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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칼럼]정치권의 이전투구
[선데이뉴스/칼럼]정치권의 이전투구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과거 제왕적 총재 김영삼(YS)·김대중(DJ)은 대리인을 내세워 당을 관리하고 했다. 대통령 되기 전에는 직할 통치를 했지만 정권을 잡은 뒤엔 이홍구·이수성(YS), 서영훈·이만섭(DJ) 같은 사람을 당 대표 삼아 ‘위성 통치’를 했다. 그 사람이 권한을 일부 위임받은 관리자인지, 그야말로 ‘바지사장’이나 ‘얼굴마담’인지는 전적으로 YS·DJ 뜻에 달렸었다. 1985년 12대 총선 때 이민우 총재의 신민당은 민한당을 밀어내고 제 1 야당 자리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여세를 몰아 1986년 말 여당 민정당이 요구하던 내각제 개헌을 수용하는 이른바 ‘이민우 구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소속 의원 대부분이 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민우는 대통령 꿈에 부풀어 있던 당의 오너 YS·DJ의 뜻을 거스른 죄로 1년 뒤 쓸쓸하게 정계를 떠났다. YS·DJ 시대가 끝나면서 함께 사라졌던 ‘바지사장’이라는 말이 다시 정계에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안철수 빼고 다 오라’고 통합을 제안하자 화난 안철수 대표가 “임시 사장이…”라고 되받았다. “…주제에”라는 뒷말은 참았을 것이다. 국민의당에 들어간 박지원 의원도 “임대대표부”라는 표현을 썼다. 국민의당에선 “선거만 끝나면 훅 날아갈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더민주당은 친노와 운동권의 정당이다. 똘똘 뭉치면 대선 후보 같은 자리를 언제든 거머쥘 수 있지만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정작 본선에 나가면 연전연패했다. 탈당한 사람들은 이것을 ‘친노 패권주의’, ‘만능 2등 야당’이라 했다. 이당의 오너 같은 존재 문재인 전 대표가 1월 말 전구너을 약속하여 김종인을 영입했을 때 다들 이렇게 생각했다. 부도 직전 정당을 위탁 관리인일 뿐 4·13 총선 이튿날 역할이 끝날 것이라고. 그런데 다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칭 ‘대장 체질’ 김 대표가 한 달여 만에 칼로 자르듯 친노 핵심 일부를 쳐낸 자리에 전무가 그룹을 채워넣고 ‘성역’ 햇볕정책까지 비판하고, 국민의당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총선 이후는 물론 대선이라고 못 치를 것 없지 않냐는 얘기들이다. 그의 입은 거침없다. 처음엔 목표 의석으로 110석을 내세우더니 ‘과반’을 거론했다. “지금 야당에 대통령감이 없는데 문재인도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했다. 문 전 대표와의 교감 속에서 이뤄지는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미 위탁관리인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문재인, 안철수 두 대선 주자의 욕심 때문에 그렇게 쉽게 분당도 되고 합당도 된다면 지금 야당이 책임정치엔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분당 이후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해왔던 일을 생각하면 정치가 이렇게 희화화되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야권의 단일화 쇼는 선거 때마다 빠진 적이 없다. 너무 자주 합쳤다가 갈라져 어지러울 지경이다. 근래에만 2012년 19대 총선 때 친노와 비노가 합당해 민주통합당을 만들고, 통합진보당과 선거 연대를 통해 이 당에 13석을 몰아줘 ‘종북 속주’ 소리까지 들었다. 그 때도 정권을 심판하고 단결해서 1당을 찾아오자는 명분은 똑같다. 2년 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 대표측이 합당할 때도 그랬다. 이번에 또 헤어졌다가 합지자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유권자를 우롱하는 일이다.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국민의당에서는 응해야 한다는 쪽이 다수라 한다. 국민의당은 창당 전후의 기세가 꺾이고 한자리 숫자 지지율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낙선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 길로 가기로 한다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타파하겠다던 그동안의 얘기는 무엇이었는가! 유권자는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이리 동원하고 저리 몰고 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나 야권은 아직도 그럴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유권자를 우습게 보지 않으면 이렇게 쉽게 거짓말할 수 없다.
