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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칼럼]대선 댓글공작 특검
[나경택 칼럼]대선 댓글공작 특검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이 다시 시작됐다.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드루킹 사건 특검의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히자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특검 도입의 불가피성을 밝힌 의원들의 휴대전화에는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의 문자메시지가 쇄도하곤 했다. 밤낮없이 밀려드는 문자폭탄 때문에 휴대전화를 켜둘 수가 없었다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온갖 조건을 붙인 특검 수용안을 내면서도 “지지자들의 반대 여론을 고려하면 제 정치생명도 위태로울 수 있다”고 했다. 이 정도면 정치적 의사 전달이 아닌 정치테러 수준이다. 문자폭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일부 국회의원의 휴대전화 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되며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초기엔 국민의 새로운 의사표현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했지만 요즘은 문 대통령에게 걸림돌이 된다 싶으면 당과 계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해코지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드루킹이 음지에서 댓글 여론을 조작해 정국에 영향을 끼쳤다면 이들은 백주 대낮에 정치인들을 겁박해 정상적인 여론 형성과 의사 결정을 왜곡시킨다. 이렇게 된 데는 현 여권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문자폭탄과 댓글의 덕을 톡톡히 본 민주당 의원들은 문자폭탄 세력에 대해서는 너도나도 쉬쉬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오히려 문자폭탄의 어감이 부정적이라며 ‘문자행동’이라고 바꿔 부르자는 제안까지 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누구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할 자유가 있다. 문제메시지도 그 표현 수단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공격해야 할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올리고 수십 수백 명이 한꺼번에 비방 문자를 보내는 것은 분명한 폭력이다. 정상적인 의견 표출을 봉쇄하고, 사람의 인격까지 훼손한다. 드루킹 일당이 대선 7개월 전인 2016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댓글 공작’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9만여건의 기사 목록을 경찰이 확보했다. 목록은 드루킹 측근의 집에서 나온 USB(이동식 저장장치)에 담겨 있었다. 이 중 7만 1000건은 대선 이후인 지난해 5월 22일부터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1만 9000여건은 그 전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작업이 시작된 시점은 박근혜 퇴진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고개를 들던 때다. 이들은 매크로 작업을 쉽게 하려고 대선 전에 이미 서버까지 구축했다고 한다. 올 1월 17~18일 이틀간은 기사 676건에 달린 댓글 2만여건에 210만회 부정 클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 기간 중 수만건의 기사에 매크로를 사용한 여론 조작이 이뤄졌다고 한다면 그 규모는 엄청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실제 드루킹 일당이 대선의 주요 고비마다 조직적으로 일부 기사와 댓글에 손을 댄 흔적이 나왔다. 드루킹은 경찰에 체포되기 전 소셜미디어에 ‘대선 댓글 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라고 쓰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권은 지지자들의 자발적 선플 운동이라며 대선과 관계없다고 한다. 경찰은 드루킹이 주도한 모임인 ‘경공모’ 회원 200여명이 2016년 11월 민주당 김경수 의원을 위해 후원금 2700만원을 모금한 자료도 찾았다고 한다. 김 의원의 정치 후원금 모금 내역을 보면 그해 10월 700여만원에서 11월 5100여만원으로 급증했다가 12월 300여만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돼 있다. 경공모 돈이 실제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데도 김 의원은 드루킹과의 관계에 대해 처음엔 여러 지지자 중 한 명이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또 보좌관이 드루킹 돈 500만원을 ‘인사 청탁 편의를 봐달라’며 받았는데도 몰랐다고 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뒤 아무 걸릴게 없다는 듯 말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김 의원 해명과 다른 사실들이 양파 껍질 까듯 나오고 있다!
