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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학 등록금 반환 "상생의 길은 무엇인가"
[기자수첩] 대학 등록금 반환 "상생의 길은 무엇인가"
[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대학가 등록금 반환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떨어진 교육의 질을 보상하라는 학생들의 원성이 커지자, 교육부는 3차 추경에 등록금 사항을 포함했고 몇몇 대학은 서로 눈치를 보며 등록금 일부를 반환했다. 하지만 양측의 소통은 여전히 막혀 있어 답답한 실정이다. (사진=전국총학생회협의회 페이스북 캡처) 전국총학생회협의회(전총협) 따르면, 지난 3일 국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대학가 재난 상황 극복을 위한 ‘교육부‧국회‧전총협’의 3자 간담회가 열렸다. 자세한 논의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국총학생회협의회 : 대학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의 101개 대학이 연합해 결성한 대학생 연합단체 (사진=전국총학생회협의회 페이스북 캡처) 전총협은 2일 SNS에서 이번 간담회에 대해 “지난 학기동안 지속적으로 교육부에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며 “그런데 교육부는 이제야 면담에 응했으며 지금까지의 코로나 대학가 재난 상황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총협은 지난 6월 8일 대학 등록금 반환 촉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6월 11일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 발의, 7월 14, 21일 국회의원 면담, 8월 3일 3자 간담회 개최 등 등록금 반환을 위한 일련의 과정을 밟아왔다. (사진=지난 6월에 열린 전국총학생회협의회의 '코로나19 대학가 문제해결' 관련 기자회견 모습) 이에 교육부는 지난 30일 전총협의 요구에 따라, 3차 추경에 등록금 반환 관련 금액을 편성해 각 대학에 1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단, 기본역량 진단역량에서 떨어진 ‘재정 지원 제한 대학’과 ‘적립금이 1천억이 넘는 학교’는 제외했다. 등록금 반환의 바람이 거세지자, 각 지역의 대학들도 잇따라 등록금 반환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지난 달 건국대를 시작으로 전국의 국공립대, 사립대 등이 반환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7~28일을 기준으로 153개 4년제 대학 중 50곳(32.7%)가 “1학기에 재학생 전체에게 생활비나 특별장학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18개 대학이 지급한 특별장학금 형태의 반환 등록금은 1인당 평균 11만 8750원이었다. 하지만 갈등의 목소리는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대학들이 반환한 금액이 학생들이 제시한 금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적립금이 수천억에 달하는 상위 10개 대학은 아직 등록금 반환 결정을 하지 않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총협은 계속해서 교육부‧국회와의 면담을 제안하고 있지만,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대학과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교육부 캡처) 대학생 A씨는 “코로나19 같은 특수한 상황에 적립금 천억이 넘는 학교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며 “등록금 환불은 각 대학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하기에, 꾸준히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실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불한 등록금에 비해 대학교육의 질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 회복을 위한 대학의 노력과 그에 대한 책임으로서의 보상을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물론 대학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 대학 측와 소통하는 학생회 관계자를 통해 들었는데 대학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이 실제로 사용한 시설운영비·관리비·인건비 등은 (사태 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또한 온라인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관리하느라 추가 비용이 지출된 등 다수 대학이 마주한 어려운 현실도 사실”이라고 했다. 대학 측의 입장대로 1학기에 사용된 등록금이 코로나 사태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면, 대다수의 대학은 자체 적립금으로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 적립금이 충분치 않는 대학은 경영난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학과 학생들이 상생할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A씨는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학 측이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꼭 언급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일부 대학은 학생들과의 소통에 있어 권위적인 태도를 취하고 일방적으로 의사를 전달한다”며 “기존의 학사운영 뿐 아니라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그랬다. 학교가 필요할 때는 학생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막상 학생들이 필요해서 만나달라고 요청을 하면 잘 만나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학이 학생들과의 소통에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대학이 독단적으로 학사운영 방침을 결정 한 후 문제가 발생하면 수습하기에 급급하지 말고, 그 전에 학생회 측과 협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전국총학생회협의회 페이스북 캡처) 지난 6월 전총협은 “교육부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교육부 관계자는 법인격의 대표나 국회의원을 통해서만 학생대표를 만나줬다”며 “또한 관계자가 ‘의원과 국회, 법인격 대표가 아니면 만나줄 수 없다’며 권위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등록금 반환’이 그 중심에 있지만, 교육부‧대학과 학생 간 소통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교육의 발전을 위해 교육부와 대학은 권위의식과 낡은 관행을 버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이 단순히 물질적 보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대학교육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게 대학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현실에 맞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학과 학생은 서로 상생해야 하는 관계임을 결코 잊지 않아야 모두가 살 수 있다.
