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풋풋한 20대(요즘 10대들도 사랑을 하지만) 사랑보다 성숙한 노년 사랑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 4명이 나오는 장수(?) 연극 '장수상회'가 마지막 시즌을 맞이해 아쉬운 마음에 4월 30일 연강홀을 찾았다.
2015년 4월 영화 '장수상회'를 왕십리 CGV에서 언론 시사회로 봤었다. 결말이 충격적(중간에 예상하긴 했지만)이고, 슬퍼 눈물이 났었다. 같이 봤던 여기자들 몇 명은 울었던 걸로 기억한다. 보통 기자들은 잘 울지 않는데 '장수상회'는 예외였다.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영화 '장수상회'를 연극으로 보게 되니 무척 신선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영화보다 재미있었다. 영화 '장수상회'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조원준), 한지민 연기도 좋았지만 연극 '장수상회' 신구(신순기), 김성녀, 김보현, 안유진 연기도 무척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연극이 주는 생생함과 현장감이 제대로 살아 있는 게 이 작품 강점이다. 2015년 영화를 보면서 무척 슬프고, 노년 사랑이 주는 위대함에 감탄했는데 연극 '장수상회'를 보니 그 때 감정이 다시 살아났다. 이미 결말을 알고 봤는데 연극으로 다시 보니 슬퍼서 나도 눈물이 났다. 치매(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항상 걱정하는)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걸 뛰어넘는 부부간 사랑이 정말 감동적이다. 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연극을 다시 볼 수 없어 두 번 슬퍼진다. 마지막 시즌을 맞는 이 아름답고 슬픈 연극 '장수상회'가 이대로 끝나지 말고 다시 공연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4월 30일 연극 '장수상회'를 보면서 관객석 대부분을 차지한 어르신들을 보면서 그들 문화 갈증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었다. 어르신들은 우리나라 어려웠을 때 태어나 평생 일만 하신 분들이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그렇지만 문화(특히 연극, 뮤지컬 등) 생활과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다. 문화 생활 누릴 시간, 돈도 없이 평생 일만 하신 분들이 연극 '장수상회'를 보면서 울고 웃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배우들 재미있는 대사와 연기가 나오면 웃고, 슬픈 장면에서 우는 어르신들 모습을 보면서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문화가 주는 힘을 실감했다. 문화 소외 계층인 어르신들(우리 부모님 포함) 문화 갈증을 풀기 위해서 이런 공연이 더 많이 올려졌으면 한다. 어르신들은 문화 생활 누릴 기회가 젊은 사람들보다 적다. 평생 일만 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어르신들에게 작은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 공연 기획사가 힘을 합쳐 이런 좋은 공연을 자주 했으면 한다. 미국, 유럽처럼 노인들도 문화 생활 누릴 수 있어야 선진국이다. 문화가 주는 힘을 현장에서 느낀 하루였다.
슬프고 아름다운 연극 '장수상회'가 이대로 끝나지 말고 오래 공연해 어르신들 문화 갈증을 풀어주면 좋겠다. 4월 30일 공연을 보면서 세대 화합에 좋은 연극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부모님과 같이 온 젊은이들도 많았다. 가정의 달 5월에 딱 맞는 감동적인 연극이라 여러 번 볼 것을 추천한다.
영화보다 더 감동적인 연극 '장수상회'는 5월 2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순재, 신구(신순기), 김성녀, 박정자, 강성진, 김보현, 안유진, 이희진 등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