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매미

기사입력 2010.06.0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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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조 21년인 1797년 5월 종로에 “왜선이 동래에 쳐들어왔다.”는 벽보가 나붙었다. 포도청 관리들이 조사에 나서 노염이라는 사람을 붙잡았다. 그 사람은 “임금의 주목을 받아 보려고 거짓으로 그랬다.”고 실토했다. 포도청은 노염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형률에 따라 처형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왜적과 관련한 유언비어가 많았다고 한다. 광해군 11년 1619년에 왜적이 호남을 침범해 전북 임실과 남원에 도달했다는 유언비어가 돌아 피난민들이 길을 메웠다. 인조 16년 1639년에는 왜군이 조령(문경새재)을 넘었다는 헛소문이 나돌아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떠났다. 포도청은 유언비어를 금한다는 포고문을 종로에 내붙이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을 사형한 일도 많았다고 한다. 올 들어 중국 일부 지방에선 지진 괴담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퍼져 주민들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하고 있다. 신시·허난·장쑤성 주요 도시들에서‘지진이 감지됐다.’는 괴담이 새벽 4시에 떠돌아 주민들이 잠옷 바람으로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수사 당국에 괴담 유포자로 붙잡힌 중·고교생들은“장난으로 그랬다.”고 진솔했다고 한다. 2년 전 광우병 괴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천안함 사고 원인을 둘러싼 괴담이 그칠 줄 모르고 번지고 있다. 사고 직후 가스터빈실과 연료탱크의 내부 폭발설이 그럴듯하게 퍼지다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암초 좌초설과 피로 파괴설이 뒤를 이었다. 합조단이 프로펠러와 추진제 같은 어뢰일부를 사고현장에서 찾아내자 이번엔 부품 안쪽에 쓰인‘1번’이라는 글자를 북한이 쓴 게 맞느냐, 어뢰가 터졌는데 어떻게 프로펠러가 남아 있느냐 하며 괴담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엊그제부터는‘현재 북한의 이상 행동으로 긴급 징집합니다. 근처 예비군 연대로 신속히 오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가 휴대전화로 퍼지고 있다. 국방부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히고 서울경찰청과 함께 유포자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미국 백악관은 대변인 성명으로 천안함 사태에 관한 한국 정부 조치들이“전적으로 적절하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 했다. 조사에 참여했던 스웨덴을 비롯해 21개 주요국가와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들이‘북한의 어뢰 공격’을 비난하고 있다. 국제 사회가 이처럼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외교 교섭의 결과가 아니라, 천안함 국제합동조사가 외국 정부들도‘놀랍다.’고 평가할 정도로 과학적·객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좌파 인사들은 인터넷에서 여전히“두 달 만에 (어뢰 잔해들이) 그렇게 녹슬 수 없다.”“어뢰 추진부만 온전하게 남은 것이 수상하다.”는 괴담을 계속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어뢰 잔해에 있던‘1번’이라는 글자에 대해“1번, 2번의‘번’은 일본식 단어로 북한에서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통일장관의 이야기는 북한방송 아나운서가‘번’이라는 말을 연달아 쓰는 동영상 화면이 공개되고 탈북 지식인들이“북한 생활을 조금도 모르는 말”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실없는 소리’가 되고 말았다. 서울메트로의 한 간부는 상대가 북한 간첩임을 알고서도 서울지하철의 내부 기밀을 빼내주었다. 음모론 유포자 가운데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나 납파공작원과 접촉하는 배후가 있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북 체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언제까지 통합의 대상으로 삼고 관용해야 할지 우리 사회에 부과될 숙제다. 민주사회에서는 야당의 견해가 존재하고 권력쟁취를 위한 정치적 갈등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우리의 생명과 자유·재산과 공동체를 파괴하려는 세력까지 끌어안고 갈 수는 없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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