[기자수첩] 인생샷에 집착하는 우리들에게
[기자수첩] 인생샷에 집착하는 우리들에게
[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지난 24일 룸메이트와 한 카페에 들렀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인스타그램 인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카페를 나서자 룸메이트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이리저리 카메라를 돌렸다. “좀만 더 아래로, 이렇게 다리가 길게 나와야 돼” 기자 또한 한 컷을 남겼다. 요즘 우리의 ‘인생샷’은 이렇게 하나 둘 쌓여가고 있다. (사진=충북 단양에 위치한 '새한서점') 지난 27일 단양 외할머니 댁을 방문한 겸 새한서점에 들렀다. 충북 단양 적성면 현곡리... 주소만 들어도 두메산골일 것 같은 느낌, 맞다. 새한서점은 깊은 산속에 위치한 목재로 지어진 오래된 책방이다. 단양에서는 꾀 유명해 많은 관광객들이 직접 자가용이나 택시를 타거나 혹은 걸어서 찾아오는 명소다. 서점 주인에 따르면, 이 서점에는 13만 여권의 책이 소장돼 있다. 절판도서부터 족히 30~40년은 된 전공서적들까지. 가희 숲 속의 문화유산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군다나 영화 ‘내부자들’의 촬영지로 알려진 후에는 찾아오는 방문객도 부쩍 늘었다. 그런데 찾는 손님이 늘었음에도,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의 시름은 자꾸만 늘어가고 있다. 이유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책을 읽고 구매하기보다, 책과 함께 ‘인생샷’만 남기고 소리 없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서점 곳곳에는 “새한서점의 책들은 소품이 아니라 읽는 책들입니다. 사진만 찍는 소품으로 사용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내용의 쪽지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 온 한 문장. “인생샷보다 인생책 고르시길” (사진=새한서점 내부에 적혀있는 문구들) 이승준 새한서점 매니저는 이에 대해 “이렇게 메모를 붙여놓게 된 지는 약 2년 정도 됐다. 서점 주인인 아버지께서도 사진촬영만 하고 가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느끼신다. 물론 새로운 장소에 와서 예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책과 서점을 단순히 사진을 찍기 위한 소품과 배경으로만 이용하는 분들이 늘어나니까, 사진을 찍기 위해 책을 꺼냈다가 제자리에 꽂아놓지 않거나, 바닥에 놓고 찍는 등의 경우가 많아져 서점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쪽지를) 붙여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사지로 선정을 해놓고 사진촬영을 목적으로 오는 단체 분들도 많았다”며 “예전에는 사진 찍는 것을 좀 자제해 달라고 직접 얘기했지만, 대부분은 뒤돌아서서 다시 몰래 찍고 SNS에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또한 “처음에는 사진도 좀 찍고 책도 좀 살려고 왔다고 하셔서, 사진은 자제해달라고 하니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았다”며 “이런 경우 목적 자체가 사진을 찍기 위함이니 서점으로서 새한서점을 좀 더 알리고, 서점으로서의 가치를 찾고 싶은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부분이 컸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물론 출사나 촬영하는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점 관리, 인력 문제 같은 운영부분에서 감당이 되지 않기에 지금은 최소한의 에티켓을 지켜달라고 말씀드리고 있다”며 “추후 서점 운영이 좀 더 잘 돼서 인력충원이나 운영이 용이해지면, 입장료를 받고 그에 대한 문화 서비스도 제공하고, 사진촬영에 대해서도 더 자유롭게 개방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방문한 27일 오후 3시에도 새한서점은 인생샷을 찍기 위한 이들로 붐비고 있었다. 서점에 방문한 A씨(여, 50)는 “SNS를 통한 공유와 소통이 일상화된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점의 본질이 어디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서점 주인의 간곡한 부탁도 이해가 간다”고 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유저들이 게시한 새한서점 관련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어떻게 깊은 산 속에 이렇게 큰 서점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호기심과 인생책을 골라가겠다는 집념보다도, 예쁜 사진을 한 컷 남겨야 한다는 의지만이 방문객들에게는 더욱 큰 가치가 된 것이다. 이처럼 ‘인생샷’ 찍기는 주로 10~30대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나이를 불문하고 40대 이상의 세대도 자신의 일상을 가볍고 편하게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인생샷’ 문화가 ‘보여주기’와 ‘과시하기’에만 집중해 공간이나 활동의 본질을 흐리고 품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2일 MBC 뉴스에 따르면, 멕시코 한 생태공원에서는 한 여성에서 곰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셀카로 찍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 포착됐다.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셀카로 인생샷을 남긴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는 한 아버지가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가파른 절벽에 어린 아들을 매달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남는 건 사진 뿐”이란 말도 맞지만, 사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카메라에 찍히는 대상의 '생명과 가치’라는 점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예쁜 인생샷보다 아름다운 인생을 남기기를”
[기자수첩] 서울 도심서 캥거루 집단 출몰… 알고 보니 캥거루족 “이유는?”
[기자수첩] 서울 도심서 캥거루 집단 출몰… 알고 보니 캥거루족 “이유는?”
[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지난 몇 년간 서울 주요 도심에 캥거루들의 집단 출몰이 늘어나고 있다. 핫뉴스인가? 아니다. 이는 가짜뉴스를 빙자한 진짜뉴스이다. 최근 경제 불황과 함께 소위 ‘캥거루족’이라 불리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대한 기자의 농담(弄談)이다. (사진=픽사베이 캡처) 벼룩시장구인구직(20~40대 성인남녀 1599명 대상)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3%가 본인은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캥거루족은 성인이 됐음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이들이 자신을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의존’ 때문이다. 조사 응답자의 42.5%가 ‘경제적 부분 의존’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진=벼룩시장구인구직 캡처) 한 가지 특이점은 상대적으로 사회 초년생이 많은 20, 30대 뿐 아니라, 40대 중에도 자신을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보통 40대가 되면 경제적인 안정을 찾게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캥거루족에 대한 인식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35%로 가장 높았다. 상대적으로 ‘자기 삶에 대한 의지나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무능력해 보인다’ 등의 답변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캥거루족’ 현상이 익숙해지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최근에는 취업 후에도 부모님으로부터 물리적·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으려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박지은(25, 여)씨는 작년 8월 취업에 성공해 경제활동을 시작했으나 독립하지 않고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산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살면 식비 등 각종 생활비 걱정도 덜 수 있고 심리적으로도 편안하다”며 “비혼주의자이기 때문에 평생 부모님과 함께 살 예정”이라고 했다. 