[선데이뉴스 칼럼]정치 혐오증
[선데이뉴스 칼럼]정치 혐오증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야당이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닷세째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5시간 33분 연설로 1964년 김대중 의원이 본회의 기록(5시간 19분)을 깼다. 세 번째 발언자인 같은 당 온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 연설로 1969년 박한상 의원이 법사위에서 세운 국내 최장 기록(10시간 15분)을 깼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과 함께 부활했다. 소수당을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지만 우리나라에선 다르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과의 합의 없이는 쟁점 법안이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엄격히 제한된다. 소수당이 입법을 저지하고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해주고도 필리버스터라는 3중 장치까지 둔 것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다수당이 되겠다고 민심을 살릴 필요가 있겠는가! 테러방지법은 2001년 미국 9·11테러를 계기로 김대중 정부 때 처음 발의된 것이다. 대테러센터를 설치해 테러 위험인물의 출입국과 금융거래, 통신 미용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외국 기관들과 국제 공조를 강화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슬람국가(IS)’가 공개한 테러 대상 60개국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북한 김정은은 대남테러 역량 강화까지 지시했다. 이런 판국에 야당이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을 첫 필리버스터 대상으로까지 삼으며 국력 저지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정보원의 권한 남용을 우려하는 야당 요구대로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했고, 정보수집우너은 국정원에 두되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대테러 인권보호관까지 두었다. 그런데도 야당이 정보수집권마저 국민안전처에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세계 추세에도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 테러방지법안은 북의 핵·미사일 도발과 노골적인 테러 위협, 국제 테러 조직의 대륙을 넘어서는 세 확장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국가적 대테러 역량을 확충하기 위해 만드는 기본법이다. 더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 법안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국가정보원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안 및 이와 연동된 다른 법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면 이런 걱정은 대부분 국정원 불신에서 비롯된 기우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장이 감옥에 가겠다고 작심하지 않는 한 테러를 저지를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아닌 일반인까지 감시 대상에 넣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이런 상식을 넘어서는 것까지 법이 담아낼 수는 없다. 물론 그동안 국정원에서 일어난 일들을 감안해볼 때 야당의 걱정을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다. 국정원 숙원인 휴대폰 감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 거래 자료 열람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떳떳하게 해당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 테러방지법 부칙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 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이 법이 국정원의 조직과 권한만 키워줄 것이라는 우려가 불식되도록 강도 높은 혁신안을 국회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테러방지법처럼 국가 안보의 근간에 해당되는 법은 가급적 여야 합의와 국민적 동의 속에 만드는 게 원칙이다. 야당은 아무리 걱정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치 염증을 키우는 필리버스터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필리버스터가 아무리 합법의 테두리 내에 있다. 하더라도 마치 선거운동 하듯 필리버스터를 악용하면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을 키울 뿐이다. 여당도 야당이 반대한다고 다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최대한의 성의를 갖고 야당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
[선데이 칼럼]지구촌의 최악의 한파
[선데이 칼럼]지구촌의 최악의 한파
<칼럼 나경택>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1972년 서유럽 정치인·경제학자·과학자가 모인 연구 기관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자원과 환경은 유한하지 않으며 100년 안에 성장 한계에 다다르고 사회 시스템이 붕괴한다는 내용이었다. 화석 에너지를 지나치게 쓰면서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기후가 변한다는 전망도 이 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 지구온난화는 전 지구적인 과제다. 태양열은 지구표면에 닿은 뒤 다시 우주로 빠져나간다. 그 열을 대기 중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붙잡는다. 지구가 온도를 유지하는 원리다. 이런 자연의 원리를 깬 것은 인간이다. 공장과 자동차, 가축이 내뿜는 메탄을 비롯해 온실가스가 늘어나면서 지구에 남아있는 열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지국 평균 온도는 19세기 말 2차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02도 올랐다. 인간에 대한 지구온난화가 사기극이라는 의견도 있긴 하다.