[나경택 칼럼]교육부 입시 정책 졸속행정
[나경택 칼럼]교육부 입시 정책 졸속행정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조선시대에는 부처마다 장관 격인 판서, 차관인 참판, 차관보 격인 참의가 있었다. 참의는 논의에는 참여했지만 찬성·반대는 말하지 않았다. 참판은 ‘어떤 정책이 좋겠다’는 의견은 내되 책임지지 않았다. 판서는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졌다. 판서가 제일 높은 자리였던 것은 한마디로 결정하고 책임졌기 때문이다. 세종이 명군으로 추앙받는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은 삼가면서 신하들이 판단할 수 있게 했다. 판서를 포함한 신하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들의 결정을 밀어줬다. 이런 군주 밑에서 황희 같은 정승이 나올 수 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장관이 판서 역할을 하라는 자리다. 부처를 총괄하며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책임진다. 어떤 정책을 시작할지 그만둘지, 확대할지 축소할지 결정한다. 장관은 영예로운 자리다. 국가가 장관에게 힘을 부여하는 건 그가 매 순간 결정을 해야 하는 중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100% 찬성하는 정책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김학렬 경제기획원 장관은 불도저같은 성격이었다. 경제 수치를 훤히 꿰며 업무가 미진한 후배들을 소나기 욕설로 몰아쳤다. “안 되면 빠져 죽자”고 했다. 책임지겠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포항제철 건설 등을 주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 민관식 문교부 장관은 굵직굵직한 교육정책을 발표하며 지금의 학교 체계를 잡았다. 거센 찬반 논란을 뚫고 책임을 졌다. 이 시절엔 장관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았다. 언제부턴가 장관 존재가 희미해졌다. 장관들이 청와대 비서 아래 직급이 됐다는 인상이 짙다. 민감한 정책 결정은 미루고, 잭임은 아래로 옆으로 떠넘긴다. 정부 개헌안을 청와대 수석이 발표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도 법무부 장관이 입을 닫고 조용히 있다. 장관 자리가 조선시대 참의보다 못한 실무자급으로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장관이 스스로 책무를 반납한 결과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100개 넘는 입시 제도안을 던져놓고 ‘전문가들이 결정해달라’고 했다. 국민 참여 숙의제를 거치기 위해서라고 둘러대지만 실은 욕먹고 책임지기 싫어서라는 걸 세상이 안다. 결정과 책임을 피하고 권세만 누린다면 장관 자리는 얼마나 편하고 쉬운 자리인가! 편하고 월급 많은 ‘신의 직장’이 있다고 하는데 김 장관 식이라면 그 최고가 바로 한국 장관 자리가 아닌가 한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를 골자로 한 개편을 추진하다 거센 반발에 부닥쳐 ‘1년 유예’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제대로 정책을 내놓기는커녕 경우의 수만 늘려 학생들과 부모들을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도대체 주무부처로서 무얼 하다가 자문기구에 책임을 미루는지 알 수가 없다. 보수, 진보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이유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부조직법상 국가 교육정책은 마땅히 교육부가 중심이 돼 수립, 추진해야 함에도 이송된 내용이 사실상 관련 의견을 정리, 나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절대평가 확대, 수시 정시 통합 등은 교육 주체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다.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정책 수립 단계부터 소통을 통한 합의를 이끌어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책무가 있는데 이를 회피한 것은 직무 유기다! 연초의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논란에서 최근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정시 확대’ 파문 등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태다. 이번 사안에도 수능 강화와 무력화가 상충되는 모형부터 예전 학력고사와 비슷한 ‘원점수제’까지 포함됐다. 도무지 어떻게 하자는 건지 알 수 없다. 한때는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더니 이번엔 여론 입맛대로 따르겠다니 오락가락 행보가 도를 넘어섰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에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 될까 우려된다. 무능과 무책임으로 교육정책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된 교육부, 그 존재 이유를 묻고 싶다.