이는 실제로 경제적‧물리적 독립을 할 수 있으나 자발적으로 ‘캥거루족’을 선택하는 경우다. 이들의 대부분은 독립을 하지 않는 이유로 생활비 절감과‧심리적 안정을 꼽는다. 직장인 김(26, 남)씨는 “독립을 하면 월급의 대부분이 생활비로 지출될 것 같다”며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저축에 집중하고 있다”며 “또한 부모님과 함께 살면 든든한 마음도 들고 효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캥거루족… 경제적‧물리적 어려움에 가려진 '무언가'가 있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출처) 물론 캥거루족의 등장이 경제적‧물리적 어려움 때문이라고는 하나, 단순히 거기에 국한됐다고 볼 수는 없다. 프리랜서 임씨는 “젊은 나이에 물리적‧경제적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며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 선택이겠지만, 독립을 원한다면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다”고 답했다. 이어 “나의 경우는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 2명과 함께 셰어하우스에서 지내고, 식비 절감을 위해 저녁을 집에서 같이 해 먹는다”며 “정말 독립을 꿈꾸고 싶다면 본인의 의지와 노력과 절제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당장의 현실에만 시선을 두면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방법 밖에는 없으니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캥거루족’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이 있다. 부모와 자녀 세대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안정된 주거와 육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환경에 초점을 맞춘 주장, 다른 하나는 자녀세대가 스스로 체험하고 도전해서 성장할 수 있게 교육하고, 당장은 힘들더라도 부모세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내버려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성하 경기연구원은 ‘新(신) 캥거루족의 두 얼굴, 우려와 기대'(경기연구원, 2016)’라는 논문에서 “부모-자녀 부부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각자의 필요 부분을 충족시킨다면 세대 간 상생하는 새로운 가족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삼철(삼건물류 대표) 수필가는 “어릴 때 부모의 손길이 덜 미쳤던 나와 여동생이 형제 중 생활력이 강하다”며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스스로 길을 모색하게 되어 있다. 그게 성장하면서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꽃길을 걷게 하고 싶다면 눈보라 치는 거리로도 내몰 줄 알아야 한다. 자녀에게는 춘풍과 같은 사랑도 중요하지만 추상같은 엄격함도 필요하다”고 했다. 뼈저린 현실 속에서 탄생한 수많은 캥거루족들, 그 속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갑자기 얼마 전 유대인의 교육 관련 책에서 읽었던 대목이 떠오른다. (사진='들어주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유대인 부모처럼', 장화용 작가) ‘들어주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유대인 부모처럼’의 저자 장화용 작가는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가 실수하거나 실패해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마잘톱(축하한다)’이라는 말로 격려해준다. 유대인들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 실패의 경험도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실패와 좌절을 겪는 것도 자녀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 여기는 것이다. 자녀들이 실패를 딛고 일어났을 때 맛볼 성취감이 삶에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그들은 온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수많은 부모와 자녀들에게 ‘실패’와 ‘불안정’은 추호도 겪기 싫은 적신호다. 하지만 적신호 없이는 주변의 차들을 둘러 볼 수도, 잠시 멈춰 자신의 가야할 길을 볼 수도, 그리고 도로의 흘러가는 구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없다. (사진=캥거루 관련 네이버 지식백과 캡처) 천재학습백과에 따르면, 캥거루는 충분히 자라지 못하고 나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30~40일 아기 주머니에서 키우며 젖을 먹이지만, 새끼가 완전히 자라고 나면 혼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점프 연습을 시킨다. 왜 우리는 캥거루족이 됐는가. 캥거루족이 맞기는 한가?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기자수첩] 결혼? “아니, 내 연애의 완성은 비혼이야”
[기자수첩] 결혼? “아니, 내 연애의 완성은 비혼이야”
-“연애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아니, 연애의 완성은 그냥 ‘비혼’일 뿐이야” -결혼? 책임은 무거워, 내 인생 더 중요, 노후? 가족 있어도 외롭긴 마찬가지 [곽중희 기자] “연애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아니, 내 연애의 완성은 비혼이야” (사진=비혼주의 관련 드라마,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최근 사회 트렌드에 맞춰 ‘비혼주의’ 관련 드라마가 많이 등장했지만, 해당 드라마들이 비혼주의의 핵심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비혼(非婚)’의 핵심은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오직 자신에 선택에 달려있어, 본인이 원하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임에도, 해당 드라마들은 '연애의 완성은 결국 결혼'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혼율 역대 최저치, 결혼 넘어 '비혼'도 선택일 뿐 (사진=통계청 출처)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2019년의 혼인 건수는 24만 건으로 1970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인구 1000명당 4.5건의 결혼이 이뤄지는 수준이다. 반면 이혼 건수는 11만 800건으로 작년보다 2% 증가했다. 이제 결혼에 대한 거절의 표현은 “꼭 결혼을 해야 하나요?”에서 “결혼? 전 비혼주의인데요?”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결혼에 대한 생각은 있으나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를 ‘미혼(未婚)’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제는 결혼을 아예 생각하지 않는 ‘비혼(非婚)주의자’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비혼’은 ‘미혼’과 다르게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택했다는 의미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비혼은 시각의 문제”라며 “똑같이 결혼을 하지 않은 태지만, 시각에 따라 미혼으로도 볼 수 있고, 비혼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비혼주의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한 비혼주의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독신(비혼)주의 선언을 했다”며 “당시에는 특별한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한 취급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비혼주의자가 느는 이유는 사는 게 힘들기 때문”이라며 “내 집 마련만 20년이 걸리는 한국사회에서 취업, 집, 육아, 집안 갈등 문제 등을 생각하면 결혼과 출산은 너무나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비혼의 추세에 비혼을 축하하는 ‘비혼식’과 ‘싱글웨딩’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결혼식이 많은 하객들 앞에서 두 사람의 ‘혼인’을 선포하는 행사라면, 비혼식은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고 선언하는 행사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직장인 A씨(여, 26)는 얼마 전 서울 홍대의 한 파티룸에서 같은 비혼주의자 친구들과 함께 비혼식을 열었다. 