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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생결단 정치 해산하라
[칼럼]사생결단 정치 해산하라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항의해 단식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국정감사에 복귀할 것을 당부했으나 2시간여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이 대표는 ‘정세균 사퇴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 규탄 결의대회’ 도중 불쑥 “내일부터 국감에 임해 달라”고 말했다. 당황한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표결로 국감 복귀를 무산시켰다. 오히려 의원들이 번갈아 이 대표와 동반 단식을 벌이기로 해 출구가 안 보이는 상황이 됐다. ‘모기 보고 칼 빼기’식의 단식에 돌입한 이 대표가 지도부와의 상의도 없이 ‘국각 복귀’를 선언한 것은 전략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국감 복귀 선언에는 일말의 충정이 있다.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할 주요 기회를 방기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 당 내에서 정 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와 국감 정상화를 분리해 투 트랙으로 가자는 유화론이 힘을 얻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어설프게나마 국감 복귀의 속내를 드러낸 만큼 공은 정 의장에게로 넘어갔다. 정 의장은 “만약 의장이 헌법과 국회법을 어기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지금까지 직무를 수행하면서 헌법과 국회법을 어긴 적이 없다”며 새누리당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사퇴 요구가 무리하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 의장의 사과와 이 대표의 단식 철회를 동시에 하자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중재안까지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의원 129명은 헌정 사상 처음 현직 국회의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지난달 정 의장은 방미 출장 때 정 의장 부인의 1등석 탑승, 정 의장 이름의 손목시계 배포, 딸이 거주하는 샌프란시스코 방문 등을 ‘황제 출장’이라고 공개까지 했다. 집권 여당이 과거 여당 출신 의장들도 했던 ‘관행’을 문제 삼는 치졸함으로 정치를 하니 나라가 이 모양인 것이다. 의장 직속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한 정 의장이 ‘내 특권은 예외’로 여기는 것도 국민을 실망시킨다. 중심을 잃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나 문제 해결보다 오기로 맞서는 집단적 퇴행성을 보노라면 새누리당을 국정의 책임을 짊어진 집권당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는 국회 거부에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정 의장과 야당이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처리했지만 국회법 절차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표결을 밀어붙인 것을 정치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에 하자가 없는 한 수용하는 게 옳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깡그리 거부하며 국회를 마비시켰다. 그동안 민생을 외면한다고 야당을 비판해온 것에 비추면 이런 자기당착이 없다. 2년 전 이 대표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하는 야당 의원들에 대해 “선거제도가 정착된 나라 중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에서 “이번 단식이 정 의장이 정치생명을 잃거나 이 대표가 목숨을 잃어야 끝난다고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어영부영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여야가 주고받으며 타협하라는 정 의장의 비공식 발언이 과연 서로 죽기 살기식으로 싸워야 할 사안인지 묻고 싶다. 극단의 정치를 넘어서자는 이야기를 한 지 꽤 오래됐다. 민생문제 하나 해결 못한 집권당 대표가 국회의장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생결단을 하겠다는 것은 경중을 가리지 못하는 분별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자세로 어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며,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20대 국회 출범 때 여야가 앞다퉈 내려놓겠다고 한 특권 가운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있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라.
