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김명철 기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의원(국민의당 송파구을)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전자파 차단효과 검증시험’에서 전자파 차단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전자파 차단제품’들이 지금도 버젓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정부가 전자파 차단효과를 검증한 제품은 총 19종이었으며, 검증 결과 ‘휴대폰 관련 전자파 차단제품’ 11종은 전자파 차단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생활환경 관련 전자파 차단제품’ 8종도 전기장과 자기장을 동시에 감소시키는 제품은 한 종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었다.
일반적으로 ‘전자파’라 함은 ‘전기장’과 ‘자기장’을 아울러서 일컫는 말로써, ‘전자파를 차단한다.’라는 의미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모두 차단한다는 의미이고, 전기장과 자기장 모두를 차단해야 차단제품으로서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당시 검사 제품 목록과 문제가 된 광고 내용을 제출받아 확인해 본 결과, 해당 제품 19종 중 17종은 여전히 동일한 광고 내용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가 되고 있었다. 이는 당시 검증시험을 공동으로 실시했던 두 기관이 보도자료만 배포하고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다.
‘휴대폰 관련 전자파 차단제품’은 액정필름, 스티커, 케이스, 카드, 쿨패드, 이어폰 걸이, 파우치 등이었는데, 차단효과가 미미하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전자파흡수율이 감소된 제품들도 있었지만, 이 경우는 안테나 송신출력을 동시에 감소시켰기 때문에 실질적인 전자파 차단 효과는 없었다.
‘생활환경 관련 전자파 차단제품’은 침구, 앞치마, 조끼, 임부용 담요, 콘센트, 노트북 USB 등이었는데, 전기장 일부만 차단되고 가전제품에서 많이 나오는 자기장은 차단하지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자파 차단효과는 전혀 없었다.
이러한 검증 결과가 나왔는데도 정부는 당시에 보도자료만 하나 배포(2016.12.7.)했을 뿐 추후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이 과장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고, 전자파 차단 효과도 없는 제품들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막지도 않았다.
전자파 차단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국민들이 제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하자 정부 차원의 검증시험이 실시된 것인데도, 막상 심각한 시험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시험을 하는 것에만 목적을 두고 결과를 국민들의 이용후생 증진에 활용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시장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19종 제품 전체가 전자파 차단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 나머지 제품들의 효능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소비자 피해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전자파 차단 제품’은 소비자가 그 성능이나 효과를 직접 체감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불량 제품들이 유통될 확률이 높은 상품이다.
위 시험과 같이 실시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3.2%는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전자파 차단제품을 구입해 본 적이 있거나 향후 구입의사가 있는 응답자의 비율도 76.6%에 이르렀다.
이처럼 전자파 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전자파 차단 효과를 강조하는 상품들은 앞으로 더 많이 시장에 나올 것이다. 그럼에도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별다른 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에 대해 최명길 의원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미약하더라도 오랜 시간 노출되면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사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전자파 차단제품의 성능이나 규격 등에 대한 법적 규제가 부재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노리는 부도덕한 상혼이 발붙일 수 없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현황을 파악하고 현실에 맞는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