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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선주자 공약 당선되면 그만
[칼럼]대선주자 공약 당선되면 그만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주에서 “박근혜 이명박 정부 9년은 호남홀대 9년이었다”며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당하고 차별받은 인사부터 구제하겠다”고 말했다. “집권하면 호남의 울분을 풀어드리겠다”며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 정신 기록, 5·18 관련 자료 폐기금지법 제정, 에너지 관련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 500개 이전 등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문 전 대표의 부산지역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제 다시 한 번 부산 사람들이 주체가 돼 부산대통령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장관을 지낸 그는 이날 문재인 캠프의 부산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문 전 대표도 참석한 행사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지만 누구도 자제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경남 남해 전통시장을 방문해 “망국적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첫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말로는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면서도 부산에선 부산대통령론을, 호남에선 호남대통령론을 들먹이는 것은 어떻게든 표만 얻겠다는 구태정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시장 선거와 부산 북·강서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지역주의 타파 정신만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시민들이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을 때 청와대와 내각 인사에서 호남을 홀대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아직도 가시지 않은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 외에 노무현 정권의 호남홀대론도 작용했다.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약속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보수 정권의 호남홀대론을 들고 나오니 궁색하다. 특전사 시절 전두환 당시 여단장의 표창을 받았다는 사실의 후폭풍이 커지자 진화하려고 한 것은 아닌가! 문 전 대표가 공무원노조총연맹 출범식에서 “집권하면 공공 부문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제를 즉시 폐지하겠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문 전 대표만이 아니라 야권 대선 주자 대부분이 같은 공약을 하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공공 부문 비효율을 개혁하기 위해 추진했던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나 안 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대우받는게 지금 우리 공공 부문이다. 열정을 바쳐 일하는 분위기가 살아날 수 없다. 이 철밥통 풍토를 깨자는 게 성과연봉제다. 노조 반발 속에서도 어렵게 19개 공기업·군정부기관 종사자에게 새로 적용하고, 기존에 성과연봉제 대상이었던 공무원의 직급을 낮춰 법위를 확대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이 이것을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100만 공무원’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반개혁이란 사실을 잘 보여준다. 나라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지금 편하게 나눠 먹자는 궁리뿐이다. 문 전 대표는 “정부 조직 개편 시 노조와 합의할 것”이라며 “정당 가입과 정치 후원 등 공무원의 정치 기본권 보장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공무원 노조 가입 범위 확대 근로시간 면제 제도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공노총이 내걸고 있는 11대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우리와 같은 정치 풍토에서 공무원에게 정치 활동을 허용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헌법이 ‘공무원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식이면 앞으로 공공부문 개혁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그는 국민의 세금으로 공무원 81만명 증원도 계속 주장했다. 야당은 적폐 청산을 외치지만 정말 청소해야 할 적폐는 바로 이런 포퓰리즘이다.
[칼럼]탄핵 국가적 불행이자 비극
[칼럼]탄핵 국가적 불행이자 비극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박근헤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11일 만에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뇌물 수수, 공무상 비밀 누설 등 총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검찰청사로 들어가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5년 검찰에 출두하고 구속 수감됐다. 두 사람 모두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다가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검찰에 나왔다가 자살해 더 이상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하되 사건 처리를 미룸으로써 생길 수 있는 혼란은 피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 탄핵 찬·반 진영으로 갈려 극단으로 치달았던 갈등이 검찰청사 앞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 결국 구속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가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이 무거운 짐을 졌다. 8년 만에 다시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도 착잡할 것이다.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박 전 대통령의 전임자들도 대부분 밝은 얼굴로 청와대를 나오지 못했다. 사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다른 전직 대통령 상당수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정도의 잘못을 저질렀다. 지금과 국민 눈높이가 달랐을 뿐이다. 대통령이나 그 핵심 측근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나라는 우리 외엔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 문제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청와대에 입성하는 즉시 현대판 제왕이 돼 권력을 휘두르다 말년에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게 하나의 공식처럼 됐다. 그러면서 정작 필요한 정책 집행은 거의 불구에 가깝다. 한국식 대통령제는 수명이 다했다. 탄핵 결정으로 이미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도 참담하겠지만 그런 대통령을 보는 국민의 심정도 다르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이 밤늦게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면서 뇌물수수와 직권 남용 등 13가지 혐의 모두를 전면 부인한 것도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가 “내가 아는 누나는 아직까지 자신이 잘못했다는 인식이 없을 것”이라고 한 말이 맞는 듯하다. 정치적 고려 없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정도이고 검찰이 살 길이다. ‘촛불’도 ‘태극기’도 검찰수사를 지켜보며 향후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을 끝으로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바란다. 이번 사태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정경유착 관행을 끊는 전기가 된다면 불행 중 다행일 것이다. 이현재 전 경제부총리는 지금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없앨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며 대통령직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수치스러운 관행을 끊어내야 할 때다. 차기 대선주자들은 박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검찰 포터라인에 서는 사람이 5년 후 자신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11명의 대통령 가운데 내각책임제 또는 과도기 2명을 제외하고 9명이 사법처리 또는 가족·친인척 비리로 치욕적인 말로를 맞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세 아들 구속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의 사법처리와 내곡동 사저 특검을 정치 현장에서 지켜보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차기 주자들도 지금은 박 전 대통령의 불행이 남의 일처럼 보이겠지만 권력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의 이들로는 대통령의 비극과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가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실패한 대통령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국민은 바란다.