[나경택 칼럼]세월호 참사 정치쟁점
[나경택 칼럼]세월호 참사 정치쟁점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4년이 된다. 시간이 지났지만 아픔과 슬픔은 유족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 가슴속에 아직도 남아 있다. 어린 학생들 죽음을 통해 안전 문제에 대해 각성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이 나라가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해경을 해제했다 부활시키고, 국민안전처라는 기관을 만들었다 없앤 거 외에 뭐가 달라졌나. 그 뒤로도 병원, 지하철, 요양원, 버스터미널, 낚싯배, 공연장 등등에서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사고 때마다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설마’ 증후군, 관련 기관들의 무능이 판박이처럼 드러나고 있다. 그때마다 희생자 유족들은 “세월호 때와 뭐가 달라졌느냐”며 울부짖었다. 세월호 이후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인명 사고가 어느 정도 숫자가 넘으면 무조건 ‘정치화’ 되는 이상 현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여행객들이 해난 사고를 당한 일을 정치 문제로 만들어 지금까지 우려먹는 정권은 그 무채 의식 때문에 낚싯배 사고에 대통령과 국무위원이 묵념하는 과잉 쇼까지 벌였다. 그나마 이제 묵념 쇼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 대통령이 탄핵된 날 세월호 현장에 가서 방명록에 ‘고맙다’고 썼다. 참혹한 사고 희생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세월호 4년. 별이 된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달라지게 했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생명을 우선하는 가치로 여기게 됐고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게 됐다”고 했지만 우리 사회가 실제 바뀌었는지, 안전 사회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뭐 하나라도 제대로 된 조치를 내놓고 실천한 것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문 대통령은 “촛불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다짐도 세월호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대통령 잘못으로 세월호 희생자를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왜 취임 후 일어난 많은 떼죽음 사건의 희생자들을 구하지 못했나. 말도 안 되는 억지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 현 정권은 세월호를 사고 4년이 지난 지금도 붙들고 있다. 3년여 동안 각종 조사와 수사, 재판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2기 특조위’가 시작됐다. 이미 경검 수사, 국정조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1기 특조위 조사 등 네 차례 조사가 있었다. 이와는 별개로 선체 조사와 미수습자 수습, 선체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도 활동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선 이제는 괴담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조차 민망한 ‘잠수함 충돌설’까지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 세금으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좌파 운동가들에게 자리와 월급을 주기 위한 용도로 변질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세월호가 남긴 과제, ‘안전한 대한민국’의 염원은 과연 이뤄지고 있는가! 기억과 다짐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지난해 말 15명이 숨진 영흥도 해상 선박충돌 사고, 29명이 사망한 제천 화재, 끊이지 않는 건설현장 안전사고에서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확인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아이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죽음을 바라보며 생명의 존엄함을 되새겨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생명과 안전이 가장 고귀한 기본권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책무는 살아남은 우리에게 있다. 제55회 법의 날 행사에서 1기 세월호특별조사위원장 출신인 이석태 변호사가 국민훈장을 받는다. 앞서 대한변협은 하청우 전 변협 회장을 1순위로, 이 변호사를 3순위로 법무부에 추천했지만 법무부가 3순위인 이 변호사를 1순위로 바꿔 국무회의에 올렸고 국무회의에서 법무부안대로 통과시켰다. 그동안 변협 회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기 후 국민훈장을 받아왔다. 지난 20년간 법무부 심사에서 탈락해 훈장을 못 받은 변협회장이 한 명도 없었는데 정권 바뀌니 이런 관례도 깨졌다.
[나경택 칼럼]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는가
[나경택 칼럼]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는가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한국GM 노사가 법정관리 신청 기한인 23일 임·단협 잠정안에 합의했다. 정부 지원의 전제조건 중 하나였던 노사합의안이 도출돼 한국GM이 법정관리로 가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협의안을 들여다보면 한국GM 문제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노사 간 핵심 쟁점이었던 군산공장 폐쇄 이후 희망퇴직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잔존 인력에 대한 처리 방안도 명확하지가 않다. 희망퇴직을 추가로 받기로 했지만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인력에 대한 처리는 그때 가서 보자는 식이다. 