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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검사 자살 빚은 인격학대
[칼럼]검사 자살 빚은 인격학대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검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홍영 서울남부지검 검사의 상관 김모 부장검사를 해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자체 감찰을 통해 김 부장검사가 ‘장기 미재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검사에게 폭언하거나 술자리에서 질책하면서 손바닥으로 등을 때리기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김 부장검사는 법무부 근무 시절에도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보고했다는 이유로 부하들에게 폭언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보고서를 구겨 바닥에 던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자살한 김 검사는 친구들에게 보낸 카톡에서 ‘매일 욕을 먹으니 자살 충동이 든다’고 썼다. 이런 문제는 인격적으로 수양이 덜 된 한 개인의 이상행동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김 검사의 자살에 대해서도 ‘본인이 심약한 탓’이라고 보는 시각이 검찰 일각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1년 대전지검이나 1993년 부산지검에서 있었던 검사 자살 사건도 상관의 인격적 모멸이 원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검찰은 ‘검찰총장→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평검사’로 이어지는 엄격한 위계 문화가 이번 불상사의 바탕에 깔려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검찰에는 윗사람의 지시에 복종한다는 암묵적 분위기가 다른 어떤 조직보다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가 수사 효율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항상 상관과 선배의 판단이 옳을 수는 없다. 위가 아래를 틀어쥐는 전근대적 조직 문화가 막중한 검찰권 행사에 관한 개별 검사들의 창의적 발상을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검찰이 사회를 뒤흔드는 중요 수사에 나설 때마다 각종 음모론이 돌곤 한다. 전국 검사 2000명이 검찰총장 한 명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검찰 수뇌부가 일선 검찰이 보고한 기업과 정치인들에 관한 각종 첩보와 정보를 캐비닛에 쌓아놓고 정치권 돌아가는 사정과 사회 분위기에 따라 수사 착수 시기와 범위를 조정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검찰의 이런 ‘기획 조정 수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과 조율해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다수 국민의 상식이다. 해임은 검사에게 사실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검사의 파면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 형 신고 시’에만 가능하다. 그동안 뇌물수수나 직권남용으로 해임된 사례는 있었으나 후배에 대한 폭언·폭행이 이유가 된 것은 처음이다. 대검이 해임을 결정한 것은 전근대적 상명하복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본다. 하지만 그 이유뿐만일까. 홍만표·진경준·우병우로 이어지는 검찰의 추문 릴레이가 없었다면, 과연 해임까지 이르렀을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폭언 폭행으로 후배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정식 수사에 착수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검찰총장이 공식 사과를 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여러 정황이 검찰 조치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정병하 감찰본부장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내에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함은 타당하다. 그러나 반쪽짜리 해법일 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검찰에는 갖가지 비리가 잇따랐다. 그때마다 기강 확립 같은 이야기를 꺼냈으나 달라진 건 없다. 문제는 문화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검찰과 같이 비뚤어진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조직은 법과 제도로 규제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 홍만표·진경준·우병우 사건의 재발을 막는 길도 다르지 않다. 검찰 개혁은 검찰을 위해서도 좋다. 그런 상황에서도 검찰 내부로부터 조직을 위기에서 구하고자 하는 용기 있는 목소리 한마디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검사 동일체 원칙’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검찰의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조직 문화는 이제 불태워버릴 때가 됐다.
[칼럼]사드불만 어느나라 사람인가?
