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332건 ]
[선데이뉴스 나경택 칼럼]]관피아 철밥통 엄벌하라
[선데이뉴스 나경택 칼럼]]관피아 철밥통 엄벌하라
마피아는 원래 19세기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을 주름잡던 산적 조직, 범죄 집단이었다. 오늘날에는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 러시아, 인도, 그리스 등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기업형 범죄 조직을 일컫는다. 최근 이런 마피아가 한국 사회에 득실거리고 있으니 과감하게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관료 마피아(관피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관피아는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주요 요인의 하나로 지적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모피아’만 있었다. 옛 재무부나 재정경제부 출신 관료가 산하기관을 장악하고 막강한 힘과 연대를 과시하는 것을 빗대어 부른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힘깨나 쓰는 모든 정부부처나 기관의 이름에 ‘마피아’를 붙여 만든 신조어가 난무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직접 연관된 ‘해피아(해수부)’를 비롯해 ‘산피아(산업부)’, ‘국피아(국토부)’, ‘교피아(교육부)’, ‘금피아(금융위 · 금감원)’ 등이 그것이다. 이런저런 마피아를 통틀어 ‘관피아’라고 부른다. 관피아가 한국 사회에 자리잡은 지는 오래됐다. 인사 적체가 심한 정부기관은 산하기관에 자리를 만들어 퇴직 관료를 내려보내고, 산하기관은 퇴직 관료를 받아 로비스트로 쓰기 위해 등장한 것이 관피아다. 정부기관과 산하기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인 것이다. 물론 퇴직 관료 개개인이 애초부터 ‘마피아 기질’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직자로서 수십년간 국가 발전을 위해 일하면서 뛰어난 능력을 기른 사람도 많을 것이다. 문제는 개인적인 자질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일단 마피아 같은 조직에 들어가면 빛을 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피아는 이처럼 정부기관과 산하기관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며 암묵적으로 동의한 데서 비롯됐다. 관피아는 정작 중시해야 할 국민은 제외하고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퇴직관료가 관피아에 가담하는 방식은 주로 전관예우 차원의 낙하산 인사를 통해 이뤄진다.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산하기관의 장부터 고위직 관료를 낙하산 인사로 임명하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해양수산부와 산하단체, 해운업계가 유착고리로 얽혀 있음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안전행정부는 7월부터 퇴직 공직자가 퇴직 전 5년간 몸담았던 부처의 업무와 연관된 조합이나 협회에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게 한 ‘공직자 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17조는 ‘영리기업’에만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조합과 협회 취업에도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조치로 퇴직 관료들이 ‘낙하산 인사’로 재취업하는 관행이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공무원들은 개정안의 내용을 무력화시킬 온갖 편법과 경력세탁 등 우회로를 만들어 자리 보전에 나설 공산이 크다. 거의 모든 정부 부처에서 전관예우를 통해 자신의 배를 채우는 부패 문화가 퍼져 있는 상황에서 공직자윤리법은 무력하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0년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취업 승인 신청 1108건 중 7%인 78건에 대해서만 취업을 제한했다. 규제나 인허가 관련 사업이 많은 부처일수록 민간 재취업이 활발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고유 권한인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통해 인허가권을 장악하면서 규제를 양산하는 관료 권력부터 손을 봐야 한다. 관료들의 저항이 거셀 것이다. 그러나 관피아 척결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해경 동영상에 담긴 승무원 탈출 시작 시간은 9시 35분경이다. 승무원들이 선실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갑판으로 나와 구조되는 동안 아무 구호조치를 하지 못한 것에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을 노릇이지만 배 안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해경의 초등 대처도 그에 못지않은 허점과 아쉬움 투성이임을 동영상은 말해주고 있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 나경택칼럼]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선데이뉴스 나경택칼럼]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세월호 희생자들의 시신 확인은 천막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거기서 부모가 이 시신이 자기 자식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거기가 지옥이다. 지옥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비와 어미의 발걸음을 내가 걷는다고 상상한다. 생각만으로 몸서리가 쳐진다. 그 천막 속에는 끝없는 암흑이 있다. 그 무서운 어둠 속에 영혼을 잃은 자식이 누워 있다. 사랑이 빛을 잃고 절망으로 바뀌어 거기에 누워 있다. 단테는 지옥문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고 했다. ‘고통의 도시로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 영원한 비통으로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 길 잃은 이들에게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 … 나는 영원할지니. 