인건비를 추가로 줄이기로 했지만 이미 합의한 임금 동결 등을 제외하고는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줄일지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GM 본사는 부평공장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창원공장에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신차로 배정하기로 했지만 물량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가동률이 떨어지는 부평2공장에 대해서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차후에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곳곳에 불씨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라도 노사가 합의했다면 정부와 KIDB산업은행은 존중해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원금 5000억원을 들인다면 관련 직원과 협력회사 등 15만명이나 되는 사업장의 일시적 붕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연쇄도산과 대량실업,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지는 파국만큼은 피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산은은 GM과 협상을 벌여 정부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GM은 세계 곳곳에서 철수 협상을 벌인 경험이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현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것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일정을 모를 리 없다. 군산공장 폐쇄를 우리와 단 한번의 협상도 없이 갑자기 발표한 뒤 한국에 와서 여야 원내대표 등 정치인들을 가장 먼저 만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GM을 상대로 2대 주주인 산은은 최소한 10년간은 한국 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확약을 받아낼 것이라고 한다. 그런 확실한 보장 없이 5000억원이나 되는 세금을 추가 투입하고, 부평공장을 세금을 감면해주는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주는 혜택은 곤란하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는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과 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한국GM의 노동생산성이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GM 공장 폐쇄 문제는 언제 터져도 또 터진다. 당장 급한 불은 끈다고 하지만 더 과감한 구조조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한국 GM도, 근로자도, 협력업체도 모두 오래갈 수 있다. 노조의 ‘벼랑 끝 전술’에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또 흔들렸다. 노사협상이 GM 본사가 정했던 사한을 넘기자 곧바로 정부가 개입한 것부터 문제였다. 미국 출장 중인 경제부총리가 국내에 있는 장관들과 전화회의까지 열어 협상 시한을 사흘 연장시켰다. 벼랑 끝까지 버티면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노조의 예상대로였다. STX조선 사태와 똑같다. 한국GM과 STX조선을 보면 이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은 두 가지다. 노조 뜻대로 해주고, 그 뒷감당은 국민 세금 퍼부어서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태도도 석연치 않다. 정부는 그동안 GM 구조조정의 3대 원칙으로 대주주 책임,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를 거론하며 GM에 대한 실시보고서를 전제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입장을 바꿔 계속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며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하면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환부를 도려내야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이 순간만 지나면 된다’는 식이다. 한국민 세금 내놓으라는 GM과 노조는 목청도 크고 실력 행사까지 한다. 그런데 세금 내는 국민은 자기 돈이 부실기업 노조원들 월급으로 없어져도 방관한다. 국민은 ‘봉’ 신세를 면할 수 없고 제대로 된 구조조정은 공염불일 뿐이다!
[나경택 칼럼]성주 사드시위 폭력
[나경택 칼럼]성주 사드시위 폭력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1943년 겨울 베를린 거리에서 대대적 유대인 검거 작전이 펼쳐졌다. 비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혼혈 유대인 남자들이 검거 대상이었다. 이들은 게슈타포 본부 부근 유치장에 갇혔다. 사라진 아들과 남편을 구하러 행동에 나선 것은 아내와 어머니 등 여성들이었다. 6000명 넘게 불어난 여성 시위대가 유치장에 몰려가 갇힌 이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시위라곤 해본 적 없는 여성들 외침에 나치도 당황했다. 그들로선 처음 겪는 여성들 시위였다. 이들의 외침에 붙잡혀 간 사람도 용기를 얻어 유치장에서 저항을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죽음 직전에 벗어났다. 그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로젠슈타라세’다. 유치장 있던 거리 이름을 땄다. 사회 약자들의 자발적 결속과 조용한 분노가 때론 야만과 폭력을 잠재우는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경북 성주에서 열린 사드 반대 시위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위대 맨 앞줄에는 노인과 여성들이 배치돼 있었다. 150명 시위대는 비닐 끈, 밧줄로 몸을 묶는 ‘연대 표시’로도 모자랐는지 알루미늄봉을 용접해 그물망 같은 것을 만들었다. 노인과 여성들은 그 안에 들어가 목만 내민 채 앉아 있었다. 흡사 인신을 구속하는 형틀 같아 보이는 녹색 그물망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시위대 중 주민은 많아야 20~30명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외부 시위꾼들이다. 