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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외면한 설익은 탁상행정
현실 외면한 설익은 탁상행정
재작년에는 날씨가 좋아 채소와 과일이 모두 풍작이었다. 값싸고 싱싱한 과일 채소가 넘쳐나 소비자는 신났지만 산지에서는 배추와 무값이 폭락해 수확을 포기한 농민이 밭을 갈아엎을 정도였다. 작년에도 배추 농사가 잘되는 바람에 김장용 배추 최대 산지인 전남에서는 가격 폭락을 우려해 배추 생산을 줄이고 김치 소비 촉진 행사를 벌였다. 풍년이 들어도 제값을 받기가 힘든 농민은 씁쓸했다. 올해는 지난 3년 동안과는 딴판이다. 시중 배추값이 작년의 서너 배 이상으로 뛰어오르고 식당에서는 김치를 구경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배추 대란이다. 김장파동이 닥칠까 걱정이다. 정부는 중간상인들의 매점매석으로 채소값이 앙등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단속에 나섰으나 예년에 비해 배추 생산량이 워낙 줄어든 탓이 크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강원 고랭지에서 고온과 강우 피해로 출하량이 50% 이상 감소했고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경기 충청권의 출하 물량도 줄었다.” 고 분석했다. 가격이 올라도 수확이 없으니 농민도 중간상인도 주부 못지않게 울상이다. 야당의 민주당은 채소값 폭등의 원인을 4대강 공사 탓으로 돌렸다. 전협회 대변인은 “이상기후 탓도 크지만 4대강 공사로 시설(비닐하우스) 재배면적이 16%나 감소했다.” 며 “채소값 폭등은 예견된 일” 이라고 주장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4대강 사업에 편입되는 채소 재배 면적은 3662ha로 전국의 채소 경작지(작년 7월 기준) 26만 2995ha의 1.4%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채소값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만으로는 실상을 알기 어렵다. 4대 강변 경작지의 채소 생산량을 구체적으로 밝혀 폭등 원인을 차분히 따져볼 일이다. 농산물 가격은 수요 공급에 극히 민감하기 때문에 조금만 모자라거나 남아도 가격이 급등락 한다. 한 해 생산과잉으로 밭을 갈아엎은 다음 해에는 재배면적이 줄어 값이 폭등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일쑤다. 채소값 폭등이 백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이상기후 탓이라면 농식품부만을 탓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올해 배추 생산이 절반이나 줄어 김치가 벌써 금치가 됐는데도 농식품부가 중국산 수입 같은 대책을 내놓으니 게으르다는 비난을 들어 마땅하다. 이마트의 배추 구매 담당자는 배추 육모장의 파종량이 감소한 사실을 올해 7월 파악하고 서둘러 대비하기 시작했다. 최근 일부 대형마트들이 값이 폭등한 일부 채소류를 할인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예측과 대비의 결과다. 배추 담당 부처인 농식품부는 농촌경제연구원의 가격 전망만 믿고 책상에 앉아 안이하게 대응하다 배추값 폭등 사태를 악화시켰다. 농촌경제연구원은 9월 ‘농업관측’에서 배추값을 ‘강세’ 정도로 전망했다. 10월에는 ‘평년보다는 높지만 9월보다는 하락할 것’ 으로 내다봤다. 현장과 동떨어진 전망이었다. 정부가 업계 정보만 잘 활용했더라도 배추 파동이 이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뒤늦게 ‘배추대책회의’를 열었다. 뒷북 회의에 국민의 눈총이 따갑다. 회의 참석자들이 배추 수급의 구조와 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제라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 장기적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고 말했다. 과거에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말하지 않은 정부는 없었고 국민 세금도 상당액 투입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종합대책’ 까지 내놓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부터 유통구조 잘못 때문에 소비자가 배추를 산지값보다 5~6배 비싸게 사먹고 있다고 폐해를 지적했지만 유통구조는 바뀐 게 없다. 현실을 외면한 설익은 구호나 탁상행정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세계 제패한 우리 소녀들
세계 제패한 우리 소녀들
40대를 넘긴 세대의 어린 시절은 축구와 고무줄로 성별이 구분됐다. 남자애들은 ‘둥근 것은 무엇이든 발로 차는 인간의 본능’ 이 충실해 축구로 하루를 보냈다. 맨땅의 학교 운동장에서 혹은 동네 골목길에서 책가방이나 벽돌로 골대를 만들어 놓고 고무로 된 축구공을 차댔다. 교실 복도에서도 틈만 나면 헌 수건이나 옷가지를 돌돌 말은 걸레를 축구공 삼아 발재간을 겨뤘다. 반면 여자애들에게 축구는 금기였다. 남녀유별을 미덕으로 여기던 풍조가 남아있던 때였다. 그러나 온몸을 땀에 적시고 먼지를 뒤집어쓰며 뛰어다니는 말괄량이를 곱게 보지 않았다. 대신 고무놀이에 만족해야 했다. 그만큼 축구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우리나라에 여자축구의 전통이 없던 건 아니다. 영국식 근대 축구가 한국에 전파된 시기는 1882년(고종 19년), 인천항에 상륙한 영국 군함 플라잉호스의 승무원을 통해서다. 그로부터 67년 뒤인 1949년 무학 · 중앙 · 명성 3개 여중학교 팀이 출전한 가운데 한국 최초의 여자축구 경기가 서울에서 열렸다. 여자농구, 여자배구는 군말이 없었으나 유독 여자축구에는 사회적 반감이 심해 우여곡절 끝에 겨우 성사됐다. 그런 탓인지 한국전쟁 이후 여자축구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세상이 변하는데 축구라고 여성 무풍지대로 남겠는가. 85년 축구협회의 여자축구단이 발족되면서 36년간의 긴 잠에서 깨어나 다시 기지개를 켰다. 여자 학교팀과 실업팀도 속속 창단됐다. 