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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불평등한 사회
[칼럼]불평등한 사회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신분사회를 상징하는 ‘수저론’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다’란 서양 속담의 산물이다. 1700년 이전까지 사람들은 개인 수저를 들고 다니며 밥을 먹었다. 은수저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멤버십의 표현쯤으로 치부했다. 1969년 미국의 록밴드 CCR이 발표한 ‘Fortunate son’의 기사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금수저 흙수저’를 연상시킨다. ‘어떤 이는 은수저를 들고 태어나지… 난 아니야. 백만장자의 아들 아니야. 장군의 아들 아니야. 상원의원의 아들 아니야. 신의 아들 아니야.’ 행운아 혹은 신의 아들로 번역할 수 있지 않을까. 작사·작곡가인 존 포거티는 1968년 드와이르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손자와 리처드 닉슨의 딸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화가 벌컥 나 ‘난 아니야’를 외치며 20분 만에 곡을 만들었습니다.” 절대다수의 젊은이는 싸움터에 몰아넣고 상류층의 자식, 즉 신의 아들은 호의호식하는 꼴을 통렬하게 꼬집은 것이다. 반전문화의 아이콘이 된 이 곡은 잡지 ‘롤링스톤’이 선정한 ‘500대 명반’ 중 99위에 랭크됐다. 1988년 앤 리처즈 텍사스주 재무장관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를 겨냥해 이렇게 쏘아붙였다. “가련한 부시! 말릴 수 없어요. 은발(은수저의 다른 표현)을 입에 물고 태어났거든요” 리처즈는 부시가 명문가 출신이지만 보고 배운 게 없어 멍청한 실수만 연발한다고 풍자한 것이다. 그런 서양의 은수저가 한국에서 금수저로 바뀌었다. 그것도 모자라 소득 상위 1%는 금수저, 3%는 은수저, 7.5%는 동수저, 그 이하는 흙수저로 세분화됐다. 심지어 똥수저 계급도 있단다. 한국 사회가 역전불허의 ‘넘사벽’ 신분사회로 세분화·고착화했음을 웅변해준다. 아직 국립 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단어이니 신조어가 틀림없다. 최근에는 ‘금수저’가 전통적인 돌선물인 금반지를 앞섰다고 한다. 이유가 실소를 자아낸다. 어차피 못난 부모를 만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아기 아닌가! 그러나 돌잔치에서라도 금수저를 물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금수저’가 아닌 ‘돌수저’를 물린 부모의 애틋한 마음을 아이는 알까! 모두가 고루 잘사는 세상을 기원하는 그 마음. 국내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아르바이트·단시간일자리 등은 청년층으로 채워진 지 오래다. 낮은 임금, 낮은 고용의 질, 낮은 삶의 질 등은 청년층을 지칭하는 사회적 용어가 돼 버렸다. 소득양극화와 취업난, 주거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은 ‘N포 세대’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는 청년세대가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지난해 30세 미만 저소득 청년 가구 하위 20%의 한 달 소득은 80만 7000원으로 집계됐다. 취업난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탓이다. 한때 저소득 청년층을 일컫던 ‘88만원 세대’가 ‘77만원 세대’로 대체될 시점이 머지않은 것이다. 청년 가구의 소득불령등도 심화돼 최상위 20%와 최하위 20%의 연평균 소득 격차는 9.56배에 달했다. 가계 빚도 2년 새 900만원 넘게 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대 청년층 2명 중 1명꼴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겼다고 체념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 가구의 경제난은 출산율 하락과 맞물리면서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정부는 실효성 있는 청년고용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 청년세대가 꿈을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나라의 미래는 기대할 게 없다. 청년세대가 광장에서 촛불을 든 것은 불평등한 사회를 바꿔보려는 간절함 때문이란 것을 정부와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칼럼]국민화합 새해를 맞이하자