이들은 집회가 있을 때 버스 타고 몰려들었다 연기처럼 빠져나간다. 경찰에 따르면 재작년 성주에서 황교안 총리가 차 안에 갇혔을 때 “불 질러라. 뜨거우면 나오겠지” 선동한 것도 이들이라고 한다. 땡볕 내리쬐던 작년 7월에도, 찬 바람 불던 작년 11월에도 시위대의 앞줄에서 할머니들이 팻말을 들고 연좌농성을 했다. 전쟁 때 힘없는 사람을 앞세워 총알받이로 쓰는 걸 ‘인간 방패’라고 한다. 몇 해 전 급진 이슬람단체 IS가 수백명을 인간 방패로 세워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다.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때도 포로와 난민을 총알받이로 썼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교활하고 비겁한 폭력이다. 성주의 사드 반대 시위에서 강자는 시위대, 약자는 경찰이다. 국방부가 주한미군 성주 사드 기지 공사를 위해 건설 자재와 장비를 반입하려 했지만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의 시위에 막혀 실패했다. 경찰 4000여명이 투입했지만 시위대 150여명을 해산시키지 못했다. 시위대는 ‘미군은 떠나라’ ‘미군 위한 공사 중단’ ‘미군 출입 금지’ 등의 피켓을 들었다. 시위대 중 민노총·전농소속의 전문 시위꾼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이런 단체와 협상을 한다는 자체가 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정부는 반대 단체들에 새 장비와 자재는 들이지 않을 테니 기지에서 녹슬어가는 기존 장비만이라도 반출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시위대가 이를 허가했다고 한다. 지금 사드 기지엔 한·미 장병 400명이 주둔하고 있는데 창고나 복도에 야전침대를 깔고 임시 숙영을 하는 실정이다. 끼니는 전투식량으로 때운다. 부족한 화장실 문제도 심각하다. 주요 군수품은 헬리콥터로 공급받는다. 이미 가동되고 있는 사드 배치 자체를 뒤집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미군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고 사드 운용을 최대한 방해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발사대 등장미를 올려놓는 패드 보강과 기지 내 도로 포장 등 기지 구축 공사는 아직 갈 길이 먼데 시위대에 진입로를 뺏겨 진척이 없다. 2차 공여자를 포함한 70만㎡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도 지지부진하다. 얼마 되지 않는 불법 시위대에 식사 화장실 등 기초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장병들의 실태를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 특히 미군 가족과 관계자들이 본다면 어떤 심정일까! 한국 정부가 사드 운용에 적극 협력해서 한국민과 동맹국 장병의 안전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그런 나라에 안보 우산을 펼쳐주는 것이 마땅한지 회의하게 될 것이다.
[나경택 칼럼]제주 4·3의 특별법
[나경택 칼럼]제주 4·3의 특별법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공자가 제자 자로로부터 “선생님에게 정치를 맡긴다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름을 바로 세울 것이다.” 제자들이 실망하자 부연 설명했다. “명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말이 서지 않고, 말이 서지 않는다면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나 악도 일어나지 않으며, 예와 악이 일어나지 않으면 모든 형벌이 통하지 않으며, 모든 형벌이 통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다.” 사건·사물의 성격 규정을 바로해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고, 국민들이 따르는 정치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이처럼 이름이 중요하기에 한국의 근현대사에서도 정명을 얻으려는 노력이 끊이지 않았다. 동학농민운동은 동학난과 동학혁명을 거쳐 1990년대부터 동학농민운동으로 불린다. 동학이라는 종교집단의 반란쯤으로 치부되었다가 연구에 의해 외세에 맞선 반봉건 민중항쟁의 성격이 조명되면서 100년만에 정명을 얻었다. 5·18 민주항쟁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아무런 가치가 부여되지 않은 ‘5·18’ 또는 ‘광주사태’로 불리다 30여년 만에 불의한 신군부에 맞서 싸운 민주항쟁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제주 4·3에는 제대로 된 이름이 없다. 제주 인구의 10%가 희생된 이 참극은 여전히 4·3 ‘사건’이나 ‘사태’일 뿐이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제주 4·3 특별법도 성격 규명은 미룬 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의 희생당한 사건’으로 무미건조하게 정의한다. 4·3이 제 이름을 얻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념적 접근 때문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 폭력에 대한 사과를 계기로 4·3은 진상규명과 희생자·유족들의 명예회복 방식으로 해결되어가는 듯했다. 그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보수단체들이 4·3을 다시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라고 주장하면서 꼬였다. 4·3은 7년 넘게 이어진 데다 한 동네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나온 경우다. 누구는 정의로 부르고, 누구는 불의라고 하는 상태에서는 하나의 이름을 가질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4·3 사건 70주년을 맞아 제주 평화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 권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고 했다. 4·3 사건 희생자는 노무현 정부 때 신고 된 숫자만 5만 4000명이다. 