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센터의 윌리 순 박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환경 단체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온이 오르는 것은 태양 활동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순 박사의 연구비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유 업체들이 대줬다. 지난 10년간 발표된 온난화 관련 논문 중에 인간의 영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고작 3%였다. 지구온난화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그 결과로 일어나는 기후 변화는 복잡하다. 중남미 바닷물이 일시적으로 따뜻해지는 엘니뇨는 원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러던 게 따뜻하진 지구 기온과 맞물려 전 세계 바다로 확산되고 있다. 때아닌 허리케인이나 국가적 폭우가 닥치기도 한다. 전세계 바다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 바다도 엘니뇨의 영향을 받는다. 지구촌이 최악의 한파와 폭설에 신음하고 있다. 한반도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북한도 삼지연이 영하 37도까지 떨어졌다. 미국 동북부는 눈폭풍으로 11개 주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중국에서도 영하 30도를 웃돌아 ‘냉동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지구촌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한 해를 보내면서 12월에 워싱턴에 벚꽃이 피고, 서울에서도 겨울 실종이라는 표현이 일상화됐던 것을 떠올리면 자연의 변덕에 어리둥절 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상기후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설명한다. 겨울 초반의 포근한 날씨는 태평양, 수온이 예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슈퍼 엘니뇨, 최근의 혹한은 온난화로 북극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북극 한기를 가둬주는 극소용돌이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구가 더워지는 과정에서 생긴 온난화의 역설이자 기후변화의 경고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이 인류의 최대 과제라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세계경제포럼은 테러 등을 제치고 기후변화를 올해 최대 위험 요소로 꼽을 정도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지난 20년간 홍수와 태풍·쓰나미 등 6457건의 재해가 발생해 60만명이 사망했으며, 매년 30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지구온도가 올라가면서 북극 공기를 가두고 있던 제트기류가 약해져 영하 50~60도 찬 공기가 밀려 내려왔다는 얘기다. 온난화가 문제라면서 한파라니 언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기후가 괴팍하게 변해가고 있다는 의미다. 기상전문가들은 한국의 전형적인 겨울 날씨 삼한사온도 옛말이 됐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금 더 오르면 어느 날 무슨 혹한이 올지, 아니면 어떤 견디기 힘든 더위가 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한국의 온난화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을 골자로 한 정부 차원의 기본법부터 만들어야 한다.
[칼럼]기부문화 윤리를 행동실천
[칼럼]기부문화 윤리를 행동실천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아마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의 상당수는 훈훈한 감동으로 보냈을 것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프라실리 챈 부부가 딸을 낳은 뒤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소식 때문이다. 기부액은 현 시가로 따져 450억 달러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52조원에 달한다. 이는 저커버그의 재산 96%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는 몇 해 전 재산 중 절반 이상을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했으며 에볼라 퇴치 산업, 저소득층 거주 지역 교육 지원, 공공병원 확충 등 공익사업에 이미 2조원 가까이를 기부했다. 이번 그의 기부선언은 과거 약속에서 한발 나아간 것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갓 태어난 딸 맥스에게 보낸 편지다. 편지에는 딸에 대한 사랑과 함께 저커버그 부부가 미래를 보는 관점이 녹아 있다. 이들은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가기를 바란다”며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모든 아이들에게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페이스북 최고 운영자인 셰릴 샌드버그의 말 그대로 ‘아름다운 편지이자 훌륭한 약속’이다. 기성세대 잣대로 저커버그는 31세에 불과한 풋내기다. 그 나이에 자신의 부를 인류에게 바치는 일과 같은 인생관과 인격을 어떻게 갖출 수 있는지 놀랍다. 세 자녀에게 1000만 달러씩만 주고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나 재산의 99%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을 잇는 저커버그의 기부 행렬 동참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버핏은 10년 전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전부를 기부하겠다면서 “나도 값비싼 전용 비행기를 사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막대한 부가 결국 그걸 소유한 사람을 삼켜 버리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건강을 제외하면 흥미, 다양성 그리고 오래가는 친구들이 바로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게이츠와 버핏은 이후 수백 명의 미국 부자들에게 재산의 50% 기부선언을 제안했고, 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조차도 동성애자임을 고백하면서 10세 조카의 교육 지원을 제외한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계적 거부들의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가치관·인생관의 차이 혹은 가진 자의 높은 도덕성, 공감이니 존경이니 같은 설명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이들의 기부 행렬이 더욱 크게 울리는 것은 