[칼럼]중국 사드 보복 감정대립
[칼럼]중국 사드 보복 감정대립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중국의 관광업을 총괄하는 국가 여유국이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을 베이징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롯데가 성주골프장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키로 확정하자 중국 정부가 물증이 안 남는 ‘구두지시’를 통해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직접 주도하는 것이다. 중국 매체에서 ‘준단교 가능성’과 성주 군사 타격론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한국 제품 불매와 반한 시위 등 치졸한 보복이 더욱 확산될 경우 올해 8월 수교 25주년을 맞는 한중관계의 의미도 퇴색할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도를 넘는 중국 조치에 대해 “자위적 방위를 포기하라고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미가 작년 7월 사드 배치를 발표할 때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천명한 만큼 미국의 적극적 대응은 동맹으로서 타당한 일이다. 정작 미국엔 보복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는 중국이 한국만 겁박하는 것은 한미동맹과 한미일의 대중 견제를 약화시키려는 의도임이 뻔하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선제공격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하는데도 중국이 오히려 한국의 자위적 조치인 사드 배치를 탓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북은 핵실험, 탄도미사일 발사는 물론이고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김정남 암살 등 숱한 도발과 테러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해 왔지만 중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에 마지못해 참여하는 시늉만 낼 뿐이다. 원인 제공자인 북을 놔두고 우리를 압박하는 것은 북이 무슨 짓을 해도 결코 버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국이 북핵 해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2015년 9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텐안먼 성루에 올랐던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속은 것이다. 경제관계가 아무리 비약적 발전을 했다 해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결코 한미동맹을 대체할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는 데는 한국 야권에서 사드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요구하는 것도 고려 요인이 됐을 것이다. 일본은 2012년 센카쿠 열도 분쟁 때 중국의 전방위적 보복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강하게 대처했다. 대중 견제를 위해 미일동맹을 강화했고 군사력도 증강했다. 국가의 명운과 직결된 사드 문제를 놓고 우리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중국에 무릎을 꿇는다면 중국은 한국을 과거 속국처럼 여길 것이다. 중국의 보복은 정치적 이유로 무역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중국을 지켜보고 있으며 자신들도 언제든 중국에 당할 수 있다고 느낄 것이다. 중국의 보복은 하면 할수록 스스로에게도 부담이 된다. 중국은 사드가 아니라도 걸핏하면 경제 보복 카드로 위협할 것이다. 한국이 자신들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수출의 25%와 외국 관광객의 47%를 중국에 의존한다. 우리는 이제야 중국이란 나라에 근본적으로 불투명한 정책과 정치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줄여나가야 한다. 연어 수입 제한 보복을 당했던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 등의 신 시장을 개척했다. 일본 여깃 중국 비중을 줄이고 동남아·인도 등으로 다변화하는 정책을 폈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반면 우리는 2000년 중국산 마늘 분쟁 때 그렇게 당하고도 중국 위주 전략을 수정하지 못했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더 이상 매력 덩어리는 아니다. 인건비가 급등한 ‘레드 오션’으로 바뀌었다. 이미 화장품 업계는 중국 대신 중동과 동남아 시장 쪽으로 눈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심각한 ‘중국 리스크’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을 얕보는 중국의 횡포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다.