행사는 파트너가 없다는 것 외에 결혼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축하 선물도 주고받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A씨는 비혼을 결심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미래의 내 삶에 대해 고민해보게 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이고 어떡하면 내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방법 중에 비혼도 있었다”고 했다. 더 이상 이들에게 결혼은 행복과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닌 셈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8년에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와 ‘하는 것이 좋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의 68%를 차지했지만, 10년이 흐른 2018년에는 그 수치가 18%이상 줄어 48.1%를 기록했다. ▲결혼? 책임은 무거워, 내 인생 더 중요, 노후? 가족 있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 취업, 내 집 마련, 출산, 육아 등 현실적인 부담에 대한 가중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이제 청년들은 결혼이란 ‘무거운 책임’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라이프’를 선택하고 있다. 이런 청년들의 선택에 일부 기성세대들은 가족이 있어야 노후가 든든하고 외롭지 않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이전 세대에 고생하며 가족을 꾸렸음에도 더 외롭고 쓸쓸해진 노인들의 모습에 그 말들도 이제는 무색해졌다. 홍경희(‘합리적 비혼주의자로 잘 살게요’의 저자) 작가는 “명절마다 듣는 친인척들의 잔소리처럼 비혼주의자들의 노후가 애처롭게 독거노인으로 살다 고독사하는 쪽이 될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안 든다”며 “지금도 아픈 부모의 간병을 자식들이 직접 하기보다는 전문 요양시설이나 간병인을 쓰는 게 대세잖아요. 예전에야 그런 간병을 효도로 쳤지만 지금은 안타깝게 보는 시대로 넘어왔죠”라고 했다. 이어 “결혼 후 노후자금과 맞바꾸는 셈인 평균 양육비 5억을, 나라면 매달 200만 원씩 나오는 상가 점포를 사는 데에 먼저 쓰겠다”며 “일을 관둔 내 노년에 대한 대비가 다 되고 나서도 경제적, 정서적 여력이 있을 때 낳든 입양하든 하는 게 순서지, 노후 대비도 없이 자녀에게 다 쏟아붓는 가족계획은 스스로에게 무책임하잖아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인 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비혼주의는 오랜 관료처럼 굳어있던 우리 사회의 ‘결혼 관습’에 강하게 돌을 던진다. 물론 비혼주의자가 늘어나는 이유를 어느 한 문제만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시대적 상황과 경제적 불황까지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핵심에는 ‘나 자신의 삶을 먼저 챙기고 즐기고자 하는 가치관’이 강하게 자리를 잡은 듯하다. 한편으론 비혼주의자가 계속 늘어날 이 추세 속에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관계 속 외로움이란 과제는 어떻게 해결돼 갈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기자수첩] "이러다 백신도 배달해달라는 거 아니야?"
[기자수첩] "이러다 백신도 배달해달라는 거 아니야?"
-배달과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의 만남, “나한테 딱 맞춰서 갖다 줘” -취향까지 책임지는 정기 스트리밍(구독) 배달 서비스 ‘과자, 아이스크림까지’ [곽중희 기자] “짜장면 시키신 분! 짜장면 시키신 분!” (사진=SKT 광고 캡처) 울릉도 앞바다에서 “짜장면 시키신 분!”을 외치며 손님을 찾는 배달원이 나오는 SKT의 광고를 기억하는가? 그 중심에는 한국의 배달 서비스가 있었다. 중화요리 배달 서비스는 ‘철가방’이라 불리며 국민에게 가장 익숙한 배달 서비스로 각인돼 있다. 그리고 이제 한국의 배달 업계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과 함께 새롭게 진화 중이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업계는 뜻밖의 대호황을 맞았다. 팬데믹에도 멈추지 않는 배달 오토바이의 엔진소리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배달 강국임을 보여준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자사 사이트에 개제된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업종은 운전‧배달이었다. 이는 전체 구인 공고의 45.4%에 달한다. 또한 배달 건수는 작년 대비 동일기간 10,3%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 배달 주문이 그만큼 늘었다는 말이다. (사진=픽사베이 캡처) 배달은 더 이상 특별한 날 짜장면이나 치킨을 먹기 위해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의 편리함과 스타일을 책임지는 모든 국민의 만능 연결고리가 됐다. ▲배달과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의 만남, “나한테 딱 맞춰줘“ 더 세심해지는 배달 서비스 지난 11월 출범한 배달의 민족 ‘B마트’는 ‘초소량 번쩍배달’이라는 컨셉으로 큰 성장을 이루며, 출범 6개월 만에 운영지점이 2배 증가했다. B마트는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사진=배달의 민족의 B마트 , 배달의 민족 캡처) B마트의 강점은 3000여종에 달하는 소량의 품목을 빠르게 골목 구석까지 배달해주는 데 있다. 배달은 식품 외 생필품, 화장품, 모기약, 염색약, 와인 오프너, 냉동식품 등 모든 품목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세심하고 편리한 배달 서비스가 각광받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운영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해 아직 초기 단계"라며 “한꺼번에 장을 많이 보는 것 보다 소포장, 소량 제품을 집으로 배달받기 원하는 1인 가구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틈새 서비스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했다. GS25 편의점은 7월 15일부터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아이스크림 배달은 배달 서비스에 주력했던 전문 아이스크림 브랜드나 대형마트에만 국한됐지만,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아이스크림 배달 주문이 가능해졌다. 이번 서비스를 위해 GS25는 3개월 동안 테스트를 거쳐 보냉백과 물로 만든 친환경 아이스팩을 개발했다. 주문은 배달앱 요기요와 카카오톡으로 가능하다. GS25는 1000여점을 시작으로 전 점포로 배달 서비스를 확대해 갈 예정이다. 배달 가능 아이스크림은 자사가 선정한 프리미엄 상품들이다. 경쟁사인 CU도 작년 4월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CU는 전국 5000여 점포를 운영하며 주요 도심 지역에 24시간 배달 서비스를 중이다. CU가 주력하는 배달 상품은 1인 가구들을 위한 맞춤형 세트다. 해당 세트는 제주 흑돼지 비빔밥과 자체브랜드(PB) '헤이루' 속초홍게라면, 델라페 식혜로 구성돼 이벤트 기간 5000개 이상 팔렸다. 같은 기간 배달 건수도 전월 대비 88.6%가 늘었다. 프리미엄과 편리함이 합쳐진 ‘편리미엄’이 소비의 핵심이 되면서, 동시에 배달 서비스까지 더해졌다. 