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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칼럼]비핵화 평화체제 이루자
[나경택 칼럼]비핵화 평화체제 이루자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남북이 4월 말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제3차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그 전에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핫라인)도 설치하기로 했다. 북한은 특히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대북 특별사절단의 정의용 수석특사가 방북 결과 발표를 통해 밝혔다. 북측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명백히 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북측은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나서겠다는 용의를 밝히고 대화 동안에는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정 수석특사는 전했다. 이번 합의는 예상했던 기대치를 훨씬 넘은 파격적 합의라고 평가할 만하다.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까지 동시에 진전시키겠다는 이번 합의는 오랜 대북 협상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대로 이행된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 관계의 급진전뿐만 아니라 북·미 비핵화 대화의 가동을 통한 대결 국면 해소를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나아가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꿀, 완전히 새로운 판이 짜일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하다. 특히 우리 정상이 으레 평양을 방문하는 것으로 굳어져 있던 남북 정상회담이 중립지대 판문점, 그것도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것은 김정은의 실용주의적이고 과감한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한 것도, 군사적 우발 사태 같은 긴급 상황도 양측 최고지도부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엔 앞으로 정상회담과 이후 교류·협력 활성화를 통해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같은 남북관계의 전면적 복원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을 것이다. 나아가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고 한다. 앞으로 상호불가침 협정을 뛰어넘는 보다 구체적인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김정은의 평양 초청에 대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할 만큼 이번 특사 방북에서는 그 여건과 추진 방향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상이었다.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남측 특사단을 기다리게 하는 쇼를 하지 않았다. 신변 공포를 무릅쓰고 판문점 남측까지 오겠다고 했다.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고까지 했다 한다. 대북 제재가 이대로 이어지면 결국 체제 위협이 되고, 미국이 실제 군사 공격을 해오면 과정이 어떻든 결과는 자신의 몰락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지금은 심각한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북핵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때 우리 정부가 조급증에 빠져서 원칙을 버리면 자칫하면 김정은에게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주게 된다. 우리 정부가 핵무장을 완성하고자 하는 김정은의 방패막이가 돼주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일단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 정부가 탐색적 차원이라도 미·북 대화에 나서게 되면 김정은은 미국의 공격 압박에서 벗어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제재를 이완시키려 나설 것이다. 북미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는 가운데 이런 국면이 이어지면 한국민과 국제사회는 또 한 번 북에 속아 넘어가게 된다. 이번에 그 결과는 핵무장의 완성이다. 만약 미·북이 ‘북핵 사실상 인정’과 ‘북 ICBM 포기’를 맞바꾸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 국민에게 최악의 상황이다. 북한과는 수많은 협의가 있었다. 그때마다 우리 정부는 ‘마침내 평화의 길이 열렸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 앞에 닥친 것은 핵과 미사일이다. 이번 합의로 한국이 북핵 인질에서 벗어나는 길이 마침내 열릴 것인지, 아니면 지난 25년간 그랬던 것처럼 또 한 번 북의 기만전술에 말려들 것인지는 국민에 달려있다.
[나경택 칼럼]판사 인신공격 법치 국가인가
[나경택 칼럼]판사 인신공격 법치 국가인가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현직 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항소심 판경르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이재용 판결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법관이 다른 법관의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는 것은 금기처럼 되어 있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위반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를 향해 ‘지록위마(사슴을 가리켜 말이라함)’라 비판했다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 “판경 유착이 돼 버렸다”며 “궤변으로 재벌 편을 든 판결”이라고 했다. 안민석 의원은 “재판정을 향해 침을 뱉고 싶었다”고 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법복을 벗고 식칼을 들어라”고 했다. 재판장인 정형석 판사가 야권 정치인들과 친·인척이어서 이런 판결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고 상복같은 것을 입고 나온 의원도 있었다. 재판 결과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법리적 견해 차이여야 한다. 민주당의 판사 비난은 원색적인 막말뿐이다. 정치권에 양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너무 도가 지나치다. 법정 소란과 다를 것이 뭐냐는 생각이 든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자세가 아니다. 인터넷상의 재판부 공격도 도를 넘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재판장 파면’ 클릭이 18만건을 넘어섰다. 재판장 가족 계좌 추적, 특별 감사 주장도 있다. 한 법원 직원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석궁 만드는 법 아시는 분’이라는 제목으로 ‘진심 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이런 사람이 법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 사람이 있을 곳은 시위 단체이지 법원이 아니다. 