[칼럼]한진해운 물류대란 무능정부
[칼럼]한진해운 물류대란 무능정부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처음 해운사를 세운건 1967년이다. 한 해 전 베트남에 갔다가 미국 화물선에서 40톤 컨테이너가 부두로 내려오는 광경을 처음 봤다. “열두 사람이 한 시간은 옮겨야 할 짐을 2분 만에 내리다니” 그는 귀국하자마자 창업을 준비했다. ‘크게 앞으로 가자’는 뜻으로 회사 이름을 ‘대진’이라 지었지만 1973년 오일 쇼크를 못 이겨 묻을 닫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1977년 한진해운을 세워 재도전 했다. 큰 뜻은 아버지가 세웠지만 해운 사업을 꽃피운 건 셋째 아들 조수호 회장이었다. 그가 대표이사에 오른 1988년 한진해운은 국내 1호 선사 대한상선을 합병하며 국내 1위 자리를 굳혔다. 1992년 매출 5조원을 넘기더니 95년 거양해운을 사들여 유럽·중국까지 노선을 늘렸다. 2000년대엔 해외 해운사들과 손잡고 글로벌 동맹을 만들었다. 그는 아버지처럼 “운송업은 이익이 없어도 국가 경제를 위해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10년 전 조수호 회장이 쉰넷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자 ‘부자 2대의 집념’은 조 회장 아내 최은영씨에게 넘어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이자 동화면세점 사장 신정숙씨의 딸이다. 그는 한진가 며느리로 평생을 살았지만 회장에 취임한 뒤 이내 자기 목소리를 냈다. 선박임차 계약을 10년 넘게 장기로 맺고 사업 확장에도 열을 올렸다. 공격적 경영 덕분에 한때 ‘스타 CEO’로 주목받았다. 8년 전 세계 금융 위기가 터지자 무리한 경영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11년 이후 3년간 1조원넘는 적자를 내자 최 전 회장은 경영권을 시아주머니 조양호 회장에게 넘기고 손을 땠다. 최 전 회장은 연봉과 퇴직금으로 93억원을 받았다.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을 소유하고 있어 해마다 140억원을 임대료로 받아 간다. 석 달 전 한진해운이 자율 협약을 신청했을 땐 갖고 잇던 한진해운 주식 30억원어치를 미리 팔아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후폭풍이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번지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뒷북 대책을 쏟아냈다. ‘한진그룹이 추가 담보를 제공할 경우’ 1000억원 이상의 장기저리 자금을 긴급 지원해 한진해운 선박이 해외 항만에 합류되는 상황을 막고 외교부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는 43개국에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를 승인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정의 압박에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은 사재 400억원을 포함한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선박 하역 등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책은 채권단의 한진해운 지우너 거부 때 최소한 법정관리로 국적 선사가 발이 묶이기 전에 나왔어야 마땅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기본적으로 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책임은 화주와 계약한 한진해운에 있다”고 말한 것도 기본적으로만 옳다. 당초 정부는 다각도로 대응책을 검토했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물류에 끼치는 영향을 오판했다는 사실이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자간담회에서 “물류 대란을 예정하지 못했다”는 임종용 금융위원장의 고백은 박근혜 정부의 실력을 말해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정부가 법정관리에 앞서 대책반을 미리 꾸려 물류 대책을 수립하고 세계 각국 법원에 협조를 요청했다. 관료들의 역량이 20년 전보다 퇴보했다는 얘기다. 해운물류비상대책을 마련했어야 할 김영석 해양수산ㄴ부 장관은 산업은행과 한진 사이를 오가는 연락책 역할만 하는 무책임한 모습이었다. 한진해운발 물류 대란은 컨트롤타워 부재, 부처 이기주의,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생긴 필연적인 참사다.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조선 철강 등 남은 구조조정 작업을 이 상태로 추진한다면 산업 개혁은 고사하고 산업의 공멸을 초래할까 걱정스럽다. 논란의 과정을 따져 책임 소재를 가리는 청문회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칼럼]야당 대표 정책 비판
[칼럼]야당 대표 정책 비판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신년인사를 오는 5.6공화국 인사들에게 연희동 자택을 개방했다. 거리는 가깝지만 두 집의 중경은 사못 달랐다. 전 전 대통령은 한복 차림으로 보료 위에 앉아 세배를 받았다. 덕담을 나눌 때도 특유의 입심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패밀리’ 분위기였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양복을 입고 응접실에서 손님들을 악수로 맞았다. 찻잔을 앞에 두고 다소곳이 신년인사를 나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007년 정초 전 전 대통령에게 세배를 갔다가 비난 글이 폭주해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곤욕을 치뤘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원 지사는 “통합이 기적을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한 일도 감내할 수 있다”고 했지만 개혁을 내세운 소장파 이미지엔 큰 타격이었다. 전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전직 대통령을 찾는다는 것이 국가원로 예우 차원이라 해도 정치인으로서는 부담이다. 취임 인사차 전 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안팎의 들끊는 비판에 결국 방문을 취소했다. 전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의 유혈 진압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민주당 대표가 찾아가는 것이 부적절 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추 대표는 국민 통합의 취지였다지만 전 전 대통령을 보는 싸늘한 여론에 식겁했을 것이다. 2002년 5월 당시 민주당 노무현 대선 후보는 13년 만에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울 상도동 자택을 찾아 세 차례나 크게 머리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당시 한나라당에서 “1990년 3당 합당 후 YS에 대해 입에 담기 거북한 욕설을 서슴지 않더니 PK(부산경남) 표가 급했나 보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추 대표는 전 전 대통령 자택 방문 전에 취소했지만 신중하지 못했다. 현충원을 찾는 야당 대표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와 함께 이승만 박정의 전 대통령의 묘소도 찾기 시작했지만 살아 있는 전 씨의 집은 아직도 금단의 구역인 모양이다. 