하지만 변변한 지원이나 관심이 없어 ‘그들만의 리그’ 에 머물렀다. 2002년의 한 · 일 월드컵과 인도계 축구 소녀의 꿈을 그린 영화「슈팅 라이크 베컴」은 축구가 남자만의 놀이가 아님을 보여주는 자극제가 됐다. 영국의 여자프리미어리그, 독일의 여자분데스리가, 미아 햄이란 세계적 여자 축구스타를 배출한 미국의 여자프로축구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우리의 몸에는 ‘축구 유전자(DNA)’ 가 흐른다고 한다. 신라시대 가축의 방광이나 태반에 바람을 넣어 차거나 던지는 축국이란 놀이 형태의 공차기가 저류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사실 얇은 줄을 넘나드는 고무줄놀이도 섬세한 발놀림이 없었으면 곤란하다. 17세 이하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2010년 U-17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남녀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국제 대회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표선수들은 다른 종목에서 전향했던 초창기 선수들과 달리 어릴 때부터 축구를 하고 싶어 했고, 공차기 자체를 즐겼다. 최우수선수상과 최다득점상을 휩쓴 여민지는 어린 시절 주말마다 엄마를 졸라 김해의 축구클럽에 나가 공을 차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감독의 눈에 띄어 선수가 됐다. 결승전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장슬기도 축구선수이던 아버지 · 오빠의 뒤를 이어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화를 신었다. 박세리 선수의 영향으로 조기 골프 유행이 일던 시기였지만, 두 선수는 “축구가 더 좋다.” 고 고집했다. 지난달 U-20(20세 이하) 월드컵 3위의 주역 지소연도 초등학교 시절 남자 아이들과 신나게 축구경기를 하다 감독의 눈에 띈 게 선수 입문의 계기였다. 옛 성현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고 하지 않았던가! 스포츠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국력의 상징이다. 투자와 지원 없이는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우리와 체격조건이 비슷한 일본과 북한의 선전(있는 힘을 다하여 잘 싸움)에 자극받은 대한축구협회의 투자도 큰 힘이 됐다. 축구는 개인 기량뿐 아니라 조직력과 협동심이 요구되는 경기이기에 이번 성과가 더욱 값지다. 우리 사회에는 부모의 과보호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나약한 청소년이 많다. 경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미래 세대를 강하게 키워야 나라도 부강해진다. 이번 소녀 월드컵의 우승을 바라보며 우리는 개인이건 기업이건 국가건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못 이룰 게 없음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축구감독과 선수단 전원에게 ‘자랑스러운 칭찬주인공’ 으로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
인류역사 세균과 항생제 전쟁
인류역사 세균과 항생제 전쟁
1942년 미국 코네리컷주 뉴헤이븐 병원에 패혈증을 앓는 33세 여성이 입원했다. 한 달 동안 병원에서 온갖 치료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환자가 체온이 42도까지 치솟으며 혼수상태에 빠지자 의사들은 마지막으로 조금 투여해 봤다. 그러자 하룻밤 새 체온이 뚝 떨어졌고 며칠 뒤엔 정상적으로 밥을 먹을 만큼 회복됐다. 이 여성은 퇴원 후 90세까지 살았다. 영국 세균학자 플레밍이 1928년 페니실린을 발견한 뒤 10여 년 동안 환자에게 처방한 사례가 몇 번 있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당시만 해도 페니실린을 만들기 어려워 충분한 양을 투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쥐 실험에서 약효가 입증됐고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뉴헤이븐 병원의 성공으로 페니실린은 기적의 항생제로 각광받게 됐다 . 1950년대 초까지 페니실린은 거의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그러나 그때도 페니실린이 통하지 않는 박테리아가 있었다. 페니실린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박테리아가 유전자 변이 등으로 새롭게 진화한 것이다 . 페니실린보다 강력한 2세대 항생제 메티실린, 3세대 항생제 반코마이신이 잇따라 개발됐지만 효과가 몇 년 가지 않았다. 이렇게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을 지닌 박테리아를 슈퍼 버그(Super Bug) 또는 ‘슈퍼 박테리아’ 라고 한다. 박테리아는 지구상에 가장 먼저 나타난 생명체다. 수적으로 가장 많고, 적응력도 가장 강한 생물이다 . 인간의 몸은 60조~100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지만 우리 몸속 미생물은 최소한 그 10배는 된다. 금속을 녹일 만큼 진한 황산이나 원전 폐기물 탱크, 수심 10만m 넘는 태평양 바다 밑까지 박테리아가 살지 못하는 곳은 거의 없다. 최근 이웃나라 일본에서 처음으로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가 확인됐다.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슈퍼 박테리아로 인한 희생자가 매년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슈퍼 박테리아가 창궐하면 과거 흑사병에 버금가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슈퍼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4세대, 5세대 항생제가 나온다 해도 효과가 얼마나 갈지 장담하기 어렵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이 인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새삼 자연에 대한 외경을 느낀다. 