[칼럼]국민화합 새해를 맞이하자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2017년 새해가 밝았으나 우리는 아직 어둡고 긴 터널 속에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보다도 심각한 것은 비관과 무기력이다. 대한민국이 한계에 왔고 지금 이대로는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절감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덫에 걸려 있다. 자기 지역, 자기 집단, 자기 세력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서로 뒤엉킨 채 함께 벼랑으로 밀려가는 것이다. 문제의 해답이 뭔지는 뻔히 알고 있다. 그러나 서로를 믿지 못하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생각 때문에 그 답을 풀지 못하고 있다. 세계 역사에 없는 성공 사례였던 우리가 ‘실패 국가’의 대열에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비판이 먹구름처럼 나라를 덮고 있다. 답을 알면서 풀지 못하는 현장이 바로 국회이고 그 정점이 청와대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이르면 4~5월에도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 불과 몇 달 뒤인데도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후보의 비호감도가 50%를 넘는다. 국민 다수가 혼쾌히 믿고 맡길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또 누군가는 대통령이 돼서 권력을 휘두를 것이고 패한 측은 이를 갈며 ‘무조건 반대’의 장벽을 세울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가 또 한 바퀴 돌아가는 것뿐이다. 이 정치 체제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던 악순환에 빠진 나라를 선순환으로 되돌려 놓을 수 없다. 국내의 거의 모든 전문가들, 해외의 전 기관이 ‘대한민국 경제구조 개혁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책은 정치권에 초당파적 기운이 돌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극단적 당파 싸움일 뿐이다. 할 수 있는 건 포퓰리즘밖에 없다. 정부는 올 한 해 성장률 목표치를 2%대(2.6%)로 잡았다. 외환 위기 이후 18년만에 2%대로 낮춰 잡은 것이다. 그만큼 성장 동력은 떨어져 있고 경기 침체를 가속할 요인들만 쌓여 있다. 소비나 설비·건설 투자에도 취업자 증가 폭까지 모든 내수 지표가 작년보다 나빠질 전망이다. 가계부채 시한폭탄은 지금도 초침이 돌아가고 있다. 저신용 저소득 다중 채무자의 빚만 78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올라가면 버틸 수 없다. 부동산 시장 연착률마저 실패하면 재앙이 온다. 트럼프발 보호무역 파고와 미·중 통상 분쟁 쓰나미가 이중으로 밀려올 수 있다. 그래도 이 위기를 돌파할 힘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공직 사회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상책이라는 패배주의에 빠져 있다. 서로 손발을 묶는 정치가 지속되면서 관료 사회에 퍼진 무기력 증후군이다. ‘하면 된다’, ‘우리도 할 수 있다’던 나라가 어느새 ‘될 일도 안 되는 나라’로 바뀌었다. 희망이 안 보인다는 절망감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까지 병균처럼 스며들어 있다. 정말 우리는 여기까지인가. 여기가 끝인가. 결코 그럴 수 없고 그렇지도 않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저력의 국민이다. 수많은 위기를 낭비하지 않고 기회로 만들어 세계 10위권 경제 국가에 오른 나라다. 다만 일시적 장애에 막혀 있을 뿐이다. 단 한 번의 계기로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 나라와 사회의 분위기와 기풍이다. 많은 국민, 정치인들이 일방적 통치의 시대. 승자 독식, 패자 절망의 시대. 비타협 무한 투쟁 시대를 이제는 끝내자고 한다. 정유년 우리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절벽 위에 섰다. 한국은 20년 주기로 엄습한 위기를 국가적 발전 기회로 전환시킨 나라다. 1960년 4·19와 1961년 5·16 뒤엔 빈곤을 극복하고, 1979년 10·20 이후엔 국가 주도 경제를 시장경제로 강화시켰으며, 1997년 외환위기로 기업 체질을 바꿔냈다. 무능한 정치, 북한과 주변 4강에 휘둘리는 외교 안보, 경쟁력이 고갈된 산업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구조가 한꺼번에 폭발한 위기 상황을 우리는 치열한 국민의식으로 극복해야 한다.