내가 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지옥문으로 들어서는 아비 어미는 모든 희망을 버렸다. ‘내게 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는 것은 희망을 버리면 지금 이곳이 바로 지옥이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비 어미에게 지금 이 세상 모든 것이 지옥이다. 숨 쉬는 것, 먹는 것이 지옥이다. 숨 쉬는 것, 먹는 것이 지옥이다. 천안함 희생자 유족들은 “그래도 먹고 있는 내 모습이 저주스러웠다.”고 했다. 천막 속에서 아비 어미는 목놓아 운다. 그 울음을 들은 사람들은 “어떤 곳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라고 한다. 울음이 아니라 절규다. 희망을 버리고 지옥문 앞에 선 아비 어미가 애타게 신(神)을 붙잡는 소리다. 인간이 절망의 벼랑에서 신을 찾을 때 내는 소리는 비명이다. 천막 속 비명이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다. 온 세상의 아비 어미 모두가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족들이 있는 강당 앞에는 시신 인상착의를 알리는 대형 스크린이 있다. ‘여성, 키 168, 윗니 금보철, 오른 귀 피어싱, 2009. 8. 15라고 적힌 목걸이….’ 한 어머니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걸음을 떼지 못한다. 발만 구른다. “어떻게 해, 어떻게 봐.” 다른 가족이 부축해 지옥문과도 같은 천막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끔찍한 일이 100번을 넘겼다. ‘내 새끼 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생각하려 해도… 엄마는… 하늘나라에서도 행복해야 해. 꼭 또 만나자.’ 한 어머니가 쓴 쪽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1948년 건국 이래 세월호는 비극성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고다. 사망자 수로 보면 삼풍백화점(501명)이 최악이다. 배 사고도 1950~70년대 300명 이상 사망한 사례들이 있다. 그럼에도 세월호가 가장 비극적인 건 ‘고등학생들’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학생이 이렇게 오랫동안 바다에 잠겨 있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충격이다. 이런 비극성이 진도를 삼키고 있다. 팽목항에서 가장 처절한 소리는 자식의 시신을 맞이하는 엄마의 통곡이다. 이곳에서 가장 처연한 모습은 어느 엄마다. 바다를 바라보고 하염없이 바위처럼 앉아 있다. 외신기자가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이 사진은 세계인에게 세월호의 어처구니없는 비극성을 전할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를 죽이는 기성세대…. 진도 체육관에서 가장 잔인한 물건은 시신 설명서다. 사고가 나면 사람이 죽는다. 그러나 어른과 아이는 다르다. 아이들은 약하고 순진하다. 그래서 공동체가 특별히 배려해야 한다. 같은 배라도 수학여행단이 타면 조금이라도 달라야 한다. 한 번 더 검사하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몰아야 한다. 평상시엔 안 했어도 ‘학생이니까’ 하고 대처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같은 리조트도 학생들이 오면 한 번 더 챙겨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우리 사회의 허점들을 스스로 고치고 보완할 능력이 있는지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앞으로도 자연재해이건 인적 사고이건 예측하기 힘든 시기에 예측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언제나 재앙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재해 · 사고가 국가와 국민에게 최소한의 피해만 끼치고 수습될 수 있게 하려면 평소 감춰져 있던 안전 취약 요인들을 하루빨리 드러내 꾸준히 수술해둬야 한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 나경택 칼럼]아동학대 어른들이 부끄럽다
[선데이뉴스 나경택 칼럼]아동학대 어른들이 부끄럽다
이 땅의 어른들에게 참으로 부끄럽고 죄스럽다. 지난해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1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칠곡 사건’의 계모 임모씨에게 징역 10년, ‘울산 사건’의 계모 박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해도 어린 영혼들은 살아 돌아올 수 없다. 국민의 공분은 당연하나 그것으로 끝나선 안되는 이유다. 이제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한 때다. 칠곡 사건과 울산 사건의 주범은 계모들이다. 그러나 아동학대 문제를 ‘나쁜 새엄마들’의 문제로 환원하는 일은 온당하지 않다. 칠곡 사건 당시 계모는 8살 된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12살 난 피해자의 언니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하고 죄를 뒤집어씌웠다. 끔찍하고 잔혹한 범죄행위의 뒤편에는 공범들이 있었다. 친아버지는 계모의 학대를 방치했고, 학교와 아동보호기관은 무기력했다. 아이는 이 세상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폭력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었다. 아이가 사망한 뒤 검찰과 경찰의 수사 역시 부실투성이였다. 12살 소녀가 어린 동생을 죽였다는, 일반인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받아들였다.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드러나기는 했으나 피해자의 언니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다. 내구지법은 “아동 학대는 성장기 아동에게 정신적 · 신체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그 상처는 성장한 뒤 인격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울산지법도 “피고인은 훈육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스트레스와 울분을 풀기 위해 아이를 폭행했고 반성의 기미도 없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형은 10년, 15년을 선고하는데 그쳤다. 