골육상쟁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부의 세습에 골몰하고, 교도소에 가게 될 때쯤 마지못해 기부 약속을 하는 한국의 가진 자들과 비교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기부행위가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시장경제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사회공헌 수준이 아니라 우리를 다르게 하는 사회, 그리고 그 아픈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를 실천하는 행동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삶은 과거보다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그 뒷면에는 가족붕괴, 고립, 소외, 빈부격차, 빈곤 같은 자본주의 사회가 들춰내기 싫은 현실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의 모습은 약탈과 탐욕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최소한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아름답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서계 최고의 부호 자리에 오른 이들의 결론이 상생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동체의 회생이라는 점은 의미심장이다. 저커버그는 그동안 시장경제에서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줬지만 이번에는 부자가 된 다음에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그의 노력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그의 희망대로 딸의 세대가 풍요를 다 함께 누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칼럼]역사는 반드시 평가받는다
[칼럼]역사는 반드시 평가받는다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중민론을 주장한다. 운동권의 민중론으로는 한국의 민주화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중산층과 민중을 결합한 중민이란 말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의 민주화는 근대화의 실패로 인해 빈곤과 소외가 가중된 무산층(민중)이 이끈 것이 아니라 근대화의 성공으로 형성된 중산층이 개혁을 지향했기 때문에 이뤄졌다는 논리다. 근대화를 성공으로 본 것은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견제한다. 한 교수가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 자격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이승만을 국부로 언급했다가 억지에 가까운 논란에 휩싸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렵을 건국 시점으로 보는 것은 뉴라이트 사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상식에 따른 자연스러운 인식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건국이 아니라면 임시정부 수립은 더욱 건국이 아니다. 망명정부는 원래 있던 정부가 옮겨간 것이지만 임시정부는 정부가 생기기 전 단계를 말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건국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은 건국되지도 않았다는 이상한 말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의당은 한 교수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구 묘역도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김구는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김일성과 합류하거나 협력한 김헌영, 김원봉, 여운형과는 달랐다. 김국의 남북통일 의지는 고귀한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김구 묘역 참배를 계획했으면 모르되 예정에 없던 참배를 부랴부랴 끼워 넣는 모습은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한 교수는 4·19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고 평가한다”며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그 공로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그때 만들어진 뿌리가, 잠재력이 성장해서 4·19혁명에 의해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가 확립됐다”고 했다. 이 자리엔 안철수 의원도 함께 있었다. 한 교수는 한 의원 등과 함께 국립현충원을 찾았을 때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산업 성장의 엔진에 시동을 거신 분”이라며 “굉장한 헌신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몸소 이끄셨다”고 했다. “우리 당은 박 대통령이 이끈 산업 성장의 엔진을 다시 한 번 이 땅에 가동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한 교수는 이런 발언들에 대해 야권 사람들의 반발이 일어나자 “개인 의견”이라고 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볼 때 더불어민주당 측과 차별화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표도 작년 2월 대표가 된 직후 이·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일이 있다. 그러나 다른 최고위원들이 반대하면서 홀로 갔고 한동안 내부 반발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올해 초 현충원을 다시 갔을 때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만 찾았다. 국민의당 측이 적극적으로 이·박 전 대통령의 공적을 평가하고 나선 데는 이런 더민주 주류 세력과 차별화를 꾀하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념과 지역, 세대, 계층으로 쪼개진 이 나라에 지금 필요한 일이 배제가 아니라 통합, 단절이 아닌 계승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나라의 역사는 수없이 많은 작은 물줄기가 모여 흐르는 큰 강물과 같다. 굽이굽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공과 과가 섞이게 마련이다. 이·박 전 대통령에게도 여러 과오가 있었지만 두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에 건국과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그 뒤를 이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민주화 등 그 시대에 필요했던 역할을 했다. 후손이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부각하는 것과 긍정적 부분을 따뜻한 눈으로 되새기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전임 대통령들의 업적을 밝게 조명할수록 국민의 자부심은 커질 국민 통합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진보 세력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 시대의 긍정적 측면을 그대로 평가하면 훈풍이 불기 시작할 것이다.