[칼럼]자유한국당 대선 주자 경쟁
[칼럼]자유한국당 대선 주자 경쟁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개명하면서 내놓은 횃불 모양 로고가 시비에 휘말렸다. 북한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 로고에 대해 “자유와 열정을 상징하고 밝게 비춘다는 의미로 횃불 이미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과 ‘일간베스트(일베)’ 등 친박·극우파들이 반발하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정광용 박사모회장은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 신당 로고를 보고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며 “도시산업선교회 인명진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차라리 북으로 가라”는 성명을 냈다. 극우성향 논객 변모씨도 소셜미디어에 “북한에서 횃불은 곧 김일성을 상징한다. 북한퍼주기 단체인 우리민족돕기운동본부대표 출신 인명진이 이걸 모를 리 없다”며 “인명진이라는 거짓촛불 세력들의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고 적었다. 실제로 북한에서 횃불을 내세운 상징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양강도 봉화탑이다. 1937년 김일성은 빨치산을 이끌고 양강도 보천보 마을의 일본 관공서를 공격해 불태우고 포고문과 격문을 살포했다고 한다. 북한 작가 정관철이 그린 「보천보의 횃불」에는 연설하는 청년 김일성, 횃불을 들거나 손을 흔드는 민중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북한은 보천보 전투를 기리는 봉화탑을 1967년 건설했고, 해마다 보천보의 이름을 내건 다양한 행사를 전국전 규모로 치르고 있다. 또 북한 노동당 대회 폐막에 즈음해 평양에서는 청년학생들이 횃불행진을 한다. 평양 주체사상탑, 북한돈 50원짜리 지폐, 북한 조선중앙방송 로고에도 횃불이 들어있다. 그러나 횃불이 북한 전용 상징물은 아니다. 올림픽을 대표하는 게 횃불인 ‘성화’이고,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도 횃불을 들고 있다. 영국 보수당도 마거릿 대처부터 마이클 하워드가 대표로 재직하던 때 횃불을 가진 손을 로고로 썼고, 영국 노동당에서도 1983년까지 횃불이 상징이었다.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대공·방첩의 첨병 국가정보원도 횃불을 사용했다. 새누리당이 전국위원회를 열어 성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꿔 새 출발을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쇄신한다며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지 5년만에 다시 문패를 바꿔 달았다. 비선 실세와 함께 국정을 문란케 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박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면서 당 쇄신을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반드시 보수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선지 지금 자유한국당에선 댓건 출마를 하겠다는 사람이 넘쳐난다. 출마 선언을 했거나 준비 중이라는 국회의원과 전·현직 광역단체장이 줄잡아 10여명이다. 대선 도전은 자유다. 하지만 그들 중 지지율이 8위권 내에 들어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제일 높은 사람이 1% 안팎이다. 출마 여부가 불확실한 황교안 총리를 제외하면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지금 자유한국당이 마치 ‘무주농산’처럼 모이는 모양이다. 심지어 정치 경력이 전무한 사람까지 나선다고 한다. 충정도 있겠으나 대부분 나름의 계산이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나든 보수가 재결집할 것이니 지금 이름이라도 걸어놔야 그 이익의 한 조각이라도 먹을 수 있고 다음 총선, 지방선거 때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의 부정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만 같다. 자유한국당은 지지율은 전성기의 4분의 1토막이 났지만 아직도 95명의 국회의원이 소속된 제2당이다. 바른정당과 함께 보수 정당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정당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무언가 희망적인 것은 없고 이상하거나 쓴웃음을 짓게 하는 것뿐이다. 두 보수 정당 모두 존재감마저 잃어가고 있다. 최순실 사태 이후 희생한 사람은 거의 없이 지금도 모두 제 살길 찾기에 바쁘다. 대통령부터 초선 의원까지 다 그러니 지지율 ‘0’의 보수 ‘잠룡’은 10여명이 아니라 더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칼럼]공짜 등록금 유혹
