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정성남 기자]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2016년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했다.
맨 부커상은 1969년에 제정되어 영어로 쓰인 최고의 소설에 수여된다.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 부문은 2005년 신설된 것으로 어떤 언어로 쓰였든 영어로 널리 읽히는 작가의 공을 기리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올해부터는 번역상의 의미도 포함해 영어로 번역돼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상을 수여하게 됐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는 격년으로 주어졌다가 올해부터 매년 시상된다. 2005년 알바니아의 이스마일 카다레, 2007년엔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가 수상했다. 2009년 캐나다의 앨리스 먼로, 2011년엔 미국의 필립 로스, 2013년 미국의 리디아 데이비스, 2015년 헝가리의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가 이 상을 탔다.
'채식주의자'는 선집 등에 단편이 수록되어있던 것을 제외하면 영어로 번역되어 본격적으로 소개된 한강의 사실상 첫 작품이다. 그
러나 그 이전에 한강의 작품은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을 받아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되어 6개 언어권에서 8건이 출간된 바 있으며 현재 4개 언어권 5건이 번역, 출간 준비 중에 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유명한 소설가 한승원 씨의 딸인 한강은 1994년 서울신문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1995년 단편집 '여수의 사랑'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내 여자의 열매'(2000) '그대의 차가운 손'(2002) '희랍어 시간'(2011) '소년이 온다'(2014) 등의 장편을 펴냈다. 한강은 첫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2013)를 출간한 시인이기도 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인 보이드 턴킨은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수상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잊혀지지 않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라며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소설은 평범한 한 여성이 그녀를 가정에, 그리고 가족과 사회에 옭아매는 모든 관습과 추측을 거부하는 궤적을 따라갑니다. 서정적이면서도 동시에 날카로운 문체로 소설은 여주인공의 거부가 여주인공 스스로와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들에게 미치는 충격을 그려냅니다. 짧으면서도, 격렬하고, 충격적인 이 책은 독자들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각인돼, 아마도 꿈에까지 남을 것이라는 평과 함께, 번역자인 데보라 스미스 씨는 완벽한 번역을 통해 소설 매 순간 순간의 아름다우면서도 공포스러운 기묘한 혼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상소식을 전해들은 소설가 한강의 부친인 한씨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씨는 “영국으로 떠나며 마음 비우고 떠난다고 아버지도 마음 비우고 계세요,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부부도 마음 비우고 있었습니다”라며 “상을 타면 새벽 3시에 전화를 주겠다고 했는데 전화가 안와서 안 됐나보다···. 하고 잤죠. 그런데 6시에 깼는데, 여기저기 그냥 축하 전화가 와서 그래서 알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