[칼럼]공기오염 생명 위협하고 있다
[칼럼]공기오염 생명 위협하고 있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제21차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OOP21)가 신 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2도보다 ‘훨씬 적게’ 유지하고 1.5도까지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1도 상승된 상태이므로 앞으로 온도 상승폭을 0.5~1도에 묶어두겠다는 의미다. 대체 0.5~1도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화석연료의 종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걸까! 아침저녁으로 10도 이상 온도차를 경험하는 인간에게 1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구는 그렇지 않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올라가면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홍수와 가뭄이 잦아진다. 2도가 상승하면 거의 지옥이 된다. 온대지방이 사막화하고 바다는 산성화하며 몰디브 같은 섬나라들은 잠겨 버린다. ‘1.5도 목표’가 들어간 것도 수몰 위기에 처한 도서 국가들의 끈질긴 호소 때문이었다. 신 기후 체제가 교토의정서와 가장 다른 점은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중국과 인도의 태도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각각 온실가스 배출량 1,3위라는 약점도 작용했지만 양국 모두 기상이변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는 나라들이다. 개도국은 감축 목표 이행에 구속력이 없지만 5년마다 제출하는 보고서가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이번 합의의 공로자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그리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최 측의 거듭된 종료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상에게 주어진 3분 연설 시간을 넘겨가며, 4분간 신기후체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올랑드 파리 테러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밀고 나가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고해상 위성지도에서 한국의 공기오염이 중국에 버금가는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드러난 것은 충격적이다. 연구진은 2005~2014년 195개 도시의 대기 질을 추적해 공기오염이 심한 곳을 빨간색, 대기가 깨끗한 지역을 파란색으로 표시했는데 아시아에서 중국과 한반도 남쪽만 붉은색이다. 위성 분석 결과여서 정확도는 떨어질 수 있어도 작년 서울의 평균 이산화질소 농도가 베이징, 광저우, 도쿄, 로스엔젤레스에 이어 세계 5위란 사실은 걱정스럽다.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이산화질소는 자동차 배기가스,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배출된다. 서울 시내를 오가는 화물차 등 경유 사용 차량들이 대기오염의 주범인 셈이다.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불거진 폴크스바겐의 경우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우려보다 연료비효율을 택한 결과다. 석탄은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 연소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44%를 차지한다. 한국은 석탄수입량 세계 4위, 석탄생산 전력량 세계 6위다. 국내 전력의 약 39%가 석탄화전에서 생산된다. 충남, 인천의 대규모 선탄화전은 서울의 공기 질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2021년까지 석탄화전 24기 증설을 계획했다. 지난해 7월 4기의 허가를 철회하고 원자력발전소 2기 신설을 담은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밝혔으나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있다. 공기오염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한국의 대기환경기준은 느슨하고 규제는 미흡하다. 중국의 경우 석탄 소비량을 감축하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차량 부제 실시, 발전소와 공장 가동 중지 같은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오염물질 배출원에 대한 경제력 있는 규제를 강화하고 선탁화전 폐쇄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전력 수급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이제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인류의 생명줄’을 어떻게 운영할지 출발선에 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파멸을 앞두고 개개인과 개별 국가의 이익만 탐할 수는 없다. 한국도 거스를 수 없는 신 기후체제의 틀에 적극 동참할 일이다.
[선데이뉴스][칼럼]몰카 공화국