군경이 대한민국에 반란을 일으킨 남로당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사과는 현대사의 비극을 매듭 짓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추모사에서도 막대한 피해자를 낳은 4·3 사건을 일으킨 남로당과 배후 세력인 북한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 세계 어느 나라든 무장 반란이 일어나면 군과 경찰이 진압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이 사실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진압이 지나쳐 관계없는 민간인이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은 4·3 당시 전사한 군인과 경찰, 사복청년단 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주최한 ‘4·3 70주년 특별전’은 남로당 폭동을 ‘무장봉기 항쟁’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의원 60명이 발의한 4·3 특별법 개정안엔 ‘4·3 위원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이 포함됐다. 위원회 결정으로 인정된 4·3 사건의 진실을 부정·왜곡하여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이게 민주화 투쟁했다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나경택 칼럼]수사권 쟁탈전
[나경택 칼럼]수사권 쟁탈전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0월 국회 검경 수사권 조정 공청회 때 일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전·현직 경찰관 4500명으로 회의장 주변이 북새통을 이뤘다. “국회 공청회에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처음”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들의 집단행동에 놀라 경찰 수뇌부에 자제를 요청한 사람이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2011년 6월 국회 공청회에는 2000여명의 현직 경찰관이 몰렸다. 경찰관을 옹호하는 발언에는 환호를, 검찰을 옹호하는 발언에는 야유를 퍼부었다. 당시 경찰 수뇌부는 수사권 독립을 반대하는 신문 필자들에게 항의성 댓글을 올리라고 전국 경찰에 지침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한 여경 간부가 검사에게 경찰에 나와서 조사받으라면서,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경찰청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한 것이 이 무렵이었다. 경찰이 이번에는 야당과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을 ‘미친개’에 비유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경찰 내부망이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는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라고 찍힌 피켓 사진을 찍은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 지구대에는 “돼지 눈으로 보면 세상이 돼지로 보인다”며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이번 사태도 한 커풀 벗겨보면 결국 수사권 독립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과거 수사권 문제로 검경 갈등을 빚을 때 늘 과격한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고, 경찰 수뇌부들도 언제나 그를 정면에 내세웠다. 그런 그가 야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들에 대한 수사 착수 직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민주당 예비 후보를 2차례 만나서 경찰 수사권 독립을 협의했다는 것은 의혹을 살 만하다. 야당의 공격에 그는 “모욕감으로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고 했지만, 사람은 무릇 스스로를 욕되게 한 후 남에게 모욕을 받는 법이다. 야당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이나 막말에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상명하복이 철저하고 집단행동이 금지된 경찰이 야당 의원의 발언에 말꼬리를 잡고 조직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욕설과 조롱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 국민은 경찰을 개, 제1야당을 돼지로 둘 만큼 후진적이지 않다. 경찰이 목을 매는 수사권 문제는 절차를 지키면서 풀어야지 집단행동이나 기싸움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폐지하고 경찰이 자체 판단으로 무혐의 처분 등을 할 수 있는 수사종결권도 갖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조정안에는 검찰이 경찰 송치사건에 대해선 보완수사 요청만 할 수 있고, 검찰이 동일 사건을 다룰 경우 먼저 수사한 쪽에 우선권을 준다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이 그간 권력에 영합하는 수사를 하고 그 대가로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형집행권 등 세계 어느 검찰도 갖지 못한 무소불위 권한을 누려온 게 사실이다. 검찰을 더 이상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신설 논의엔 그런 배경이 있다. 그런데 그 결과가 경찰을 검찰 못지않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만드는 것이 된다면 곤란하다. 경찰도 정권 충견처럼 행동하고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무시해온 전력이 있다. 최근 검찰이 야당 울산시장 후보측을 압수수색하면서 선거 개입 의혹을 받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예다. 2016년 경찰의 인지 수사 사건 120만건 가운데 나중에 무혐의로 끝난 경우가 17만건이다. 17만명의 죄 없는 사람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는 뜻이다. 검경의 권한 쟁탈전 틈바구니에서 무고한 피해자가 숟하게 나올 수 있다. 수사는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책무이지 무슨 권력이나 권한 같은 것이 아니다.
