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사실상 대권도전 선언…"분열된 나라 묶는데 한 몸 불사를 각오"
기사입력 2017.01.1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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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을 헐 뜯는 권력의지라면 자신은 권력의지가 없다
- "나의 진정성과 명예, 유엔 짓밟는 행태 용서 못해"
- 더 이상 시간낭비할 때가 아니냐
-  "현재 상황, 그리 비관적이지 않아…용기 가져달라"
-  "한일 위안부 합의, 할머니 한 풀어주는 수준 돼야"
-  "박연차 뇌물수수 의혹, 이해 할 수 없어…자신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환영나온 인파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보내고 있다.>

 [선데이뉴스=신민정 기자]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은 12일 귀국, 국민대통합과 정치교체를 내걸고 차기대선 출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한국행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한 대선 지형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 전 총장의 귀국은 여야를 불문하고 정당 간 합종연횡 등 정계개편의 촉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날 오후 5시20분쯤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도착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겪은 여러 경험과 식견을 갖고 젊은이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며" "오로지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한 몸 불사를 용의가 있느냐면 얼마든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반 전 총장은 "많은 분들이 권력의지가 있냐고 묻는데 권력의지가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다시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들려하는 의지라면 저는 분명히 제 한 몸 불사를 각오가 있다고 말했고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남을 헐뜯고 소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쟁취하겠다, 그런 것이 권력의지라면 저는 권력의지가 없다"며 "오로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몸을 불사를 의지가 있느냐, 그런 의지라면 얼마든지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불만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그간 일부 인사가 보여준 태도는 유엔과 제 가슴에 큰 상처와 실망을 안겨줬다"며 "이 어려운 시기에 헌신하고자 하는 저의 진정성과 명예, 유엔까지 짓밟는 행태는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인천공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을 하고있다>

반 전 총장은 '정치교체'를 키워드로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을 표시하면서 강한 권력의지를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정권을 누가 잡느냐가 무엇이 중요하냐"며 "정쟁으로 나라와 사회가 더 분열되는 것은 민족적 재앙이고 우리에게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역사는 2016년을 기억할 것"이다.  아울러 "광장의 민심이 만들어낸 기적,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하나가 됐던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광장에서 표출된 국민의 여망을 결코 잊으면 안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치권은 아직도 광장의 민심에 아랑곳 않고 오직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따지고 있는데 정말 개탄할 일"이라며 "귀국 즈음해서 제 개인에 대해 여러 얘기가 떠돌고 있는데 진실과는 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저의 경험과 식견은 정치 참여를 통해서 조국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순수하고 참된 소박한 뜻을 왜곡 폄훼하는 냉대였다"며 "지난 50여년간 대한민국, 유엔에서, 국가와 민족, 세계의 인류를 위해 공직자로서 일하는 가운데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백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나라가 뒤흔들린 것에 대해서 그는 "현재 상황을 저는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한국 국민이 잠시 서로 이견이 있고 또 다툼이 있지만 이런 정쟁을 중단하고 우리 국민 본래의 뜻과 결의 그리고 애국심을 발휘한다면 마치 아침 새벽의 태양이 어둠을 뚫고 솟아나듯이 다시 밝은 새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 용기를 잃지 말아달라. 용기를 가져달라. 우리 하나가 될 수 있다. 힘을 합치면 불가능은 없다. 여러분 대단히 감사하다. 따뜻하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과거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환영의 뜻을 밝혔던 그는 "궁극적으로 완전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의 한을 풀어주는 수준으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 대해 많은 여론이 있고 또 비판·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유엔 총장으로서 분쟁이 있는 당사국 간에 협상을 통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완벽한 결론은 아니더라도 중간 단계 등 양국 간의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 늘 협상을 통한 합의를 환영하고 격려해왔다"고 설명했다.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뇌물로 넘겨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제 입장은 이미 분명히 밝혔고, 제 말이 진실에서 조금도 틀림 없다. 얼마든지 그 부분에 대해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반기문 캠프 측은 지난 11일 마포의 한 사무실에서 진행한 언론인 상견례 자리에서 박연차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여러 번 해명을 했다"며 "추가적인 법적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퇴임한 사무총장은 회원국의 어떤 정부 직위도 맡을 수 없게끔 규정한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 조항과 관련, 반 전 총장은 "(유엔의 협약이)저의 정치적 행보를 막는 조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식적인 답변은 제가 여기서 하는 게 적절치 않고 유엔 당국에서 할 걸로 기대한다"며 "제가 아직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한 건 아니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
반기문 전 총장의 말에 지지자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쳤다.

반 전 총장은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을 방문한 뒤 귀가한다. 이어 13일 국립현충원 참배하고 사당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 신고를 할 예정이다.

또 14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충북 음성의 선영을 둘러보고 충북 청주의 모친 자택을 방문한 뒤 전국을 순회하는 '민심청취' 행보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 '국민대통합' 행보에 치중한 뒤 설 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정치권과의 접촉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민정 기자 smyun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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