[칼럼]사드불만 어느나라 사람인가?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 및 공론화를 요구했다. 사드 문제에 침묵해 왔던 문 전 대표는 국방부의 사드 입지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내놨다. 문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핵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득보다는 실이 더 커 보인다”고 했다. 또 사드 배치는 국회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현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다. 그가 사드 반대 쪽에 가세함으로써 국론 분열 양상은 더욱 격화될 공산이 커졌다. 찬반이 혼재한 더민주당 내부 기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로 북핵 제재 국면에서 중국과의 공조를 무너뜨리고 중국의 보복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정부 역시 고민했던 문제다. 앞으로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그런 ‘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우리가 사드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안보 현실은 도외시하고 있다. 최근 무수단 미사일 고각 발사 실험 성공으로 한·미 전력은 북한의 스커드·노동 미사일뿐만 아니라 중거리 탄도미사일 위협에도 노출된 상황이다. 최대 마하 5~11 속도로 떨어지는 노동·무수단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 체계는 현재로선 사드가 유일하다. 야권 일각이 주장하는 ‘사드 무용론’이 진짜라면 중국·북한이 반발할 리도 없다. 문 전 대표는 그러면서 북핵 미사일에 군사적으로 대비하는 데 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부지를 제공하고 주한 미국 방위비 분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문 전 대표의 주장도 사실과 차이가 있다. 부지는 기존 공군기지이고 장비 자체가 미군이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부담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우리가 내는 주한 미군 주둔 분담금은 2018까지 매년 4%씩 인상 상한선이 정해져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한국의 최근 조치는 양국 신뢰의 기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왕 부장은 “한국 측이 우리 사이의 식지 않은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것인지 들어보려고 한다”며 실상 사드 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사드 배치 결정 후 첫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이 한국의 안보 주권을 무시하고 고압적으로 나온 것은 심각한 외교 무례에 해당한다. 왕 부장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착선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2년 만에 북-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쌍무관계 발전 문제는 토의’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서해에서 중국이 항공기 41대를 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것은 ‘한국의 사드 기지를 최우선적으로 무력화하는 연습’이라는 보도도 있다. 중국은 탐지거리가 5500Km로 한반도를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는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마시일 부대는 주한미군 기지 등을 정조준한다. 도광양회(빛을 가리고 은밀히 힘을 키움) 단계를 벗어난 중국의 군사굴기에 대해 한국이 아무 말을 않는데도 중국이 방어 수단인 사드에 시비를 거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보다 탐지거리가 훨씬 긴 사드 레이더가 일본에 배치될 때도 중국은 침묵한 바 있다. 한국에선 전직 국무총리와 외교 통일부 장관에다 “안보는 보수”라던 국민의당까지 나서 사드 배치를 성토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북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속수무책 지켜보고만 있으라는 것인가! 일본, 베트남은 중국과 분쟁이 생겼을 때 온국민이 하나가 돼 맞섰다. 안보를 놓고도 자중지란에 빠진 한국을 보고 중국이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을까.
[칼럼]국민 생명 위협하는 디젤차
[칼럼]국민 생명 위협하는 디젤차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국내 시판 중인 디젤차 19종이 인체에 해로운 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규정보다 1.6~20.8배 초과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제작사들이 실험실 인증 기준만 만족시켰을 뿐, 실제 주행 조건에서는 질소산화물을 펑펑 뿜는 디젤차를 팔아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밝혀진 것이다.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 배기 장치를 조작한 폴크스바겐과 닛산에는 끝까지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디젤차 사기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들에게 디젤차를 선택하도록 부추겨온 정부 정책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디젤차 소유주들은 2010년부터 ‘클린차’라는 이유로 한 해 10만~30만원대 환경개선부담금까지 면제받아왔다. 이 때문에 국내 신차 판매의 절반 이상이 디젤차이고 지난 10년간 디젤차는 55% 급증해 878만대에 이른다. 이렇게 늘어난 디젤차들이 내뿜는 배기가스는 국민 건강에 피해를 주고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기오염에 따른 국내 사망자는 10만명당 24명으로 주요 12국 가운데 중국 다음으로 많다. 정부가 자동차가 일으키는 대기오염을 막는 데 쏟아부은 돈은 2005~2014년 2조 8000억원에 달했고, 2015년부터 10년간 3조 7000억원을 더 쓸 예정이다. 정부 정책이 디젤차 소유주들의 이익은 키우면서 그에 따른 비용은 사회 전체에 부담 지우는 상황이다. 