[나경택 칼럼]정치개혁 우려된다
[나경택 칼럼]정치개혁 우려된다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청와대는 정부 형태 설명을 끝으로 대통령 개헌안의 전체 모순이 드러났다. 권력구조는 대통령 4년 연임제로 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토지 공개념을 선명히 규정하고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도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대통령 4년 연임제는 그 자체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강화나 약화라고 할 수 없다. 어떤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냐가 중요하다. 개헌안은 대통령이 상징적인 국가원수 지위를 내려놓고, 특별 사면 시 사면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감사위원 9명 중 3명만 독자적으로 임명하고, 법률안 발의 시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고, 국회 동의 대상 조약의 범위를 확대하고,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도록 했다. 대통령 권한이 줄어드는 것은 틀림없지만 대통령을 제왕으로 만드는 핵심권력을 건드렸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권에서 대통령 권력 분산 논의의 핵심은 국회에 국무총리 추천권이나 선출권을 주느냐에 있었다. 청와대는 그것은 변형된 의원내각제로 대통령제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 대신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에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뺐다. 이 문구가 삭제되면 국무총리가 자기 책임으로 행정각부를 통할할 수 있지만 대통령에게 국무총리 임명원이 있는 이상 대통령의 명을 따르지 않는 국무총리는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위해서는 최소한 장관의 임명동의권을 국회에 주고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에 관한 국회의 임명동의 조항을 신설해야 하는데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제에서만 해도 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주요 고위 공직자는 모두 상원 인준을 거치도록 돼 있다. 청와대는 국회에 개헌안을 송부하면서 비로소 개헌안 전문을 공개했다. 그런데 전문을 모두 읽어보면 청와대가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데도 의도적으로 뺐다는 의혹이 드는 부분들이 있다. 대법관추천위원회의 경우 기존 대법관추천위와 완전히 달라져 대통령이 지명하는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 법관회의가 선출하는 3명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나온다. 그동안 대법관 추천에 개입할 수 없었던 대통령과 법관회의가 대법관 추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통령이 추천도 임명도 하는 구조에서 대법원의 독립성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인 ‘조국의 평화적 통일’도 ‘조국의 평화 통일’로 바꿨다. 평화는 평화적보다 협소한 개념이다. 선거연령을 18세 이상으로 하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그 동안 법률로 정해온 선거연령을 왜 갑자기 헌법으로 격상해서 정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개헌안은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 명칭부터 바꾸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적합한 조직을 굿성할 수 있도록 자주권을 부여했다. 아울러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자치재정권도 확대했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 권력의 분점과 분산을 골간으로 한다. 그러나 20년 넘게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는 허울뿐이었다는 게 부인하지 못한 현실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인 재정구조는 진정한 자치분권을 실천하기 요원하다는 점에서 ‘2할 자치’란 말도 나온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의 공동화는 갈수록 심화돼 향후 30년 내 전국 348개 읍·면·동 중 40% 가량인 1383개가 소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청와대가 야당의 ‘쪼개기 공개 비판’에도 연일 개헌안 발표를 강행하는 것은 대통령 발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하지만 야당이 개헌에 무대책이라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내용이 좋다라도 야당이 반대하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나경택 칼럼]청년 일자리 특단 대책
[나경택 칼럼]청년 일자리 특단 대책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정부가 청년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취업자 간 소득격차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에코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는 향후 3~4년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정부의 목표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지원금을 지급해 대기업과의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중소기업 취업자들이 5년간 일했을 때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통해 3000만원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중소·중견기업의 신규고용에 대해 지원금도 늘리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중소기업 취업청년의 연간 실질소득을 1000만원 이상 끌어올리면 대기업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취업자도 늘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가 이를 위해 추가경쟁예산까지 각오하는 만큼 대규모 세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 청년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 5년간 10조원이 넘는 예산을 청년일자리에 쏟아부었으나 청년실업률은 계속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치솟았고 체감실업률은 22.7%에 달했다. 정부는 에코세대의 급증이라는 이유를 들며 중소기업 취업청년들에게 4년간 극단적인 ‘지원금 살포’에 나설 채비다. 그러나 정작 지원금이 끊긴 뒤의 대책에는 입을 닫고 있다. 발등의 불을 끄기도 급하다는 것이다. 장기대책은 ‘그때 가서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청년일자리를 늘린다며 도입한 청년 인턴제가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 ‘희망 고문’에 그친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세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정책이 이어졌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공무원을 늘린다고 했지만 청년 실업률은 외환 위기 이후 최악 수준을 맴돌고 있다. 지난해 11조원 세금을 써서 늘린 일자리의 절반은 ‘60대 임시직 아르바이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메워주겠다는데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신청률은 50%를 맴돌고 있다. 