추 대표가 취임 이후 첫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청와대에 ‘비상 민생 경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추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비상”이라며 정부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안 보인다”며 “외환 위기 때 경제를 이끌던 조선·해양·철강·석유화학 같은 주력 산업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만들어놓은 대한민국 주력 산업을 다 까먹고 있다”고도 했다. 이 얘기가 고개를 끄덕일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신들은 그동안 무얼 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추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를 향해 여러 차례 경보를 울렸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아무리 급한 민생 현안이라고 해도 반대부터 하던 모습을 더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리 경제가 죽느냐 사느냐는 구조 개혁의 성패에 달려 있다. 지금의 노동, 공공, 금융 교육 제도 갖고는 닥쳐오고 있는 파고를 도저히 넘을 수 없다. 국제 경제 기구들이 일치된 목소리로 한국 경제를 향해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 구조 개혁이 야당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기간제법을 장기 과제로 돌리자고 한발 물러섰고 2월엔 여당에서 파견법 적용 대상까지 추가로 양보하겠다며 한발 더 물러섰지만 야당은 요지부동이다. 금융·교육 개혁은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다. 더민주는 서비스업을 키워 내수를 살려보자고 정부가 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의료 민영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4년 9개월째 막고 있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떤 정책도 펴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사건건 길목을 가로막아온 야당 책임도 정부 못지않게 크다. 야당이 낡은 운동권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구조 개혁을 계속 막으면 경제의 내리막길은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칼럼]대한민국 법치 국가인가
[칼럼]대한민국 법치 국가인가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법원과 검찰 조직의 신뢰가 스폰서 판검사 스캔들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현직 부장판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이번에는 현직 부장검사가 부적절한 돈거래에 사건무마 청탁의혹까지 불거졌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김수남 검찰총장이 전방위 감찰을 지시했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가 쉽게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현재 대법원과 대검이 개혁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대표하여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지만 판사 개인의 청렴성을 강조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전관예우, 폐쇄적 조직문화, 기수와 서열 중시 등 법원조직을 비리에 취약하게 만들고 법관 독립성을 침해하는 근본구조에 대한 수술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다. 검찰 68년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장인 김경준 씨가 구속된 지 불과 두 달도 안 돼 서울서부지검에서 터진 김모 부장검사 사건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검찰조직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스폰서 검사 의혹을 받는 김모 부장검사는 사업가 친구 김씨와의 사이에 룸살롱 접대, 차명계좌 거래, 내연녀에게 송금, 감찰 증거은폐 시도 등 온갖 추문들이 죄다 거론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김씨가 지난 4월 65억대 횡령·사기혐의로 고소되자 김 부장검사가 후배검사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 밥을 사주는 등 사건 무마를 시도한 정황이다. 더구나 서부지검이 지난 5월 김 부장검사의 부적절한 돈거래를 알면서도 이달 초 언론사 취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대검에 전혀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다. 피의지가 돈거래를 한 부장검사가 사건 무마를 시도하는 데 어느 누구 하나 나서 대검에 감찰을 의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썩을 대로 썩은 검찰조직의 부패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건브로커들이 전관 상대 로비보다 아예 현직 판검사를 통해 동료나 후배 판검사에게 영향을 미치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법원과 검찰권력이 민주적으로 통제를 받지 않는 한 스폰서 판검사는 계속 생길 수박에 없는 게 현실이다. 김 부장검사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김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빌렸다는 1500만원을 술집 종업원 등의 계좌로 받은 데다 김씨가 사기로 고소당하자 부랴부랴 돈을 돌려줬다는 것을 볼 때 ‘검사와 스폰서’ 관계였다는 김씨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다. 김씨는 언론에 “한 달에 두세 번 이상씩 만났고 술자리 끝나면 100만~200만원씩 줬다”고 했다. 검사가 사기 등 범죄 전략이 있는 동창과 교분을 맺으면서 술얻어먹고 돈 받고 한 것 자체가 불미스러운 일이다. 언론에 공개된 두 사람 사이 문자메시지를 보면 김 부장검사가 김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 등과 접촉해 사건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짙다. 자기가 얽힌 일이 문제 될까 봐 친구 사업가에게 ‘싼 술집에서 먹었다고 해달라. 압수 수색 들어갈지 모르니 사무실 메모 정리하고 휴대폰도 바꾸라’는 요구까지 했다 한다. 사건 주임검사인 서부지검 박모 검사가 지난 6월 사건에 연루된 김 부장검사와 만나 함께 식사를 했다는 것도 그냥 넘기기 어렵다. 박 검사는 김 부장검사 비리 의혹을 5월 18일 대검에 첩보 보고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김 부장검사와 사적으로 만났다는 것이다. 구속된 사업가 김씨는 언론에 “김 부장검사 외의 다른 검사들과도 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줄이고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이 얼마나 절실하고 필요한 것인지 이번 사건이 다시 확인해주고 있다. 대법원장의 비리 사과는 이것이 정말 마지막이 돼야 한다.