[선데이뉴스][칼럼]몰카 공화국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나경택 칼럼]피핑톰이란 말이 있다. 그 벌로 눈이 멀게 됐다는 톰이란 사람에게서 유래된 말로 ‘관음증’의 남성을 뜻한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이창」은 사고로 휠체어에 의존해 사는 한 사진작가가 카메라 렌즈로 주변 이웃들을 훔쳐보는 것이 줄거리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처럼 훔쳐보기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영화 속의 망원렌즈 카메라는 몰래카메라의 원조쯤 된다. 언제부터인가 TV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시작해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 정착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영화나 드라마 속의 ‘그럴듯한 현실’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의 욕망에 부응한다. 하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현실도 따지고 보면 현실 그 자체는 아니다. 출연자들은 아닌 것처럼 하지만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다. 정말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했던 현실 그 자체는 몰래카메라 속에나 들어있는지 모른다. 11세기 영국 코벤트리 지역의 영주가 가혹한 세금을 매기자 그의 아내 고다이버가 “제발 세금좀 낮추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영주는 장난삼아 조건을 달았다. “당신이 벌거벗고 성 안을 한 바퀴 돌면 모를까” 고다이버는 실행에 옮겼다. 주민들에게는 “내가 말을 타고 알몸으로 지날 동안 창문을 닫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세금이 걸린 문제였기에 주민들 역시 혼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톰이라는 양복재단사가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견디지 못했다. 창문 틈새로 몰래 여인의 알몸을 감상했다. 톰은 하늘의 벌을 받아 눈이 멀고 말았다. 관음증을 뜻하는 피핑톰 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못 말리는 인간의 관음 성향을 일러주는 이야기다. 조선의 풍속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은 우스갯소리로 ‘몰카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카메라가 없었기에 화폭에 담았을 뿐이다. 김홍도의 ‘빨래터’는 아낙네가 허연 두 다리를 내놓고 아기에게 젖을 주는 장면을 먼발치에서 훔쳐보는 양반을 그리고 있다. 신윤복의 ‘단오풍정’은 속살을 드러낸 채 목욕하는 기녀들을 동자승 두 명이 바위 틈새에서 엿보는 장면을 묘사했다. 일본의 이하라 사이가쿠가 쓴 소설 「호색일대 남」의 삽화를 보면 겨우 9살 난 주인공이 목욕하는 하녀를 망원경으로 훔쳐본다. 하녀가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자 되레 “내가 본 것을 소문내겠다”고 협박한다. 관음증이 9살 어린이조차 한순간에 사생활 침해 및 협박범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330여년 전 보여준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사냥꾼인 악타이온은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가 목욕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우연이 있는데도 대가는 혹독했다. 아르테미스의 저주를 받은 악타이온은 자신이 데려온 사냥개들에게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 소름 돋는 이야기다. 26세 여성 최모씨가 워터파크 여성 샤워장에서 샤워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찍어 음란물 유통 사이트에 팔았다가 구속됐다. 최 씨는 채팅 앱을 통해 만난 어느 남성으로부터 돈을 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휴대전화 케이스형 몰래카메라를 건네받고 185분 분량의 영상을 찍어 넘겼다. 그 영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워터파크의 여성 샤워장을 훔쳐봤다. 영상에는 성인 전용 휴식공간의 광고 전화번호가 나와 있다고 한다. 단순히 개인적 호기심이 아니라 사업적 동기에 의해 추진됐다는 게 더 심각한 측면이다. 얼마 전 드론 몰래카메라가 누드 해변을 촬영했다는 뉴스를 봤다. 이미 초미니 드론이 개발됐고 이 드론이 몰래카메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벌레나 곤충 형태의 드론이 창문 틈을 통해 몰래 들어가 촬영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다. 불쾌한 상상이지만 그에 대비해야 한다. 요즘엔 최첨단장비로 장착한 스마트폰을 누구나 손에 쥐고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 찍혔는지도 모른 채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이 만천하에 동영상으로 유출되는 세상이다. 오죽했으면 ‘몰카공화국’ 소리를 듣는가!
[선데이뉴스][칼럼]방산비리는 이적행위
[선데이뉴스][칼럼]방산비리는 이적행위
<칼럼 나경택>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최윤희 전 합참의장이 결국 전역 2개월만에 방산비리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방위산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최 전 의장에게 뇌물수수 및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국내 무기개발을 주도하는 국방과학연구소 정홍용 소장도 재판에 넘겨졌다. 1996년 검찰이 이양호 전 국방장관을 구속한 이래 군 수뇌부가 방산비리 피의자로 기소된 것은 최 전 의장이 처음이다. 군 수뇌부와 방산기술 최고책임자까지 방산비리에 손을 뻗치고 있었다는 것은 실로 충격적이다. 재판 결과를 봐야하겠지만 최 전 의장과 정 소장이 연루된 것만으로도 사안이 심각하다. 최 전 의장은 그가 해군참모총장 시절인 2012년 해상작전헬기와 일드캣 도입 과정에서 해군의 작전 요구 성능을 충족한 것처럼 허위 시험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무기를 중개한 함모씨는 자신의 소유인 고급 음식점에서 최 전 의장과 부인에게 매달 공짜 식사를 제공하고, 부인이 다니는 사찰에 2000만원을 시주했다. 부인도 남편의 뜻이라며 기종선정에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최 전 의장은 아들이 함씨로부터 받은 사업비 2000만원이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군의 최상급자가 무기 중개상과 지속적으로 그것도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친분을 맺은 것 자체가 부적절한 형태이다. 놀라운 것은 함씨의 금품로비가 방산 관련 연구기관에까지 뻗쳐 있었다는 점이다.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장은 함씨로부터 아들의 유학비 등으로 7000만원을, 국방연구원 심모 책임연구원은 동생의 사업자금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무기 개방과 함께 도입하는 무기의 기술적 적절성을 평가하는 기관이다. 한국형 전투기사업(KF-X) 핵심 기술의 국내 개발도 이곳이 맡는다. 이런 방산 기술 개발의 본산까지 비리에 물들어 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 1년간 군인과 민간인 74명을 재판에 넘겼다. 구속 기소자가 51명이었다. 방산비리는 군과 방사청, 방산 업체, 무기 거래상 간의 뿌리 깊은 유착 구조에서 출발한다. 그 한 가운데에는 같은 사관학교를 나왔다는 등의 학연과 지연, 근무 연줄 등으로 얽힌 군 인맥이 있다. 