인류는 항생제 발견으로 전염성 질환을 완전히 정복했다고 여겼지만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으로 이런 믿음은 깨지고 말았다. 슈퍼 박테리아는 강력한 항생제를 써도 죽일 수 없는 세균이다. 항생제 남용으로 세균이 내성을 갖게 된 탓이 크다. MRAB는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한국의 항생제 사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항생제에 대한 세균의 내성도 그만큼 강할 가능성이 있다. 14세기 유럽인구의 4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페스트 또한 세균이다. 세균도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거듭하면서 돌연변이 ‘괴물 세균’ 이 잇따르는 탓이다. 이른바 기존 항생제가 통하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 다. 에이즈(AIDS : 후천성면역결핍증)보다 더 무서운 적이 슈퍼 박테리아다. 미국의 2005년 에이즈 관련 사망자는 1만 2500명이지만 슈퍼 박테리아의 일종인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 감염 사망자는 1만 8650명에 이른다. 세균과의 전쟁에서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앞서 항생제 남용 방지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과유불급’ 이라고 했다. 인류가 페니실린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이 말부터 새길 일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슈퍼 박테리아로 인한 공식 사망자가 없다. 인류의 역사는 세균과 항생제의 전쟁이기도 하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스스로 지키는 것이지 남이 지켜주지 않는다!
‘공정한 사회’ 사랑의 무지개
‘공정한 사회’ 사랑의 무지개
공정한 사회가 지배적 개념이 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처음 제기한 이후 국정 전반이 새로운 잣대가 됐다 . 더군다나 총리·장관 후보자 낙마와 외교부의 특채 파동이 겹치면서‘공정’은 기득권 세력의 부정과 불공정을 응징하는 칼날이 됐다. 사실 ‘공정성’은 한 사회를 유지하는 데 지극히 당연한 도덕률이다. 공정이 전제되지 않는 통치는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개인 간에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국가 기능의 기본이 공정이다. 너무나 당연한‘공정’이란 말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그런 점에서는‘공정한 사회’지향은 올바른 목표 설정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최근 확산되는‘공정’논의엔 우려할 대목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공정’이 보편적 가치를 넘어 통치의 한 수단으로서 이념화하고 있는 조짐이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고정한 사회는 구체적 실체가 불분명하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온갖 사안을‘공정’이란 이름으로 재단하려 한다는 인상마저 풍긴다. 자칫 입맛대로‘공정’을 갖다 붙이는‘이현령비현령’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특정 이념을 모자 씌우기 해 밀어붙이는 방식은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와도 맞지 않다. 불공정은 권력과 있는 자가 힘으로 이익을 추구할 때 생긴다. 따라서 공정은 국민에게 요구할 규범이 아니라 권력층과 있는 자들이 지켜야 할 도덕률이다. 특히 권력층부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무의미해진다. 사회 일각에서 공정한 사회 주장에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권력은 과연 공정한가라는 원초적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동안의 인사 난맥상부터가 그렇다. 대통령과의 지연·혈연·학연에 인사가 흔들린다고 비친다면 아무리‘공정’을 외친들 설득력이 없다. 정권 말기로 갈수록 정권 내부의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도‘공정한 사회’는 정권 내부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청와대 참모들은“청와대부터 정부부터 희생을 감수할 각오를 이미 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역대 대통령의 장기 독재와 같은 권력구조의 탈선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뤄냈을 뿐 아직도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주의의 제도화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총리실에서 민간인 사찰 기구를 운영하고 국회가 국회 안에서조차 법치를 구현하지 못하고 사법부는 법관 개인의 이념적 색깔에 의해 판결이 달라지는 형편이다. 후진성의 유산인 사회적 격차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의 개념이 정확히 무엇이며, 그것을 이룰 수단은 또 무엇인지가 명확히 보이지 않아 궁금하다. 법이 사회의 위·아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는 사회, 즉 형식적 법치 사회가 공정한 사회일까 아니면 정치·사회적으로 뒤쳐진 사람에게 정치적·사회적 이익이 더 배당되는 사회가 진정한 공정한 사회일까. 이 문제에 대한 정치철학적 판단이 우선 제시돼야 한다. 