[칼럼]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칼럼]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이 나라 경제와 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이 믿고 의지할 새로운 보수정당의 탄생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새누리당을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를 ‘가짜 보수’로 자칭하며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박(비박근혜)계 리더 격인 김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구상에 아직 비박 대다수가 동의한 것은 아니다. 다른 비박 리더인 유승민 의원은 “나는 당 안에서 개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고 탈당은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은 탈당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사퇴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후임을 결정할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다. 친박이 다수인 당내 경선에서 비박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박은 ‘경선에 실패해 탈당한다’는 웅색한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결단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김 전 대표가 표현한 대로 친박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노예’였다. 이 노예근성이 불러온 친박 패권주의가 4·13 총선을 참패로 이끌었다. 그럼에도 친박은 박 대통령 앞에서 찍소리도 못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일체의 건전한 비판도 배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금기시하는 노예근성이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도 죽이고 새누리당도 죽였다”는 김 전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죽은 새누리당’ 간판으론 설령 비박이 당권을 잡는다고 해도 내년 대선에 희망이 없다. 비박은 몸을 던져 박 대통령과 친박의 전근대적인 전횡을 막지 못했다. 탄핵정국에서 ‘회군’하려던 비박을 돌려 세운 것도 촛불집회였다. 탈당을 꺼리는 것도 나가면 얼어 죽지 않을까 하는 ‘웰빙 본능’ 때문이다. 비박이 친박 못지않게 보수정치를 망친 책임을 지려면 광야에서 풍찬노숙할 각오를 해야 한다. 비박이 새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먼저 당을 떠난 탈당파와 합류해 보수신당을 세운다면 친박 내 탄핵찬성파까지 흡수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은 친박이나 비박 모두의 책임이다. 새누리당 의총에서 친박계 정주택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정책위의장으로 뽑인 이헌재 의원도 친박계다. 친박계가 똘똘 뭉쳐 이들을 당선시켰다. 국민의 최순실 국정 농락과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을 개탄하고 분노하는데 새누리당은 친박 색채가 더 진해졌다. 민심 역행도 이 정도면 시쳇말로 ‘역대급’이다. 민주당이 “정 원내대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을 지나치다고만 할 수가 없다. 이날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최고위원들이 일괄 사표했다. 그렇게 버티던 친박 지도부가 갑자기 물러난 것은 친박 원내대표가 선출되니 걱정이고 당권력을 놓치고 밀려날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게 된 정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 구성을 책임지게 된다. 신임 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친박 핵심들에게 2선 후퇴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지지율 15%짜리 당 대선 주자 한 명 없는 당의 권력이라도 놓지 않겠다는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런 당의 얼굴이 이 친박에서 저 친박으로 바뀐다고 감동할 국민은 거의 없다. 정 원내대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며 화합을 호소했다. 당내 친박 모임은 창립 선언문에서 ‘배신의 정치 타파’를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결국은 분당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박은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친박과 방향이 다를 뿐 대의가 아니라 소리를 탐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치적 모험을 해 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한마디로 ‘웰빙 정치인’들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민심에 역행하는 친박과 웰빙 비박이 기이하게 공생하고 있는 정당이다.
[칼럼]대한민국 이기주의 공화국
[칼럼]대한민국 이기주의 공화국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한때 “미국산 쇠고기는 굳이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했던 정세훈 국회의장이 미국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했다. 정 의장은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에서 “한미동맹은 한국에는 사활적 요소”라며 한국의 번영에 기여한 것에 헌사를 아끼지 않았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면담 때는 “한국 야당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드 반대가 아니라니 반갑기는 하지만 그의 과거 발언과는 달라 고개를 기웃하게 된다. 정 의장은 미국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땄고 1980년대엔 무역상사주재원으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30대를 보냈다. 하지만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그는 미국산 쇠고기의 체험적 진실엔 시치미를 뗀 채 72시간 연속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국민이 싸우고 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뒷걸음쳐서는 안 된다”는 개인 성명을 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에 동원할 땐 당 대표로서 수배 중인 광우병 대책회의 간부들을 찾아가 양해도 구했다. 2011년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재협상을 요구할 때 그는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이익균형이 깨졌다며 이를 만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이번 방미에선 “한미 FTA는 완전히 이행돼야 한다. 지금까지도 양국에 이익이 됐고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을 바꿨다.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사드에 관한 정부 태도를 비판해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 뒤 미국에서 톤을 낮춘 경위가 궁금하다.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방미한 정 의장이 북한의 5차 핵실험에 경각심을 느껴 초당적 외교를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듣는 사람이 좋게 때와 장소에 맞춰 말을 바꾼 것이라면 미국이 과연 진정성을 느낄지 모르겠다. 하긴 요즘 야당의원 중엔 운동권 시절 ‘반전 반핵 양키 고 홈’을 부르짖으며 미국의 전술핵 철수를 요구해놓고 정작 북핵엔 침묵하는 이들도 있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정치인의 언행. 검증이 필요한 세상이다.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직후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이라는 발표문까지 내며 반대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사실상 철수를 공식화한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사드 반대에서 철수한 것은 흠이 아니다. 오락가락하는 안보관이 문제다. 그는 당초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선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협상을 생략하고 갑자기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정부 탓을 했다. 안보주권인 방어무기 도입을 놓고 적의 동맹국과 협상하는 나라는 없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여론조사에서 사드배치가 ‘공감한다’ 62.9%는 ‘공감하지 않는다’ 31.9%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안 의원의 국민의당이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사드 반대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도 이런 여론에 압박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야당은 안보 현실에 대한 깊은 고려와 책임의식 없이 사드 반대부터 주장함으로써 한국을 겁박하는 중국의 입장을 강화시켜준 점부터 반성해야 한다. 안 의원이 꼭 4년 전 2012년 대선 도전을 선언한 날 이다. 그는 국민의당 창당 전후 “종북 소리 듣지 않는 정당을 창당할 것” “국민의당은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으나 안보관이나 남북관계에서 일관된 소신이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선 전에 펴낸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북한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평화체제’를 주장했고 대선 공약에선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북핵 해결을 상호 연계하지 않고 병행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보수우파의 ‘대북 압박’과 진보좌파의 ‘대화 중시’에서 중간 지점을 찾다가 길을 헤매는 모습이 딱하다. 정계입문 4년이 되도록 안보관이 흔들리는 대선주자에게 정권을 맡기기에는 국민이 불안하다.