재판부는 판결 후 여권과 인터넷에서 어떤 공격이 있을지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정 판사는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결정은 실형을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고민 끝에 사건의 성격을 고려해 석방을 결정했다”고 했다. 정 판사도 쉬운 길을 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법리가 가리키는 길로 갔다. 이 사건은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더 큰 죄를 가하기 위해 이 부회장을 희생으로 이용한 것이란 견해가 많았다. 법률과 양심이라면 이 무리한 수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하는 판사가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이미 독립된 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 특검의 수사와 기소가 여론의 영향을 받았고 따라서 특검기소 내용의 대부분을 기각한 판결에 비판적인 여론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판결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넘어 판사들을 향한 정신적 린치에 가까운 집단 인신공격은 재판의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여당의 대표적인 인사들이 앞장서 분노 운운하고 억측을 늘어놓는 것도 무책임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표회의에서 “사법부를 존중하는 마음에 앞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장을 지낸 박영선 의원은 삼성과 법관의 유착인 ‘삼법유착’이라고 부르며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 부회장 1심 판결이 나올 때쯤 서울고법에 형사 13부를 신설해 사건을 배당했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의원은 “법원에 정경유착 근절 의지가 없다”며 비난했다. 법원 판결도 비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입법부나 행정부의 판결에 대한 비판은 삼권분립 원칙의 훼손이 될 수 있다. 재판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 못지않게 여론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한 환경을 만들 책임은 누구보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있다. 지금은 법원이 대응을 자제할 때가 아니다. 김 대법원장이 나서서 외부의 재판 독립 침해 형태에 단호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 할 바로 그 시점이다. 사법 제도 자체의 위기다.
[나경택 칼럼]권력의 성폭력 일파만파
[나경택 칼럼]권력의 성폭력 일파만파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1986년 여름 서울대에 대자보가 나붙었다. ‘‘경찰이 T셔츠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지면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옷을 벗겼다’ 형사가 가슴을 들쳐 보더니 ‘너 처녀냐’ ‘옷을 벗고 책상 위로 올라가라’고 강요했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 진상을 폭로하는 변호인단의 고발장이었다. 서울대 의류학과를 다니다 부천의 한 공장에 위장 취업한 여학생이 그해 6월 부천경찰서에 연행돼 경찰관에게 성고문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권양’으로만 알려진 여학생이 경찰을 형사 고소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경찰관이 ‘성적 모욕’ 없이 폭언과 폭행만 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곤 위장 취업을 위해 남의 주민등록증을 변조했다며 권양을 구속했다. 좌파 혁명을 위해 ‘성’까지 도구화한 사건이라고 했다. 공안 기관 위세가 등등하던 시절이었다. 검찰은 경찰관을 기소도 하지 않고 묻어버리려 했지만 대법원이 대법원이 나서면서 사건 발생 2년여만에 이 경찰관에게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함께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부천서 성고문 피해자였던 권인숙(54) 명지대 교수가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됐다. 권씨는 사건 후 미국에 유학 가 클라크대학에서 여성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2년 출간한 책 ‘선택’에서 “내가 여성학을 선택한 것은 터질 것 같은 머리를 수습하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권씨는 지난해 여성부 장관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격동의 80년대를 상징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권력의 성폭력 피해자였던 권씨가 법무부의 성범죄 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역사의 반전이다. 법무부 처지가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법무부는 최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정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 검사가 작년 9월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고 공개한 다음, 법무부가 “받은 적 없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것도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박 장관은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권씨는 자신이 몸담았던 1980년대 좌파 운동권의 집단주의 문화도 용기 있게 비판했던 연구자다. 그가 밝힌 대로 “권력기관 내의 성차별적 문화를 변화시킬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국민이 많다.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미투’ 물결이 거세다. 직장인들의 익명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박상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승무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해왔다’는 글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법체계는 거짓은 물론 ‘사실’을 공개한 데 따른 명예훼손죄도 인정한다.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의 벌칙은 더 세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미투’ 운동이 법조계를 넘어 일상의 일터에서부터 전문가집단 내부에 이르기까지 여성을 상대로 자행된 성폭력의 과거사가 이렇게 광범위했는지 듣는 이로 하여금 귀를 의심케 한다. 그런 가운데 ‘나는 꼼수다’의 멤버였고 SBS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를 통해 미투 운동에 대해 ‘섹스라는 주목도 높은 좋은 소재’로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투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는 데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경우도 있다. 오랜 기간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미투”의 외침은 이념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미투에 대한 진영논리식 접근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침묵의 압박’이 될 수 있다. 진영을 떠나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범사회적 차원의 대처 방안을 모색할 때다.