이것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정치권과 재계에선 벌써 공정한 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사정의 칼이 동원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그럴싸하게 퍼지고 있다. 이것도 공정한 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의 하나이지만 그것은 정권이 쓸 수 있는 여러 정책 수단 중‘하지하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내걸고 각종 대중연합적 경쟁을 동원했던 좌파 정권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발판으로 집권했다. 그렇다면 그 정권과는 다른, 보수 정권만이 이룰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달성할 것인지를 국민에게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10년 만에 등장한 보수정권의 실책과 실상에 대해 이미 적잖이 실망하고 있는 국민이 다시 이 정권에 희망을 걸 수 있다!
인사청문회’혹독한 신고식
인사청문회’혹독한 신고식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현동 국세청장,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논란이 되고 있다. 횟수는 다르지만 모두 자녀의 중고교 진학을 위한 것이었다.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는 부동산 구입 목적으로 한 차례 위장전입을 한 적이 있으나 야당의 반대에도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했다. 당사자들이 사과를 표명했다지만 위장전입은 엄연히 징역 3년 이하, 벌금 1000만 원 이하에 해당하는 범죄다. 최근 10년간 위장전입으로 처벌받은 국민이 5000명을 넘는다. 자녀 교육용 위장전입에 대한 시각은 법학교수 간에도 다르다. 한 교수는“인사청문회 취지로 본다면 어떤 위장전입이든 정당화되기 어렵다. 국민의 법감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교수는“사실 자녀 교육 목적의 전입 제한은 위헌 소지가 있다. 투기 목적이 아닌 자녀 교육 목적의 위정전입은 달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자녀 교육을 위한 위정전입이 다른 경우보다 꼭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장인의 선거를 돕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공직자도 있다. 부동산 관련만 해도 투기 목적에서부터 조금 더 넓은 아파트로 옮기려는 경우까지 각양각색이다. 청와대 관계자는“위정전입 문제는 자녀 교육과 관련한 것은 봐주되 재산증식을 위한 것은 안 된다는 게 내부의 가이드라인이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세 자녀 교육 목적으로 5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전력이 있다. 이 정권에 몸담고 있거나 몸담았던 고위 공직자 가운데 13명이 이런저런 위장전입 전력 때문에 시넷거리가 됐다. 그중에는 법 집행과 관련된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대법관도 포함돼 있다. 위정전입 자체 때문에 낙마한 사람은 없다. 위정전입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의 간극이 큰 상황을 어정쩡하게 방치하는 전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나 국민의 법의식에 미칠 영향을 감안할 때 문제가 있다. 차제에 위장전입 논란을 공론에 부쳐 공직자의 결격 여부를 가리는 분명한 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면 그에 맞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어쨌거나 공직자에게는 일반 국민보다 더 엄격한 준법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의 기존 취지는 입법부가 후보자의 자질·도덕성·정책을 검증해 대통령의 인사권력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비뚤어진 인사청문을 정상으로 복원시키려면 임명권자·후보자·검증권자와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청와대는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서 상식선 이상으로 결함이 많은 인사는 아예 내정하지 말아야 한다.‘자녀 교육 위장전입’은 괜찮다는 식의 편의적 발상은 곤란하다. 공직에 나서려는 이들은 청문회를 하나의 계명으로 삼고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결함이 많으면 공직제안을 수용하지 말아야 하며 결함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면 국회 청문에 서기 전에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한다. 청문회에서는 솔직한 자세로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국민에게“과거는 부족했지만 미래로 보상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다 정치공방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권의 태도다. 서류 한 장이면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일일이 증인에게 증언하게 하는 것이나, 이미 판결이 끝난 내용까지 관련자들을 모두 불러 취조하듯 몰아세우는 것은 사실확인이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면 같은 내용을 반복 질문하게 되고 정작 필요한 정책 검증에는 소홀하게 된다. 국회는 정략으로 근거 없는 공세를 벌여서는 안 된다. 특히 야당은 자신들도 언제든지 여당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비판과 수용 사이 적당한 곳을 찾는 지혜를 발휘해야 청문회가 돌고 정부가 돌아간다. 인사청문은 양파를 벗기듯 한 인간을 전부 까발리는 곳이 아니다. 도덕성 검증은 중요하지만‘공직자 자질’과 관련있는 부분으로 한정해야 한다. 도덕성 검증만큰 정책이나 업무 능력도 중요하다. 가난하고 힘이 없는 약자는 자녀를 좋은 학군에 보내거나 아파트를 분양받을 능력이 안 돼 위장전입을 시도하기도 어렵다. 이미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계층이 위장전입을 통해 자녀에게 경쟁력을 대물림하거나 아니면 재산을 더욱 증가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위장전입은 강한 자가 불공정을 통해 더욱 강하게 되는 잘못된 통로다. 여기에 무슨 공정한 사회가 있는가!‘공정한 사회’를 열 번 외치는 것보다 인사에서 한 번이라도 더 고민하는 게 위장전입 같은‘불편한 진실’을 줄이는 길이다! 열띤 정치공방과 거짓말 경변대회장 이었다!
