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은 12월 15일부터 2023년 3월 12일까지 서소문본관에서 키키 스미스 작가 첫 아시아 전시 '자유낙하'를 연다.
전시는 익히 알려진 조각과 물체 설치작업은 물론 판화, 사진, 직물, 아티스트북까지 총 140여 점을 통해 작가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엔 평면작업이 가장 많다. 드로잉을 비롯해 작가가 평생 매력적으로 생각한 판화작업이 많이 나왔다. 매그놀리아 에디션과 협업해 제작한 대형 직물이 시선을 끈다. 조각과 물체 설치작업이 주로 알려졌지만 작가에게 평면은 다른 차원 조각이 가능한 매력적인 대상이다.
의도적 경계 흐리기는 매체 탐구를 넘어 주제로도 확장한다. 1980년대 작가는 남성우월적 표현 상징이던 미니멀리즘이나 추상미술에 맞서 신체를 예술 소재이자 재료로 사용했다.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여동생과 아버지 죽음을 겪으면서 생명 취약함과 불완전함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생리혈, 땀, 정액, 소변 등 신체 분비물과 배설물을 그대로 시각화한 파격적 작업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고정 관념을 단박에 부순다.
키키 스미스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몸이다. 이번 전시에는 신체 내부 기관을 주철이란 금속으로 구부려 만든 '소화계'(1988년) 등 인체를 다룬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나체 어성 조각상 '메두사'(2004년)를 필두로 곳곳엔 여성의 몸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작가 자신이 직접 웅크리고 누운 뒤 테두리를 따라 그린 작품 '꿈'(1992년), 늑대 배를 가르고 걸어 나오는 여성 형상 청동 조각 '황홀'(2001년)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여성 연약한 신체를 전면에 드러내면서 사실은 이런 연약함이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란 걸 말해준다.
몇몇 작품에서 여성들은 어딘가로 추락하고 있는 것도 눈에 들어온다. '폭포'(2013년)는 머리를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작가 사진 위에 나무, 폭포수 등을 드로잉했다.
이보배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자유롭게 유랑하는 듯한 도상과 인간을 넘어 자연과 우주 등 크고 작은 모든 것을 소재로 하는 그의 작품에서 생동하는 힘을 느끼길 바란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