편리미엄은 프리미엄과 편리함이 합성어로 ‘바쁜 현대인에게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게 해주는 것을 뜻한다. 김난도(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작가는 이에 대해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1인가구,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부부 등이 주된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편리미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들은) 시간을 아끼고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이 소비트렌드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고 강조했다. ▲취향까지 책임지는 정기 스트리밍(구독) 배달 서비스 배달과 스트리밍의 만남도 눈여겨 볼만하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제 음악 감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애용하는 상품을 주기적으로 배달받아 사용하는 ‘배달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 (사진=면도기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중인 와이즐리) 면도기 브랜드 와이즐리는 면도기 구독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만난다. 고객이 원하는 주기에 맞춰 면도날과 면도용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준다. 와이즐리 관계자는 “거대한 면도기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유통단계를 줄이고 가격 거품을 뺐다”고 강조했다. 유통과정을 줄이고 바로 고객에게 배달해주는 D2C(Direct to Customer) 전략을 택했다. 기존에 고가의 가격을 주고 직접 면도기 브랜드를 구매해야 했던 남성들은 이제 집에서 편하고 프리미엄 면도기를 받아서 사용한다. 원할 때는 언제든지 클릭 몇 번으로 구독을 중지할 수 있다. 오픈 서베이의 ‘남성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와이즐리의 이용률은 (2019년 1월 기준) 6%, 특히 20대의 이용율은 1위에 등극했다. 두피‧탈모 케어 브랜드 ‘자올 닥터스 오더’는 작년 탈모관리 솔루션 정기배송 서비스 ‘먼슬리 자올’을 선보였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탈모관리를 구독과 배송 서비스로 연결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직접 제품 라인을 선택하고 구독기간과 날짜를 지정한 후 제품을 배송 받아서 사용할 수 있다. (사진=롯데제과의 과자 정기 구독 서비스, 머니투데이 캡처) (다양한 과자를 매월 배달해주는 ‘과자 구독 서비스’도 있다. 롯데제과는 ‘월간과자’로 매월 다른 구성의 과자를 랜덤 박스로 만들어 배송해준다. 지난달 17일 판매를 시작한 ‘월간과자’는 판매 개시 3시간 만에 판매가 완료됐다. 가격은 월 9900원, 3개월 2만 9700원이다. 월간과자를 이용한 소비자들은 “선물 받은 것 같아서 좋았다” “신제품이 많고 구성이 야무지다” “주기적으로 오다보니 편리하다” 등 다양한 호평을 남겼다. 김난도(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작가는 이에 대해 “스트리밍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삶의모든 면에 스트리밍을 적용하고 싶어 한다”며 “나의 취향에 맞는 스타일을 추천받고, 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정기적으로 배달 받는다. 마지막으로, 빌려서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배달 서비스는 이제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 스트리밍(구독)과 함께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배달 품목의 제한은 점점 없어지고, 그 서비스도 소비자 세심한 욕구까지 만족시키기 위해 계속 혁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언택트(비대면) 시대와 디지털 문명의 물살을 타고 나아가는 배달계의 진화는 어디까지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자수첩] 나는 스마트폰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기자수첩] 나는 스마트폰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아침기상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떠나보내지 못하는 ‘스마트폰’ 왜? [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아침 7시, 스마트폰 알람을 듣고 일어나 시간을 체크한다. 스마트 날씨예보를 보고 출근을 하며 포털의 뉴스를 구독한다. 점심시간 홀로 밥을 먹으며 쇼핑앱에서 아이쇼핑을 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친구의 결혼소식을 접한다. 친구에게 카톡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퇴근을 하며 밀렸던 유투브 채널과 드라마를 정주행한다. 집에 도착해 시간을 보니... ▲급증하는 스마트폰 중독… 우리는 조그만 화면에 빠져드는 걸까? 지난 10일 방영된 채널A의 ‘금쪽같은 내 새끼’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벌어지는 한 집안의 이야기를 다뤘다. 6살 금쪽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외할머니의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그리고 종일 그 세계 속을 살아간다. 할머니는 혹여 금쪽이의 성장에 좋지 않을까 염려해 스마트폰을 뺏으려 하지만 좀처럼 쉽지가 않다. 이 전쟁은 하루도 아니고 매일 치러진다. (사진=7월 10일 방영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금쪽이는 ‘스마트폰 중독’에 걸렸다. 한 통계에 따르면, 만 3세에서 9세 아동 100명 중 23명이 스마트폰 중독에 가까운 상태라고 한다. 하긴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길이나 대중교통에서 갓 난 아이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말똥말똥 쳐다보며 웃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인(성인남녀 5267명 대상)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4명이 자신이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별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본다’는 것을 중독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사진=스마트폰 중독 관련 조사, 사람인 제공) 더군다나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사람간의 대면만남이 어려워지고 외출이 줄어 스마트폰 중독의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30일 발표한 중독포럼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 사용이 이전보다 (조금+매우)늘었다는 응답은 44.3%로 나타났다. 이처럼 스마트폰 중독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왜 우리는 이 조그만 화면 안에 하루종일 빠져서 사는 걸까? (사진=안데르스 한센의 저서 '인스타 브레인') 안데르스 한센 스웨덴 정신과 전문의는 저서 인스타 브레인에서 “‘시간 도둑’인 스마트폰이 우리의 뇌를 힘들게 한다”며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을 사랑하는 이유는 1만 년 전 수립 채취 시절과 비슷하다. 새로운 정보에 민감한 것이다. 스마트폰이 주는 끝없는 정보들이 음식을 먹거나 섹스를 할 때처럼 도파민 분비를 자극한다. 그래서 결국 이 도파민에 중독이 되고, 스마트폰을 계속 찾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이 스마트폰으로 인한 도파민 중독에 빠지면, 몸을 움직이고 싶은 욕구, 타인과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 등이 모두 좌절된다”며 “불면증, 우울증, 집중력 저하가 유발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주는 수많은 정보의 늪이 우리를 도파민의 굴레에 가두어 버린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 건강에 악영향… 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선? 