[칼럼]일본 국왕의 은퇴
[칼럼]일본 국왕의 은퇴
[선데이뉴스=나경텍 칼럼]아키히토 일본 국왕의 퇴위 표명을 짠하게 들었다. 업무에 힘겨워하는 80대 노인의 처지가 절절했다. “몇 년 전 두 차례 외과 수술을 받았고 나이까지 들어 체력저하를 느낍니다... 역할을 할 수 없는 채로 생을 마칠 때까지 자리에 있으면... 사회가 정체되지 않을까 근심합니다.” 사후의 일도 걱정했다. 전 국왕의 장례 행사와 새 국왕 즉위 행사를 함께 치러야 하는 가족이 안 됐다고 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대목도 있다. 고령 사회에선 함께 늙어 가는 국왕이 어떻게 처신하는 게 바람직한가를 고민했다는 부분이다. 그는 열심히 일을 챙겼다. 재난 현장에서 무릎을 꿇고 이재민의 고충을 들었다. 열대의 전적지를 찾아가 피해자와 유족을 만났다. 이것이 ‘국민 통합의 상징’인 국왕의 책무라고 했다. 그는 이제 이 힘든 일을 언제까지 쇠약한 여든셋 노인에게 맡겨둘 작정이냐고 묻는다. 젊은이의 나태, 노인의 욕심. 고령 시대의 두 단면을 함께 겨냥한 경종처럼 들렸다. 아키히토 국왕은 전립선암·심장 수술 말고도 폐렴과 부정맥으로 고생했다. 치매 증상이 시작됐다는 소문도 들린다. 건강 문제로 오래전 정부에 퇴위 검토를 요청했지만 여태껏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참다 참다 이번에 결국 국민에게 호소했다. 우리는 일본 국왕이 여전히 일본인, 특히 권력자에게 절대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새장 속 새’ 같은 모습을 발견한다.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퇴위도 못하는 실상이 세상에 드러났다. 부친 히로히토 국왕이 일명 ‘인간 선언’을 발표한 게 70년 전이다. ‘짐과 국민의 관계는 천황이 현인신이라는 가공의 관념에 기초하지 않는다.’ 신격과 권력을 포기한 대신 그는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면했다. 국정에 얼씬 못하는 일본의 ‘상징 천황’은 이렇게 탄생했다. 아키히토 국왕은 부친이 물려준 굴레 안에서 국왕의 역할을 긍정적인 쪽으로 최대한 넓힌 인물이다. 그 동선에 몸이 못 따라가자 물러서려 하고 있다. 일본 국왕의 정치 관여는 위헌이다. 만약 현행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해 그가 퇴위를 표명했다면 그 자체가 평화헌법을 깨는 행위에 해당한다. ‘상징 천황’은 이렇게 복잡하고 모순적이다. 아키히토 국왕의 퇴위 표명을 누가 가장 떨떠름하게 받아들일까. 평화헌법을 깨고 싶은 아베 총리일까. 그보다는 아흔 넘도록 왕관을 쓰고 있는 영국 여왕 아닐까. 70년 동안 왕좌에 앉아 있는 89세 태국 국왕도 떨떠름하지 않을까 싶다. 일왕은 2001년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속일본기」를 보면 간무 천황(재위 781~806년)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었다고 밝혔다. 「속일본기」에는 790년 간무 천황이 “백제왕씨는 나의 외척”이라고 선언했다는 대목이 있다. 이어 “간무 천황의 어머니인 다카노노 니가사 황태후의 조상은 백제 무령왕의 아들인 슌태 태자”이며 “따라서 황태후는 백제의 원조인 도모왕(주몽)의 후손”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일왕가의 뿌리가 백제는 물론 고구려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일왕이 일왕가의 백제계설을 육성으로 확인했다”며 한·일 양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그러나 한·일의 조상이 같으니 식민지배도 괜찮다는 ‘일선동조론’과 다를 바 없다는 경계심도 터져 나왔다. 어떻든 백제인의 피가 흐른다고 고백한 일 왕가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2004년 일왕의 당숙(아사카노 마사히코)은 충남 공주의 백제 무령왕릉을 참배했다. 일제가 저지른 침략전쟁을 여러 차레 반성했으며, 2005년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탑을 참배하기도 했다. 일왕가의 핏속에 백제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말할 만큼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감추지 않았던 아키히토 일왕이다. 아베 총리는 과도한 우경화로 과거 군국주의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주변국들을 자극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칼럼]북 잠수함 발사 공포의 정국