우리 사회에선 부모가 자녀를 때리는 것을 양육방법의 하나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왔다. 법원이 아동 학대 가해자에게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데는 이런 사회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동 학대를 보는 국민의 눈은 확 달라졌다. 어린아이를 무참하게 때려 죽게 한 칠곡과 울산 사건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그 잔혹성에 분노했다. 어린아이들이 겪었을 고통과 공포심에 모두가 치를 떨었다. 아이들은 어른의 폭력에 저항할 힘도 없고 폭력을 줄이기 위해 협상할 능력도 없다. 어른의 폭력성은 해가 갈수록 난폭해지고 있고, 그때마다 아이들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한국의 아동학대는 심각한 상황이다. 2009년 9309건이던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1만 3706건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실제 사례가 신고 건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한 국회와 정부도 지난해 울산 사건 이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부모의 친권을 박탈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에 아동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부모에게 최대 4년까지 친권을 정지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과 제도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작동케 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법과 제도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모든 어른들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아이는 존중받아야 할 독립적 인격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체벌은 폭력일 뿐 교육이 아니다. 최근 ‘황제 노역’ 사건도 법조인들이 육법전서만 들여다보고 일당 5억원이라는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려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특권 의식 속에 국민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판검사들은 구름 속에서 내려와야 한다. 아동학대가 더 이상 집안일이 아니라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확산되는 것이 시급하듯, 법조계도 국민의 법감정을 제대로 알고 공감할 필요가 있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 =나경택 칼럼] 한국 법치의 일당 5억 회장님
[선데이뉴스 =나경택 칼럼] 한국 법치의 일당 5억 회장님
[선데이뉴스 =나경택 칼럼] 한국 법치의 일당 5억 회장님 검찰이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 논란을 야기한 허재호 전 대우그룹회장의 벌금형 노역장(환형유치)을 중단시켰다. 해외로 도피했던 허 전 회장이 귀국해 노역장에 유치된 지 닷새 만이다. 5일 동안 허 전 회장이 실제 일한 시간은 10시간 남짓이라고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쉬고, 월요일은 건강검진 받고, 수요일엔 검찰에 불려갔다. 그 사이 벌금 25억원이 탕감됐다. 수사 과정에서 하루 구금돼 깎인 5억원을 합치면 탕감액수는 30억원에 이른다. 황당한 노역형이 중단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한국 법치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이번 파동은 남은 벌금을 받아낸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형사사법의 공정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절실하다.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킨 황제 노역 파동은 법원과 검찰의 합작품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1016억원을 구형하면서 이례적으로 ‘벌금형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1 · 2심에서 잇따라 집행유예가 선고됐는데도 항소 · 상고하지 않았다. 법원은 1심에서 하루치 노역을 2억 5000만원으로 정하더니 2심에선 두 배로 올렸다. 허 전 회장 귀국으로 여론이 악화한 뒤에야 법원은 유감을 표명하고 환형유치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검찰 역시 뒤늦게 노역을 취소하고 재산 환수에 나섰다. 하지만 벌금을 강제집행할 단서가 있었다면 왜 곧바로 노역장에 유치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노역 중단 과정에서 관할 검찰청의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소집하지 않는 등 절차적 문제까지 불거졌다. 검찰과 법원은 아직도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구치소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역은 원래 벌금을 낼 형편이 못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제도다. 노역자들 대다수는 수백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으나 경제적 능력이 없어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허 전 회장처럼 벌금을 수백억원씩 선고받은 기업인들이 벌금을 내지 않고 노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허 전 회장은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다음 날 뉴질랜드로 나간 뒤 현지 카지노 귀빈실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허 전 회장이 새로 구입한 요트를 다룰 선장을 뽑는 구인 광고를 현지 신문에 냈다거나 그가 지분을 가진 건설업체가 뉴질랜드에서 아파트 분양 사업을 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벌금을 낼 만한 개인 재산이 어딘가에 넉넉하게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허 전 회장이 벌금 납부를 피하려고 일부러 노역을 택했다면 그는 노역 제도를 숨겨놓은 재산을 지키는 수단으로 악용한 꼴이다. 