스마트폰 중독은 우리의 건강에도 적신호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표적인 스마트폰의 악영향은 수면 방해, 자존감 약화, 기억력‧주의력 약화, 창의성‧생산성 저하 등이다. 미국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스마트 폰은 스트레스 유발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시켜 수명까지도 줄어들게 만든다. 앞서 말했던 도파민 분비뿐 아니라, 코르티솔 분비도 촉진시키는 것이다. 코르티솔은 위협에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고자 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코르티솔 분비는 혈압과 맥박‧혈당을 치솟게 한다. 또한 스마트폰 중독은 몸의 중심 역할을 하는 척추건강에도 독이다. 거북목을 유발해 바른 자세를 만들기를 방해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볼 때는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리게 되는데 이는 목에 큰 부담을 안긴다. (사진=MBC뉴스 캡처) 미국 척추외과 전문의 케네스 한즈라즈 박사가 스마트폰 사용 시 고개를 숙이는 정도에 따라 목이 받는 하중을 조사한 결과, 15도만 기울여도 12.2kg의 압력이 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새로운 정보들이 계속 유입돼 도파민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수많은 정보와 해결되지 않은 업무 속에서 감정적 스트레스를 받고,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스마트폰 접촉이 잦아져 코르티솔 수치가 높게 유지되면, 우울증, 비만, 대사증후군, 불임, 고혈압, 심장마비, 치매 등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스마트폰 중독은 우리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진=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스마트폰 중독 관련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버리고 다시 ‘삐삐’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디지털 기술의 중심에 있는 스마트폰은 일 처리의 편리성과 효율성 극대화 시키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등 분명 좋은 순기능을 많이 가지고 있다. 문제는 중독이지, 스마트폰 자체가 아니다. 고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새로운 문명에 눈이 휘둥그레져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무비판적으로 익히고 사용하기에만 바빴다면, 이제는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의식적이고 주도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미래와도 연관이 깊다. 대학 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만19~25세)의 25%이상이 디지털 생활과 소통에 익숙하고, 온라인 속에서 만난 관계에서 애정을 느끼고 소속감까지 가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더욱 발달할수록 이 수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사진=Z세대의 온라인 인식 관련 조사, 대학내일20대연구소 캡처) 만약 미래의 후손들이 스마트폰이 미치는 영향과 바른 사용법을 모른 채 계속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다면, 어느 순간 그 악영향은 최고조에 이르고 말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교육을 통해 순기능을 높여 가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디지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앞서 나온 ‘금쪽같은 내 새끼’의 금쪽이는 엄마의 “스마트폰만 하는 이유가 뭐야?”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재밌어서.” 다시 엄마가 “엄마나 할머니랑 놀면 재미없어?”라고 질문하자, 금쪽이는 대답한다. “재미없어, 엄마랑 할머니가 계속... 안 놀아주잖아.” 왠지 모르게 금쪽이의 대답이 씁쓸하게 들렸다. 너도나도 바쁜 현대인들에게 스마트폰은 함께 놀아줄 ‘친구’의 대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유는 같이 놀아주는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스마트폰 중독’은 스마트폰이 가져 온 폐해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대하는 우리의 생각과 의식의 흐릿함이 가져 온 결과는 아닐까. 이제 우리는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미래의 후손을 위해서도, 스마트폰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살아가야 할 것이다. 적당히 그리고 적절히 사용함으로.
[기자수첩] 박원순 시장 서거… “고인(故人)은 말이 없다. 산자들의 입만 나풀거릴 뿐이다”
[기자수첩] 박원순 시장 서거… “고인(故人)은 말이 없다. 산자들의 입만 나풀거릴 뿐이다”
[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故 박원순 시장의 마지막 뒷모습은 안개가 낀 광야처럼 황량했다. 불과 실종 하루 전까지 서울시청에서 ‘서울판 그린뉴딜’을 설명하며 ‘서울특별시장’으로서의 업무를 다했던 그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니, 가히 큰 충격이다. (사진=조선일보 캡처) 9일 오전 10시 44분경 서울시장 공관을 빠져나오던 그의 마음엔 무엇이 있었을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충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실종 전날인 8일 박 시장에 대한 전(前) 비서의 성추행 관련 고소장이 접수됐다. 그리고 하루만인 9일 그는 생을 마감했다. 이로 사건의 공소권은 사라졌다. 그리고 유족의 뜻에 따라 사인 또한 알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시신 발견 후 “타살 정황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시청 청소 직원에 의해 발견된 유서에는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라는 내용과 가족에 대한 마음이 담긴 글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기록돼 있지 않았다. (사진=박원순 시장 관련 사진, MBC, 연합뉴스 캡처) 오랜 시간 정치권에서 수많은 이권 갈등과 논란 속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 온 유명 정치인이, 이렇게 허무하게 갈리는 없는데 말이다. 보통 사람이 죽음을 결심할 때는 무언가 큰 핵심 요인이나 압박이 있기 마련이다. 인권변호사로 시작해 사회운동가까지 그리고 서울시장을 3연임한 유명 정치인이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사진=故 박원순 시장의 사법연수원 시절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그의 서거소식이 알려진 후,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그의 죽음을 둘러싼 루머와 각종 추측성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박 시장이 정두언 의원과 동일하게 cctv가 없는 한 야산 공원에서 죽었다. 같은 방법으로 반대 세력에 의해 타살된 것은 아니냐” “3.10 집회사건, 아들의 병역비리, 딸 편입비리 등의 논란이 터졌을 때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가 미투 의혹 때문에 그렇게 될 일은 없다, 말이 되지 않는 죽음이다” “의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다, 정치적 이유로 인한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등이다. 유명 정치인의 죽음이기에 피할 수 없는 담론들이겠지만, 밝혀지지 않은 진실 속에서 우리의 입들이 더 이상은 가벼워 지지 않았으면 한다. 진실은 이미 세상을 떠난 고인이 영혼만이 알고 있을 테지만, 한동안 그의 죽음을 둘러싼 말들은 계속 세상의 허공을 떠다닐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산 자들의 입만이 풀린 신발 끈처럼 나풀거릴 뿐이다.”
