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지방정부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함부로 추진하지 못한다. “내 세금을 왜 그런 데 낭비하느냐”고 따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무분별한 대규모 사업 · 국제행사를 하고 큰 빚을 지는 일이 반복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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