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토(關東)대지진 사진'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사진이 조선인 학살 추정 사진이라는 의혹이 제기, 이에 대한 진위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성길 명예박물관장(기록사진 연구가)은 사진 윗부분에 '大正 十二年 九月一日(다이쇼 12년 9월 1일)'이라고 간토대지진이 일어난 날짜인 '1923년 9월 1일'가 적혀 있는 사진을 공개하면서부터 논란은 시작됐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하체가 드러난 수십 구의 시신이 나열돼 있으며 또 다른 사진에는 부패한 시신이 겹겹이 쌓여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정성길 관장은 "개가 죽어도 비석을 세울 정도로 장례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이 자기 나라 사람이면 죽은 사람의 시신에서 하의를 벗겼겠느냐"면서 사진속 학살된 민족은 학살된 조선인이라고 주장했다.
'간토대지진 사진'에 대해 '산케이 신문'과 일부 일본인 독자들은 하의가 벗겨진 점만 보고 조선인 희생자의 사진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한 일본인 독자는 "1920년대 일본에서는 가로쓰기의 경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게 일반적이었었는데 정 관장이 공개한 사진에는 '다이쇼 12년 9월 1일'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적혀 있다"면서 "전쟁이 끝나고 사진에 쓴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하의가 벗겨진 시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1911년(메이지 44년) 당시 환락가였던 도쿄 요시하라에서 발생한 대화재 사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동북예술공과대학 동북문화연구센터 자료실에 소장된 똑같은 장면을 담은 사진에는 '신요시하라공원의 참상'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도 간토대지진 사진이 요시하라 대화재 사진인지 간토대지진 사진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일본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 사진은 요시하라 화재 때 사진이 아니라 역시 간토대지진 사진이다. 요시하라 화재 사망자는 8명이었다. 하지만 사진의 피해자들은 조선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관장은 "내가 공개한 사진은 원본 사진인데 원본 사진에는 '신요시하라공원의 참상'이라는 글이 적혀 있지 않다"면서 "동북예술공과대학 동북문화연구센터 자료실에 소장된 사진이 원본인지 인쇄본인지 먼저 밝혀야 할 것"이라며 일본측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또 그는 "당시 일본 여성 중에 하의를 입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사진 속 시신은 하의가 벗겨진 것은 물론 시신의 중요 부위가 훼손돼 있다"면서 "사진에 적혀 있는 '다이쇼 12년 9월 1일'이 최근에 쓴 것인지, 당시 쓴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간토대지진 원본 인화지와 글을 쓴 잉크를 검증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