[칼럼]한·미 정상회담 절실하다.
[칼럼]한·미 정상회담 절실하다.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최악의 패자는 여론조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 대부분이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보다는 ‘모범생’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승리를 예상했다. 뉴옥타임스는 클린턴 후보 당선 가능성을 84%로, 프린스턴 선거 권소시엄과 허핑턴포스트 등은 99%로 봤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은 47% 대 43%로 클린턴 우위를 점치는 등 주요 기관 11곳 중 9곳이 틀렸다. 망신을 당한 기관들은 반성문을 냈다. 미국 여론조사 연합회는 “이번에는 완전히 틀렸다”면서 “여론조사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대선 직전 트럼프 후보 우위를 점친 유력 기관은 2곳에 불과했다. LA타임스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은 공동조사에서 48%인 트럼프가 43%의 클린턴을 앞섰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전문매체 인베스터즈 비즈니스 데일러(IBD)와 여론조사기관 테크노메트리카마켓 인텔리전스(TIPP)는 45% 대 43%로 트럼프 우위를 예상했다. 이 두 곳의 여론조사 기법은 좀 달랐다. LA타임스는 투표 의향에 중점을 뒀다. 조사 때마다 응답자를 무작위 추출하는 대신 3000여명을 골라 추적 조사했다. 그러면서 2012년 대선 때 누구를 찍었는지를 기반으로 가중치를 주고, 실제 투표 할지도 거듭 물었다. 인터넷을 통한 조사도 병행했다. 그 이유에 대해 USC 경제·사회조사 사이프센터 아리 캠페인 책임자는 “일부 유권자들은 조사원과의 직접면담에서 트럼프 지지 사실을 인정하길 부끄러워했다”고 말했다. IBD·TIPP도 자신들만의 방식을 썼다. 보통 여론조사기관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인구통계학적으로 응답자를 고르지만 이곳은 연령, 성별, 인종, 지역 등 인구총조사 결과에 맞춰 응답자를 골랐다. 또 응답자들의 ‘정당지지’ 여부에도 가중치를 줬다. 이번에는 여론조사기관도 ‘이단아’들이 이긴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대통령이 통화하고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흔들리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도 했다. 대한 안보 정책과 관련해서 그의 부정적 언급만 알려진 가운데 나온 의미 있는 언급이다. 하지만 형식적 수사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박 대통령과 관련한 한국의 정치 상황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간 협의의 수준과 밀도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당장 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 어떻게 될 것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우리 정보 상황은 단시간에 정리되기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 해도 외교와 안보까지 지리멸렬할 수는 없다. 트럼프도 한국과 한반도 정세의 맥락을 모르고 우리도 트럼프를 모르고 있다. 그의 독특한 세계관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미국의 새 외교 정책을 가늠할 수 없다. ‘미국 우선의 신고립주의’로 대표되는 그의 생각과 그런 입장을 갖게된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다. 미국과 같이 거대한 나라, 의회가 강력한 나라는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대외 정책이 급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팀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 중엔 존 볼턴 등 강력한 매파가 적지 않다. 볼턴은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 사람이다. ‘미국 우선’과 ‘강경 개입 정책’이 결합할 경우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의 한 안보 전문가는 트럼프 당선 후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의 외교·안보 책임자라면 미국에만 안보를 의존하는 한국의 국방 구조를 당장 뜯어고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말이 미국 전문가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국가 전체가 놀라고 있다. 국방부 수뇌부와 군 지휘관들부터 깊이 고민해야 한다.
