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정태섭 기자]본관 점거농성 당시 교수들을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2일 경찰에 출석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오후 이대 최은혜 총학생회장, 이해지 부총학생회장, 허성실 사범대 공동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출석한 이들은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은채 모습을 드러냈다. '주동자로 지목 받았는데 입장이 어떠한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서둘러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이들이 7월28일 본관 점거 사태가 시작됐을 당시 평의원회 교수와 교직원 5명을 46시간 동안 나오지 못하게 한 '주동자'라고 보고 22일 이들에게 26일 오전 10시가지 피혐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으나 이들은 정식 선임한 변호인을 통해 2일 출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출석에 앞서 학생 3명은 '소환인 3인 출석의 변'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하고 "경찰수사가 학생들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가로막는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화여대 본부는 학생들의 존재가치를 무시하고 일방적 결정에 순응하기만을 강요했다. 게다가 학내문제에 경찰력을 투입해 학생들을 공권력으로 진압했다"며 "이것이 지성의 전당이자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기관으로서 정당한 행위인지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만 생각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미숙한 점이 있었는지 겸허하게 성찰하고 돌아보겠다"며 "배우는 과정에 있음을 이유로 미숙을 변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 사람의 시민에게 부여된 형사방어권은 행사하되, 기소된다면 그 책임성에 걸맞는 성찰의 목소리를 법원 앞에 나아가 진솔하게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37일째 본관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화여대 학생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교내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본관 점거 사태는 평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입실한 대치 상황이었다"며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무리한 경찰 개입과 개교 이후 130년의 역사 어디에도 없던 대규모 경찰병력의 학내 진입을 강력히 규탄하며, 학생들의 소환 조사를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사회에 보내는 성명서를 통해 "이사회가 총장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고 현 총장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로 해석될 수 있다"며 "책임 있는 의결기구인 이사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