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vs 태극기집회, "세 대결 절정"...끝내자vs탄핵기각
[선데이뉴스=김명철 기자]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촛불'과 '태극기'가 서울 한복판을 가득메웠다.
박 대통령 탄핵찬반단체는 이날 총력전을 펼치며 치열한 세대결을 벌였다. 헌법재판소(헌재)에서 진행되고 있는 박 대통령 탄핵 심판과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만료가 다가오면서 양측은 여론전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100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은 '박근혜를 탄핵하라', '박근혜가 주범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재벌도 공범이다, 재벌도 구속하라, '특검을 연장하라', '촛불의 명령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퇴진행동은 "촛불의 힘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과 국정농단 세력은 기만과 꼼수를 벌이고 있고 협박도 서슴치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농단 세력 반드시 끝장내고 촛불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유발언에서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의 주범은 아직도 청와대에 눌러앉아 버티고 있다"면서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도 거부하면서 특검의 대면조사조차도 거부하고 파렴치한 중범죄자가 국민을 농락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어 그는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에 대해 황교안 권한대행이 특검연장을 묵살하고 있다먀 "박 대통령 탄핵도 중요하지만 수사기관 연장도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이대로 종료된다면 역사에 대한 죄악이고 미래에 대한 죄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산 문명고등학교 이용기 교사도 촛불집회에 참석해 국정교과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 교사는 "문명고 이사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연구학교 추진 이유를 부친이 5·16 민족상을 받고 새마을 운동에 앞장섰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역사교과서는 언제든지 수정·보완할 수 있지만 3월 새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학생들이 설레는 3월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가수 박창근 밴드와 허클베리핀, 김원중씨의 공연도 펼쳐졌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씨는 탄핵 마술쇼로 분위기를 띄웠다. 오후 7시50분에는 소등퍼포먼스와 동시에 '황교안은 퇴진하라' '박근혜는 구속하라'는 구호와 함께 함성이 광화문광장에 울려퍼졌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와 함께 촛불 파도타기도 이어졌다.
퇴진행동은 본집회를 마친 뒤 오후 8시10분께부터 청와대와 헌재 방면으로 행진을 벌였다. 청운동길, 효자동길, 삼청동길 등 '청와대 포위' 행진과 동십자각 방면, 낙원상가 방면 '헌법재판소 2월 탄핵 촉구'를 위한 행진으로 진행됐다.
이날 집회에는 종로 SK서린빌딩, 롯데백화점, 한화빌딩 앞에서는 '이재용도 구속됐다! 뇌물죄 다른 재벌총수들도 구속하라!' 항의 발언이 이어졌다. 1분간 함성, 구호, 나팔 불기, 촛불 파도타기 등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한편, 탄핵반대단체의 맞불집회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제14차 탄핵무효 애국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 부당 탄핵, 국정농단 증거 조작 등을 비판했다.
특히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이 되는 날 퇴진행동이 대규모 집회를 벌이는 데 반발하며 '태극기가 (박 대통령을) 지켜드리겠습니다'를 전면에 내걸었으며, 헌재에서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심판의 무효를 주장하거나 헌재 재판관을 비난하는 발언들도 목청을 높였다.
포근한 날씨속에 300만명(주최측 주장)의 참가자들은 대한문 앞과 시청광장 등지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무효', '탄핵기각'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검은 빨갱이', '빨갱이들을 모조리 죽여야 한다', '이제 죽기 살기다', '70년을 살았는데 뭐가 두렵나' 등 과격한 목소리를 외치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본집회에서는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변호사들, 친박(친박근혜)계 국회의원 등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헌재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강일원 주심 재판관 등에 대한 압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변희재(43)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6·25 참전국이자 우방국인 미국의 국기를 드는 것이 뭔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이정미, 강일원 당신들은 헌정 질서를 탄핵하는 것. 당신들의 안위를 누구도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72) 변호사는 "요즘 국회의원에 장관까지 나와서 무조건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된다고 한다"며 "지금이 조선시대냐. 복종하라면 복종해야 하는 우리가 노예냐"라고 밝혔다.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자유한국당 김진태(52·강원 춘천) 의원은 "헌재는 처음에 촛불에 놀라서 인용하지 않으면 난리 나겠구나 싶었겠지만, 이제는 더 무서운 것이 생기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들은 본집회를 마친 뒤 오후 6시부터 한국은행과 서울역 등을 거쳐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탄핵 기각'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여론전에 주력했다.
한편, 경찰은 촛불·맞불집회에 대비하기 위해 212개중대 1만7000여명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