[나경택 칼럼]남·북 대화의 문 활짝 열자
[나경택 칼럼]남·북 대화의 문 활짝 열자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2011년 12월 김정일 장례식에서 김정은 뒤로 상복 입은 20대 여성이 북한 TV에 찍혔다. 1994년 김일성 조문을 받던 김정일 뒤로 여동생 김경희가 서있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북 주민들은 그제야 김정은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김여정이 공식 석상에 처음 나온 건 3년 뒤인 2014년 최고인민회의(국회격) 대의원 투표장이었다. 그러더니 2016년 당 중앙위원, 지난해 정치국 후보위원 겸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김정일의 13년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김여정은 1987년 9월 28일생이다. 큰오빠 김정철 생일이(1981년) 9월 25일이기 때문에 생일상을 같은 날 차려줬다”고 했다. 반면 미 재무부는 김여정을 인권 독자 체제 대상으로 지적하면서 ‘1987년~89년 출생’이라고 한다. 김일성대 교수와 결혼설·출산설 등이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김정은과 김여정은 1996년부터 4년 정도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유학했다. 이국땅에서 외로운 시간을 함께 했으니 관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어머니 고용희가 프랑스에서 암 치료를 받던 2000년대 초 김여정이 가명으로 파리의 북한 유네스코 대표부에 파견돼 어머니를 간병했다는 일본 언론 매체 보도도 있다. 김정일은 고영희가 투병할 때 김옥이라는 여자와 새살림을 차렸다. 김정은-여정 남매의 어머니 생각은 각별하지만 어머니가 북에서 천대받는 재일 동포 출신이라는 이유로 우상화는커녕 이름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남매에겐 공통의 한일 것이다. 8일 평양 건군절 열병식에선 노병들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김정은 행사에서 졸거나 건들거리면 처형이나 숙청이기 때문이다. 김여정만 귀빈석 기둥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등 자유롭게 움직였다. 김여정은 유럽 도시를 맘대로 다니며 쇼핑을 즐긴다는 첩보도 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여동생이자 권력실세인 김 제1부부장을 보낸 것은 현실적으로 동원 가능한 최대의 카드를 던진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사실상 김 위원장의 특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의 방문은 평창 올림픽의 평화올림픽 성공 개최에 도움을 주고,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미국 등 대외관계 개선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큰 틀의 국면전환을 시도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남한 보수층이 주장하는 대로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고 한·미관계를 이간질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김 제1부부장까지 보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김 제1부부장 일행은 11일까지 남한에 머물며 각종 행사를 소화한다. 특히 10일 문재인 대통령 주최 오찬, 북한 예술단 서울공연 관람 등 문 대통령과 적어도 두 차례 이상 만난다. 이 과정에서 김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친서나 구두메시지를 전할 가능성도 있다. 김 제1부부장은 또한 문 대통령의 생각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남북 정상이 김 제1부부장을 매개로 간접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핵 위기 속에서 이 같은 남북 정상간 소통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한반도 정세의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평소 소통을 통해 신뢰를 축척하고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한 서로의 견해를 주고받는다면 최소한 군사적 돌방상황의 예방이 가능해진다. 상호 불신이 깊은 미국과 북한 간 대화를 중재할 수도 있다. 김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김정은 위원장 간 메신저라면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김정은 위원장 간 메신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마련된 남북 정상 간 소통 채널을 유지·발전시키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경택 칼럼]우려스러운 ‘코피 작전’
[나경택 칼럼]우려스러운 ‘코피 작전’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최근 주한 미국대사 임명이 철회된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도 영어로만 얘기하는 사람이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미국에 유학 왔다가 정착한 부모로부터 한국말을 배워 한국말을 할 줄 알았지만 그의 모국어는 엄연히 영어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최초의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가 된 성 김만 해도 중학생 때 미국으로 이주해 모국어는 한국어인 것과 비교된다. 빅터 차가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는 첫 보도는 이미 지난해 8월에 나왔다. 그러나 뒤이어 내정이 취소됐다느니, 내정 자체가 없었다느니 하는 혼란스러운 소문이 흘러 나왔다. 임명 절차도 이례적으로 질질 끌었다. 그러나 결국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의 아그레밍(임명 동의)까지 받았는데 미국에서 돌연 임명이 철회된 것이다. 구체적인 철회 이유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 내에 그의 대사 임명을 저지하려는 지속적인 움직임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빅터 차는 1994년 컬럼비아대에서 한·미·일 관계를 다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에 적을 두고 방송 등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조언하다가 2004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국장으로 들어가 2007년까지 일했다. NSC 아시아국장으로 임명됐을 때 “한국에서 내게 갖는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미국의 이익도 강조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의 한층 높아진 충성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듯하다. 