설사 허 전 회장 재판에 지역 인사들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증 요법에 치우친 미봉책만으로 법원 · 검찰에 대한 불신을 걷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판사나 검사가 “고향 경제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지역 정서에 매몰되다보면 사회 전체의 정의와 상치되는 판단이 나올 위험성이 상존한다. 항소심 재판장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29년간 재직한 향판이다. 허 전 회장의 부친도 향판을 지내 구형과 선고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향판은 대다수 판사가 서울 근무를 희망할 때 지방에서 일하려는 사람을 비려하는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시작돼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공식화했다. 그러나 향판은 토착 세력과 유착될 가능성이 높다. 2011년 선재성 부장판사 파문, 올해 2월 서남대 설립자 보석 허가 파문은 향판이 빚은 폐해다. 형법은 벌금대신 노역을 시킬 수 있는 기간을 최장 3년으로 정했을 뿐 노역기간이나 일당을 얼마로 할지는 법관 재량에 맡겨놓고 있다. 대법원은 벌금이 얼마 안 되는 액수이거나 당사자가 가난한 경우 노역 일당을 지금보다 높여 노역 일수를 줄이고, 벌금이 고액이거나 경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겐 일당을 상당 수준 낮춰 노역 일수를 늘리는 식으로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 칼럼]재벌 총수의 연봉 한숨짓는 서민
[선데이뉴스 칼럼]재벌 총수의 연봉 한숨짓는 서민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재벌 총수의 연봉 한숨짓는 서민 대기업 임직원들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곳곳에서 ‘억’ 소리가 나온다. 삼성 현대 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에서 일하는 등기 임원들의 개별 연봉이 처음 공개됐다. SK 최태원 회장이 30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140억원, 구본무 LG 회장이 43억 8000만원을 받았다. 이번 연봉 공개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해 국회에서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민간기업의 개인 연봉을 공개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 아니냐는 의문이 사회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주주들은 자신을 대리해 회사를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실적에 맞는 연봉을 받는지 알 권리가 있다. CEO가 회사나 주위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원을 남용하는 도덕적 해이를 감시하기 위해서도 연봉 공개는 필요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몇몇 대기업 총수들이 연봉 공개를 앞두고 지난해 등기 이원에서 사퇴한 것은 책임경영이란 측면에서 옳은 태도가 아니다. SK 최태원, 한화 김승연, CJ 그룹 이재현 회장 등 회사에 대한 배임이나 횡령죄로 구속돼 일을 제대로 못한 대기업 총수에게 거액 연봉을 지급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공개된 등기 임원들의 연봉은 평범한 근로자들이 평생 일하더라도 만져보기 힘든 액수다. 최태원 회장의 연봉은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 평균 연봉 3700여 만원의 813배다. 전문 경영인으로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지난해 총 67억 7300만원을 받은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었다. 임원 연봉의 적정성 여부는 해당 기업의 주주와 잠재적 투자자를 포함한 시장의 평가에 의해 가려질 일이지 기업 경영과 무관한 일반인이 판단할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임원들의 보수가 적절치 않다면 누구보다도 먼저 해당 기업의 주주와 투자자들이 시정을 요구하고 압력을 가할 것이다. 개별 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는 목적은 이들이 경영 성과와 보수가 합리적으로 연동됐는지를 판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CEO의 연봉을 결정하는 주체는 이사회지만 그 이사회 멤버들은 CEO의 지명을 받은 사람들이니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천문학적 적자를 낸 기업의 CEO가 고액 연봉을 챙기는 모순이 이 구조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스위스에서는 최고경영자와 직원 간의 보수격차를 12배 이내로 강제하는 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논란 끝에 부결되긴 했지만 유럽에서도 고액 연봉에 대한 거부 정서가 적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때 알고 보니 스위스 CEO들의 연봉은 직원의 평균 148배였다. 미국에서 이 보수격차는 평균 270배다. (2012년 350개 대기업 기준) 2000년대 초반엔 360배를 넘었으나 상위 0.1%를 향한 99.9%의 분노가 분출하면서 사회 분위기가 바뀐 셈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이번에 처음 연봉이 공개돼 정확한 자료는 없다. 서울대 김병섭 교수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심리적으로 허용하는 CEO 연봉은 직원의 12.4배다. 이 눈높이에 맞추려면 연봉을 반토막, 또는 반의 반토막을 내야하는 경영자가 수두룩하다. 폴 크루그먼은 「미래를 말하다」에서 “최고경영진의 소득은 사회 분위기가 정치적 배경처럼 모호한 요소에 더 많이 좌우된다.”고 했다. CEO의 높은 보수가 능력에 대한 수요 때문이 아니라 다수의 분노가 잠잠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벌에 대한 국민의 위화감이 사회 안정을 위협하기 전에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행동을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새정치민주연합 정치 개혁하라.
[선데이뉴스]새정치민주연합 정치 개혁하라.
