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김종권 기자]4월 28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허영만展- 창작의 비밀'(4월 29~7월 19일)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허영만 화백, 정형탁 큐레이터, 한원석 총감독 등이 참석했다.
허영만 화백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내가 40년 동안 215편이나 그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1달에 1~3편씩 그려야 했던 우리 만화계가 불행했던 시절 흔적이 숨겨 있다. '나는 아직도 진화하고 있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이제 나이가 있다 보니까 노인 이야기를 다룬 만화에 도전하고 싶다. 아울러 외국계 은행에 다니는 사위가 들려준 소재인 돈을 벌고 잃는 사람들 이야기도 써보고 싶다" 고 앞으로 계획을 말했다.
지금까지 현역으로 있는 비결에 대해 그는 "동년배 만화가와 활동하던 옛날에는 내가 늘 2등이라고 생각하며 창작해왔다. 실제로 나보다 잘 그리고 이야기가 탄탄한 작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들 뭐하는지 없다. 그들이 떠나고 아무도 없어 나 혼자 그리는 것 같다. 부지런했다고 자부한다. 스스로 못살게 굴었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써왔다" 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의 의미에 대해 허영만 화백은 "시절이 변해 예술의전당까지 우리 만화가 들어갈 수 있구나 싶어 놀랐다. 이번 전시가 성공해야만 제2, 제3의 만화전시회가 열릴 수 있다. 관람객들이 많이 오길 바란다" 고 기대를 전했다.
이번 전시회에선 허 화백이 지난 40년간 그린 원화 15만장과 드로잉 5000장 가운데 500여 점이 선별돼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첫 히트작인 '각시탈', 80년대 대학생의 필독서 '오!한강', 시청률 43%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원작 '날아라 슈퍼보드', 90년대 청춘의 아이콘이자 대중문화의 폭발을 보여준 '비트', 8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타짜', 4년간의 구상과 2년여의 취재로 한국 만화사에 우뚝 선 요리만화 '식객' 등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대표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허영만의 만화 도구, 소장품, 화실 벽에 걸린 경구가 적힌 쪽지, 책상에 붙은 메모들까지도 전시장 곳곳에 배치했다. 특히 1974년 발행된 '각시탈'의 초판본 원화 149장이 40년 만에 최초로 공개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붓과 펜으로 수정된 터치들, 글귀를 하나하나 따서 붙인 말풍선, 컷마다 빨강 혹은 흰 펜으로 기입한 수정사항, 출판사에 축소와 확대를 요청한 코멘트 등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만화책 속의 작은 만화 컷을 200호 대형캔버스에 옮겨놓은 작품 10여 점과 실제 원화들 30여 점도 공개된다.
이를 기념해 허영만을 위한 오마주 설치작품도 설치됐다. 한원석 전시 총감독은 허영만의 창작이 시작되는 '손'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 작품으로 전시장 도입부를 구성했다. 또한 1988년부터 허영만 화실에서 2년을 함께한 제자 윤태호가 그린 허영만의 작품 '벽', '망치' 컷들이 공개되고 윤태호의 '이끼', '미생', '파인' 원화가 전시된다.
만화는 그동안 하류문화 혹은 청소년 유해물이라고 폄하됐었다. 이런 편견을 깨는 차원에서, 유명한 팝아티스트 이동기의 대형 평면 작품이 전시됐다.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성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아토마우스'는 만화가 어떻게 현대미술에서 실험적으로 쓰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밖에도 매주 토요일에는 허영만 화백이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며 만화제작과정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여수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다음카카오 등이 후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