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기자] 한줄평 : “김현식의 노래, 그 자체가 레퍼런스 넘버, 그것이 무대 위에서 감동적으로 되살아난다.”
김현식의 노래들과 잘 어울리는 가을 향기가 짙은 평일 저녁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영원한 가객 故 김현식의 명곡들을 주크박스 뮤지컬로 재탄생한 <사랑했어요>를 관람하였다.
[사진=‘사랑했어요’, 포스터 / 제공=호박덩쿨]
이날의 캐스트는 ‘조장혁, 고유진, 강승식(빅톤), 신고은, 고혜성, 서은혜’ 배우로, 특히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보컬리스트, 조장혁/고유진 배우가 타이틀롤로 무대에 올라 한층 더 기대감을 갖고 공연을 관람하였다.
<사랑했어요>의 스토리는 슬프고 애절한 가사가 많은 김현식 노래의 전반적인 모티프와 너무도 딱 들어맞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운명적 세 남녀의 뜨겁게 사랑하고, 엇갈린 러브스토리가 김현식의 노래와 가사 속에서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감동을 이끌어냈다.
[사진=(상단 왼쪽부터) 김현식 LP 1집, 2집, 3집, 6집 앨범 / 출처음반회사=태광음반(1집), 서라벌레코드]
우선은 스토리를 빼 놓고도 김현식의 노래들로 구성된 넘버들만 연이어 듣는 것만으로도 귀가 호강하는 뮤지컬이었다.
‘내 사랑 내 곁에’, ‘사랑했어요’, 넋두리‘ 등 걸작들과 봄여름가을겨울 시절의 노래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명곡들이 다양한 편곡과 14인조 오케스트라의 선율 속에서 마치 살아 움직이듯 공연장을 가득 채워 울림을 주었다.
스토리는 어쩌면 ‘신파’스러운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김현식의 노래들이, 80~90년대 감각적이고 시대를 앞서간 고급 신파의 절정이었던 만큼, 오히려 김현식의 8090년대 감수성과 이러한 신파가 너무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요즘은 너무 고급, 새로운 것들만 찾는 세상이다 보니 이러한 8090년대식 감성의 신파가 도리어 묘한 신선함과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뮤지컬 스토리와도 너무도 잘 어울릴 것 같고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아주 좋아했던 곡인 ‘언제나 그대 내 곁에’가 넘버에 없어서 좀 아쉬웠고, 이번 시즌에 새롭게 명곡, ‘내 사랑 내 곁에’가 넘버로 추가되었는데, 비록 동명의 영화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타이틀을 뮤지컬 <내 사랑 내 곁에>로 하여도 스토리의 주제 측면에서 아주 잘 어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진=‘사랑했어요’, 공연 모습 / 제공=호박덩쿨]
특히 이번 시즌은 “‘사랑’의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전달하고 심도 있게 캐릭터의 감정을 묘사하기 위해 ‘이준혁’ 캐릭터를 1996년 과거 이준혁‘과 2021년 ’현재 이준혁‘으로 나누는 변화를 주어 완성도를 높였다.” 라는 제작사의 설명처럼 그것은 마치 우리들이 뮤지컬 속 시대는 물론, 김현식이 살았던 8090년대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에 빠져 들기 충분했다.
이준혁이라는 인물이 김현식일 수는 없겠지만 김현식이 어디선가 노래를 만들면서 상상했을 것 같은 인물이 어쩌면 이준혁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 본 공연의 배우 캐스트는 ‘노래’라는 측면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무대였다. 락/메탈과 락 발라드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한국 대중가요史에 분명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보컬 조장혁/고유진의 무대는, 그 자체가 콘서트였고 김현식의 헌정 공연 같았다.
김현식의 목소리 색깔은 초기와 후기로 명확히 나뉘는데 이번 공연에서 ‘과거 이준혁’, 고유진의 목소리는 초기 미소년 같았던 김현식 음색을 닮았고, ‘현재 이준혁’, 조장혁의 목소리는 후기, 거친 음색의 김현식을 닮아, 이번 무대만 놓고 본다면 김현식 음색의 역사를 아우르는 캐스트라고 여겨진다.
비록 가객 김현식은 오래전에 우리 곁을 떠났지만 이렇게 뛰어난 후배 가수들이 배우로 무대에 올라 노래와 연기를 통해 그를 추억하고 기억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 뮤지컬 <사랑했어요>의 시즌은 계속 이어질 것이기에 김현식의 노래와 가사는 영원성을 갖고 무대를 통해 전 세대에게 깊은 울림과 사랑을 주게 될 것이다.
[사진=‘사랑했어요’, 비엔나 역을 구현한 LED 무대장치(에필로그 모습) - 광림 아트센터 BBCH홀 / ⓒ선데이뉴스신문 ]
더불어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대 프로덕션 디자인이었다.
특히 초반과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기차가 들어오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역을 재현한 ‘플랫폼 LED’가 무대 중간에 설치되어 구현되었는데 너무나 신기하였고 그 색감이 아름답고 LED 영상이 아주 훌륭해 전체 프로덕션 디자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 했다. (*위 사진)
LED의 색감과 함께 배우들의 원색 의상이 어우러진, 넘버 ‘봄여름가을겨울’의 무대는 뮤지컬 ‘그리스’나 영화 ‘라라랜드’ 못지않은 색감적 비주얼을 보여주었고, 에필로그를 촬영할 수 있었던 덕에 두고두고 소장하며 볼 가치가 있는 무대가 되었다.
이처럼 기차역 LED 무대 장치를 비롯해 가장 중요한 모티프인 '비가 내리는 장면', 비엔나의 공원과 분수를 구현한 비주얼 장치 등은 <사랑했어요>를 음악적 만족도만이 아닌 시각적 효과의 만족도도 주는 뮤지컬이라고 충분히 평가할 만 하다.
뮤지컬 <사랑했어요>는 김현식의 시대에 청춘을 보냈던 사람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그 이후의 MZ세대에게는 어디선가 늘 들어보았던, 과거에 살았던 전설의 가수, 김현식의 명곡들을 지금 시대의 뛰어난 프로덕션 디자인과 아름다운 서사 속에서 감동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다.
김현식의 음악을 즐겼던 세대는 물론, 청춘을 지내온 모든 세대에게 공감과 함께 깊은 감동을 전할 뮤지컬 <사랑했어요>는 오는 10월 31일(일)까지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