[기자수첩] 코로나19가 드러낸 '종교와 예배’의 민낯
[기자수첩] 코로나19가 드러낸 '종교와 예배’의 민낯
(사진=핀터레스트 캡처) [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포스트코로나 시대, 종교의 예배는 대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코로나19의 일일 확진자가 50명을 넘어서고 감염트코로이 교회‧성당 등 종교시설을 따라 계속 퍼지자, 7월 8일 방역당국은 종교단체의 정식예배 외 모든 모임을 금지시켰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종교단체에서는 유난히 많은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난 2월 한 교회의 집단감염을 시작으로, 광주의 광륵사, 그리고 지금까지도 종교단체 내에서의 감염은 지속되고 있다. (사진=MBC뉴스데스크 캡처) 방역당국은 “종교의 예배는 다수의 사람들이 밀폐된 장소에 모여 서로 대화나 식사를 하고, 찬양을 하는 등 비말이 많이 발생하기에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연이어 설명해왔다. 이는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방역당국의 입장에서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기자는 종교는 신을 다루는 영역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이 사태(종교단체 내 집단감염)를 바라보고자 한다. 다수 종교인들이 얘기하는 ‘영적인 의미’로 말이다. (사진=예수 그리스도 삽화, 핀터레스트 캡처) 예배는 ‘인간이 신에게 예를 갖춰 경배하고 죄를 씻는 일종의 의식행위’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과 신의 1대1 관계이다. 기독교의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기도를 가르치며 "사람에게 보이려 외적인 모습에 치우쳐 하지 말고 혼자 골방에 들어가서 은밀한 중에 하라"고 했다. 또한 그는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 찌니라”고 했다. 예배의 참 의미는 영적인 부분에 있다고 알려준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령과 진정’의 의미는 정확히 모르지만, 예배의 가치는 분명 영,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 현대사회에 들어 일부 종교의 예배는 눈에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치중하게 됐다. 영화 쿼바디스는 “개신교는 미국에 가서 기업이 됐고, 한국에 와서 대기업이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진=영화 '쿼바디스' 포스터) 대기업이 됐다는 것은 사람의 수가 많아지고 교류가 많아지면서 교회의 세속화‧상업화가 급속히 이뤄져 교회의 규모가 커졌다는 말이다.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당시 예루살렘의 성전(교회)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내어 쫓으며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고 질책했던 것으로 보아, 당시 교회에도 부패한 교회의 모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구약 성경에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이집트)에서 나올 당시, 신의 뜻을 따르지 않자 10가지 재앙을 내려 심판한다. 또한 신은 자신을 믿고 따라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율법을 지키지 않고 다른 신을 숭배하는 등(성경에서는 이를 ‘음행’했다고 표현한다) 죄를 짓자 역병(전염병)을 돌게 해 심판하기도 한다. 신은 늘 시대마다 믿음을 저버리고 부패한 사람들에게 경고와 심판을 해왔던 것이다. 오늘날 참 예배가 이뤄져야 하는 종교의 모습은 어떤가? 신에게 경배하고 신의 뜻이 무엇인 지 찾을 생각은 없이 사람간의 친분 쌓기, 교회 내 비즈니스, 편 가르기에 치우치고, 성도 수 늘이기에 눈이 멀고, 각종 횡령, 성범죄, 세습 등 불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게 그 실상이다. (사진=일부 개신교 목회자의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캡처) 실제 2010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전문 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 인원수’에 대한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전문직 5261명 중 종교인이 681명으로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 직업군 1위는 개신교 목회자였다. 기자는 전문 종교인이 아니다. 이 보도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누구를 판단하거나 단정 짓고자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세상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기자로서, 이번 코로나19 감염이 다수 종교단체에서 벌어지는 실상을 보며 자꾸 드는 생각을 그냥 묻어버릴 순 없었다. 어쩌면 이번 사태가 예수 그리스도와 많은 선지자들이 강조했던 참 예배의 정신을 다시 찾고, 사람의 욕망과 친분 위주의 신앙이 아니라 근본인 신과 말씀‧경서로 돌아가라는 현대 종교인들에 대한 신의 경고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자수첩] ‘성(性) 상품화’는 ‘성욕’의 산물인가? 성욕은 사라져야 하는가?
[기자수첩] ‘성(性) 상품화’는 ‘성욕’의 산물인가? 성욕은 사라져야 하는가?
(사진=JTBC 뉴스 캡처) [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지난 3월 16일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이 체포됐다. 이어 7월 2일에는 처음으로 'n번방‘의 성 착취물을 구매한 남성도 경찰의 손에 잡혔다. 경찰은 텔레그램 n번방을 운영한 조주빈, 갓갓, 켈리 등의 신상정보를 연이어 공개하며, 이번엔 범행에 가담한 유료회원의 신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기자도 큰 충격을 받았지만, 한편으론 우리 사회의 ‘성(性) 문제’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건을 단순히 일부 잔인하고 몰지각한 ‘사람’들의 흉악한 범죄로만 보지는 않는다. 불과 1년 전 일어난 버닝썬 게이트 사건만 봐도 그렇다. 비슷한 양상의 범죄였다. 조사와 체포, 심판만으로 일회성에 그치고 사라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n번방’ 일당의 참혹한 행태에 많은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은 범행에 가담한 이들 중 일부가 자백한 범행 동기였다. 실제 ‘n번방’ 범행에 가담한 안승진은 범행 동기를 “성적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성적 호기심 때문에”라고 자백했다. “성적인 호기심 때문에,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그의 범행 동기는 ‘성적 욕구’와 연관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진 ‘성적 욕구’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까? ‘성적 욕구’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는데, 그럼 모든 인간이 범죄자가 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행태는 이 사회가 정해놓은 법의 굴레를 벗어났음은 물론, 우리 모두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의 정도를 크게 벗어나 많은 피해자들에게 상처와 고통을 줬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의 도덕․윤리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공갈․협박을 했다는 점, 불법 촬영과 불법 유포를 한 점 등이 그렇다. 기자는 이 사건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가해자들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성(性)을 들여다보고, 지금 우리가 소비하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성적 욕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또 그것이 우리의 ‘성적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사진=한 여성 아이돌 그룹,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우리는 ‘성’을 상품화하고 ‘성적 매력’을 뽐내기를 원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에서 현대로 오면서 우리의 ‘성적 표출’은 더욱 대담해지고 대중화됐다. 