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한민국 법치 국가인가

기사입력 2016.09.2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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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법원과 검찰 조직의 신뢰가 스폰서 판검사 스캔들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현직 부장판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이번에는 현직 부장검사가 부적절한 돈거래에 사건무마 청탁의혹까지 불거졌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김수남 검찰총장이 전방위 감찰을 지시했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가 쉽게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현재 대법원과 대검이 개혁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대표하여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지만 판사 개인의 청렴성을 강조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전관예우, 폐쇄적 조직문화, 기수와 서열 중시 등 법원조직을 비리에 취약하게 만들고 법관 독립성을 침해하는 근본구조에 대한 수술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다.

검찰 68년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장인 김경준 씨가 구속된 지 불과 두 달도 안 돼 서울서부지검에서 터진 김모 부장검사 사건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검찰조직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스폰서 검사 의혹을 받는 김모 부장검사는 사업가 친구 김씨와의 사이에 룸살롱 접대, 차명계좌 거래, 내연녀에게 송금, 감찰 증거은폐 시도 등 온갖 추문들이 죄다 거론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김씨가 지난 465억대 횡령·사기혐의로 고소되자 김 부장검사가 후배검사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 밥을 사주는 등 사건 무마를 시도한 정황이다.

더구나 서부지검이 지난 5월 김 부장검사의 부적절한 돈거래를 알면서도 이달 초 언론사 취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대검에 전혀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다. 피의지가 돈거래를 한 부장검사가 사건 무마를 시도하는 데 어느 누구 하나 나서 대검에 감찰을 의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썩을 대로 썩은 검찰조직의 부패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건브로커들이 전관 상대 로비보다 아예 현직 판검사를 통해 동료나 후배 판검사에게 영향을 미치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법원과 검찰권력이 민주적으로 통제를 받지 않는 한 스폰서 판검사는 계속 생길 수박에 없는 게 현실이다. 김 부장검사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김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빌렸다는 1500만원을 술집 종업원 등의 계좌로 받은 데다 김씨가 사기로 고소당하자 부랴부랴 돈을 돌려줬다는 것을 볼 때 검사와 스폰서관계였다는 김씨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다. 김씨는 언론에 한 달에 두세 번 이상씩 만났고 술자리 끝나면 100~200만원씩 줬다고 했다.
 
검사가 사기 등 범죄 전략이 있는 동창과 교분을 맺으면서 술얻어먹고 돈 받고 한 것 자체가 불미스러운 일이다. 언론에 공개된 두 사람 사이 문자메시지를 보면 김 부장검사가 김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 등과 접촉해 사건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짙다. 자기가 얽힌 일이 문제 될까 봐 친구 사업가에게 싼 술집에서 먹었다고 해달라. 압수 수색 들어갈지 모르니 사무실 메모 정리하고 휴대폰도 바꾸라는 요구까지 했다 한다.
 
사건 주임검사인 서부지검 박모 검사가 지난 6월 사건에 연루된 김 부장검사와 만나 함께 식사를 했다는 것도 그냥 넘기기 어렵다. 박 검사는 김 부장검사 비리 의혹을 518일 대검에 첩보 보고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김 부장검사와 사적으로 만났다는 것이다. 구속된 사업가 김씨는 언론에 김 부장검사 외의 다른 검사들과도 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줄이고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이 얼마나 절실하고 필요한 것인지 이번 사건이 다시 확인해주고 있다. 대법원장의 비리 사과는 이것이 정말 마지막이 돼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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