그는 북핵 문제에서 흔히 매파로 분류되지만 스스로는 강경 네오콘임을 부인한다. 그는 대사 검증과정에서 미국의 북한 핵·미사일 시설 정밀 타격에 반대 견해를 피력했다. 반대의 명시적인 이유는 군사작전 시 한국인의 입을 피해를 걱정해서라기보다는 한국과 일본에 거주하는 미국인을 대피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대사 내정자가 미국인을 먼저 걱정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가 말하지 않는 내심에는 부모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 본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이전에 주한 미 대사가 부임하기를 희망했던 우리 정부도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지난달 두 차례 외교채널을 통해 신속한 대사부임을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진행 중”이라는 짧은 답변만 했을 뿐 내정 철회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공개할 수 없는 내밀한 진행 상황도 공유하면서 함께 대책을 세우는 게 동맹이고 우방이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서로 터놓고 속내를 얘기할 만큼 신뢰가 두텁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3개월째 이어지는 주한 대사 공백 상태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대사가 동맹 간 정책 협의의 유일한 채널은 아니지만 북핵 위기 국면에서 대사의 공석 장기화는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지금은 한·미 양국이 굳건한 신뢰와 소통을 통해 최상의 외교·협상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한반도에 무력충돌의 폭풍우가 내릴 수도 있는 그런 중대한 고비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알려진 것 이상으로 대북 군사공격을 검토해 왔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북 강경파로 손꼽히는 빅터 차도 반대할 정도로 무모한 전략이 미국 수뇌부에서 논의돼 온 것이다. 제한적 정밀 타격인 ‘코피 전략’은 북핵 시설을 모두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다. 한국 정부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남북대화를 북·미 대화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대화보다는 군사모험주의에 경도돼 있다. 미국 고위인사들의 최근 발언을 보면 올림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 한 태도다. 이 엄중한 시기에 주한 미국 대사라는 한·미 간 핵심 소통채널의 단절도 방치하고 있다. 미국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가 미국의 고민을 이해하고 미국과 호흡을 완벽하게 맞춰나가야 한다.
[나경택 칼럼]미세먼지와 공짜 버스 지하철
[나경택 칼럼]미세먼지와 공짜 버스 지하철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미세먼지는 지구촌의 문제다. 그래서 각국이 미세먼지와의 싸움에 나서고 있다. 대기오염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베이징이 가장 적극적이다. 미세먼지 적색경보가 발령된 2015년 10월에는 전기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홀짝제를 적용했다. 건축물폐기물 운반차량 운행도 금지했다. 도로청소 횟수를 늘렸고 폭죽이나 길거리 구이가 금지되기도 했다. 파리는 2015년 3월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해지자 차량2부제를 실시해 차량의 통행을 규제했다. 대신 대중교통을 무료로 했다. 런던은 2016년 시내 전역의 대기오염 상태를 알려주는 경보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암스테르담은 대기오염 현황을 시각화한 ‘나무 와이파이’를 세워 오염수준을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미세먼지는 황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의 4분의 1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대부분 폐까지 침투해 심장질환과 호흡기 질병은 물론 사망에도 이르게 할 수 있다. 서울시는 15일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시민참여형 차량 2부제,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무료운행, 공공주차장 폐쇄 등의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5월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논의한 내용을 정책으로 반영해 이날 시행한 것이다. 그러나 첫 시행은 매끄럽지 못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객이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하철과 버스 승객은 미미하게 느는 데 그쳤다. 차량2부제도 미흡했다. 무료 지하철 무료 버스에 따른 서울시 비용부담은 50억~60억원 정도다. 이를 두고 ‘돈낭비’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시민건강은 금전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번 조치로 시민들에게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기회를 제공했다면 정책적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소요되는 엄청난 예산에 비하면 이 정도의 학습비용은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는 학습비용을 줄이면서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느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고 반박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대응했던 논리를 끌어온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관심사이자 국가 과제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다. ‘중국 탓’만 하지 않고 뭐라도 해보려는 서울시의 노력을 높게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15일 공짜 운행의 실효성 논란에도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국민 세금을 투입하기엔 이틀에 걸쳐 100억원은 과도한 비용이다. 