통영함 사건 등 대표적 방산비리는 예외 없이 이런 유착 구조에서 싹텄다. 업체 선정이나 가격 결정 과정에서 쉽게 기밀이 유출되고 아무렇지 않게 돈이 오가는 이유도 끼리끼리 유착한 구조 때문이다. 군 간부가 방사청 요직을 차지한 채 각 군의 요구나 업체의 이해를 반영해 폐쇄적으로 사업을 결정하는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대부분 관리 책임자도 군 출신이고 실무자도 군 출신이다. 군 출신들이 사업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방사청에선 실무자 한 명이 관리하는 사업이 290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외부와 차단된 가운데 너무나 크고 많은 사업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어떤 견제, 감독 장치를 둘 것이냐가 관건이다. 방위사업감독관을 검사나 감사관 등 외부 민간인으로 뽑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군 인맥 중심으로 이뤄지는 방위산업 구조 전체를 점진적으로 문민화 할 필요가 있다. 군과 다른 시각을 갖고 군 인맥에서 자유로운 민간 군사·회계 전문가나 조달·재정 분야 공무원 출신을 영입·육성하는 방안이다. 기존 군 출신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멀고 나가면 투명성을 놓이고 예산 낭비와 비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정 무기 분야의 연구 개발과 도입 업무는 민간에 맡기는 외주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무기 중개상 문제도 단순히 등록 및 수수료 신고 의무를 부과한다고 비리 커넥션이 해소되지 않는다. 방산비리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릴 뿐 아니라 장병들이 목숨을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이적 행위로 엄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
[선데이뉴스][칼럼]새해를 맞이하여
[선데이뉴스][칼럼]새해를 맞이하여
<칼럼 나경택>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올해도 전국 곳곳에서 빨갛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 소원을 낸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바람은 제각각이지만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똑같다. 행복이다. 이 사회를 이끄는 정계, 종교계, 재계, 문화계 각 부문 지도자들은 신년사를 통해 행복한 세상이 열리기를 기원한다. 보통 시민들도 오늘만은 힘들고 지친 삶에서 벗어나는 새해를 꿈꾸고는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들의 새해 소망은 배신당했다. 2015년 새해 첫 날의 꿈이 바로 깨졌음을 확인했듯이 2016년 12월 31일도 그런 날이 되리라는 불안한 예감을 감출 수 없다. 새해에 목격될 고통들은 1년 전, 3년 전, 8년 전, 38년 전부터 이중삼중으로 겹치면서 단단히 굳어진 하나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그 모순이란 이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져버린 그것, 불평등이다. 불평등은 어떤 지표로도 가릴 수 없는 한국의 실상이다. 대로에서 남이 버린 박스를 가득 실은 채 위태롭게 라이커를 끌고 가는 노인을 본 일이 있는가! 그런 이들이 왜 점점 더 자주 눈에 띌까 하고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왜 내 주변의 젊은이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있는가. 그게 내 주변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주변 젊은이들이 대개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보고 듣는 일상 경험들이 사실은 지표보다 더 생생하게 불평등한 세상을 증언해 준다. 왜 거리에 가련한 청춘들이 저렇게 넘쳐나는지 더 이상 묻지 말자. 우리는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청년 문제가 아니다. 노인이 가난에 허덕인다고 노인 문제가 아닌 것과 같다. 사회로 처음 진입하는 좁은 문 앞에 지들끼리 부대끼는 청춘들의 아우성이 노인 때문이 아니듯, 노인의 절반이 가난한 것 역시 청년 때문이 아니다. 부자는 부자를 낳고, 가는은 가난을 낳는 세습 사회에서 빈부 격차는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부모의 부를 대물림하지 못한 불운한 이들은 어느 세대에 속하든 사회 밑바닥에서 평생 힘겨운 삶을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 흔히 세대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과 같은 여러 갈등이 혼재하는 것처럼, 말하자면 사실 그 모두 빈부갈등 즉 불평등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갈등들이 과잉 부각된 것은 많은 경우 불평등 문제를 가리기 위해 정치적으로 동원한 결과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식으로 은폐되지 않을 만큼 불평등은 심각해졌다. 민주화는 우리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그 자유의 뒤에 도사리던 불평등의 위험성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주기적인 선거, 정권교체 가능성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국가가 후원하는 시장의 사유가 이 사회에 서득 격차, 사회 양극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불러낼 때도 우리는 방심했다. 그 대가로 우리는 불평등해졌고 이제 그 불평등이 자유까지 제약하고 있다. 이런 나라가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곳일 수 없다. 이제 한국은 호모사피엔스가 서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 되었다. 이런 절망감은 불평등이란 지층의 무게에 짓눌린 한국 사회를 하루아침에 구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욱 깊어진다. 이게 한국 사회 앞에 가로놓인 진짜 현실이다. 불평등의 정도가 너무 심하면 불평등에 대한 인내심도 커진다. 절망과 체념 때문이다. 불평등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야 불평등을 관용하는 정도 또한 낮아진다. 불평등의 역설이다. 4월 총선을 한다. 총선은 불평등을 바로잡고 모두 승리하는 길로 갈지 시험하는 무대다. 오랜 시간 축적된 불평등은 어느 한쪽의 역량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난적이다. 만일 이 싸움에서 진다면 패자는 우리 모두가 될 것이다. 총선이 정치의 실패를 확인하는 마당이 아니라, 정치의 비전을 펼치는 장이 되려면 여와 야, 보수와 진보 모두의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 ‘민심은 표로 심판할 것이다.