[칼럼]북 잠수함 발사 공포의 정국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1982년 포클랜드 전쟁 때 영국 핵잠수함 5척이 1만 4400km 떨어진 포클랜드를 향해 출항했다. 잠수함 전단은 20노트 속도로 2주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 중 한 척이 아르헨티나 유일의 순양함 헤네랄 벨그라노를 어뢰 2발로 격침해 전쟁의 승기를 잡았다. 핵잠수함과 동시에 출발해 최대 속력을 냈지만 5주나 걸렸다. 포클랜드 전쟁 후 영국은 디젤 잠수함을 모두 퇴역시켰다. 원자로에서 동력을 얻는 핵잠수함은 미국 러시아처럼 90% 농축한 우라늄을 장전하면 잠수함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쓸 수 있다. 힘이 좋으니까 덩치도 커져 미 최대 핵잠수함인 오하이오급은 1만 6000t을 넘는다. 한국 해군이 4년 뒤 실전 배치할 장보고Ⅲ은 3000t급 디젤 잠수함으로 연로를 태울 때 산소가 필요해 주기적으로 물밖으로 나와야 하지만 핵잠수함은 그럴 일이 없어 은밀성과 기동성이 뛰어나다. 승조원들이 쓰는 산소는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얻는다. 핵탄두가 실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순항미사일을 수직발사대에 장착한 핵잠수함은 ‘전략핵잠수함(SSBN)’이다. 지구에 핵전쟁이 나면 육상은 방사성 낙진이 떨어지는 잿더미의 지옥으로 돌변한다. 하지만 바닷속 전략핵잠수함은 인류의 생존 거점이다. 지상 또는 공중발사 핵미사일은 들통나기 쉽지만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는 심해의 전략핵잠수함은 핵전쟁 때 최후의 보복 수단으로 꼽힌다. 세계 6개국만 보유 중이다. 북한의 SLBM 발사 성공으로 우리도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초기인 2003년 국방부가 ‘362사업’으로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다 무산된 바 있다.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농축할 수 있게 한미 원자력협정이 작년에 개정돼 핵연료 조달 문턱이 낮아졌고 소형 원자로 건설 능력도 갖췄다.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묶여 있는데다 일본의 견제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강대국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북한은 동북아를 핵 군비 경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고 있다. 북은 올 들어 ICBM, 무스탄, 노동, 스커드로 이어지는 장·중·단 사거리별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을 쉬지 않고 쏘아대고 있고 결국은 모두 성공했다. 무수단으로 괌과 오키나와 타격 능력을 과시하더니 노동미사일을 고각 발사한 뒤 유사시 미군 지원 물자가 들어오는 부산, 울산을 타격 지점으로 표기한 지도까지 공개했다. 마지막 남은 것이 SLBM이었는데 이것마저 해치운 것이다. 이른바 ‘탄도미사일 종합 세트’의 완성이다. SLBM은 지상 발사 미사일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위협이다. 북 잠수함이 뒤로 돌아 들어와 남해나 서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현재로선 대응 수단이 심각하게 제한된다. 미국이나 일본에도 또 다른 차원의 위협이다. 북 잠수함이 뒤로 돌아 들어와 남해나 서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현재로선 대응 수단이 심각하게 제한된다. 미국이나 일본에도 직접적 위협이 되기 때문에 한반도 안보 환경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군의 대잠수함 능력이 천안함 폭침 때 보여줬던 것처럼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북이 어뢰 대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 군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지 꽤 됐지만 실질적 진전은 사실상 없다.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북 미사일에 대한 방어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나가야 한다. 북 SLBM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 체계는 지금으로선 사드 외에는 없다. 북쪽으로 고정 배치될 사드 외에 동·서·남으로 향하는 사드 체계도 필요하다면 도입해야 한다. 우리 자체의 미사일 방어 체계 개발도 더 서둘러 2중, 3중의 방어망을 쳐야한다. 장기적으로는 물속에서 두 달 이상 대기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을 출동 단계부터 잠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칼럼]새누리당 정쟁 중단하라