뒤늦게야 환경부는 내년부터 수도권에서 2005년 이전 등록된 노후 디젤차(중량 2.5t이상) 40만대의 서울 진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단편적인 대책을 갖고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다. ‘클린 디젤’의 환상이 깨진 지금 필요한 것은 디젤차를 줄여가기 위한 종합적인 마스터 플랜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수도권에서 운행되는 10년 이상 노후 디젤차의 배출가스가 기준치를 넘으면 의무적으로 저감장치를 달도록 강제해야 한다. 불응하면 높은 과태료를 부과하고 불법 운행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이미 질소산화물을 기준치의 40배 이상 뿜어낸 사실이 확인된 폴크스바겐 차량 12만대를 회사 측이 언제 리콜할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미적대는 것도 정부가 시급히 나서 해결해야 한다. 감사원의 최근 감사 결과를 보면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달면 대기오염 물질을 1t 줄이는 데 18억원이 들지만 노후 디젤차를 폐지시키면 t당 200만원 정도면 된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저감장치 다는 것보다 오래된 차를 폐차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기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 차량을 육성할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국내 운행 중인 디젤차는 이미 전체 차량의 절반에 이른다. 작년에도 디젤차 판매가 8.6%나 급증했다. 미국과 중국의 디젤차 비중이 3%에 못 미치는 것과 대조된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메이커들은 여전히 디젤차 생산·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당장 기업 반발이 있더라도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고 연료 세율을 조정해 디젤차 생산과 판매를 억제해야 한다. 정부가 방관하는 사이 유럽 제조사들이 한국을 ‘경유차 처리시장’으로 전략싴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유차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하는 오염원이다. 서울에서 이산화질소는 서대문구, 미세먼지는 영등포구, 초미세먼지는 중구의 농도가 가장 높다. 차량 통행이 많은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지 않아도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전 국민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더 기본적인 정부 책무는 없다. 국민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 디젤차 배출가스기준을 강화하고 환경부담금이나 세금 증액 장기적으로 친환경차 개발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는 법령을 대폭 강화하고 위반 기업들엔 수입·판매 중단 등 철퇴를 가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칼럼]20대 국회 개혁의지 기대한다
[칼럼]20대 국회 개혁의지 기대한다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로마 시민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 대신 병역의 의루를 졌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봉급을 주지 않고 숙식만 해결해줬다. 시민은 전쟁에 필요한 칼 방패까지도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로마의 정치인, 즉 원로원 의원은 봉급 같은 건 받지 않았다. 오히려 퇴역하는 군인의 연금을 위해 상속세를 냈다. 정치나 전쟁은 모두의 것(공화국)을 위한 일이어서 시민이 기꺼이 무보수로 해야 할 일로 받아들였다. 독일 학자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보면 두 종류의 정치인이 등장한다. 정치를 부업으로 삼는 정치인과 주업으로 삼는 정치인이다. 전자는 대개 무보수이고 후자는 유급이다. 베버는 보수가 별 의미가 없던 부유한 명사들 중심의 정치에서 리더를 중심으로 정당 조직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로의 변화를 우려와 기대가 함께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국회의원의 겸직 허용은 ‘부업으로서의 정치’의 잔재다. 프랑스에서는 의원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을 겸하는 경우가 많고 영국의 의원도 거의 모든 직업에 겸직이 허용된다. 반면 미국은 세비의 15% 이상을 외부에서 벌 수 없고 일본은 세비의 절반 이상을 벌면 신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변호사 교수 사장 이사 등의 겸직을 아예 금지한다. 우리나라 세비는 연 1억 4000만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인당 국민소득 대비 3번째로 높다. 겸직 금지를 감안해도 높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세비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국민은 10%나 20%는 몰라도 절반 축소는 현실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박수를 보냈다. 사실 세비는 의원을 유지하는 데 드는 경비비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될 것이다. ‘반값 국회’를 만들려면 친인척까지 데려다 쓰는 보좌진을 7명에서 서너 명으로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의당으로서는 세비 절반을 내놓을지언정 정치에 매달려 먹고사는 직업 보좌관들을 줄이기는 더 어렵다. 노 원내대표가 그 일에 앞장선다면 더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남용 방지법’을 제출했다. 국회가 법으로 정해진 기간 내에 체포 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해도 그다음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 표결에 부친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후 72시간 내’에 표결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헌법은 현행법을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 동의 없이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없도록 해놓고 있다. 이 불체포특권은 과거 군사정권이 국회 위에 군림하며 억압하던 시절 의원들의 활동을 보호하고자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시대착오적 특권으로 악용되고 있다. 19대 국회만 해도 정부가 낸 체포 동의안 11건 가운데 4건이 가결되고 2건은 정부가 철회했으나 나머지 5건은 부결되거나 페기됐다. 