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루머 엿장수 가위

기사입력 2010.05.1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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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가 넘쳐나는 인터넷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금과옥조’ 임은 물론이고, 루머는 도마뱀 꼬리와 같다. 자르면 또 생겨난다.

종종 무고한 사람을 잡기도 한다. 우리는 왜 루머를 받아들일까.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루머」(2009년)에서 이를 ‘사회적 폭로 효과’ 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자기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이 어떤 루머를 믿으면 어느새 따라 믿게 된다. 두 번째 요인은 ‘집단 극단화’ 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다 보면 이전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니 딱한 노릇이다. 하긴 블로그와 게시판 · 댓글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루머의 전파 양상을 떠올려 보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모 전 총리는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온 갖가지 ‘미확인 정보’ 는 주워 담을 길이 없다.

 최근 천안함 사고와 관련된 갖가지 설로 어지럽다. 야당 원내대표가 생존 병사들의 기자회견을 놓고 “어딘가 짜 맞춘 듯하다.” 고 말한 건 그중 압권이다.

 선스타인은 루머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어떤 집단이 끔찍한 일을 당하면 구성원들은 수많은 추측을 통해 분노와 비난을 돌릴 수 있는 탈출구를 찾는다.” 고 말했다.

 2008년 MBC ‘PD수첩’ 이 광우병 촛불시위의 도화선이 됐던 ‘긴급취재 ·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방영한지 2년을 맞는다.

이 프로그램과 인터넷에 떠도는 ‘광우병 괴담’ 에 자주 받은 10대 여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처음 거리로 나왔다. 좌파 단체들이 총집결한 ‘국민대책회의’ 가 전면에 나서 시위를 조직화하면서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퇴진 운동으로 확대됐다. 서울 광화문 도심은 3개월 이상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로 바뀌었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기만 하면 당장 치명적인 광우병에 걸리게 되고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94%에 이른다는 선동을 그대로 믿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판매량은 수입 쇠고기 판매량 가운데 26.5%를 차지했으며 올해 1~2월에는 33.3%까지 늘어났다.

광우병 촛불시위의 여파가 남아 있긴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기피증은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촛불시위를 ‘광장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 로 치켜세웠던 사람들은 지금 다 어디로 숨었는지 모르겠다. 2년 전 우리사회를 뒤흔들었던 촛불시위에 대한 기억이 너무 쉽게 잊혀지고 있다.

촛불시위는 일부 좌파세력이 정치적 목적에서 우리 사회를 짧지 않은 기간 광기로 몰아갔던 뼈아픈 사건이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그 혼란스러웠던 시절을 돌아보면서 차분한 반추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일부 세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정책 실패가 사건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전의 좌파 집권처럼 퍼주기만 계속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괴한 발상이다.

그렇다면 퍼주기를 했던 김대중 집권 때 두 차례(1999, 2002년)의 연평해전은 왜 일어났는가! 그런가 하면 일부 좌파세력은 북이 천안함 사건을 저질렀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는데 보수신문이 북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쪽에서는 현 정부가 퍼주기를 안해 북이 천안함 사건을 저질렀다고 두둔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북이 관여한 증거가 아예 없다고 ‘자가당착’ 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또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어느 교수는 1990년대 영종도 공항을 만들 때 매립지의 땅이 꺼질 염려가 있다고 반대했었다.

그러나 지금 영종도 공항은 세계 제 1의 공항으로 평가받으면서 주변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반대 진영도 오늘의 자신들 행동이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지를 늘 머리에 떠올리면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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