[선데이뉴스= 나경택칼럼]새정치민주연합 정치 개혁하라.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서울에서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 대회를 가졌다. 김한길 대표와 안 의원이 신당 창당에 합의한 지 2주 만이며, 신당을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정했으며 국회의원 126명의 민주당과 2명의 안 의원 측이 지분을 5대 5로 나눠 갖기로 했다. 지난 20년의 한국 야당파는 선거용 신당을 주기적으로 만들어온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야권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2000년 ‘새천년민주당’, 2004년 열린우리당, 2009년 대통합민주신당, 2012년 민주통합당 등 총선 · 대선 등을 코앞에 두고 신당을 만들어 왔다. 민주당과 안 의원측은 6 · 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정체 또는 급락이라는 위기에 내몰리자 선거용 정당 신장개업이라는 낡은 방식에 또다시 야권의 운명을 맡겼다. 기업가 출신인 안 의원은 한 · 미 FTA나 외교 · 안보문제, 복지 이슈 등에서 민주당과는 적잖은 견해 차이를 보여 왔다. 김한길 대표 역시 당내에선 중도적 인물로 평가된다. 양측은 이날 창당발기문에서 ‘민주적 시장경제’, ‘민생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 ‘비핵화와 평화통일 준비’ 등을 내걸었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내놓은 게 없다. 신당의 이념적 · 정치적 정체성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김한길 대표는 발기인 대화에서 “신당 합당 발기는 2019년 정권 교체로 가는 대장정의 출발 선언” 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권대에서조차 신당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까지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당이 정말 ‘선거용 시한부 정당’ 신세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국민 주류의 생각에 접근해가야 한다. 민주당은 ‘질 수 없는 선거’라던 2012년 총선 · 대선에서 패배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기초선거의 무공천이 필요한 이유를 당원들에게 설득하고 의견을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합쳐진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식으로 출범했다. 창당을 앞두고 민주당 쪽에서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좌장이 창당의 대의명분인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재고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이 합당을 선언했을 때 “환영한다.”고 밝혔던 문 의원이 이제 와서 말을 뒤집으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창당선언에서 새 정치의 기치로 ‘기초선거 무공천’ 원칙을 내세웠다. 새누리당을 ‘구태 정치’로 몰아가면서 신당은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으로 새 정치를 선보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발표한 야권 신당의 정강정책에는 기초선거 무공천 얘기가 쑥 빠졌다. 민주당 내부 인사들이나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던 기초선거 출마자들이 무공천에 반발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야권 신당의 새정치비전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김대중 정부 때 지구당을 폐지한 것 못지않게 기초선거 무공천 폐지도 개악이라는 얘기가 있었고 심지어 ‘자해성 개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같은 야권 일각의 뒤늦은 목소리에 휘둘려 새정치연합이 창당하자마자 약속을 깨는 것은 주민을 속이는 일이다. 민주당 소속으로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한 김무겸 전 의원은 “지금에 와서 무공천을 다시 뒤집는다면 국민에게 쓰레기 취급을 당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신당이 말하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신당 지지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정당이 한 번 명분을 저버리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기는 어렵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무공천 번복’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출발하는 야권 신당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향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손해를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사랑까지 경쟁시키는 세태
[선데이뉴스]사랑까지 경쟁시키는 세태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사랑까지 경쟁시키는 세태 SBS TV ‘짝’의 20대 여성 출연자가 녹화 도중 목숨을 끊은 사건은 시청률만 염두에 둔 예능 프로그램의 인격침해가 막장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 출연자는 “방송 나가면 한국에서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어머니와 통화한 뒤 촬영 공간 가운데 유일하게 카메라가 없는 화장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망 경위는 조사하고 있지만 이성에게 선택받는 과정과 그것이 공개되는 상황에 심리적 부담감이 엄청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 중에서도 짝짓기 소재는 본능과 경쟁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결정판이다. 이성을 찾는 행위는 본능에 해당하고, 상대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게임 규칙은 갈등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짝’의 과거 출연자들도 이성에게 선택받지 못할까봐 강박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상대의 마음이 변한 것을 확인한 여성이 대성통곡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방영된 적도 있다. 