뇌물 수수나 횡령 같은 파렴치한 짓을 저질러도 여야가 함께 ‘동료 의원’이라면서 담합하면 버젓이 현역 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2013년 내란 음모 혐의를 받던 당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같은 사람마저 이 특권 위에 숨어 연명을 시도한 일도 있었다. 여야는 불체포특권을 없애겠다고 여러 번 국민 앞에 약속했다. 18대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모두 공약했고 이후 법안도 여러 차례 제출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법안을 앞으로 제쳐놓고 국민 관심이 사그라들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국회의원들에게 부여된 특권·특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무슨 말을 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특권’을 포함해 손봐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불체포 방지법을 처리하는 이 한 가지를 보고 국민은 20대 국회의 변화 의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여야는 또다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칼럼]노동자 나라의 기둥 보호하자
[칼럼]노동자 나라의 기둥 보호하자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노동은 주로 ‘고된 일’ ‘지루함’ 등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역사적으로 노동이 항상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건강한 상태에서 노동 후에 갖는 휴식’을 가장 큰 감각적 즐거움이라고 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젊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밭에 나가서 땀을 흘리며 노동하는 것’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18세기 유럽의 변방이었던 독일의 칸트와 괴테가 이처럼 노동을 목가적으로 예찬하는 사이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난 영국의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노동의 우울한 미래를 예언했다. 즉 사회적 분업을 통해 노동생산력은 증가할 수 있겠지만 노동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습관을 잊어버리고 어리석고 무지하게 변해갈 것이라고 봤다. 흔히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자비심보다 이기심을 강조한 고전파 경제학 시조로만 알려진 스미스는 자본주의 분업이 몰고 올 ‘두 얼굴’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스미스가 의문을 제기했던 효율성과 노동의 존엄이라는 상반된 가치는 지금까지도 자본주의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노동에 대한 연구도 노동사회학, 노동경제학, 노사관계학, 노동법학, 인사노무 등으로 분업화됐지만 단 한번도 통합된 학문으로서의 ‘노동학’은 존재한 적이 없다. 이 점에서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가 ‘제1회 노동학 콜로키움’에서 ‘노동학’을 독립학문으로 제안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연구소 조대엽 소장은 “분업의 가속화, 신자유주의 확대, 자동화기술로 인간을 위한 노동은 위협받고 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파편화된 연구로는 현대사회가 직면한 중층적 노동문제를 풀 수 없다”며 경쟁이 아닌 협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구축을 위해 융합학·공공학·미래학으로서 노동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대 청년노동자가 안전교육 없이 방사선 비파괴검사 현장에 투입돼 방사선에 피폭되는 피해를 입었는데도 업체에서 열흘이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피해 노동자는 입사한 지 한 달도 안된 20대인데다 2인1조 안전작업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하철 2호선 스크린도어 산재사망 사고를 연상시킨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 결과 피해 노동자는 지난해 12월 경기 평택시 공사현장에 투입되면서 필수 장비인 방사선측정기도 지급받지 못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해 설비의 균열을 점검하는 위험작업을 하면서 안전관리 규정이 제대로 지켜진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피해 노동자가 방사선 피폭으로 붉은 반점이 나타났는데도 회사 측은 열흘씩이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감독기관에 신고도 안 했다는 점이다. 발주처나 원청이 하청업체에 위험작업을 저가에 떠넘기고 하도급업체는 한 푼이라도 이익을 남기기 위해 안전교육이나 안전설비 없이 노동자들을 위험작업에 투입하면서 요행수만 바라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4명이 사망한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 폭발사고도 마찬가지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지하에서 고압의 LP가스통을 이용해 용접작업을 했는데도 원청인 포스코는 물론 하도급업체도 아무런 안전교육을 하지 않았고 환풍기·가스경보기 등 기본적인 안전설비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도 속수무책이다. 원청업체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감독관의 눈을 속일 수 있고 몇천만원 벌금만 내면 그만인 상황에서 근로감독관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국회에는 기업살인법 수준은 아니지만 산재 사망 시 원·하청업주에게 동일하게 최고 징역 7년의 형사책임을 묻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정부·여당은 ‘파견법 통과 없이 다른 노동법도 안된다’고 고집부리지 말고 우선 이 법안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
[칼럼]여고생 농락한 스쿨 폴리스
