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魯 이용웅 칼럼] ‘삼지연관현악단’을 통해 본 ‘조선예술’의 실체(實體)

기사입력 2018.01.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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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2018년 1월 22일, 북한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 사전점검단은 강릉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 방남(訪南) 이틀째 일정을 이어갔는데, 남한 보수단체들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인공기와 김정은 ‘로동당위원장’의 사진을 화형하는 퍼포먼스를 벌렸습니다. 점검단은 잠실학생체육관과 장충체육관에 이어, 국립극장을 둘러보았는데, 이 중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한 시간 이상 머물며 조명과 음향, 무대 등을 꼼꼼히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돌아갔습니다. 

 

현송월은 국립국장에 도착한 뒤 바로 주요 공연장인 해오름극장 무대로 향해 음향과 조명부터 체크하면서 “관현악 음악으로…”라는 요청도 하고, 1분30초 가까이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아리랑에 귀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전날 강릉아트센터에서 현송월은 이탈리아제 조명과 음향을 교체할 수 있는지 질문을 하는 등 약간의 불만을 토로하고, “왜 이렇게 객석수를 적게 만들었느냐. 우리는 더 큰 객석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의아해했다고도 합니다. 마침내 그가 본색(本色)을 들어내고 말았습니다. 점검만 하면 되는 위치인데, 미주알고주알 캔 현송일의 행동에서 수장(首長)의 시녀(侍女)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관현악을 잘 모르는(?) 현송월은 앞으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자격으로 평창올림픽 예술 행사에 동참할 것입니다. ‘조선국립교향악단’, ‘조선인민군협주단’ 보다 연주 수준이 낮은 삼지연관현악단! 이 악단이 북한 예술(藝術)을 대표하게 됩니다. 과연 ‘평화 올림픽’의 성공에 보탬이 될까요? 그래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조선예술’의 실체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북한 <조선문화어사전>은 356쪽에 “문예[명]《문학예술》의 준말. 《사람들을 혁명정신으로 교양하는데서 문학, 영화, 연극, 음악, 무용과 같은 문예부문 일군들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우리의 문학예술은 북반부에서의 사회주의건설에 복무해야할 뿐 아니라 남조선혁명과 조국통일을 위한 전체 조선인민의 투쟁에 복무하여야 합니다.》(<김일성저작선집>, 4권, 144페지)”라고 했습니다. 

 

<조선말대사전(1)>은 “사회주의 문학예술[명]로동계급의 혁명사상에 기초하여 사회주의사회의 본성에 맞게 창조된 당적이며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문학예술.”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조선대백과사전(13)>에는 “사회주의문학예술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건설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로동계급과 근로인민대중의 요구와 리해관계를 반영하여 창조되고 건설되는 혁명적 문학예술. 착취계급과 착취제도를 때려부시고 근로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로동계급의 혁명투쟁과정에 시원이 열리고 사회주의 제도하에서 전면적으로 개화발전된다.”고 했습니다. 
북한음악(삼지연악단 2017.3 로동신문)

북한의 “우리 식 문학예술”은 ‘우리 식 사회주의’에서 파생된 용어로, 구미(歐美)의 사회주의 뿐 아니라 구(舊) 소련과 중국 식 사회주의에서 탈피한 순수한 북한식 문학예술을 지향하겠다는 정책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용어는 70년대 말부터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라는 “혁명과 진실의 모든 분야에서 주체를 더욱 철저히 세우며 위대한 주체사상의 기치밑에 조국혁명의 종국적승리를 앞당겨나가기 위하여 영광스러운 당중앙에서 제시한 전략적 구호.”(<백과전서(6)>, 514쪽.《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조선말대사전(2)>은 “우리 식 주체사상의 요구대로 제 정신을 가지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 곧 모든 것을 우리 혁명과 우리 인민의 리익에 맞게 자체의 힘으로 풀어나가는 방식.”(1587쪽)이라고 기술했습니다. 

 

‘주체의 문학예술’은 ‘조선예술’의 핵심입니다. 북한의 ‘조선로동당 제5차대회’에서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있는 “조선로동당은 맑스․레닌주의와 우리나라 현실에 그를 창조적으로 적용한 김일성동지의 위대한 주체사상을 자기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조선로동당’의 공식적 이데올로기가 된 주체사상, 이 ‘유일사상’을 근저로 한 것이 ‘문학예술’ 입니다. <조선대백과사전(19)>를 보면, 김정일은 “주체의 문학예술은 새 시대의 요구와 인민대중의 지향에 맞는 공산주의적 문학예술이다.(<김정일선집> 3권, 30페지). 현 시대는 위대한 주체시대이다.”라고 했습니다.  
북한음악(주체적 배합관현악)

고(故) 김일성은 “문학예술부문 앞에 나선 중요한 과업은 근로자들을 공산주의세계관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혁명적인 작품들을 더 많이 창작하는데 있습니다.(<사회주의문학예술론>, 544페지)”라고 했습니다. 고(故) 김정일은 “혁명적 문학예술은 사람들을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키우며 그들을 혁명투쟁과 건설사업에 불러일으키는 힘있는 수단입니다.(<주체문학론>, 126페지)”라고 했습니다. 그럼 김정은은? 예술을 잘 모릅니다(?). 이것이 ‘조선예술’의 실체입니다. 

 

앞서 칼럼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 모란봉악단과 현송월”에서 필자는 “삼지연 관현악단은 ‘만수대예술단’의 ‘공훈여성 기악중주조’를 모체로 지난 2009년에 결성되었는데, 바이올린과 첼로, 하프 등 정통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 뿐 만 아니라, 기타와 드럼, 트럼펫 등으로 대중음악도 소화하는 '팝페라 악단'으로, 주로 해외 국빈 방문 행사를 도맡아 왔다.”라고 했습니다. 조선예술의 실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순수 예술단체라기 보다는 선전선동(宣傳煽動) 기관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過言)은 아닐 것입니다. 

 

2000년 6월 3일 평양교예단이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15만원인 특석까지 만석이 된 가운데 공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화려한 차림의 단원들이 오른 손을 흔들며 입장하자 관객들은 체육관이 울릴 정도로 함성과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그런데 그 관객들이 북한 ‘서커스’, 즉 “교예 예술은 근로자들을 로동당 정책으로 교양하는 로동당 사상사업의 힘 있는 무기”라는 사실을 거의 다 몰랐을 것입니다. .
북한음악(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삼지연관현악단 140여 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악단은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할 예정인데, 대한민국 통일부는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북측 예술단 공연이 남북관계 개선 및 문화적 동질성 회복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훌륭한 정책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관리들이 ‘조선예술’의 실체(實體)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빨리 공부하세요! 거의 다 공부해야 되지 않을까요? <손자병법>(모공편)의 “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 不知己, 每戰必殆,(지피지기, 백전불태.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 부지피, 부지기, 매전필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적을 알지 못하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진다.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를 다시 들먹여 봅니다.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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