올해 고용 예산도 19조원이나 편성했지만 2월 취업자 증가폭은 8년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 세금 수십조원이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고용사정은 나아간 것이 없다. 국민 혈세가 증발한 것이고 헛돈을 쓴 것이다. 그런데도 또 세금을 쓰겠다고 한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죄다 3~5년 한시 지원책이다. 현금 지원도 각종 혜택도 대부분 3년짜리로 책정했다. 그 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정원 임기 동안 선심 쓰고 뒷감당은 다음 정부로 떠넘기게 된다. 애당초 세금 퍼붓기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정책이다. 머지않아 세수 호황이 끝나고 재정이 바닥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안그래도 이 정부의 큰 씀씀이가 재정 적자를 가속화시킨다는 우려가 많았다. 지금 추세라면 2060년 나랏빚이 당초 전망보다 무려 3400조원이나 많아진다.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기의 원조인 그리스는 국가 파산 위기를 겪었다. 정부는 대·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청년 실업의 본질이라고 한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해 일자리난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옳은 진단이다. 그러나 한시적으로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5년 전 일본의 실업율은 한국보다 높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일자리 풍년을 구가하고 있다. 규제를 풀고 친기업 정책을 편 덕분이다. 모든 선진국이 이렇게 하고 있다. 한국 정부만 세금 퍼주기 정책에 집착하며 엉뚱한 길을 달리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중소기업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 건실한 중소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세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것의 몇 배 몇 십 배 효과가 나타난다. 핵심은 노동개혁과 규제 완화다.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 자연히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중소기업 취업도 늘어난다. 여기에 규제 완화까지 나오면 새 비즈니스가 솟아난다.
[나경택 칼럼]한·일관계 지혜롭게 대처하자
[나경택 칼럼]한·일관계 지혜롭게 대처하자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한·일 위안부 합의 전말을 검토한 태스크포스(TF)의 발표에 대한 일본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아베 신조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조정한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합의 이행이 암초에 걸린 가운데 이러한 시기에 방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일 관계가 ‘관리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고노 다로 외무상의 위협적 발언도 과도해 보인다. 일본의 우려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표된 것은 2015년 한·일 정무 간 합의과정을 검증한 것뿐이다. 당시 합의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문을 통해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한 것이 합의의 파기나 재협상으로 읽힐 소지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역사문제와 한·일관계 정상화를 별도로 추진하겠다는 ‘투트랙’ 입장을 재확인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의 반발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아베 정권이 2014년 ‘고노 담화’를 재검증하면서 담화의 취지를 훼손한 일이다.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광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군의 관여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것이 고노 담화다. 아베 총리는 집권 이전부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해왔고, 고노 담화 수저을 공언했다. 급기야 집권 뒤인 2014년 2월 팀을 꾸려 검증작업을 했다. 그해 6월에 나온 보고서는 “담화 내용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21쪽 별첨자료를 통해 담화를 사실상 부정했다. 외교채널 간 교섭과정을 한국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공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고노 담화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한·일 간 정치적 흥정의 산물인 듯한 이미지를 덧씌워놨다. 마음껏 훼손한 뒤에야 담화를 계승한다는 ‘눈 가리고 아웅’식 태도를 보였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불가역적’이란 비외교적 표현이 들어가는 등 문제도 있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분명히 진일보한 측면도 있다. 비공개 협의 내용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외교 교섭에서 비공개 부분이 있는 경우는 흔하다. 비공개 합의 내용을 거부한다면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해외 소녀상 건립을 지원하고 성노예란 표현을 공식화할 것인가. 정부는 이 질문에도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먼저 나쁜 선례를 만들었지만 외교 교섭 과정을 뒤늦게 공개하고 심지어 비공개 약속까지뒤집는 것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볼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단은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되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한·일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드러내놓고 친중반일 성향을 보여왔다. 대통령 후보 시절 “친일 청산으로 주류·기득권 세력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아베 일본 총리는 “합의는 1mm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재협상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일본의 혐한 분위기는 통제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우리를 지원할 미군 자산의 상당수가 일본에 배치돼 있다. 일본이 자국이 공격받을 것을 각오해야 이 자산의 한반도 투입이 이뤄질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뭔가 당장 북한 동태파악에 유용한 한·일 정보보호협정도 제대로 작동될지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국의 강력한 종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핵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선 한·미·일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미국은 한·일 간 분란을 절대 바라지 않는다. 위안부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한·미 동맹 문제로 이어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