[칼럼]새누리당 정쟁 중단하라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한국 사회에서 ‘58년 개띠’는 단연 주목의 대상이다. 이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정은 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아이콘으로서 ‘머릿수’가 많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시절은 2부제나 3부제의 ‘콩나물 교실’에서 부대끼고 화장실 앞에 긴 줄을 서야 했다. 중고교 시절엔 평준화제도 도입으로 ‘뺑뺑이 세대’라고 불렸다. 당시 세간에는 갑작스러운 입시 변화가 박정희 대통령의 ‘58년 개띠’ 아들 지만 씨를 위한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58년 개띠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높은 인구비율 탓에 대학 예비고사와 본 고사에서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거쳐야 했다. 결혼할 무렵에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40대의 문턱을 넘으니 외환위기가 터졌고 ‘사오정(45세 정년)’의 아픔을 겪었다. 인생의 고비에서 한국 사회의 변혁을 온몸으로 겪은 그들의 여정은 문화적 테마로 종종 등장했다. 은희경의 장편 ‘마이너리그’는 58년 개띠들의 이야기다. 시인 서정흠은 ‘58년 개띠’란 작품을 시집 제목으로 올렸다. ‘58년 개띠’란 제목의 창작무용과 다큐영화가 발표되기도 했다. 고난의 세월이 이들에게 남다른 끈기와 생존력을 심어준 것일까. 요즘 들어 사회 전반에서 ‘58년 개띠’가 맹활약 중이다.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급 등기임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8년생이 14.1%로 가장 많았다. 대기업 임원 10명 중 1명이 ‘58년 개띠’란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 9년 전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잘 버텨낸 결과이리라. 20대 국회를 두고도 ‘58년 개띠 전성시대’란 말이 나온다. 4월 총선에서 각기 상대 당의 텃밭에서 ‘생환’한 이정현 새누리당 선임대표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유승민, 추미애, 김성식 의원 등이 모두 동갑내기다. 한때 후배들인 ‘386세대’에 치받힌 낌 세대 정치인들이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셈이다. 눈물겨운 가난과 파란만장 현대사와 더불어 쉼 없이 달려온 사람들이다.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고령화시대를 맞아 그들의 세상이 다시 열리는 것 같다. 이 새누리당 대표가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6개월은 긴 기간”이라고 했지만 실상 그렇지만은 않다. 과거 정부의 후반부를 보면 대통령과 여당이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집권 4년 차인 올해 말이 한계선이다. 집권 마지막 해는 대선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저물어가는 정부의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지금 정부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박 대통령과 이 대표는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4대 개혁과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 현 정부 핵심 국정과제들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4대 개혁은 노동, 공공, 교육, 금융 개혁을 말한다. 시급하다고 할 수 있는 노동 개혁은 노사정 합의까지 갔다가 노조 측의 이탈도 원점으로 돌아가 있다. 다른 개혁들도 친박 패권주의가 부른 여당의 총선 참패로 추진 동력을 잃고 개점휴업 상태이다.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4대 개혁은 내년으로 넘어가면 시도조차 힘들어진다. 정부·여당으로서는 9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는 이번 정기국회가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당정이 경제·민생에 집중하려면 무엇보다 사드 문제부터 매듭을 지어야 한다. 사드에 발목이 잡혀 국력을 소진할 이유가 없다. 한국갤럼 여론조사에서는 사드에 유보적이었던 국민이 상당수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드 문제를 키운 것은 정부였고 성주 주민들을 설득하는 노력도 턱없이 부족했지만 안보 상황을 직시하는 국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과 같은 경제·안보 복합위기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못 한다면 그로 인해 생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다만 국정을 위해선 당정 모두가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 결단 할 때와 인내할 때를 가려야 하고 때로 대통령에게 고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은 유념해야 한다.