수많은 TV 방송과 유튜브, SNS 채널 등에서는 많은 이들이 성적인 매력을 통해 인기를 얻고, 그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기도 한다. (사진=한 여성의 인스타그램 사진 캡처) 음악방송에서 여자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의상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고, 인스타그램에는 레깅스나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자신의 몸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개인의 취향과 매력을 어필한다고 하기에는, 대다수가 ‘성적인 매력’에 집중된 부분이 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A씨는 “요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보다 보면 민망할 정도로 자신의 몸매를 부각해서 드러내거나 어필하는 사진이 많아졌다”며 “육감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것은 좋지만, 때론 좀 부담스럽고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여성학자 김은실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성적인 매력)는 고유하게 존재하는 영역처럼 보이지만, 다른 영역들과 매개돼 있는 복잡한 방식으로 존재한다”고 했다. 성적인 매력은 단순히 매력 표출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이성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거나, 충족시키는 데 이용돼 어떤 이익을 얻는 형태로 발전한다.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을 팔아서 이득을 얻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은 다양한 모습으로 전시되며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성’은 ‘자본’ ‘생존’과도 연관이 깊다. (사진=FC서울 캡처) (사진=리얼돌, Archives - REAL DOLL SEXTOY BOLG 캡처) 최근 FC서울은 코로나19로 텅 빈 관중석에 ‘리얼돌(성인용품 인형)’을 앉히며 사회의 질타를 맞았다. 작년에는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며 논란이 일었다. 일부 여성단체는 이에 대해 “여성들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리얼돌 수입을 금지해 달라”고 국민 청원을 올렸다. 하지만 청와대는 “해당 물품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할 만큼 노골적이진 않고, 성인의 개인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을 법적으로 막을 근거는 없다”고 답변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어디까지가 ‘성 상품화’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성 상품화’가 이뤄진다면, 성 상품화를 막기 위해서는 ‘성적 욕구’ 자체를 부정하고 없애야 하는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려운 문제다. 이는 참으로 복잡한 난제다. 우리는 ‘성적 욕구’가 끓어넘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욕구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누가 조절하고 중재할 것인가? 기자는 기사를 마무리하는 이 순간에도 기사의 메인 사진을 어떤 것으로 노출할 지 고민하고 있다. 어떤 사진을 노출해야 더 많은 사람이 볼 것인가를 말이다. 성(性)의 민낯, 우리 사회의 건강한 성(性)을 위해 이제는 모두가 한번쯤 깊게 생각해볼 문제다.
[기자수첩] 직장 내 복장 자율화 어디까지… 당신의 생각은?
[기자수첩] 직장 내 복장 자율화 어디까지… 당신의 생각은?
[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직장 내 복장 자율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복장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존재한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직장 내 복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필요한 것일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 가? 롯데지주는 2일 일하는 방식 변화를 위해 전 임직원 복장 자율화 의사를 밝혔다. 이는 롯데지주가 지난번 임직원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주 1회 재택근무를 시행한 데 이어 두 번째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제조업 기업 디알비동일도 복장 자율화를 선포했다. 디알비동일은 자유로운 분위시 속에서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업무를 만들기 위해 복장 자율화를 시행했다. 손희영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은 "기존의 형식적이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개성을 존중하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근무 복장을 자율화하기로 했다"며 "이 제도로 구성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직원들의 만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알비동일의 한 직원은 복장 자율화에 대해 “복장이 바뀌니 사무실 분위기가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며 또한 “캐주얼한 옷을 입으니 활력이 생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양사 모두 직원들이 비즈니스 캐주얼 청바지, 반바지, 라운드 티, 운동화 등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게 허락했다. 또한 복장 자율화는 대다수의 임직원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으며 이제 기업이 피할 수 없는 기업 문화의 큰 요소 중 하나가 됐다. 한편 이렇게 직장 내 복장 자율화의 바람이 계속 불고 있음에도, 직장 내 복장에 대한 엄격한 시선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사람인 조사 (직장인 1529명 대상)에 따르면, 신입사원이라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실수로 ‘근태‧복장 등 기본적 예의 실수(31.9%‧복수응답)’를 1위로 뽑혔다. 근태는 그렇다 쳐도 복장 자율 또한 아직 직장 내 문화로 완전히 자리를 잡지는 못한 것이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또한 패션업계에 불고 있는 ‘레깅스 열풍’ 또한 직장 내 복장 논란에 기로에 서 있다. 패션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장소를 불문하고 출현하는 레깅스는 이제 ‘직장’의 선을 넘을 듯 말 듯 줄타기를 하고 있다. 복장 자율의 기준이 애매하고, 다양한 패션을 존중해야 한다는 시선이 크게 자리잡고 있기에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40대 직장인 A씨는 직장 내 여성들의 레깅스 패션에 대해 “솔직히 좀 민망하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레깅스 입은 걸 보고 민망하다고 하면 틀림없이 '꼰대'로 낙인 찍힐테니까”라고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한 30대 남성은 "솔직히 일부 여성들이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레깅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니는 걸 보면 '자기과시'를 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선'을 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20대 여성 B씨는 레깅스 패션에 대해 "남들 시선은 별로 신경 안 써요. 특정한 장소에서만, 몸매가 좋은 사람만 레깅스 입으라는 법은 없으니까, 친구들도 그냥 다 입고 다녀요"라고 했다. 변혜정 여성학자는 “레깅스를 입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기에 그것을 제 3자가 왈가왈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만약 이것에 대해 정말 불편하고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면 공론의 장에서 얘기 나눠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개인취향(개취) 존중의 시대가 왔지만, 이런 복장 자율화에 대한 의견은 성별과 세대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남성이거나 혹은 나이가 많을수록 직장 내 복장에 대해 엄격한 편이고 노출에 대해서 “쳐다보기 민망하다”는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다. 직장 내 복장 자율화는 급격한 문화의 변화로 발생한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 중 하나다. 직장 내 복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 정해질 수는 없기에 그 기준이 만들어지기까지 구성원 서로간의 적절한 합의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