욕설과 막말 이대로 좋은가
욕설과 막말 이대로 좋은가
온통 욕설과 막말에 뒤덮인 나라는 문화국가가 될 수 없다. 욕설과 막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교양인 대접을 받을 수도 없다. 오늘 우리사회가 어쩌다가 이토록 심각한 언어 타락을 자초했는지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환경시설 관리병으로 근무하던 한 병사가 2년 전 상급자에게“개○○ 죽을래”같은 욕설을 듣고 모욕감을 못이긴 나머지 부대 작업장에서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육군 법무실의‘군내 언어폭력 이대로 좋은가'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육군의 자살 사건 중 언어폭력으로 인한 사례가 27%에 이른다. 욕설은 불량 남학생이나 하는 것으로 돼있었지만 지금은 우등생도, 여학생도 별 생각 없이 욕설을 입에 담는다. 어머니뻘 되는 환경미화원에게 심한 욕설을 한 모 대학 패륜녀가 인터넷에서 크게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중고교생 대상으로 인터넷강의를 하는 강사들은 인기를 끄는 수단으로 욕설을 사용한다.“이승만 박정희는 X새끼”라는 사회탐구,“X놈, X새끼”가 말끝마다 끼어드는 수리영역 강의가 중고교생들의 의식을 파고들고 있다. TV와 라디오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쏟아내는 비속어 문제도 심각하다. 가이드라인도, 제재장치도 없는 인터넷 공간의 댓글은 죄 없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최근‘아이폰 열풍'을 타고‘내놓고 욕해줌'같은 애플리케이션(업)이 욕설을 일상화, 오락화의 경지로 가져다 놓았다. 각종 매체를 타고 번지는 욕설을 무감각하게 방치하다 보면 갈수록 확대 재생산의 전체 사회가 건강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육군이‘욕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장병들이 철없는 10대도 아니고, 제대하면 사회생활도 해야 하는데 욕을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생활을 해선 곤란하다.”는 취지다.‘말하기'나 언어순화 교육은 학교에서 맡아야 할 부분이지만 군이라고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언어는 습관이다. 욕설 없이는 말을 못하는 습관이 배면 제대한 후 사회에 진출해서도 고치기 어렵다. 욕설 섞인 PC방 간판들이 거리 곳곳에 버젓이 나붙은 것을 보면 사회 전체가 욕설 불감증에라도 걸린 듯하다. 그 많은 정부 관련 기관과 국어 운동단체, 각종 심의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일선 교사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욕설·비속어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92%나 됐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욕설‘실력'을 겨루는‘욕배틀'이 유행하는가 하면 휴대전화로‘욕 어플'을 내려 받는 풍조도 생겼다. 자주적인 욕설을 일삼는 인터넷 방송이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자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욕설에 쉽게 물들 수 있는 환경이다. 자극은 더 센 자극을 부르기 마련이다. 욕설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청소년, 나아가 사회 전체가 정신적으로 삭막하고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욕설문화는 크게 보면 우리 문화의 일부다. 비슷한 또래 나이나 특정 집단에서의 동질감·유대감을 강화시키는 순기능도 있고, 카타르시스르 제공하기도 한다. 해학과 유머·비판정신도 반영되기 때문에 국어의 한 자산으로 여겨져 문학작품에 녹아들고,‘비속어 사전',‘상소리 사전'들도 나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욕설 풍조는 남을 욕하고 헐뜯는‘언어 폭력'에 불과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조직폭력배들의 세계에서나 통할 법한 저질 말본새가 사회 전체로 번져서야 되겠는가! 자라나는 청소년들부터 학교와 가정에서 미리미리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다. 어휘와 말씨는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품성, 교양과 사회경제적 배경을 말해준다. 별 생각 없이 쓰는 욕설이 자신의 민얼줄임을 안다면 부끄러워서라도 함부로 쓰긴 힘들 것이다. 언어 순화는 감정 통제를 가르치는 인성교육의 한 방법이다. 말이 혼탁해지면 정신도 사회도 병들게 된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배려와 따스함이 배어나오는 말을 쓰기 위해 다함께 노력하는 사회가 돼야 문화국민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칭찬이 인색한 우리 사회에 칭찬으로 밝은 사회를 이루는데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탄식만 할건가.