[칼럼]공짜 등록금 유혹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연구실 없어 떠도는 유령 교수가 많다. 교실이 좁아 시험 때면 다른 곳에서 의자를 가져와야 한다. 도서관은 휴일엔 문 닫고 평일에도 10시간 연다. 2006년 뉴옥타임스에 실린 파리 10대학 낭테르캠퍼스 풍경이다. 신문은 이 대학이 재정 부족에다 조직도 엉망이며 변화마저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르본 대학에서는 지우개가 없어 대걸레로 칠판을 지운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1968년 학생혁명 이후 학비가 거의 무료가 되면서 달라져 간 프랑스 대학 풍경이다. 한국에서 대학등록금이 정치권 이슈가 된 것은 5~6년 전이다. 1년에 1000만원 학비로 서민은 물론 중산층 가정도 휘청했다. OECD 통계로 한국 시립대 등록금은 미국 대학에 이어 둘째로 비싸다. 빚내고 아르바이트하며 공부하는 청년들이 대거 생겨났다. 때맞춰 정부와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국내 350여개 대학(전문대 포함)의 한 해 등록금 규모가 14조원이다. 그 절반인 7조원을 나라와 대학이 부담하겠다는 게 정부 ‘반값 등록금’ 개념이다. 지난해 그 정책이 완성됐다. 정부가 4조원, 대학에서 3조원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학들이 “힘들다”고 난리다. 반값 등록금에 돈을 쏟아부으니 정작 필요한 곳에 쓸 돈이 없다고 한다. 40명 듣던 수업을 120명 대형 강의로 바꾸고, 실험·실습장비 구입을 올스톱한 학교도 있다. 한 대학 총장이 한숨을 쉰다. “요즘 대학은 건물만 멀쩡히 있는 ‘하우스 푸어’예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 하겠다고 했다. 2011년 시장 선거 때 그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걸었다. 당연히 학생들이 반길 것으로 봤는데 꼭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 대학 총학생회가 설문 조사를 하고 있는데 ‘무상 등록금’ 반대가 찬성보다 많다고 한다. 학생들은 “반값 등록금으로 대형 강의가 많아지면서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말한다. 반값·무상은 선거철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단골 메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 비슷한 공약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이에 브레이크를 거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교육 질 떨어지는데 공짜·반값 해서 뭐하겠느냐는 항변으로 들린다. 꼭 등록금 정책만 그럴까. 급식·의료·보육·주택… 최근 몇 년 새 예산 쏟아 부어 급조된 정책들이 잘 굴러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참에 ‘반값’, ‘무상’을 갖다 붙인 모든 정책을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박 시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2년부터 사립대에 반값 등록금을 도입해 5년째 시행하고 있다. 그는 “이제 온전한 대학은 무상교육을 고민하고 있다”고 운을 땠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동안 시간강사가 571명에서 408명으로 줄고 100명 넘게 수강하는 대형 강의는 59개에서 112개로 늘어났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잘 정착됐다고 여긴 반값 등록금이 교육 여건의 부실을 부른 것을 박 시장만 몰랐던 셈이다. 선진국 대학들은 적극적인 투자로 연구 역량을 높이고 가상현실이나 인공지능, 첨단로봇 같은 신성장동력 분야의 창업가를 길러내고 있다. 그런데 시립대 학생들은 듣고 싶은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낭패를 보고 전국 국공립대 43개교 중 42위인 기숙사 수용률도 몇 해째 개선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자체 연구비도 3년간 40%나 줄어 교수들까지 걱정하는 실정이다. 교육 여건을 더 생각하는 학생들이 포퓰리즘만 아는 서울시장보다 더 현명해 보인다. 박 시장은 대학 무상교육을 시작하면 모든 국공립대가 따라오고 일부 사립대에까지 파급될 것이라며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없게 대학의 숨통을 조여 놓고 급변하는 사회로 학생을 내보내는 것은 꿈과 거리가 먼 무책임한 일이다. 학생들한테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원리를 박 시장은 물론이고 모든 정치인이 배워야 한다.