[선데이뉴스][칼럼]여성 투표권 세계는 변하고 있다
[선데이뉴스][칼럼]여성 투표권 세계는 변하고 있다
<칼럼 나경택>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텍 칼럼]여성 참정권 역사를 더듬어 보면 뜻밖의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으로 여성의 투표권을 보장한 나라는 1893년 뉴질랜드다. 다음은 호주로 1902년에 참정권을 도입했다. 유럽에서는 북유럽 국가들이 앞장섰다. 핀란드는 1906년 유럽 최초로 보통선거를 실시하면서 여성에게 투표를 부여했다. 이어 인접 노르웨이가 1913년, 덴마크가 1915년 여성 참정권을 보장했다. 마치 도미노처럼 여성 참정권이 인근 국가로 퍼져나간 것이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 민주주의 전통이 일찍 확립된 국가에서 여성 참정권이 늦은 것은 아이러니다. 영국은 1918년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제한적으로 참정권을 부여했다가 10년 뒤 21세 여성까지 확대했다. 1870년 흑인 노예에게 참정권을 준 미국이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것은 1920년이었다. 여성이 노예보다 늦게 참정권을 행사했다. 프랑스의 여성 참정권 행사는 지난한 투쟁의 결과였다. 1789년 8월 프랑스혁명 중 라파이예트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발표했지만, 이 ‘인간’에서 여성은 제외됐다. 이에 여성혁명가 올랭프 드 구즈는 ‘여성과 여성시민의 권리선언’을 통해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분야에 있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여성의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벽보를 붙이다 체포돼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단상에도 오를 권리가 있다”는 절규를 남긴 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자신의 성별에 적합한 덕성을 잃어버린 사람’ 구즈의 죄목은 ‘남성만의 평등을 위한 혁명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었다. 이후 프랑스에서는 기나긴 암흑기를 거친 끝에 1944년에야 여성에게 참정권이 허용됐다. 올해 프랑스에서 여성과 남성 장관이 똑같이 17명씩인 남녀평등 내각이 탄생하기까지 무려 220년이 걸린 셈이다. 이슬람권에는 아직도 ‘명예살인’이란 게 있다. 품행이 나빠 가족명예를 더럽혔다며 아버지나 오빠가 딸과 여동생을 죽이는 걸 당연시하는 관습이다. 몇 년 전 사우디에서 모르는 남자와 같이 있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체포된 자매를 오빠가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총으로 쐈다. 아버지는 가족의 명예를 지켰다며 아들의 ‘살인’을 용서했다. 요르단의 한 기자는 십여 년간 명예살인 실상을 파헤쳐 ‘명예살인 전문기자’란 말을 듣는다. 그 덕에 국제사회 감시 눈길이 엄해졌는데도 여전히 처벌은 미미하다. 사우디에선 여성들의 운전할 수 없다. 남편이나 가족, 운전기사가 모는 차만 탈 수 있다. 여성들은 돈을 벌어도 월급 절반을 대리 운전사에게 떼 줘야 한다. 여성 운전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가 기막히다. 여자가 차를 몰고 마음대로 다니게 두면 가정을 소홀히 하고 사회·윤리적 문제가 생긴다는 보수주의 성직자들의 '파트와' 때문이라고 한다. 파트와란 이슬람 학자가 이슬람법에 대해 내놓는 의견이다. 사우디에선 여성이 신분증을 받으려면 보호자 동의서와 고용주 허가가 필요하다. 사우디 정부는 몇 년 전 여성이 국경을 넘으면 남편이나 후견인에게 자동으로 긴급 문자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한 일이 있다. 여성들은 차라리 전자 팔찌를 채우라며 항의했다. 사우디 여성들의 억압된 삶은 종교 그 자체의 탓이 아니라 전통과 관습 때문에 빚어진다. 인류를 구원한다는 종교를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이런 지옥을 만들 수도 있구나 싶다. 사우디 여성들이 지난해 말경 지방선거에서 건국 83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후보를 내고 투표도 했다. 여성 당선자도 나왔다. 난생처음 한 표를 던지고 울음을 터뜨린 여성도 있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사우디는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을 뗐다. 여성의 정치참여는 사우디의 미래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