이를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마중물’이라거나 차량 2부제 의무화를 정부에 압박하기 위한 ‘돌파구’라고 둘러대는 것은 무책임하다. 교통량을 감소시켜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목표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공짜 버스·지하철이 ‘진짜 대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도시 미세먼지의 주범은 노후 경유차다. 서울시는 올해 경유차의 매연저감장치 부착 등에 45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예년 미세먼지 수준을 감안하면 올해 예상되는 대중교통 무료 운행일은 7일로, 연 350억원 이상이 든다. 세금을 제대로 쓰자면 이 돈을 경유차 저공해 사업에 더 투입하는 게 상식적이다. 시장 개인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는 63%다. 비상저감조치가 처음 시행된 15일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이었던 반면 정작 조치가 해제된 16일에는 ‘나쁨’이었다. 빗나간 예보를 바탕으로 엉터리 예산을 투입한 것도 난센스다. 이러니 서울시의 공짜 대중 교통이 3선을 노리는 박 시장의 6·13 지방선거 대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나경택 칼럼]의사 약사들의 시위
[나경택 칼럼]의사 약사들의 시위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의사·간호사 5~6명이 투입돼 두 시간 걸리는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병원이 6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린다. 해당 시간 의료진 인권비의 절반밖에 안 된다. 의료 수가가 낮은 탓이다. 인공관절 같은 치료의 재료비와 약값은 병원이 건강보험에서 책정한 가격대로 사와 환자에게 그대로 받으니 이윤이 남을 수 없다. 요새는 거의 모든 환자가 신용카드로 진료비를 결제한다. 병원은 수백만원 인공관절 카드 대금 수수료까지 떠안아야 해 기껏 수술해주고 손해를 본다. 많은 사람이 의아해한다. 저수가로 못해먹겠다고 하는데도, 의사들은 잘사는 것 같으니 말이다. 기실 병·의원 수익의 원천은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에 있다. 대학병원은 선택 진료비, 1~2인실 병실로, MRI, 로봇 수술비 등으로 수익을 남긴다. 의원은 도수 치료, 영양 수액 치료, 초음파 시술로 먹고산다. 일부 병원은 비급여 진료에 열 올리고, 상당수 의사는 미용·성형으로 발길 돌린다. 외상 치료처럼 건보료만 하는 ‘이국종류’ 의사들은 적자 내는 의사로 분류된다. 의사들은 진료비 삭감에도 불만이 많다. 낙상으로 생긴 척수 골절로 하지 신경 마비가 올 상황이라 응급 수술을 했더니, 보존 치료를 해도 될 환자에게 수술했다며 건보 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를 줄 수 없다는 삭감 통보가 온다는 것이다. 수술이 늦어져 신경마비가 생기면 소송을 당해 수억원을 물어줘야 하는데 어쩌란 말이냐는 게 의사들 항변이다. 재판도 판사 실명으로 하고 콜센터 직원도 이름부터 밝히는데, 진료비 심사는 누가 했는지도 모르는 채 당하니 불신이 쌓인다. 전국 의사 3만명이 서울시청 앞에 모여 문재인 캐어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지난 2013년 원격의료 도입 반대 이후 집단행동은 4년 만이다. 3800여 비급여 항목을 모두 건보 급여화해서 환자들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 문재인 케어다. 국민으로서는 반길 정책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포퓰리즘인 데다 재원마련이 어려워 실현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참에 적정 수가로 개선해 급여로 늘리자며 의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의사들은 적정 수가로 해준다는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나중에 심령원을 통해 진료비를 대거 삭감할 것이라고 여긴다. 비급여 항목을 대폭 급여화하면서 의료비도 낮추려면 국민을 설득해 건보료를 올려야 한다. 정부가 어떻게 의사에게 신뢰를 주고 국민을 설득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인지 믿음이 안 간다. 정부·국민·의사 서로 간의 신뢰 회복이 문재인 케어의 관건이다. 의사에 이어 약사도 거리로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전국 임원 궐기대회를 열었다. 정부가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의 품목수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궐기대회에 참여한 약사 1100여명은 “편리성만 추구하다 국민건강 절단난다”는 구호를 외쳤다. 대한약사회는 정부의 편의점 판매약 품목 확대와 관련한 투쟁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비상 대응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재 편의점에서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재·파스 등 일반의약품 13개 품목이 안전상비의약품으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가족 품목에 대해 제산제·지사제 등을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회의를 열어 안전상비의약품의 품목을 조정하려 했으나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의 자해소동으로 논의가 무산됐다. 대한약사회는 편의점 판매약 품목 확대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정부는 환자들에게 돈을 덜 내도 된다고 달콤한 말만 하지 그 돈을 누가 어떻게 낼지는 말하지 않는다.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증원,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등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러다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건보료폭탄, 세금 폭탄이 터질 것이다.