[칼럼]트럼프 후보 한반도 정책 변화
[칼럼]트럼프 후보 한반도 정책 변화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그는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글로벌리즘(세계주의)이 아닌 아메리카니즘(미국주의)이 우리의 신조”라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자신의 주공약으로 천명했다. 또 보호무역을 옹호하며 다른 나라와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재협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등 불법 이민자들을 막고, 법과 질서의 회복을 통해 안전한 미국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세계의 지도국가인 미국, 국제무역을 통해 성장하고 세계화를 주도하며 그로부터 이익을 얻은 미국의 대선후보 공약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자폐적이다. 트럼프의 변설은 요약하면 보호 무역 중심의 경제정책과 고립주의 안보정책이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우리 제조업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미국을 외국 정부의 결정에 종속시킬 것”이라며 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시사했다. 또 그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거론하며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다”고 비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되돌리겠다는 발상은 물론 한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주장도 충격적이다. 안보에 관한 트럼프의 언급은 더 황당하고 위험하다. 그는 이번 전당내 회의 뉴욕타임즈 회견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거론했다. 한국이 미군 주둔을 원하면 돈을 더 내라는 것이다. 미군의 철수 여부는 논외로 치고, 마치 다른 나라를 위해 미군이 주둔하는 양 여기는 그의 인식이 놀랍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해온 미국의 유력 정당 후보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는 비현실적인 인식이다. 북한을 ‘노예국가’로 규정한 공화당의 정강정책과 이번 대선에서 이겨 집권하면 강력한 대북 압박에 나서겠다는 트럼프의 발언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이야말로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다. 트럼프가 그릇된 인식을 기반으로 자국이 주도해 만들어놓은 국제질서를 스스로 허물겠다고 한 것은 무책임하다. 하지만 그의 후보 지명은 현실화되었고, 그가 집권하면 미국의 안보와 무역질서는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부인을 뜻하는 ‘퍼스트레이디’는 미국에서 유래됐다. 12대 대통령인 재커리 테일러가 1849년 4대 대통령의 부인 돌리 매디슨 여사 장례식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한다. 클리블랜드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는 대선 후보가 마지막 날 등장하는 관례를 깼다. 연단에 오른 트럼프는 슬로베니아(옛 유고 연방)출신의 전직 모델인 부인 멜라니아(46)를 ‘미국의 차기 퍼스트레이디’라고 직접 소개했다. 유세 때 언론 노출을 자제한 멜라니아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나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동유럽의 억양이 강한 영어로 “미국을 위해 싸울 적임자”라며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해 박수를 받았다. 한데 연설 중 두 대목이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있었던 미셀 오바마의 연설과 판박이여서 구설에 올랐다. 연설 전 “원고를 직접 썼다”는 말이나 안했으면 좋았을걸. ‘가장 섹시한 퍼스트레이디 후보’로 평가받는 멜라니아는 트럼프의 세 번째 아내다. 트럼프의 첫 아내, 두 번째 아내도 모델 출신이다. 1996년 미국에 온 멜라니아는 28세 때 뉴욕 나이트클럽에서 24세 연상 트럼프와 만나 2005년 결혼했다. 멜라니아는 머리도 비상해 ‘트럼프의 비밀병기’로 불린다. 대학에서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슬로베니아어, 영어, 프랑스어, 세르보그로아트어, 독일어에 능통하다. 한 지인은 “그는 좋은 퍼스트레이디가 되겠지만 그 남편이 걱정”이라고 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후보인 남편 탓인지 멜라니아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악의 비호감 후보 부인으로 나타났다.
[칼럼]검사 자살 빚은 인격학대
[칼럼]검사 자살 빚은 인격학대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검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홍영 서울남부지검 검사의 상관 김모 부장검사를 해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자체 감찰을 통해 김 부장검사가 ‘장기 미재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검사에게 폭언하거나 술자리에서 질책하면서 손바닥으로 등을 때리기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김 부장검사는 법무부 근무 시절에도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보고했다는 이유로 부하들에게 폭언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보고서를 구겨 바닥에 던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자살한 김 검사는 친구들에게 보낸 카톡에서 ‘매일 욕을 먹으니 자살 충동이 든다’고 썼다. 이런 문제는 인격적으로 수양이 덜 된 한 개인의 이상행동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김 검사의 자살에 대해서도 ‘본인이 심약한 탓’이라고 보는 시각이 검찰 일각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1년 대전지검이나 1993년 부산지검에서 있었던 검사 자살 사건도 상관의 인격적 모멸이 원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검찰은 ‘검찰총장→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평검사’로 이어지는 엄격한 위계 문화가 이번 불상사의 바탕에 깔려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검찰에는 윗사람의 지시에 복종한다는 암묵적 분위기가 다른 어떤 조직보다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가 수사 효율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항상 상관과 선배의 판단이 옳을 수는 없다. 위가 아래를 틀어쥐는 전근대적 조직 문화가 막중한 검찰권 행사에 관한 개별 검사들의 창의적 발상을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검찰이 사회를 뒤흔드는 중요 수사에 나설 때마다 각종 음모론이 돌곤 한다. 