[칼럼]여고생 농락한 스쿨 폴리스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여고생들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학교 폭력 예방 차원에서 파견된 학교전담경찰이 담당 학교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할 학교전담경찰이 지위를 악용해 파렴치한 행각을 벌인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더욱 큰 문제는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직 경찰서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건을 폭로하자 가해 경찰이 근무했던 일선 경찰과 부산지방경찰청, 경찰청 등은 ‘SNS를 보고서야 알았다’ ‘사표 낸 뒤에야 알았다’ ‘계장까지만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가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경찰의 주장이 ‘사실 아님’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즉 지난 5월9일 피해 여고생을 상담한 청소년보호기관이 부산경찰청에 연제경찰서 소속 경찰의 비위 사실을 신고했다. 전화를 받은 부산경찰청 담당직원(경위)은 ‘성범죄가 아닌 품위 위반의 문제’라며 신고 전화를 연제경찰서로 넘겼다. 경찰청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찰청은 지난 6월1일 ‘학교전담경찰과 여고생의 부적절한 성관계’ 첩보를 입수, 부산경찰청에 사실 여부를 물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부산경찰청은 “그런 사실로 의원면직한 직원이 있다”고 대답했다. 한마디로 애초에 ‘사건을 몰랐다’고 강변한 경찰청과 부산경찰청, 일선 경찰서 모두 거짓말 퍼레이드에 가세한 것이다. 처음부터 이 사건을 ‘성폭력이 아닌 성관계이며, 따라서 성범죄가 아닌 품위의 문제’로 넘기려던 경찰의 안이한 대처도 도마에 올라야 한다. 상담을 빌미로 미성숙한 청소년을 농락한 경찰의 행위를 그저 ‘품위 위반’쯤으로 치부한다는 것인가. 그 과정에서 가해 경찰관들은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슬그머니 사표를 냈으며 퇴직금까지 수령해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뒤늦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식 조사로 넘기려 해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학교전담경찰의 여학생 성폭행 사실을 서장이나 경찰청장이 몰랐다는 주장을 누가 믿겠는가. 경찰이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면 그토록 주장하는 수사권 독립은 언감생심임을 알아야 한다. 경찰 조직이 이렇게 자기들 치부를 감추려고만 들면 경찰관들의 일탈을 막을 수 없다. 그러면 국민 외면을 받는 조직이 되고 결국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도 없게 된다. 범죄 혐의가 짙은 사건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직무 유기로 처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에는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13세 이상과의 성관계는 돈이 개입됐거나 강제성이 있는 경우만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러나 두 여고생 중 하나는 경찰관과의 일 때문에 자살시도까지 했다고 한다. 경찰이 위력을 이용했거나 모종의 약점을 잡아 원하지 않는 관계를 강제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 철면피 경찰관들을 엄벌하고 이런 일을 숨기려 했던 책임자들도 문책해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화장실 여성 살인 사건,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 등으로 딸아이를 둔 집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젠 경찰관들이 보호 대상인 아이들을 농락하는 것까지 보게 되니 이 나라 여성들은 누굴 믿어야 하나 하는 한숨밖에 안 나온다. 경찰은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등 ‘4대 악’을 척결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시책에 따라 열심히 뛰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 그 이면에서 학생들을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배치한 스쿨폴리스가 오히려 학생들을 성범죄의 희생자로 만들었다. 학부모들이 믿고 자식을 맡긴 경찰관의 ‘인면수심’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사직한 경찰관에게 여죄는 없는지 재조사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물론 퇴직금도 회수해야 한다. 다른 학교 스쿨폴리스에 유사한 범죄가 있는지도 차제에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칼럼]국민의당 정당개혁 사활 질타
[칼럼]국민의당 정당개혁 사활 질타
[선데이뉴스=나경태 칼럼]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4·13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의 책임을 지고 동반사퇴했다. 국민의당이 출범 5개월여 만에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3당 모두 비상체제를 맞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제 세 당이 어떻게 뼈를 깎아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느냐에 내년 대선의 명문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일어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표직 사퇴를 밝혔다. ‘책임 정치’를 강조하는 발언이지만 실체적 책임은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러나 국민의당 오너로서 그의 책임은 적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리베이트와 회계부정 의혹으로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왕주형 사무부총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을 때 안 전 대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했다. 대표를 속이는 ‘측근’을 둔 것도 그의 책임이고, 추상같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것도 그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이다.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38석의 의석에 26.7%의 정당지지율을 얻은 것은 이제는 식상한 표현이지만 ‘새 정치’ 덕분이었다. ‘낡은 정치, 기득권, 부패 척결’을 내건 창당 발기문이나 “부패 관련자는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던 안 전 대표의 주장을 믿고 표를 주었던 유권자를 속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3당이 된 위 국민의당이 보인 모습 또한 기존 정당과 다를 바 없었다. 