이번에 자살한 여성은 다른 커플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혼자 남은 캐릭터로 그려지는 데 따른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에게 선택받지 못한 고통도 큰데 이것을 TV로 공개하는 것은 더 가혹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리얼리티 프로라지만 ‘짝’은 출연자의 실제 캐릭터나 의도와는 달리 카메라워크와 편집에 의해 왜곡해 전달하기도 했다.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도 있다. 이 출연자는 “제작진이 내 눈물 기대한 것 같은데 내가 씩씩해서 당황한 눈치”라는 문자를 지인에게 남겼다. 제작진이 재미의 극대화를 위해 출연자들의 사생활과 애정 경쟁을 과도하게 노출시켰다면 방송사의 횡포다. 출연자가 중도 하차를 원했는데도 계속 출연을 강박해 인권을 침해했는지도 규명이 필요하다. 2011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과 내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 외모와 학력, 재력으로 배우자감을 평가하는 풍조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바로 그것이다. 또 ‘애정촌’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6박7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차지하도록 무한경쟁을 벌이게 하는 방식은 출연자들에게 격심한 스트레스를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젊은 남녀가 몇 년에 걸쳐 경험하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희로애락을 며칠 만에 압축적으로 겪게 했던 것이다. 이번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늘 잠복해 있었던 셈이다. 우리보다 앞서 리얼리티 프로가 유행했던 미국에서는 부작용 때문에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 2011년 미국 케이블채널 ‘브라보TV’의 ‘베벌리힐스의 주부들’에 출연한 남성은 아내를 학대하는 남편으로 묘사되자 중압감을 못 이겨 자살했다. 미혼 남녀 짝짓기로 ‘대박’을 터뜨린 프고그램은 1994년 ‘사랑의 스튜디오’였다. 선남선녀 여덟이 나와 서로를 탐색한 뒤 ‘사랑의 작대기’를 던지는 풍경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음에 둔 사람을 대놓고 말하고 선택받지 못해도 그리 실망하지 않고, 사랑을 레크리에이션처럼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는 놀랐다. 8년을 장수한 ‘사랑의 스튜디오’는 지금 짝짓기 프로그램에 비하면 매우 조신한 ‘맞선’ 프로였다. 요즘엔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거창한 문패를 달고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출연자들의 속물근성을 낱낱이 까발린다. SBS는 예정됐던 ‘짝’을 방영하지 않았다. 또 보도자료를 통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유족들과 출연자들을 위로했다지만 그런 정도로 마무리할 일이 아니다. 경찰 수사가 나오는 대로 관련자 문책과 프로그램 폐지 등을 포함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다른 방송사들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예능 프로그램 전반의 윤리적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불륜 현장을 덮쳐 배우자와 연인들이 서로 육탄전을 벌이게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다. 시청률이라는 주술에 묶여 계속 막장으로 치닫다가는 제2, 제3의 사고가 잇따를 수 있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국회의원 특권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국회의원 특권
국회의원 특권 국회의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선거만 없으면 국회의원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더라.” 어느 전직 의원은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하는 재미’를 줄줄이 꼽았다. 마음 놓고 늦잠 자기, 국회 회의 빼먹기, 회의 중 자리 뜨기, 평일 골프 · 등산 하기, 내 돈 한 푼 안들이고 일등석 타고 외국 여행가기… 그는 “당선된 이튿날 전기회사 사람, 구청 상 · 하수도 담당자들이 집에 와 ‘손볼 데 없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보험사 직원 위험도 평가에서 가장 안전한 A급으로 분류돼 제일 싼 보험료를 낸다. 자녀는 직업이 무엇이든 결혼 정보 업체에서 일등급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국회의원을 오래 할수록 낙선하면 일상생활에서 쩔쩔맨다. 전직 4선 의원은 “수행 비서와 기사 없는 게 가장 불편하다”고 했다. “비서가 차 문 열어주고, 밥값 계산하고, 은행 · 관공서 일도 해주다 뱃지 때고 나선 모두 내가 해야 한다. 지하철 표 끊고 버스삯 내는 방법도 몰랐다. 익숙해지는 데 1년이 걸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재작년 759개 직업별 만족도를 조사했다. 국회의원 30여명도 설문에 참여했다. 만족도 1위는 초등학교 교장이었고 성우 · 상담전문가 · 신부 · 작곡가가 뒤를 이었다. 국회의원은 73위였다. 의원들은 ‘직무 만족도’ 항목에선 2위였지만 전체 만족도는 73위에 그쳤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인정받느냐’를 따지는 ‘사회 기여도’에서 스스로 낮은 점수를 매겼기 때문이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얼마 전 국회의원과 일반 국민에게 설문을 돌려 ‘현재 생활에 만족하느냐’고 물었다. 의원 89%가 ‘만족하다’고 했다. ‘만족’ 응답은 여당(94.4%)이 야당(82.4%)보다, 3선 이상(91.4%)이 초 · 재선(88%)보다 높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답이지만 국회의원들이 입버릇처럼 ‘섬긴다’고 말하는 일반 국민은 ‘만족하다’가 54.9%밖에 안 된다. 국민의 입법부 신뢰도(11.8%)와 정당 신뢰도(7.4%)도 바닥이었다. 국회의원이 되면 법으로 보장받는 특권만 270가지라고 한다. 의원 한 사람이 공식 지원받는 예산이 한 해 6억원이다. 국민은 빚더미에 가위눌리고, 취업 걱정에 가슴 졸이고, 아이들 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휜다. 그런데도 국회는 세비도 마음대로 올리고, 스스로 내려놓겠다던 특권도 여전히 손에 쥐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직업이 또 어디 있을까! 국회는 민생법안 처리가 지체된 상황에서 열린 본회의였다. 