전국 검사 2000명이 검찰총장 한 명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검찰 수뇌부가 일선 검찰이 보고한 기업과 정치인들에 관한 각종 첩보와 정보를 캐비닛에 쌓아놓고 정치권 돌아가는 사정과 사회 분위기에 따라 수사 착수 시기와 범위를 조정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검찰의 이런 ‘기획 조정 수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과 조율해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다수 국민의 상식이다. 해임은 검사에게 사실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검사의 파면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 형 신고 시’에만 가능하다. 그동안 뇌물수수나 직권남용으로 해임된 사례는 있었으나 후배에 대한 폭언·폭행이 이유가 된 것은 처음이다. 대검이 해임을 결정한 것은 전근대적 상명하복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본다. 하지만 그 이유뿐만일까. 홍만표·진경준·우병우로 이어지는 검찰의 추문 릴레이가 없었다면, 과연 해임까지 이르렀을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폭언 폭행으로 후배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정식 수사에 착수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검찰총장이 공식 사과를 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여러 정황이 검찰 조치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정병하 감찰본부장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내에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함은 타당하다. 그러나 반쪽짜리 해법일 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검찰에는 갖가지 비리가 잇따랐다. 그때마다 기강 확립 같은 이야기를 꺼냈으나 달라진 건 없다. 문제는 문화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검찰과 같이 비뚤어진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조직은 법과 제도로 규제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 홍만표·진경준·우병우 사건의 재발을 막는 길도 다르지 않다. 검찰 개혁은 검찰을 위해서도 좋다. 그런 상황에서도 검찰 내부로부터 조직을 위기에서 구하고자 하는 용기 있는 목소리 한마디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검사 동일체 원칙’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검찰의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조직 문화는 이제 불태워버릴 때가 됐다.
[칼럼]사드불만 어느나라 사람인가?
[칼럼]사드불만 어느나라 사람인가?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 및 공론화를 요구했다. 사드 문제에 침묵해 왔던 문 전 대표는 국방부의 사드 입지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내놨다. 문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핵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득보다는 실이 더 커 보인다”고 했다. 또 사드 배치는 국회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현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다. 그가 사드 반대 쪽에 가세함으로써 국론 분열 양상은 더욱 격화될 공산이 커졌다. 찬반이 혼재한 더민주당 내부 기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로 북핵 제재 국면에서 중국과의 공조를 무너뜨리고 중국의 보복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정부 역시 고민했던 문제다. 앞으로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그런 ‘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우리가 사드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안보 현실은 도외시하고 있다. 최근 무수단 미사일 고각 발사 실험 성공으로 한·미 전력은 북한의 스커드·노동 미사일뿐만 아니라 중거리 탄도미사일 위협에도 노출된 상황이다. 최대 마하 5~11 속도로 떨어지는 노동·무수단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 체계는 현재로선 사드가 유일하다. 야권 일각이 주장하는 ‘사드 무용론’이 진짜라면 중국·북한이 반발할 리도 없다. 문 전 대표는 그러면서 북핵 미사일에 군사적으로 대비하는 데 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부지를 제공하고 주한 미국 방위비 분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문 전 대표의 주장도 사실과 차이가 있다. 부지는 기존 공군기지이고 장비 자체가 미군이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부담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우리가 내는 주한 미군 주둔 분담금은 2018까지 매년 4%씩 인상 상한선이 정해져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한국의 최근 조치는 양국 신뢰의 기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왕 부장은 “한국 측이 우리 사이의 식지 않은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것인지 들어보려고 한다”며 실상 사드 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사드 배치 결정 후 첫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이 한국의 안보 주권을 무시하고 고압적으로 나온 것은 심각한 외교 무례에 해당한다. 왕 부장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착선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2년 만에 북-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쌍무관계 발전 문제는 토의’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서해에서 중국이 항공기 41대를 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것은 ‘한국의 사드 기지를 최우선적으로 무력화하는 연습’이라는 보도도 있다. 중국은 탐지거리가 5500Km로 한반도를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는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마시일 부대는 주한미군 기지 등을 정조준한다. 도광양회(빛을 가리고 은밀히 힘을 키움) 단계를 벗어난 중국의 군사굴기에 대해 한국이 아무 말을 않는데도 중국이 방어 수단인 사드에 시비를 거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보다 탐지거리가 훨씬 긴 사드 레이더가 일본에 배치될 때도 중국은 침묵한 바 있다. 한국에선 전직 국무총리와 외교 통일부 장관에다 “안보는 보수”라던 국민의당까지 나서 사드 배치를 성토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북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속수무책 지켜보고만 있으라는 것인가! 일본, 베트남은 중국과 분쟁이 생겼을 때 온국민이 하나가 돼 맞섰다. 안보를 놓고도 자중지란에 빠진 한국을 보고 중국이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