왕 사무부총장이 구속된 이후에도 최고위와 의원총회에서 당헌 당규를 들먹이며 당 자원의 조치를 미적대고 안 전 대표의 사퇴마저 만류했다. 당 전체가 집단적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비리로 실형을 살았고 숱한 비리 혐의에 연루돼 수사와 재판을 받았던 박지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자진 탈당을 거부했다는 박선숙, 김수민 의원도 유권자가 정당을 보고 표를 준 비례대표인 만큼 의원직을 움켜쥐고 있을 자격이 없다.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순교자 같은 발언을 하며 자진 사퇴를 택한 것은 자신의 대권 가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계산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패와 비리에 취약한 당 체질로는 대권의 꿈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안 전 대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영국인들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접고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한 데는 2009년 폭로된 ‘영국 의회 지출 사건’의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할 것 없이 가족을 의원실에 고용하거나 공금을 생활비로 유용한 사실 등이 드러나 집권 노동당 100명, 보수당 35명의 현역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도 2016년 정권이 바뀌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국민의당은 과거 ‘관행’으로 넘어갔던 일도 더는 용납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리베이트 사건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법적 판단이 마무리되지 않은 사안을 당 대표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인사의 개인 비리를 넘어 당차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는 일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이제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 없는 안철수당’이라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을 특정인 중심의 사당에서 탈피해 시스템 중심의 공당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당내 민주주의 정착시켜 지속가능한 정당을 기약해야 한다. 리베이트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가혹하다고 여겨질 만큼의 조치가 필요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안 전 대표는 공천 신청조차 하지 않은 김수민 의원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정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기 바란다. 치열한 당내 개혁, 정치 개혁이 없는 정당은 국민의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칼럼]메피아 낙하산 인사 사고
[칼럼]메피아 낙하산 인사 사고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 안전분야 외주를 직영체제로 전환하고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 척결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구의역 사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3년 새 세번째 같은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내놓은 대책이다. 시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는 당연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조직·인력만 늘리는 것으로는 비효율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좀 더 근본적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서울시가 산하 공기업에 보내는 상층 낙하산 구조를 먼저 깨야 한다. 그래야 메트로 출신이 하청업체에 내려앉는 메피아도 근절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서울메트로, 5~8호선은 도시철도공사가 담당한다. 두 공기업은 지난해 4138억원 적자를 냈고, 부채는 4조4402억원에 이른다. 경영 합리화를 위해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두 공기업을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하철 공기업의 비효율은 적자와 부채를 늘리고, 요금 인상 등 시민 부담으로 귀결된다. 조직 개편이나 업무 재조정 등으로 조직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고, 위험의 외주화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메피아는 서울메트로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구의역 사고 희생자가 다녔던 은성PSD는 메트로 출신 직원을 정규직으로 우선 고용하고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외부위탁 협약을 메트로와 맺고 있었다. 메트로는 경영 합리화를 꾀한다며 직원을 줄였는데, 감축된 인력을 하청업체로 보내면서 비효율을 가중시켰다. 메트로는 위험뿐 아니라 경영 비효율마저 외주화한 셈이다. 메트로 사장과 감사, 이사 등 상당수 고위직은 서울시가 내려보낸 비전문가였다. 낙하산 출신 메트로 고위직으로서는 하청업체에 낙하산을 보내는 것에 둔감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는 메트로 퇴직자 채용 의무화 등 특혜성 계약조건을 모두 삭제해 메피아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메피아 위에 있는 서울시 낙하산부터 없애는 게 올바른 순서다. 서울시 낙하산은 이명박 전 시장 때 본격화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거쳐 현 박 시장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공무원노조는 3급 이상 고위직 낙하산만 30명 안팎이라고 전했다. 구의역 사고 책임을 물어 경영지원본부장과 기술본부장 등 임원 2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5명은 직위해제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몇 명 사표를 받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서울메트로는 이번 사고 발생 직후 사고 원인을 개인 과실로 몰아가려 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메트로가 용역 회사를 자사 출신 퇴직자들의 은퇴용 자리로 활용해왔다는 점이다. 