하지만 의원석은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이날 아침 한중의원외교협의회와 한중의회정기교류 체제 소속 여야 의원 27명이 중국으로 출국했다. 본회의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중국 방문을 놓고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방중단장인 정몽준 의원이 ‘방중단 규모를 줄이면 어떻겠느냐” “왜 목소리를 높이느냐”며 설전을 벌이는 모습까지 노출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7명은 이날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소치에 있었다. 올림픽 관광과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는 일은 반드시 의원들이 아니더라도 할 사람이 많다. 의원들이 굳이 소치까지 날아간 것을 보면, 앞서 열린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 격려에는 뜻이 없고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면 같이 사진 찍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공연히 선수들한테 방해나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도 많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13박 15일 일정으로 여야 의원 8명과 함께 남극과 뉴질랜드, 호주로 ‘출장’을 갔다. 남극 과학기지인 장보고기지 준공식 참석 등의 명분이지만 의장부터 정기국회 일정을 장기간 비우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보겠는가! 의원외교에 들어가는 돈은 전부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정부 간 외교의 공백을 메우고 지원하는 의원외교는 때와 장소, 역할의 적성적 여부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 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칼럼]야권 신당 구 정치 합병
[선데이뉴스=나경택칼럼]야권 신당 구 정치 합병
야권 신당 구 정치 합병 중도개혁통합신당, 중도통합민주당, 대통합민주신당… 헷갈리기에 족한 당명들이다. 어떻게든 ‘통합’ ‘신당’ ‘민주’ 등을 집어넣으면서 다른 이름을 지으려다 보니 빚어진 일이다. 이들 당명은 공히 17대 대선이 치러진 2007년 한 해 동안 현재의 민주당 계열 정당의 간판으로 등장했다가 명멸했다. 나락에 빠진 열린우리당과 구민주당으로 나뉘어 위기에 처한 당시 여권이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당법이 한국 정치에 도입됐다. 열린우리당과 구민주당을 합당하는 난점을 우회하면서 단기간에 통합을 달성키 위해 ‘제3지대 신당’ 형태를 취하는 방식이 시도됐고, 실제 실현됐다. 당시 ‘제3지대 신당’을 통한 통합을 앞장서 주창한 이가 소위 열린우리당 선도 탈당파를 이끈 김한길 의원이다. 본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체제에 도전하는 제3 정당의 기반으로 지칭되어온게 ‘제3지대’다. 한데 이때부터 정당세력의 통합을 위한 신당창당의 ‘가설영역’으로 등장했다. 그 지적재산권은 아마 2007년 제3지대 신당론을 주도했던 김한길 현 민주당 대표가 갖고 있을 터이다. 김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 새 정치연합의 통합을 결의하면서 ‘제3지대 신당’ 방식을 밟겠다고 밝혔다. 제3지대에 별도로 신당을 꾸린 다음 여기에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을 합류시킨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창당준비 단계이고, 안 의원이 민주당에 흡수통합되는 모양새를 피하려는 방책일 것이다. 민주당이 받아온 국고보조금이 축소되는 것을 고려한 실질적 계산도 작용했을 법하다. 한편으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 과정에서 다시 ‘제3지대 신당’이란 ‘특이한’ 창당법이 등장한 것이 혼쾌하지만은 않다. 한국 정당의 허약한 토대와 역사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교’ ‘가설’ 같은 토목의 언어들이 운위되는 것 자체가 정상은 아니다. 결국 관건은 통합의 기치로 내건 정치개혁의 내용을 어떻게 채우고,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담보하느냐에 달려 있겠다. 한국 정당사에 두 번째 등장하는 ‘제3지대 신당’이 2007년 대선 패배로 사실상 실패로 끝난 대통합민주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되새겨야 할 일이다. 안 의원과 윤여준 전 장관 등 핵심들은 올 1~2월 민주당과의 선거 연대 문제에 대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 “국민은 연대를 뒷거래로 본다” 같은 말을 수없이 쏟아냈다. 그러나 신당 때문에 표가 분열되면 야권이 불리해질 것은 뻔한 이치인데 ‘선거 연대는 없다’는 안 의원의 약속이 과연 지켜지겠느냐는 의문은 끊이지 않았다. 안 의원 측 사람들은 그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그럴 바엔 정치를 그만둔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렇게 수십 번 약속한 것을 그야말로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 선거만을 위한 연대나 합당은 옳은 것은 아니지만 현실 정치에선 흔히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국민은 지금 합당 그 자체보다는 ‘국민과의 약속 준수’를 정치에 뛰어든 이유로 삼아 왔던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다시피 했던 약속을 이렇게 쉽게 깰 수 있느냐는 데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안 의원이 수없이 되풀이했던 약속 중에 물거품이 된 것을 꼽자면 ‘진영 정치 안 하겠다’ ‘기득권 담합 정치를 깨려면 신당밖에 없다’는 등 한둘이 아니다. 안 의원의 ‘새정치연합’ 홈페이지에 가면 이런 약속들이 아직도 그대로 떠 있다. 그런 안 의원이 다른 사람이 지키지 않은 약속에 대해 당당하게 비난을 퍼부으면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을 보면 거북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두 세력의 합당 그 자체가 장밋빛 미래를 저절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파벌 다툼으로 통합신당을 껍데기로 만들수도 있고, 지분 싸움으로 헌 정치의 수령에 빠질 수도 있으며, 정체성을 상실한 채 잡탕정당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새정치를 반정치로 오인해 정치개혁을 통한 ‘정치 살리기’가 아닌 ‘정치 죽이기’의 길로 갈 수도 있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 장 나 경 택
효자 자식보다 악처가 낫다.
효자 자식보다 악처가 낫다.