[칼럼]국제정치보다 힘든 한국정치판
[칼럼]국제정치보다 힘든 한국정치판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성 정치권의 편협한 이기주의에 실망했다”며 대선 레이스 하차를 밝혔다. 지난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 활동을 마치고 금의환향한 뒤 20일 만에 현실정치의 벽 앞에서 좌절한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첫 국제기구 수장이라는 자산을 바탕으로 유력 대선주자로 출발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정치인의 모습만 보여주고 짧은 정치 역정을 접었다. 외교전문가 반기문의 실패는 국민들과 함께 부대끼며 성장하지 않은 정치인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증명했다. 반 전 총장은 우선 정당정치를 간과했다. 유권자들의 요구를 수렴해 정당 간 타협과 경쟁을 통해 다듬은 뒤 입법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선거로 피드백하는 정치 과정 어느 것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사퇴하면서도 “정치는 정치꾼이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 정치 자체를 원망했다. 다른 분야에서 쌓은 식견으로 정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그의 실패는 당연했다고 봐야 한다. 정치 콘텐츠도 부실했다. 정치 교체와 대통합을 외쳤지만 정치 현실에 대한 인신과 관점이 결여돼 있었다. 충청지역 정세에 기대는 모습도 구태로 비쳤다. 비전 제시는 없이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을 정치로 잘못 이해했다. 반 전 총장은 검증 요구에도 부응하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은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 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저 개인과 가족의 명예에 상처를 남겼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검증은 지나친 것이 아니었다. 반 전 총장은 동생과 조카가 국제적 뇌물사건으로 기소됐음에도 모른다고만 했다. 검증을 회피한 채 인격 살인 운운한 것은 국민과 정치를 우습게 본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 원인은 지금 박근혜 정권에 실망하고 분노한 민심을 좀처럼 바꾸기 힘들다는 정치 지형 자체에 있다. 반 전 총장은 이 흐름을 돌릴만한 비상한 결단과 지도자 자질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반 전 총장 불출마로 보수 진영에는 다시 커다란 구멍이 하나 생겼다. 지금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야권은 절대 우세에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압도적 선두인 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등의 지지율을 합하면 60% 안팎이다. 이 와중에 벌어진 반 전 총장 사퇴로 보수 정치는 사실상 진공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보수층이 처음 처한 상황이다. 1992년 이후 대선에서 1, 2위를 다투던 보수 후보 득표율이 40% 밑으로 내려간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반 전 총장 등 보수 주자 지지율을 다 합해도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출마 여부도 모르는 황교안 국무총리 지지율까지 합해서다. 수백만 국민이 대선에서 자신을 대표할 사람을 보지도 못한다는 것은 선거 향배를 떠나 사회적으로 비정상이고 위험한 상황이다. 선거는 국민의 이해와 요구가 분출되고 해소되는 장이기도 하다. 선거가 출구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다른 출구를 찾게 된다. 지금 보수 진영에선 바른정당 소속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있고, 여기에 만약 황 총리가 가세한다면 이 3인의 삼각 구도가 형성된다. 대선 국면에서조차 친박과 비박후보가 또다시 경쟁하는 모양새다. ‘절반에 가까운 보수층 표심을 담아낼 방안을 찾으라’는 요구가 비등할 테지만 여야 사이보다 더 멀다는 양측이 손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끝내 따로 간다면 보수 정치는 완전히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대선을 치른다면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짧게는 석 달밖에 남지 않았을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번 대선이 순조롭게 치러질 수 있느냐는 민주당에 달렸다.
[칼럼]대통령 풍자 누드 정치 극단
[칼럼]대통령 풍자 누드 정치 극단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1865년 5월 파리. 왕립 아카데미의 살롱전에서 한 장의 누드화를 둘러싼 소동이 빚어졌다. 날마다 몰려든 관객들이 서로 밀치고 난리법석을 벌이게 만든 작품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지금은 주제와 기법 면에서 현대회화의 시작을 알린 걸작으로 꼽히지만 그 당시 뜨거운 열기는 대중과 경단의 부정적 반응에서 비롯됐다. ‘올랭피아’는 화가 티치아노의 ‘우루비노의 비너스(1538)’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마네는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나신의 주인공을 비너스에서 19세기 파리의 전형적 매춘 여성으로 바꿔치기했다. 고전 회화의 이상형 나체와는 전혀 다른 도발적 누드, 게다가 홀딱 벗은 여인이 민망할 정도로 관객을 뻔히 응시한다는 점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마네의 명작이 한국에서 때 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시국비판 풍자전시회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그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나체에 주사기를 든 최순실과 세월호가 등장한 ‘더러운 잠’을 선보였다. ‘반여성적’, ‘인격살인’이란 논란에 이어 그림을 훼손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의 일탈에 혀를 찼다. 세간의 싸늘한 여론에 민주당은 표 의원에 대해 윤리심판원 회부를 결정했다. 표 의원은 작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의 ‘1호 영입인사’를 입당해 ‘문재인 키즈’로 불린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건 성폭력 수준”이라며 “문재인 대표가 표 의원에게 쓴소리 한마디 한다면 인기 많이 올라갈 겁니다”라고 썼다. 마침 문 전 대표는 “작품은 예술가의 자유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그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다”며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문 전 대표에게 박 대통령의 제부 신동욱씨의 말은 꽤나 아플 것 같다. 표 의원이 자신의 박 대통령 풍자 누드화 국회 전시를 주신해 파문을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많은 분이 마음 상하고 특히 여성분들이 많은 상처를 입은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의원직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그것은 과한 요구”라고 거부했다. 이 파문을 그냥 나뒀다가는 걷잡을 수 없다고 본 민주당 측이 사과를 강권하다시피 했다 한다. 