[나경택 칼럼]‘교육은 국가 미래다.’
[나경택 칼럼]‘교육은 국가 미래다.’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1972년 말 박정희 대통령은 문교부에 극비 지시를 내린다. “어린 중학생을 고교 입시에서 해방시키는 제도를 만들라.” 몇 달 만에 고교 평준화 정책이 발표됐다. 고교 입시를 없애고 뺑뺑이로 학교를 배정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정책으로 중3 병을 예방하고 교육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지역마다 달랐지만 서울·부산에선 첫 대상이 1958년생이었다. 학생들은 편해졌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학교 선택권을 빼앗고 수월성 교육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대로 두면 안 된다고 나선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평준화 이후 30년이 지난 때였다. 사립형 사립고 6개를 지정했다. 정부 지원을 끊는 대신 학교 자율로 가르치게 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43곳으로 늘렸다. 무학년제, 교과교실제, 학생 선택 수업 등 다양한 교육 실험이 이들 학교에서 시작됐다. 사회학자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박정희 시대 연구서를 여러 권 냈다. 그는 박정희 정부가 잘한 일로 평준화·그린벨트·건강보험 세 가지를 꼽는다. 지난 선거에서 그를 포함한 진보·좌파 쪽 캐치프레이즈가 ‘제2의 평준화’였다.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받았다. 얼마 전 정부는 자사고·외고에 지원했다 떨어지면 정원이 안 채워진 일반고에 강제 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자원하지 말라는 얘기다. 자사고 교장과 학부모들이 모임을 갖고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어느 학부모가 “이 정부 높은 분들 자녀는 특목고 졸업하고 해외 유학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러면 안 되느냐”고 했다. 조희연·정민재·장휘국 교육감, 곽노현 전 교육감, 조국 민정수석,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에게 왜 그 학교에 보냈느냐고 물으면 “아이 뜻이 그래서 할 수 없이” “보내 보니 문제 많더라”고 한다. 뭐라고 울려대든 자기 아이는 보내놓고 남의 아이는 못 가게 하는 ‘내로남불’이다.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이사장은 자신이 세운 자사고인 상산고에 지난 14년간 440억원을 출연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땐 제발 자사고 신청하라고 하더니 뿌리가 같은 정부에서 정반대 압박을 한다”고 했다. 이 정부는 자사고·특목고 때문에 일반고가 황폐화됐다고 진단한다. 자사고는 학비가 비싸 ‘귀족 학교’라는 비판도 있다. 그런 지적에 귀담을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학교는 맘에 들면 놔두고 아니면 버리는 주머니 속 물건이 아니다. 교육만큼은 길게 보며 가자고 해놓고 더 정치적으로 휘두른다. 자사고는 일반 사립고와 달리 정부 재정 보조를 한 푼 도 받지 않기 때문에 미달 사태는 감당하기 힘든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홍 이사장은 학생 우선 모집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믿고 15년 간 성산고를 운영해왔다. 이제 와서 정부가 우선 선발권을 박탈하는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 자사고에 지원해 떨어진 학생들은 선호가 떨어지는 정원 미달 일반고에 강제 배정된다. 이는 자사고 지원 학생들의 일반고 선택권까지 뺏는 것으로 자사고 지원을 주저하게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는 데 백년대계는커녕 이십년 계획도 못 된다면 앞으로 어떤 사학이 인재를 키우겠다고 돈을 내놓겠나! 홍 이사장은 기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자사고를 죽이면 결국엔 학교의 힘이 아니라 사교육의 힘으로 형성된 ‘8학군’ 등이 다시 활개를 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등이 존립 위기에 처해 문을 닫으면 자녀를 외국에 보내 교육시킬 수 있는 소수의 상류층에게만 수월성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자사고 등의 수월성 교육 기능을 학원이 대신하면서 사교육이 더 번창할 수도 있다. 수월성 교육이냐, 평등한 교육이냐는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자사고 등의 존립 기반을 마련해 주면서 일반고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더 나은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