효자 자식보다 악처가 낫다. 남편은 권위적이어서 위로가 필요 없는 사람이었다. 입만 열면 도덕책 같은 소리를 했다. 넌더리를 내던 아내는 딸의 대학 진학을 핑계 삼아 서울로 와 별거했다. 남편은 다달이 봉급을 아내 통장으로 입금했다. 은퇴한 뒤에도 연금을 꼬박꼬박 보내왔다. 그래도 아내는 남편을 찾아가지 않았다. 박완서 단편 『너무도 쓸쓸한 당신』에서 부부의 결혼은 껍데기만 남았다. 많은 아내가 벼른다. ‘남편 늙어 아파도 눈 하나 깜짝하나 봐라.’ 자식은 부부를 이어주는 끈이다. 낯 붉혔다가도 아이들 봐서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다 자식 크고 남편 은퇴하면 일이 꼬인다. 남편은 할 줄 아는 게 없어 집에만 붙어 있다. 평생 가족 먹여 살리느라 고생했으니 편히 수발 받고 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손가락 까딱 안 하는 남편에게 세끼 챙겨주자니 열불이 난다. 갖은 살림 참견을 해대는 '남편 살이'에 시달린다. 애들 키우고 이제야 하고 싶은 일하려는데 남편이 발목을 붙잡는다. 10개구 조사에서 한국 50대 여성의 행복도가 꼴찌였다. ‘불행하다’는 답이 37%였다. 일본에 ‘나리타의 이별’이라는 말이 있다. 부부가 막내 결혼식 치르고 공항에서 신혼여행을 떠나 보낸 뒤 갈라선다는 얘기다. 우리에게도 ‘인천의 이별’이 닥쳤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 중에 결혼 20년 넘은 부부가 26.4%를 차지했다. 그동안 가장 높던 4년 이하 신혼부부 이혼 비율 (24.7%)을 처음 넘어섰다. 자식 뒷바라지 끝났고, 이혼을 보는 사회 시선이 너그러워졌고, 여자 몫 재산 분할이 나아지면서다. ‘툭 불거진 무릎 아래 털이 듬성듬성한 정강이가 몽둥이처럼 깡말라 보였다.’ 단편 『너무도 쓸쓸한 당신』에서 아내는 남편의 모기 물린 정강이를 어루만지며 화해한다. 박완서는 그것이 측은한 마음도 동정도 아니라고 했다. “세월을 함께 하며 생기는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자, 늙음과 삶의 허망함에 대한 연민”이라고 했다. 우리 중, 노년 이혼이 늘어나지만 대다수는 결혼 서약을 지키며 산다. 유대 금언집 탈무드에 '아내의 키가 작으면 남편이 키를 낮추라'고 했다. 결혼은 둘이 다리 하나씩 묶고 뛰는 이인삼각이다. 일흔 세 살 남편은 25년 전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치매에 걸렸다. 부모 자식도 기억 못 하지만 딱 한 사람 아내만은 알아본다. 불편한 대로 걷고 밥 먹고 책 본다. 일흔 두 살 아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간병 일지를 쓰며 지성으로 수발한 덕분이다. 남편은 아내가 장 보러 간 사이 마루 걸레질하고 세탁기 돌린다. 아내 고생을 덜어주려는 마음에서다. 부부는 늘 손을 꼭 붙잡고 다닌다. 부부가 추억 어린 계곡에 갔다. 처녀 총각 때 남편이 나오라고 했던 곳이지만 아내는 바람을 맞혔다. 남편이 “여기 온 생각이 난다.” 더니 노래를 불렀다. “내 사랑 양춘선은 마음씨 고운 여자 / 그리고 언제나 나만을 사랑해···.” 남편이 결혼식 때 불러줬던 노래다. 의사는 “기적 같은 일”이라면서도 “병이 나아진 건 아니다” 고 했다. 아내는 말했다. “남편이 기억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행복하게 살아갈 용기가 있습니다.” TV 프로그램에서 본 서귀포 노부부 이야기다. “부부 사랑은 주름살 속에 산다”는 말이 있다. 좋든 싫든 기대고 부대끼며 서로 닮아 간다. 이혼을 바라보는 시인 김종길은 늙은 부부를 한 쌍 낡은 그릇에 비유했다. “오십 년 넘도록 하루같이 붙어 다니느라 때 묻고 이 빠졌을망정 늘 함께 있어야만 제격인 사발과 대접”이라고 했다. 그러나 남자들 명이 짧아 해로하기가 쉽지 않았다. 2000년만 해도 예순다섯 넘는 고령자 성비는 여자 1000명당 남자가 62밖에 안 됐다. 통계청이 지난해 ‘고령자 통계’에서 노인 성비가 70.7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부부 함께 사는 노인비율도 2000년 52%에서 2010년 57.7%로 높아졌다. 남자 수명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2030년이면 노인성비가 81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늙도록 오래 사는 부부가 그만큼 많아지는 셈이다. 속담에 “효자도 악처만 못하다”고 했다. “곯아도 젓국이 좋고 늙어도 영감이 좋다.”는 속담도 있다. 늙은 남편 너무 타박할 일 아니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