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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만 외치는 개인정보 유출
구호만 외치는 개인정보 유출
지난 4월 영화·음악·게임을 내려 받는 일본 소니사의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가 20차례나 해킹 당했다. 신상 정보가 새나간 고객이 59개국 7700만명에 이르렀다. ‘실제론 1억명' ‘사상 최악 정보유출'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국내 피해자도 수십만을 헤아렸다. 이름·아이디·비밀번호뿐 아니라 신용카드번호와 만기 날짜까지 유출됐다. 나중에 미국 FBI와 런던 경시청이 해커단체 ‘어나니머스' ‘룰즈섹'회원들을 범인으로 붙잡았다. 룰즈섹은 지난달에도 소니 자회사의 사이트를 공격해 고객 100만명의 정보를 빼갔다. 경품행사에 응모한 사람들의 정보였다. 룰즈섹은 “우리가 가져간 데이터는 암호화돼 있지도 않아서 그냥 가져갔다”고 떠벌렸다. 룰즈(Lulz)는 사람을 조롱할 때 쓰는 인터넷 은어다, 작년과 올해 미국 은행 씨티그룹, 통신사 AT&T, 일본 비디오게임 업체 세가에서도 정보 해킹이 잇달았다. 올봄 국내 여신 전문업계 1위 현대캐피탈에 해킹사건이 발생해 고객 175만명의 이름.주소.이메일이 빠져나갔다. 이중 1만 3000명은 신용등급과 비밀번호까지 해킹했다. 호사측은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광고까지 냈지만 누군가 민·형사상 책임을 졌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시스템에 침입해 해커는 협박 이메일에서 “전 금융권 어디든 들어갔다 와도 모르고 있더라”고 했다. 엊그제 국내 3위 포털사이트인 네이트·사이월드가 해킹당해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새나갔다. 규모로 쳐서 국내 최대 사건이다. 유출정보인 이름·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가 포함돼 있다. 이름을 대며 속이거나 광고하는 보이스피싱과 스팸메일에 따른 2차 피해가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 네이트는 “26일 중국발 악성 코드를 감지했다”고 했지만 정보 유출을 확인 한 것은 28일이었다. 이틀 동안 방치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사이트 회원 가입 때 주민번호를 쓰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민번호만 있으면 모든 개인정보가 줄줄이 딸려 나오기 때문이다. 악성 댓글을 잡아내고 전자상거래의 세원을 밝히려면 주민번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름과 이메일만 회원가입이 되는 나라도 많다. 서울중앙지법은 인터넷 통신회사 하나로 텔레콤(현 SK브로드벤드)이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의 동의 없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다른 업체에 넘겨 가입자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며 2348명에게 1인당 10만-20만원씩 4억6000만원의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에 관한 고객의 동의를 받은 경우라도 (고객이 이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별도로 받지 않고 서비스 개통확인서를 받으면서 (고객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넘겨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수 없는) 포괄적인 방식으로 받는 것은 유효한 동의로 볼 수 없다” 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인터넷 회원 가입을 받을 때 98%가 이름을 96%가 주민등록번호를 94%가 주소를 수집하고 있다. 기업은 깨알 같은 글씨로 된 장문의 약관 속에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하고 수집된 정보를 텔레마케팅업체 같은 제 3자에게 제공하는데 동의한다는 문구를 끼워 넣어 가입자로부터 약관에 대한 동의와 함께 일괄적 동의를 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가입자들은 무슨 정보를 왜 수집하고 어디에 어떻게 이용한다는 것인지 정확이 이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동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들은 그래놓고는 나중에 문제가 되면 가입자 동의를 받았다고 둘러댔다. 이에 대해 법원은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하려면 고객의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한다” 고 판결해 기존의 기업 관행이 잘못됐음을 분명히 했다! 더 이상 속수무책으로 당한 뒤 “비밀번호를 바꾸라, 보이스피싱을 조심하라” 는 ‘사후약방문' 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지구촌 곳곳에 한류의 열풍
지구촌 곳곳에 한류의 열풍
‘슈스케3(슈퍼스타K3)’가수 오디션에 응시한 사람이 200만 명에 이른다. 한국 인구를 대략 5000만 명으로 친다면 25명 중 1명이 가수가 돼 보겠다고 마이크를 잡은 셈이다. 가수 지망생들도 초등학생부터 60대 노인 보컬그룹까지 다양해 가히 국민적이라고 할 만하다. 누구든 도전할 수 있고, 실력만 있으면 발탁될 수 있음을 보여준 공정성이 슈스케 열풍을 만들었다. 가진 것 없고 아는 사람 많지 않아도 죽을힘을 다해 끼를 보여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다. ‘슈퍼스타K2’와‘위대한 탄생’의 우승자 허각과 백청강은 연예기획사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쳐 만들어진 아이돌 스타와는 거리가 멀다. 동화 속에서 금방 빠져나온 듯한 왕자의 이미지도 아니다. 환풍기 수리공과 옌볜 조선족 출신이라는 화려하지 않은‘과거’가 오히려 극적인 감동을 일으켰다. 