[나경택 칼럼]국민의 생명 위협 대형 참사
[나경택 칼럼]국민의 생명 위협 대형 참사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30년 이상 된 얘기다. 사건 취재를 하던 시설인데 서울 후암동 어느 업소에서 불이 나 여럿이 죽었다. 현장 소방관 얘기를 들으니 죽은 사람들이 출입구에서 2~3m 떨어진 곳에 몰려 있었다. 정신만 차렸으면 살 수 있었을 목숨들이었다.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이다. 우레탄품이 탈 때는 유대인 학살 때 썼다는 염화수소 독가스가 나온다. 한 모금만 마시면 해머로 몸통을 치는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세천 참사 희생자들도 대부분 유독가스에 숨졌다. 스포츠센터 2층 여탕에 갇혔던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119에 구조 요청을 했던 녹취록이 공개됐다. 차마 읽어내려 갈 수 없었다. 어떤 이는 “빨리”라는 말을 79차례 외쳤다. “빨리요 빨리”, “사람 다 죽어 빨리 빨리”, “창문열어. 2층이야 2층”이라고도 했다. “숨 못 쉬어”, “나 살아야 돼. 아저씨 빨리 살려줘”라는 울부짖음도 있었다. 그걸 듣고 119 상황실은 현장 소방관들에게 무전으로 “빨리 2층으로 향하라”고 지시했다. 그 뒤로도 “2층 여탕에 사람들이 갇혀 있다”는 신고가 5차례 119로 접수됐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20명이 숨졌다. 알려진 것과 달리 2층 사망자중 11명은 여탕 자동 출입문 밖에서 발견됐다. 문 밖으로 나오긴 했는데 화염과 유독가스에 막힌 것이다. 30여 년 전 봤던 화재 현장과 비슷한 상황이었을 수 있다. 건물 밖으로 먼저 탈출한 사람들은 “2층에 여자들이 있다”는 얘기를 외치고 다녔다. 그러나 소방관들은 우왕좌왕했다. 2층 유리창을 깬 것은 현장 출동 43분 지나서였다. 숨진 장모씨는 먼저 바깥으로 나간 남편과 2층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17분간 통화했다고 한다. 그 통화 내용은 어땠을까! 소방관은 맨 처음 6명이 도착했는데 3명은 가스통에 매달렸다. 구조 전문 인력은 뒤늦게 도착했다. 소방관들은 제천에서 제일 높은 상업용 건물이라는 스포츠센터 건물 도면을 갖고 있지 않았다. 119 신고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목격자·탈출자들 얘기도 흘려들었던 것이다. 대형 화재가 날 때마다 스프링클러 등 방화시설 미비, 불법주차에 따른 소방차 충돌 지연, 비상구 문제가 도돌이표처럼 부각된다. 당장 영화관에 목욕탕 등 다중 이용시설에 들어가서 비상구의 위치를 확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비상구 앞에 물건을 쌓아두면 과태료가 부가되지만, 유사시 비상구가 유일한 생명줄이고 그런 사태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없는 한 비상구는 벽일 수밖에 없다. 주기적으로 소방점검을 한다지만 그때뿐이다. 제천 화재에서 사다리차의 인명 구조가 30분 이상 늦어진 것은 현장의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이었다. 불법 주차로 꽉막힌 상황에선 긴급 견인도 쉽지 않다. ‘잠깐이면 되겠지’하는 불법 주차가 자칮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화재시 미국은 긴급 견인에 따른 차량 훼손은 보상 책임이 없지만 우리는 현장 소방관에게까지 책임을 묻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머뭇거리다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주정차특별금지구역 지정 등 관련 법안은 지난해부터 3건이나 발의됐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화재의 참사 건물주의 아들은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 보유자였다. 소방관련법에 따르면 소방시설 관리업체가 아닌 개인도 자격증만 있으면 점검이 가능하다. 이번 화재현장 조사 결과 경보·소화·피난 3대 화재설비가 모두 먹통인 스포츠센터가 방치된 것은 법의 맹점을 파고든 소방점검에 있다. 안전은 말로만 외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지금처럼 대형 사고가 나면 종합대책은 중앙정부가 발표하고 집행은 일선 기관이 알아서 하라고 방치해서는 또 다른 참사를 예고할 뿐이다. 무엇보다 비상구와 소방도로는 확보됐는지, 소화기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기본부터 챙기는 것이 반복되는 대형 참사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길이다.