서울메트로가 퇴직자들을 대거 내려보내는 바람에 용역 회사는 기술자들에겐 박봉을 줄 수밖에 없었고 2인 1조 근무원칙마저 지키지 못했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들이 거래 회사들을 착취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비리를 파악해 사고를 막아야 할 최종 책임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사고 사흘 후에야 현장을 방문해 “경영 효율을 이유로 얼마나 많은 청년이 저임금 비정규직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지, 우리가 그 실태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두려움이 앞선다”고 했다. 마치 남의 일 얘기하듯 논평한 것이다. 박 시장은 4월 총선 이후 부쩍 대권 행보로 해석할 만한 모습을 보였다. 13일에는 광주에서 “역사의 부름 앞에 더 이상은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다”고 했다. 이어 25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퇴임 후 정부직 활동을 제한한 유엔 결의안 정신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다음 날엔 서울에 ‘노무현 루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박 시장의 대권의 꿈을 키우고 싶다면 서울 시장부터 꼼꼼히 살펴야 한다. 대권 행보에 몰두하면 시장직을 내놓고 하라는 말이 곧 터져 나올 것이다.
[칼럼]정진석 원내대표 민심 받들어라
[칼럼]정진석 원내대표 민심 받들어라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영국 신사 같다’는 말은 매너가 좋다는 의미도 있지만 옷을 잘 입는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영국 신사의 의복 철학은 검소하고 평범해 ‘남의 눈을 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특정 목적을 위한 옷을 입을 땐 반드시 격식을 갖춰야 한다. 영국에서는 사교클럽이나 고급 식당에 초대받았을 경우 어떤 복장을 해야 하는지부터 파악한다. 어느 골프장은 붉은색 상의를 입어야 라운딩이 가능하다. 이런 규칙을 따르는 건 구속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요, 배려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인도를 방문해 주요 행사에 참석할 때 인도의 국기색인 주황색 흰색 녹색의 한복을 입었다. 2013년과 2015년 중국 방문에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황금빛의 한복이나 재킷을 주로 입었다. 과거 황금색은 황제만 입을 수 있어 일반인은 피했다지만 어쨌든 상대 국민에 대한 배려다. 최근 이란 방문 때도 이란 국기의 3색인 초록색 흰색 붉은색 계통의 옷을 갖춰 입었다. 루사리 착용 외에 색으로도 이란 국민에게 다가간 것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가 그제 국민의당 지도부를 예방할 때 ‘잘 보이려고’ 국민의당 상징색인 녹색 넥타이를 맨 것은 괜찮은 센스다. 그러고 보니 전날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땐 당의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격식을 잘 안다는 얘기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예방한 사진을 보니 국민의당 예방과 같은 날이어선지 녹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어제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날 땐 노란색 넥타이였다. 우 원내대표를 생각해 일부러 김대중 전 대통령이 좋아하던 색을 택했다지만 더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을 맸다면 더 어울렸을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 천장 중앙에는 365개의 전등이 달려 있다. 1년 365일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다. 무작정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제대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첫걸음은 여야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정치다. 이젠 동물국회도 식물국회도 아닌 합리적 이성의 국회를 만들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정진석 대표는 20대 국회 새누리당 당선인 122명 중 119명이 참석한 가운데 3일 열린 경선에서 69표를 얻어 43표를 얻은 나경원 의원을 제쳤다. 정 당선인은 20대 국회 첫 1년 동안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 원내 사령탑을 맡는다. 그와 러닝메이트로 나선 김광림 의원이 정책위의장을 맡게 됐다.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여파로 최고위원회가 붕괴했고 이를 대체할 비상대책위마저 당내 이견으로 아직 꾸리지 못했다. 이렇다 할 대선 주자마저 없어진 데 따른 암울한 분위기가 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집권당이 이렇게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당청 관계를 새로 정립하고 거야를 상대해 국회를 원만하게 운영해가야 하는 책무를 맡게 됐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3년여 내내 대통령의 하명에 따라 움직이는 '하청 정당'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대통령의 '배신자' 한마디에 원내대표가 그만두기까지 했다. 청와대의 도를 넘는 일방주의와 여기에 복종하는 여당의 모습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매를 든 것이 이번 총선 결과로 이어졌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나가되 당이 실질적으로 국회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단호하게 청와대에 '노(No)'를 해야 한다. 내년 12월의 대통령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20대 국회 첫 1년간의 실적에 박근혜 정부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소야대의 달라진 현실에서 정 원내대표는 당장 민생경제의 어려움부터 해결하는 데 야권의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 두 야당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당정청 조율시 역할을 해야 할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책무가 무겁다.