[칼럼]‘성완종 리스트’ 무죄 판결
[칼럼]‘성완종 리스트’ 무죄 판결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흔히 죽음 앞에서 사람은 정직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든 세상을 등지며 남긴 말이나 글에는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무게가 실린다. 모든 걸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쓴 유서나 유언엔 차가운 진실이 담겨 있다고 여긴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그렇다. 목숨까지 던질 땐 적어도 일말의 진실은 남겼을 거라고 사람들은 믿는다. 그런데 그게 법정에서 사실로 인정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재판부가 증거로 인정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2011년 미국의 흑인 사형수 트로이 데이비스는 사형 집행용 약물이 몸속에 주입되지 직전까지 “나는 결백하다”고 외쳤다. 그는 경찰관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증인을 내세웠다. 그런데 일부 증인이 “강압적 분위기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증언을 뒤집었다. 주정부는 사형 집행을 연기했고 연방대법원은 무죄를 증명할 재판 기회를 따로 줬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판결을 뒤집을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였다. 사형은 결국 집행됐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2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핵심 쟁점은 이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 자금 3000만원을 줬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생전 인터뷰와 메모를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해외 자원 개발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작년 4월 자살 직전 남긴 것들이다. 그의 유언이자 유서나 마찬가지였다. 같은 증거를 놓고도 두 재판부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1심은 인터뷰와 메모가 진실하다고 믿었다.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심은 “성 전 회장이 수사의 배후에 이 전 총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가졌을 수 있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허위로 얘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이 전 총리를 “사장 대상 1호”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어느 재판부 판단이 맞는 것일까.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형사재판의 한계를 떠올린다. 실체적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유서만 남은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다. 몇 년 전 어느 고위 법관은 유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지만 혹시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항소해보기 바랍니다.” 재판의 한계를 절감한 말이었다. 성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자살하기 직전 기자와 나눈 통화 녹취록에서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자살 당시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은 자신을 이런 처지로 몰아간 배후가 이 전 총리라고 판단해 이 전 총리에 대해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갖고 허위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의 뇌물죄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죄의 경우 돈을 주고 받은 사람의 감정이 틀어진 상태에서 비리 제보나 증언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판부는 금품 증여시점을 ‘지난번 재·보궐선거 때’로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으나 2년 정도 지난 시점에 정확하게 날짜를 특정하지 못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 엄격한 증거채택 기준이 필요하다 해도 당사자 간에 은밀히 금품이 오고가는 범죄의 특성을 재판부가 무시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성완종 리스트’가 처음 공개됐을 때 이 전 총리가 다그치듯 ‘성 회장이 죽기 전에 어떤 말을 했느냐’는 전화를 수차례 걸어왔다는 복수의 증언 역시 유죄의 증거가 되지는 못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금품전달 장면이 담긴 동영상 등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죄 선고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지 결백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법원에서는 2심이 남긴 의문점들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칼럼]대한민국 어쩌다 이리됐노
[칼럼]대한민국 어쩌다 이리됐노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언론사들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상 관련 기사를 보도하며 ‘대통령 비선실세’,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범상치 않은 관계의 시발점은 최씨의 부친 최태민(1912-1994) ‘목사’다. 그런데 기독교계가 최씨는 목사가 아니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가 1975년 4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란 교단이 존재했는지 확실치 않고, 있었다 해도 사이비 교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독교계는 신학교도 나오지 않은 최씨에게 목사 칭호를 붙이는 건 부적절하며 선량한 목회자들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태민씨는 1974년 육영수 여사 사망 후 사실상 퍼스트레이디가 된 박 대통령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내며 인연을 맺었다. 