[나경택 칼럼]역사 뒤집기 국론분열
[나경택 칼럼]역사 뒤집기 국론분열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조선 22대 임금 정조는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에게 영의정을 추증하고, 직접 지은 신토비를 묘소에 세워줬다. 문집인 ‘이충무공전서’ 편찬도 이끌었다. 왕이 나서서 신하의 개인 문집을 만든 전례가 없기에 신하들 반대가 많았다. 정조는 “이순신과 같은 신하가 100명 있다면 100명 모두에게 문집을 만들어주겠다”며 묵살했다. 충남 아산에 이순신을 모신 사당이 들어선 것은 그보다 앞서 숙종 때인 1706년이었다. 이듬해 숙종이 현충사 헌판을 내려줬다. 일제 침략기 단재 신채호가 ‘조선 제일 위인 이순신전’을 대한매일신보에 연재했고, 박은식이 1915년 중국 상하이에서 ‘이순신전’을 발표했다. 1932년 현충사를 중건했지만 해방과 6·25를 거치면서 자취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됐다. 1966년 3월 박정희 대통령이 현충사 성역화를 지시했다. 국가 근대화를 뒷받침할 국민적 정신 에너지가 필요했던 박 대통령은 이를 충무공에게서 찾았다. 그는 “이 사업은 공장 몇 십 개를 짓는 것보다 중요한 민족적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했다. 정원 미화는 산림청에, 도로 확장공사는 육군 공병감실에 맡겼다. 박정희는 준공을 앞두고 넉 달 동안 네 번이나 현장을 찾을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1969년 현충사는 충무공유물전시관과 이순신이 자란 옛집 활터를 갖춘 47㎡짜리 반듯한 유적(사적 155호)으로 다시 태어났다. 박 대통령은 한글로 직접 쓴 현충사 현판을 새로 지은 전각에 걸었다. 이 현판의 보존·철거 문제를 놓고 충무공 후손들이 대립하고 있다고 한다. 이순신 가문 15대 맏며느리 최순선(62)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판을 내리고 숙종 현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하지만 덕수이씨 충무공파 종회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현판을 독단적 판단으로 바꾸면 안 된다”고 반대한다. 최씨가 박 대통령 현판 철거를 요구하는 배경이 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분면한 것은 박정희가 없었으면 오늘날의 현충사는 없다는 점이다. 한 인터넷 매체는 “현충사 속 박정희 적폐 없애라”며 최씨를 거들고 나섰다. 작년 10월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도 여당 의원이 박정희 대통령 현판이 적폐라며 “적폐 청산하라고 청장 만들어 드린 거 아닙니까”라고 문화재청장을 몰아붙여 논란이 됐다. 박정희 시대는 공과도 있고 과오도 있으며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다. 이런 식으로 박정희를 모조리 지우고 뭘 남기려는 건지 알 수 없다. 박정희·김활란·김성수 등 근현대 역사적 인물의 동상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거세다. 친일 행위 등을 문제 삼아 건립에 반대하고 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회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동상 논란’은 식민지 상황에서 근대화를 이루고, 단기간 산업화를 달성해야 했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들의 공과를 함께 평가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김활란 동산 앞에 ‘이화는 친일파 김활란의 동상이 부끄럽습니다’라는 팻말이 꽃혀있다. 이대 학생들로 구성된 ‘친일 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이 세운 것이다. 팻말에는 ‘김활란이 여성과 학생들을 전쟁으로 내몰아 일제의 식민통치를 적극 옹호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활란(1899~1970년)은 이 학교 초대 총장을 지냈다. 일제 강점기 때 좌우 합작 항일단체인 근우회에 참여하고 문맹 퇴치·여성 계몽 운동을 펼쳤다. 이런 내용은 팻말에 담겨있지 않다. 이대 측은 기획단에 “팻말에 공·과를 같이 담자”고 했지만, 학생들은 “취지에 어긋난다”며 거절했다. 친일 논란이 있는 인물의 동상 철거요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적폐 청산’과 맞물리며 거세지는 양상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본관 앞 인촌 김성수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확정된 인물의 동상을 학교에 계속 두고 있는 게 맞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