언제까지 탄식만 할건가.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이 대독한 하계포럼 개회사에서“나라가 올바르게 나아가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에게 국가적 위기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국민도 위기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세종시 같은 국가 중대사업이 당리당략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4대강 사업도 반대세력의 여론몰이로 혼선을 빚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조 회장의 발언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쏟아 놓는 상황에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통령은“전경련도 대기업의 이익만 옹호하려는 자세를 가져서는 곤란하며 사회적 책임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기업들의 행태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협력업체인 중견·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횡포를 부리는 일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이 어렵게 일궈 놓은 영역에 뒤늦게 뛰어들어 이득을 챙기거나,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도용하는 사례도 있다. 일부 기업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투자 없이 해택만 누리려는 형태도 잘못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친서민·친중소기업 기조를 강조하며 대기업 비판의 소리를 부쩍 높이고 있다.“재벌소유의 금융회사 일수 이자 받듯이 높은 이자를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맞지 않는다.”,“대기업은 몇 천억 원 이익이 났다고 하는데 없는 사람들은 죽겠다고 한다.”,“대기업이 현금 보유가 많은데도 투자를 안 하니 서민이 더 힘들다.”. 한나라당 당직자들까지 대기업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올 상반기 7.6%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아직도 대다수 서민층과 중소기업들은 경기가 풀렸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67%가 경기 회복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생계와 맞물려 돌아가는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는 13만 명이나 줄었다. 경제에선 대기업을 억누른다고 중소기업이 자동적으로 솟아오르지는 않는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며 대기업을 압박한 결과 빈부격차가 더 심해졌다. 반기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기업이 투자를 더 머뭇거리게 돼 성장률이 떨어지고 일자리도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회사 안에 돈을 쌓아놓고 돈을 벌 기회가 눈에 보이는데도 일부러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돈을 갖고 있는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는 대부분 투자이익이 불확실하거나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 해외에는 활발히 투자하면서도 국내 투자에 소극적일 때는 그 원인이 노사문제에 있는지 토지 사용과 건축 인·허가 등과 관련된 규제 때문인지를 먼저 살펴 해법을 찾는 게 올바른 순서다. 대기업들도 자성해야 할 대목이 숱하다. 대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납품업체들 중에는 더 어려워졌다는 곳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의 44%가 원자재 값이 올라도 납품단가는 한 푼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원자재 값이 내릴 때는 중소기업이 그 해택을 보기도 전에 대기업이 납품가를 후려친다. 실적이 좋아진 것은 상당 부분 정부의 고환율·재정 확대 정책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대기업이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얻은 이익의 일부라도 중소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물길을 열어야 대기업을 향한 이런 불만이 폭발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재계는 서로를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부터 되돌아볼 일이다.