각종 이권 개입으로 권력형 비리 의혹이 그의 주변에 들끓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바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후 중앙정보부가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최씨를 조사한 문건 등을 볼 때 그가 신학대학이나 교계에서 인정받은 신학교에서 교육받았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때 승려였던 최씨는 천주교 세례를 받기도 했으며 난치병을 치료한다며 사이비 종교 행각을 벌였다는 설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재판에서 ‘최태민은 사이비 목사’라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변이 뛰어나고 박학다식했다는 증언을 감안하면 종교적 능력이 뛰어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최씨는 다섯째 달 최순실씨를 무척 아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말동무였다는 최순실씨를 두고 부친의 종교적 능력을 이어받은 후계자란 평가도 나오고 있어 부친을 많이 닮기는 닮은 것 같다. 최씨가 사이비 목사였다는 점이 그리 새삼스럽진 않다. 기도교계가 억울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최순실씨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최근까진 아무런 통제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에 앉아 ‘11문(정문)’을 통해 검문 없이 오갔다는 것이다. 장관들도 출입증 제시와 얼굴 대조를 거친 뒤에야 진입이 가능한 곳이라고 하니 최씨의 위세는 장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법과 시스템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사적 인연에 의한 통치를 행한 것이며 이 나라 ‘박근혜-최순실 공동정부’였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최씨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을 것이란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박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온갖 국정에 개입했을 것이다. 최씨가 청와대로 올라오는 각종 기밀분서들을 훑어보고 직접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 그동안 현 정부에서 장관들의 대통령 대면보고가 차단돼 있으며 이는 매우 비정상적이란 우려가 높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관들과의 대면보고가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전화 한 통으로 빨리빨리 하는 게 편리하지 않느냐는 이유를 댔다. 그런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는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도록 허용했다는 소식은 정말로 경악스럽다. 청와대는 최씨의 과거 출입기록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각종 의혹에 대해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나라를 위해서 좀 냉정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 것은 정말 무책임하다. 사실이 아니라면 떳떳하게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 검찰은 최씨가 언제 청와대를 출입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최씨가 자주 청와대를 드나든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돌았다. 친박 실세들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사생활일지라도 그것 때문에 온 국민이 충격과 자괴감에 빠지고 국정이 마비될 지경에 이른 만큼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의혹을 밝혀야 할 것이다.
[칼럼]북한 1차 핵실험 규탄한다.
[칼럼]북한 1차 핵실험 규탄한다.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신문에 실린 지도를 보니 핵 위협이 피부에 확 와 닿았다. 미연합사령부가 있는 용산에서 핵이 터졌을 때 피해 정도를 그린 지도다. 우리 집은 지도에서 ‘생물체 모두 사망’과 ‘사람 전선 3도 화상’ 지역의 경계쯤에 있었다. 폭탄이 터지는 곳을 폭심지라고 한다. 하늘에서 터지면 바로 아래 지표면을 그렇게 부른다. 미 9·11 테러 이후 ‘그라운드 제로’가 귀에 더 익숙하다. 역사상 실전에서 핵무기가 사용된 경우는 2차 대전 막바지인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곳이다. 나가사키는 기념 공원으로 조성돼 분위기가 숙연했다. 히로시마는 뜻밖에 길거리 병원이었다. 그 앞에 작은 비석만 서 있을 뿐이다. 폭발 당시 나가사키 폭심지는 테니스 코트였다. 히로시마 폭심지엔 ‘시마’라는 이름의 병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이곳 환자의 의료진 80여명이 모두 사망했다. 원장은 다른 병언 부탁을 받고 수술하러 출장을 떠나 살아남았다. 원장은 훗날 폐허 위에 다시 병원을 세웠다. 그 역사를 생각하면 병원 건물 자체가 인간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기념비인 듯하다. 근사한 추모비보다 실존적이고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발직후 원장이 달려왔을 때 수습한 것은 백골뿐이다. 백골이라도 그나마 행운이었다. 폭심지 인근 수많은 생명체는 그냥 녹아서 사라졌다. 연기로 증발했다. 먼 곳의 수많은 방사선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히로시마엔 35만명이 살고 있었다. 여기서 13만명이 죽었다. 지금 용산구에만 23만명이 산다. 인근 동네에도 수십만 주민이 다닥다닥 부대끼며 지낸다. 이런 곳에 핵폭탄이 터지면 피해가 얼마나 될지 주민들은 피부로 안다. 미 국방부가 모의실험을 통해 추정했다는 ‘62만명’은 과장이 아니다. 북한은 올 1월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 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비웃으며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실험 주기가 과거 3년에서 8개월로 바짝 줄어든 것도 가공할 속도의 기술 진보 때문이다. 이런 점까지 정확히 꿰뚫고 대비해야 할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의 핵탄두 소형화가 당초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빨리 진행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이 핵탄두 소형화 수준엔 이르지 못한다거나 실전 배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펌하했던 정부는 과연 북의 핵능력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 것인가. 