여야 3당 ‘공존의 정치’바란다.
여야 3당 ‘공존의 정치’바란다.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1시간 20여분간 만나 여와 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여러 협의체를 만들어 국정 현안을 풀어나가기로 합의했다. 대통령과 3당 대표 간 회동을 분기별로 정례화하기로 했다. 또 경제부총리와 정책위 의장들이 참여한느 ‘민생 경제 현안 점검회의’도 조속히 열기로 했다. 이것도 일이 있을 때마다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한다. 대통령은 안보 상황에 대한 정보도 야당들에 더 많이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문제는 대통령이 국론분열을 피하는 선에서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을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했다. 이견만 확인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노동 4법 통과를 요청하자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살인 가습기’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자 야당들은 국회가 정부 등을 상대로 따지는 청문회여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특위 활동기간 연장, 어버이연합 사건에 대한 수사, 누리과정 예산 부담 배분에 대해서도 서로 입장만 얘기하고 끝났다. 답답한 대목도 없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치인·관료 낙하산 인사 금지법 제정 문제에 대해 “내가 낙하산 인사를 할 것처럼 보도가 나오는데 그런 생각이 없다”며 정치인들이라고 해서 기회 자체가 봉쇄되어선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법안도 대중심리에 편승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의식도 안이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도 대통령 혼자 아니라고 하는 상황이 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협치를 정착시키려면 대통령이 더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과 야당, 여와 야의 생각이 모든 분야에서 같을 수는 없다. 전부 아니면 전무가 아니라 60~70% 정도에서 타협하는 것이 정치의 본래 모습이자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여당 참패, 3당 체제 출현으로 끝난 총선 민의도 대통령과 친박들의 일방주의에 대한 심판이자 타협 정치에 대한 주문이었다. 대통령과 여야가 만나 여러 이견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도 합의하고, 땅에 철주라도 박은 듯했던 대통령이 이만큼이라도 움직인 것은 일단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야당과의 약속일 뿐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만약 이 약속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정은 표류하게 될 것이고 국민들도 아예 기대를 접게 될 것이다. 야당은 19대 국회 내내 법안 발목 잡기, 장외 정치로 일관했다. 총선에서 이겼다고 해서 국민들로부터 이런 것들까지 사면받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무엇보다 지금 이 나라는 경제적으로 전방위적 난관에 봉착해 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이나 노동 개혁만이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 산업도 나오지 않고 일자리가 나날이 줄어들어 청년 실업률이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이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자기 일이라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그러지 않아도 침체하고 있는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급속도로 식어갈 것이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선거에서 의석을 얻은 만큼 경제 살리기에 대한 책임도 무거워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날 어렵게 첫발을 뗀 ‘협치’가 결국 ‘경제 회생’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열린 마음을 갖고 야당·시민과 대화하는 일은 국가를 위해서는 물론 대통령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 경청하고 소통할수록 레임덕(권력누수)이 멀어지고, 폭주하려 할수록 레임덕은 가까워진다. 앞으로는 대통령과 야당이 개별 현안에서도 생산적 해법을 도출해냄으로써 국민이 ‘달라진 정치’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번 회동이 ‘공존의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