법치 무너지면 갈등과 분열 극심
법치 무너지면 갈등과 분열 극심
시국선언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와 교육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김 교육감은 전교조 경기지부 집행부 14명에 대한 검찰의 기소 처분을 통보받고도 1개월 안에 징계 의결을 요구하지 않아 교육공무원 징계령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수원지범 형사 11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위법성에 대해 사회적 논란과 의견이 분분해 김 교육감이 신속한 징계보다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자는 신중한 접근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 아니다.”고 무죄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김 교육감의 징계 의결 유보가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것이었을 뿐 교사 시국선언의 합법성을 따지는 판결은 아니다. 따라서 김 교육감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를 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무죄 판결인 것처럼 확대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육공무원징계령에는‘교육기관의 장은 수사기관으로부터 소속 교사들에 대한 범죄 처분 통보를 받으면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한 달 안에 징계위에 징계 의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사법부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징계하는 것은 무죄 추정 원칙에 어긋난다며 징계를 거부했고, 재판부는 이를‘상당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처럼 검찰이 기소를 했는데도 징계권자가 징계 여부를 재량껏 판단한다면 공무원 징계제도는 있으나 마나한 것이 되기 쉽다. 징계제도는 형사 처벌과 별개로 공무원 조직의 질서 유지와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해 만든 제도다. 공무원은 술에 취해 행패만 부려도 품위 손상으로 징계를 받는다. 만약 무죄 추정 원칙을 따라야 한다면 공무원이 어떤 비리를 저질러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징계를 할 수 없게 된다.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 교사들은 지금까지 1심 8건에서 유죄 2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무죄 2건마저 2심에선 유죄를 받았다. 유죄 판결을 내린 법원은 한결같이 시국선언이 교사들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나 비판을 담은 것이어서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 교육감은 시국선언이 위법인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고민스럽다는 이유로 징계를 거부했고 재판부는 이를 교육감의 재량권이라고 인정했다. 이번 판결에 기대서 총리실 민간인 사찰 관련자들이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는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럴 바에 아예 모든 공무원 징계는 대법원 판결 후에 하라고 규정을 모두 바꿔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일탈해 정치판을 교묘히 넘나들어도 법적 처벌 외에는 제재할 뾰족한 행정적 수단이 없음을 의미한다. 교사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은 학생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교육계는 시급히 보완 정치를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작금의 혼란에 법원의 책임은 무겁다. 김 교육감 무죄 선고 이유와 관련, 재판부는“시국선언 행위가 집단행위금지 등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행위인지, 아니면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기득권(특히 표현의 자유) 행사 범위 내의 행위인지에 관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며“대법원의 관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 법원에서 열린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한 1심 재판은 유죄와 무죄가 엇갈렸고, 1심의 무죄가 2심에서 유죄로 뒤바뀌는 등 판결조차 뒤죽박죽이다. 법치가 무너지면 갈등과 분열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나라를 지탱할 방법이 없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정치’
돌고 도는 물레방아‘정치’
7·28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서울 은평을과 인천 계양을, 충북 충주 충남 천안을,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등 5곳에서 민주당은 광주 남구, 강원 원주·태백·영월·평창·정선 등 3곳에서 각각 승리했다. 재·보선이 실시된 8곳 중 5곳이 원래 민주당 의석이었고, 한나라당 1곳, 자유선진당 1곳, 창조한국당 1곳이었다. 한나라당이 4석을 늘린 반면, 민주당은 2석 줄었다. 두 달 전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던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완패했다. 민주당이 완패한 것은 결국 민주당이 내세운 후보와 정책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에선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패했고,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도 정치 신인인 한나라당 후보에게 내줬다. 충청권은 두 달 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사실상 전패 하다시피 했던 지역이었으나 이번엔 한나라당이 모두 이겼다. 민주당이 지난해 두차례 재·보선과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민주당 자력으로 일궈낸 결과라기보다는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견제심리의 덕을 많이 봤다고 하는 게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민주당은 뿌리부터 정권 흔들기에 나섰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 소행을 인정하지 않고, 4대강 개발사업을 뒤엎으려 했다. 교육현장은 진보세력의 정치바람으로 마구 흔들렸다. 민간인에 대한 권력의 사찰, 영포목우회를 비롯한 사조직 파동, 여권 인사의 성희롱 파문 등은 분명 정권의 부실이요 약재였다. 그러나 민주당과 반정부 시민단체는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 자주적인 정치 공세로 이를 활용했다. 민주당은 오만했다. 6·2 지방선거에서 효과를 보았다고 해서 이번에도 후보단일화를 급조하고 남발했다. 