김정은은 머잖아 핵 능력 완성을 선폭하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자처하며 미국에 핵 군축협상과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할 것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영문을 거는 각오로 특단의 조치를 결단해야 한다. 허장성세의 대북 경고나 구멍이 숭숭 뚫린 유엔 안보리 제재로는 김정은의 핵개발에 제동을 걸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긴급 소집된 안보리에서 중국이 더는 북을 봐 주는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전면적인 대북제재를 해야 한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핵 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비롯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입각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했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나 우리가 독자적 핵무장을 할 수 없는 현실에선 한·미 동맹 강화가 필수적이다. 박 대통령은 라오스에서 급거 귀국해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하고 “김정은의 정신 상태는 통제 불능”이라고 일갈했다. 이제 박 대통령은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는데 국론을 결집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군은 “북이 핵무기로 위해를 가할 경우 북의 전쟁지도부를 포함한 지휘부를 직접 겨냥해 응징 보복할 것”이라고 했지만 과연 그럴 태세를 갖춘 것인지 불안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정치권과 우리 사회 일각의 안보 불감증도 여전하다. 대통령 언급대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존망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칼럼]성난 민심 참담하다
[칼럼]성난 민심 참담하다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은 물론 취임 후 상당 기간 최순실씨에게 연설과 홍보에 관한 의견을 물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도 안 돼 최씨가 연설 홍보만이 아닌 국정 거의 모든 분야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각 언론 보도로 무더기로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 인사 관련 서류 , 북한 관련 정보가 최씨나 그 측근 사무실에서 나왔다. 정부 차관이 최씨 측근에게 수시로 이력서를 보내며 인사 청탁을 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 국정 농단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흔들지 마라”고 하더니 이날 자신의 국기 문란에 대해 국민에 사과하는 자리에서까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심지어 최순실 의혹을 덮기 위해 개헌이라는 국가적 사안을 이용하기도 했다. 지금 시중에는 대통령 탄핵까지 요구하는 격양된 민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제 국민을 설득할 있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상실했고 권위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졌다. 이것은 단순한 레임덕(임기 말 현상)이 아니다. 대통령 국정 운영 권능의 붕괴 사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에 빠져 있다. 이 와중에 1년 이상 남은 박 대통령의 권위·권능이 무너졌다. 여기서 대통령이라는 직위 자체까지 공백이 될 경우 국가적 재난을 감당할 수 없다. 박 대통령과 야당 모두가 나라를 지키고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이제 헌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된 박관천 전 경정은 감찰 수사 과정에서 “우리나라 권력 서열은 최순실씨가 1위, 정윤회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당시엔 근거 없는 소리로 치부됐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 됐다.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고 기업들이 800억원 가까운 돈을 바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도 결국 박 대통령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며 깔아뭉개려 들었다. ‘신뢰와 원칙’의 정치를 자부했던 대통령이 국민을 속인 것이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의 표현대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사실임을 인정한 것이지만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대통령이 공사를 구분 못 하고, 법치가 아니라 봉건시대에나 가능한 인치를 해 왔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러니 박 대통령에게는 장관들의 ‘대면 보고’가 필요 없었던 모양이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수사 내용 유출 의혹를 “국기문란 행위”라고 질타한 바 있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말씀자료 및 국가 기밀자료를 외부로 유출해 비선실세가 주물럭거렸다는 것은 국기 문란보다 더한 헌정 문란 사태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선택도 땅에 떨어졌다. 앞으로 박 대통령의 ‘권위’가 유지될 수 있을지, 과연 경제·안보 위기보다 더한 초유의 위기를 어떻게 수습할지 국민이 대통령을, 나라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가의 백년대개를 설계할 개헌론도 하루아침에 동력을 잃게 될까 봐 개탄스럽다. 역설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의 실정으로 국가가 한순간에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는 5년 단임제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안보·경제 위기에 국가마저 무너져 내린 사실상의 국가 비상사태다. 박 대통령은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전적으로 수용해 철저히 진상 규명을 통해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고 필요하다면 조사도 받아야 한다. 새누리당도 정신 차려야 한다. 이제는 국민이 마음을 크게 먹고 나라를 지켜야 할 때다.