비슷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찬반이 갈렸지만 이 경우는 달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헌정 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성적 대상화나 여성 혐오로 표현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고,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인격 비하, 여성 비하, 저질적 성희롱 행위로 국격을 추락시킨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표 의원이 SNS에 올린 입장문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예술의 자유도 아니다”고 했다. 진보, 보수를 떠나 같은 목소리였다. 지금 정국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 여론조사 지지율은 민주당과 문 전 대표의 압승을 예고하는 듯하지만 그 밑에는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세력의 대립이 위험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금까지는 몇몇 불상사 외엔 평화를 지키고 있으나 실제 탄핵 결과가 나오면 어떤 양상이 벌어질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느 쪽이든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쪽이 조용히 순응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지금은 모두가 헌정 위기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작은 불씨로도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 이러한 때에 튀는 행동을 하는 한 경솔한 정치인과 예술을 빙자해 저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결코 작지 않은 불씨를 던졌다. 순식간에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탄핵 결과가 나오면 벌어질 사태를 더 증폭시킬 불씨다. 지금 박 대통령은 한때의 권력이었으나 이제는 바닥에 쓰러져 아무나 밝고 지나가는 대상이 돼 있다. 반면 민주당은 최고의 권력을 구가하는 중이다. 모든 공무원이 눈치를 보고 있다. 강자가 약자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것이 지나치면 큰 반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세상사의 이치다.
[칼럼]대한민국 헌법 수호하자
[칼럼]대한민국 헌법 수호하자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대가 관계와 부정 청탁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특검이 뇌물 공여 협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기각 사유까지 따질 것도 없다. 특검 관계자들은 그동안 ‘뇌물 공여 혐의 입증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호언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은 줄곧 있었다. 무엇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다 끝난 다음에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 면담이 있었고 그 뒤에 삼성의 승마 지원이 있었다. 합병 대가라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강요 때문이라는 정황이 짙은 것이다. 민담에서 박 대통령은 승마 지원이 부족하다고 이 부회장에게 화를 냈다. 삼성이 합병 대가로 뇌물을 주기로 했다면 지원이 부족하다고 대통령에게 야단맞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삼성의 지원은 회사 공금으로 집행됐다. 뇌물을 공금으로 주는 경우도 드물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이런 이유로 기업에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고 기업을 돈을 뜯긴 피해자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특검이 검찰 수사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면 거기에 합당한 증거를 확보했어야 한다. 지금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박영수 특검은 임명장을 받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뇌물 공여’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말을 했다.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실제 수사를 시작한 후엔 국민연금본부부터 압수 수색했다. 진술과 증거를 축적해 범죄 사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뇌물 수수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수사를 꿰맞춰 온 것은 아닌가! 특검이 이렇게 무리한 것은 무엇보다 검찰 수사를 능가하는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나온다면 법 집행이 아니다. 또 다른 요인은 박 대통령에게 검찰이 적용한 직권 남용과 강요가 아니라 훨씬 형량이 큰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하려는 목적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검법은 명칭부터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규명 특검법’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적용했던 직권 남용과 강요 혐의만 충실히 입증해내도 특검법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검은 입증 가능 여부가 불투명한 뇌물 수수를 캐내는 쪽으로 힘을 쏟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인지 ‘삼성 뇌물’ 수사인지 알 수 없게 됐다. 특검이 뇌물 공여가 된다고 판단했다 해도 기소만 하면 됐다.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없는 이 부회장을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었다. 이 역시 나중에 무죄가 되든 말든 피의자를 구속부터 하고 보는 검사들의 잘못된 인습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검은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구너의 강요에 의해 774억원을 출연한 기업들에 뇌물죄를 적요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애초부터 법조계에서 제기됐다. 무엇보다 목적이 정해진 한시적인 특검 수사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파헤치는 데서 벗어나 광범위한 부패 혐의 수사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뭘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특검도 모두 뛰어난 법률가들이다. 영장 청구가 무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도박하듯이 영장을 청구한 이유가 뭔가! 법리를 본 것인가! 촛불 시위대를 본 것인가. 수사 시한도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특검은 지금부터라도 수사 방향과 속도를 재점검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는 특검법이 정한 수사 보류로 돌아가야 한다.