유권자가 정권의 실수보다는 민주당의 오만과 민주당으로 인해 초래된 혼란에 더욱 화를 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재·보선은 민심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6·2 지방선거 때의 한나라당 패배와 비교하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 불과 두 달 사이에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민심은 정부 여당이 자만에 빠지면 또다시 돌변할 것이다. 이제 이 대통령은 잇따른 선거로 흩어진 민심을 모으고 국정의 새 추동력을 확보하려면 개각을 서둘러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과 여당 지도부 개편으로 여권의 인적 쇄신을 도모했지만 개각이 늦어져 효과가 반감됐다. 이제 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도는 만큼 과감한 내각 개편을 통해 참신한 면모로 정권 후반기를 맞는 게 좋다. 겉으로 보면 한나라당은 명백한 승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또한 민주당에 대한 견제이지 여당에 대한 과감한 지지는 아닐 것이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으로서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겨우 회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부분에서 선진화의 기틀을 다져야할 시기다. 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교육 개역, 산업정책 재편, 3대 비리 척결이 실질적 성과를 내도록 속도를 높여야 한다. 4대강 정비처럼 논란이 많은 사업은 제 궤도를 찾도록 소통의 정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친서민 노선은 정교한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선심성 포퓰리즘으로 흐르지 않고 사적 약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여·야 정치권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여당은 국정 공동 책임자로서 책무를 다해야 하고, 야당도 정책이나 대안으로 경쟁해야 한다.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곳은 민생이다. 6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역대 3위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건만 그 온기가 서민층에까지 퍼지지 않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나 얼어붙은 부동산시장 대책 마련도 힌시가 급하다. 대북문제나 국가안보 사안에는 야당도 국익이라는 큰 틀에서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 국가의 울타리를 튼튼하게 만들고, 서민의 형편을 보살피는 일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자연 인간에게 슬기와 지혜를
자연 인간에게 슬기와 지혜를
여름이면 찾아오는 장마지만 지난해처럼 집중호우가 내려 많은 수해를 내기도 하고 올해 중부지방처럼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마른 장마’가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장마(1971~2000년까지 30년 평균 기준)는 제주도에서는 6월 19일, 남부지방은 6월 22~23일, 중부지방은 6월 23~24일 시작된다. 또 장마가 끝나는 시기는 제주도가 7월 20~21일, 남부지방이 7월 22~23일, 중부지방은 7월 23~24일이다. 장마 기간인 32~33일 동안 전국의 평균 강수량은 338.1mm(지역에 따라 190~449mm)로 연간 강수량의 25%에 해당한다. 국립기상연구소는 2008년 장마철에 내리는 비를 수자원 확보라는 관점에서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2,430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기상학적으로는 장마전선이 원인이 돼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는 것을 말한다. 기온이 낮고 습기가 많은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 전선이 생긴 후 한반도 상공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온도 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두 고기압 사이에는 뚜렷한 전선이 형성된다. 장마전선은 양쪽의 고기압 세력이 밀고 당김에 따라 남북으로 오르내리는데 이것을 장마 전선의 남북진동이라고 한다.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강해져 전선을 북쪽으로 밀어 올리면 한반도에는 무더운 여름 날씨가 나타나고 장마전선은 사라진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면서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지구온난화 추세로 인해 여름철 폭염 혹은 열파로 인한 피해가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2003년 프랑스에서만 노인을 중심으로 1만 5000여 명이 폭염으로 인해 숨졌고,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전체로는 3만 5000여 명이 피해를 보았다. 극단적인 고온은 인체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된다. 체온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노인들은 특히 위험하다. 2008~2009년 폭염특보 시행 결과를 보면 예상대로 남북 내륙지방에 폭염이 자주 발생했다. 지난 2년 동안 폭염주의보에 해당하는 날씨가 나타난 경우는 경남 밀양이 50일로 가장 많고 대구 45일, 경남 합천 44일, 경북 의성 38일 등의 순이었다. 반면 강원도 태백과 대관령 등 고도가 높은 지역이나 부산, 여수, 울릉도 등 해안 지역은 폭염주의보에 해당하는 날씨를 보인 경우가 없었다. 열대성 저기압은 발생하는 장소에 따라 부르는 명칭도 다양하다. 북태평양 서쪽 해상에서 발생하면 태풍이라고 부르지만, 인도양에서 발생하면‘사이클론’, 북대서양 서쪽 해상에서는‘허리케인’, 남반구 호주 북부 해상에서 발생하면‘윌리윌리’라고 부른다. 한반도에 다가오는 태풍은 북위 4~25도, 동경 120~160도 사이에 이르는 바다에서 생성된다. 여름철 태양이 작열하면 남방의 여러 섬의 지표면이 가열돼 상승기류가 생기고 주변 바다에서는 이 빈 곳을 채우기 위해 섬을 향해 바람이 불어 들어오게 된다. 이 때 섬과 바다 사이에 소용돌이가 생기고 이것이 발달해 태풍이 된다. 바닷물 수온이 높아 수증기 발생이 많으면 열대성 저기압은 상승기류를 끊임없이 일으켜 태풍으로 커지게 된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 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고, 예보관들이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붙이는 게 관례가 됐다. 큰 피해를 낸 태풍의 이름은 피해를 본 나라의 요청으로 빠지고 대신 새 이름을 넣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개미·나리·장미·미리내·노루 등 10개를, 북한에서도 기러기·도라지 등 10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