[나경택 세상만사]태풍 쓰레기 치운 외국인 보면서
[나경택 세상만사]태풍 쓰레기 치운 외국인 보면서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제 18호 태풍 ‘차바’가 제주, 부산, 울산 등 남부지역에 많은 피해를 안겼다. 국민안전처 집계에 따르면 사망·실종 10명에 주택 600여채, 농경지 7747㏊ 등이 파손 및 침수됐고 1000대가 넘는 자동차가 물어 잠기거나 휩쓸렸다. 이번 태풍은 10월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준 체중 가운데 가장 강했다. 제주도의 경우 시간당 최고 170mm가 넘는 폭우를 기록했고, 최대 순간풍속도 역대 세 번째인 초속 56.5m에 달했다. 만조기까지 겹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워낙 짧은 시간에 닥친 강풍과 폭우인 탓에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기상청이 태풍의 경로를 너무 늦게 수정한 데다 예보도 실황중계에 그쳤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태풍 차바의 상황과 피해규모가 2003년 발생한 매미와 판박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당시 매미의 파도가 만조기에 접어든 경남 마산만에 들어닥치는 바람에 매립지역에 들어선 건물지하층 등에서 18명이 참변을 당했다. 이 일대는 이번 태풍에도 침수피해를 입었다. 역시 바다와 맞닿은 매립지역에 조성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방파제를 넘어선 바닷물이 휩쓸고 들어와 침수피해를 본 마린시티는 13년 전에도 똑같은 피해를 입었다. 마린시티의 경우 태풍 매미 이후 1.2m 높이의 해안 방수벽을 세웠지만 효과가 없었다. 당초 6m 이상의 방수벽이 고려됐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해변에 초고층 빌딩을 짓고도 바다 조망권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장 중요한 안전을 부착적인 문제로 밀어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을 태풍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뽑는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은 강력한 태풍이 가을철까지 불어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미 및 차바와 같은 초대형 태풍이 자주, 더욱 강력하게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신문 A10면에 실린 사진을 보고 따뜻한 감동을 느꼈다는 독자가 많다. 부산 광안리 해변에 쌓인 태풍 쓰레기를 치우는 외국인 세 모녀의 모습이다. 소매 없는 셔츠 차림 엄마는 알록달록 장화를 신고 긴 갈퀴로 쓰레기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유치원생이나 됐을까 싶은 작은딸도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엄마를 거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로 보이는 큰딸도 갈퀴를 들고 태풍이 해변에 뿌린 쓰레기를 모으고 있었다. 이 사진을 찍은 주민 김은경(53)씨에 따르면 자기가 아이들에게 ‘도와줄까’ 하는 뜻을 전해봤는데 아이들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채 쓰레기 치우기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김씨가 볼일을 보고 한 시간 뒤 다시 같은 장소를 지나갔을 때도 세 모녀는 여전히 비지땀 흘리며 쓰레기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에 김씨가 동참했고 다른 한국인 엄마와 두 딸도 거들었다는 것이다. 김씨가 찍은 사진은 SNS를 통해 커지면서 잔잔하면서도 진한 울림을 주고 있다. 잠시라도 자기들이 몸을 의탁하고 있는 공동체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아마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을 터인데 부모가 그렇게 솔선하면 아이들도 이웃과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점을 절로 배우게 된다. 우리 시민 중에도 태풍 쓰레기 청소에 나선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광안리 세 모녀는 외국인이라서 더 눈에 띄었을 수 있다. 하지만 저 넓은 백사장에서 쓰레기 치우기에 먼저 나선 이는 세 모녀였다. 그들을 보면서 자기가 나서서 동네를 치우고 정리하기보다 관청에 전화해 왜 안 치우느냐고 야단친 일은 없는지 반성도 해보게 된다. 이웃이나 공무원이 내게 뭘 해주기 전에 스스로 내 할 일을 먼저 하고 나서는 사회라야 품격 갖춘 사회가 된다. 우리 사회에서 고함지르고 떼쓰면서 욕하고 혼란을 부추기는 일은 거의 전부가 ‘내 것 더 내놓으라’는 것이다. 의무는 없고 권리만 주장하는 악다구니에 파묻힌 세대 속에서 외국인 세 모녀의 사진들을 보니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