[칼럼]불평등한 사회
[칼럼]불평등한 사회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신분사회를 상징하는 ‘수저론’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다’란 서양 속담의 산물이다. 1700년 이전까지 사람들은 개인 수저를 들고 다니며 밥을 먹었다. 은수저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멤버십의 표현쯤으로 치부했다. 1969년 미국의 록밴드 CCR이 발표한 ‘Fortunate son’의 기사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금수저 흙수저’를 연상시킨다. ‘어떤 이는 은수저를 들고 태어나지… 난 아니야. 백만장자의 아들 아니야. 장군의 아들 아니야. 상원의원의 아들 아니야. 신의 아들 아니야.’ 행운아 혹은 신의 아들로 번역할 수 있지 않을까. 작사·작곡가인 존 포거티는 1968년 드와이르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손자와 리처드 닉슨의 딸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화가 벌컥 나 ‘난 아니야’를 외치며 20분 만에 곡을 만들었습니다.” 절대다수의 젊은이는 싸움터에 몰아넣고 상류층의 자식, 즉 신의 아들은 호의호식하는 꼴을 통렬하게 꼬집은 것이다. 반전문화의 아이콘이 된 이 곡은 잡지 ‘롤링스톤’이 선정한 ‘500대 명반’ 중 99위에 랭크됐다. 1988년 앤 리처즈 텍사스주 재무장관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를 겨냥해 이렇게 쏘아붙였다. “가련한 부시! 말릴 수 없어요. 은발(은수저의 다른 표현)을 입에 물고 태어났거든요” 리처즈는 부시가 명문가 출신이지만 보고 배운 게 없어 멍청한 실수만 연발한다고 풍자한 것이다. 그런 서양의 은수저가 한국에서 금수저로 바뀌었다. 그것도 모자라 소득 상위 1%는 금수저, 3%는 은수저, 7.5%는 동수저, 그 이하는 흙수저로 세분화됐다. 심지어 똥수저 계급도 있단다. 한국 사회가 역전불허의 ‘넘사벽’ 신분사회로 세분화·고착화했음을 웅변해준다. 아직 국립 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단어이니 신조어가 틀림없다. 최근에는 ‘금수저’가 전통적인 돌선물인 금반지를 앞섰다고 한다. 이유가 실소를 자아낸다. 어차피 못난 부모를 만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아기 아닌가! 그러나 돌잔치에서라도 금수저를 물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금수저’가 아닌 ‘돌수저’를 물린 부모의 애틋한 마음을 아이는 알까! 모두가 고루 잘사는 세상을 기원하는 그 마음. 국내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아르바이트·단시간일자리 등은 청년층으로 채워진 지 오래다. 낮은 임금, 낮은 고용의 질, 낮은 삶의 질 등은 청년층을 지칭하는 사회적 용어가 돼 버렸다. 소득양극화와 취업난, 주거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은 ‘N포 세대’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는 청년세대가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지난해 30세 미만 저소득 청년 가구 하위 20%의 한 달 소득은 80만 7000원으로 집계됐다. 취업난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탓이다. 한때 저소득 청년층을 일컫던 ‘88만원 세대’가 ‘77만원 세대’로 대체될 시점이 머지않은 것이다. 청년 가구의 소득불령등도 심화돼 최상위 20%와 최하위 20%의 연평균 소득 격차는 9.56배에 달했다. 가계 빚도 2년 새 900만원 넘게 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대 청년층 2명 중 1명꼴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겼다고 체념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 가구의 경제난은 출산율 하락과 맞물리면서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정부는 실효성 있는 청년고용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 청년세대가 꿈을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나라의 미래는 기대할 게 없다. 청년세대가 광장에서 촛불을 든 것은 불평등한 사회를 바꿔보려는 간절함 때문이란 것을 정부와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칼럼]국민화합 새해를 맞이하자
[칼럼]국민화합 새해를 맞이하자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2017년 새해가 밝았으나 우리는 아직 어둡고 긴 터널 속에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보다도 심각한 것은 비관과 무기력이다. 대한민국이 한계에 왔고 지금 이대로는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절감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덫에 걸려 있다. 자기 지역, 자기 집단, 자기 세력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서로 뒤엉킨 채 함께 벼랑으로 밀려가는 것이다. 문제의 해답이 뭔지는 뻔히 알고 있다. 그러나 서로를 믿지 못하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생각 때문에 그 답을 풀지 못하고 있다. 세계 역사에 없는 성공 사례였던 우리가 ‘실패 국가’의 대열에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비판이 먹구름처럼 나라를 덮고 있다. 답을 알면서 풀지 못하는 현장이 바로 국회이고 그 정점이 청와대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이르면 4~5월에도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 불과 몇 달 뒤인데도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후보의 비호감도가 50%를 넘는다. 국민 다수가 혼쾌히 믿고 맡길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또 누군가는 대통령이 돼서 권력을 휘두를 것이고 패한 측은 이를 갈며 ‘무조건 반대’의 장벽을 세울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가 또 한 바퀴 돌아가는 것뿐이다. 이 정치 체제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던 악순환에 빠진 나라를 선순환으로 되돌려 놓을 수 없다. 국내의 거의 모든 전문가들, 해외의 전 기관이 ‘대한민국 경제구조 개혁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책은 정치권에 초당파적 기운이 돌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극단적 당파 싸움일 뿐이다. 할 수 있는 건 포퓰리즘밖에 없다. 정부는 올 한 해 성장률 목표치를 2%대(2.6%)로 잡았다. 외환 위기 이후 18년만에 2%대로 낮춰 잡은 것이다. 그만큼 성장 동력은 떨어져 있고 경기 침체를 가속할 요인들만 쌓여 있다. 소비나 설비·건설 투자에도 취업자 증가 폭까지 모든 내수 지표가 작년보다 나빠질 전망이다. 가계부채 시한폭탄은 지금도 초침이 돌아가고 있다. 저신용 저소득 다중 채무자의 빚만 78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올라가면 버틸 수 없다. 부동산 시장 연착률마저 실패하면 재앙이 온다. 트럼프발 보호무역 파고와 미·중 통상 분쟁 쓰나미가 이중으로 밀려올 수 있다. 그래도 이 위기를 돌파할 힘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공직 사회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상책이라는 패배주의에 빠져 있다. 서로 손발을 묶는 정치가 지속되면서 관료 사회에 퍼진 무기력 증후군이다. ‘하면 된다’, ‘우리도 할 수 있다’던 나라가 어느새 ‘될 일도 안 되는 나라’로 바뀌었다. 희망이 안 보인다는 절망감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까지 병균처럼 스며들어 있다. 정말 우리는 여기까지인가. 여기가 끝인가. 결코 그럴 수 없고 그렇지도 않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저력의 국민이다. 수많은 위기를 낭비하지 않고 기회로 만들어 세계 10위권 경제 국가에 오른 나라다. 다만 일시적 장애에 막혀 있을 뿐이다. 단 한 번의 계기로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 나라와 사회의 분위기와 기풍이다. 많은 국민, 정치인들이 일방적 통치의 시대. 승자 독식, 패자 절망의 시대. 비타협 무한 투쟁 시대를 이제는 끝내자고 한다. 정유년 우리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절벽 위에 섰다. 한국은 20년 주기로 엄습한 위기를 국가적 발전 기회로 전환시킨 나라다. 1960년 4·19와 1961년 5·16 뒤엔 빈곤을 극복하고, 1979년 10·20 이후엔 국가 주도 경제를 시장경제로 강화시켰으며, 1997년 외환위기로 기업 체질을 바꿔냈다. 무능한 정치, 북한과 주변 4강에 휘둘리는 외교 안보, 경쟁력이 고갈된 산업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구조가 한꺼번에 폭발한 위기 상황을 우리는 치열한 국민의식으로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