보통만도 못해 보이는 사람들의 성공을 향한 몸부림에 시청자들은‘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대리체험과 대리만족을 한다. 슈스케가 너무 잘나가자 방송사의 고질적인 베끼기 현상이 심하다. 이른바‘미투 프로그램’이 10개에 이른다.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난립해 채널을 돌릴 곳이 없다. 상금이 총 5억 원에 이르자 일장춘몽을 꾸는 응시자를 유혹하는 엉터리 기획사와 ‘족집게 학원’이 난립한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1분 남짓한 시간 안에 심사위원들이 과연 옥석을 제대로 가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오디션 열풍에는 신바람이 나면 무섭게 몰아붙이는 한국인 특유의 DNA가 숨을 쉬고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한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만들어 낸 힘도 바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정신과 집중력에서 나왔다. 지구촌 곳곳에 한류의 실핏줄이 흐르기 시작한 것도 이런 오디션 열풍이 보여주듯 문화 저변의 탄탄함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젊은 음악가 다섯 명이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남·여 성악 1위, 피아노 2·3위, 바이올린 3위에 올랐다. 한국인의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은 1974년 정명훈(피아노 2위)씨가 처음이다. 이번 입상은 1994년 백혜선(피아노 3위)씨가 네 번째로 입상한 지 17년 만이다. 한국은 네 명이 입상한 개최국 러시아를 제치고 가장 많은 수상자를 내며 이 세계적 콩쿠르를 한국 클래식의 축제장으로 만들었다. 음악영재 발굴과 육성에 기울여 온 그동안의 관심과 노력과 지원의 결실이다. 우리는 특히 이번 쾌거의 밑거름 역할을 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활동에 주목한다. 수상자 중 서선영·손열음·조성진·이지혜씨는‘금호영재콘서트’‘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등 이 재단의 음악영재 발굴 프로그램 덕분에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고(故) 박인천 회장이 ‘영재는 기르고, 문화는 가꾸고’라는 슬로건 아래 창설한 문화재단을 박성용 회장은 2005년 작고할 때까지 심혈을 기울여 키웠다. 현 박삼구 회장도 “더도 덜도 말고 형님(박성용)만큼만 하겠다”며 일부 기업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 중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음악영재를 선발할 때 조금이라도 연고가 있는 심사위원은 처음부터 배제해 실력과 장래성만으로 뽑는다고 한다. 또 영재 발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장학금·항공권 지원, 연주기회 제공, 고가 악기 무상 대여 등 장기적 안목으로 다양한 혜택을 베풀고 있다. 그 결과가 역대 최고의 콩쿠르 성적으로 나타났다. 차제에 정치권은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도록 메세나활동지원법 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정치의 어려운 게 계파 싸움
정치의 어려운 게 계파 싸움
‘정치는 2류들의 게임’이라고 한다. 시험에서 수석합격을 했던 수재들이 정치에 들어가 2류들과 난타전을 벌이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가? 조선시대 시험성적이 가장 좋았던 인물이 율곡 이이(1536~1584)이다. 9번 수석을 한 구도장원의 기록보유자다. 그러나 48세에 세상을 떠났다. 너무 빨리 갔다는 느낌이 든다. 머리 좋은 사람은 애매한 상황에서 머리 나쁜 사람보다 훨씬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저술가로 뽑히는 두 인물이 원효대사와 다산 정약용(1762~1836)이다. 다산은 과거에서 차석을 하였는데, 수재가 유배와 만나니까 주옥같은 저술이 쏟아져 나왔다. 강진으로 유배를 가지 않고 서울에서 계속 정치를 하였더라면 어떤 업적을 남겼을까? 율곡처럼 빨리 죽었을까? 물론 예외도 있다. 그때 과거시험에서 다산을 제치고 수석을 차지한 인물이 서영보(1759~1816)이다 대제학을 지냈고‘만기요람’의 저자이다. 서영보의 아버지인 서유신도 과거 수석을 하여 대제학을 지냈고, 서영보의 아들인 서기순은 차석을 하였다. 서영보의 직계 6대 후손이 친박계의 서청원이다. 민주당의 천정배는 신안군 암태도라는 섬 출신인데, 흔히 목포의 수재라고 일컬어진다. 중2때 전남학술경시대회에서 수석을 하였고, 서울법대도 수석입학했다. 딸 2명도 공부를 잘해서 모두 서울대를 나와 큰딸은 서법고시에 합격해 부산동부지법에서 판사를 하고, 둘째 딸은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관으로 있다. 민변을 창립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 산좌 역할을 했지만 현실 정치에서 큰 재미는 못 보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이 천정배라면 한나라당은 원희룡이다. 제주 출신인 원희룡은 학력고사에서 전국수석을 했고 서울대법대 수석입학에다가 사법시험에서도 수석합격을 하였다. 특히 학력고사 전국수석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수재임에도 불구하고 책상물림의 얼굴이 아니라 말 타고 다니는 북방유목민족 특유의 야성이 들어가 있다. 그런 원희룡도 지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4위에 그쳤다. 인삼이 홍삼으로 변하려면 한번 솥단지에 찌는‘법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치법제’를 거쳐야 빨리 죽지 않는다. 민주당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에 야 4당 통합특위 연석회의를 공식 제안했다. 야 4당이 야권 통합을 위한 법적 절차를 연내 마무리 짓고, 하나의 정당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도 선진당과 우파 시민단체들을 아우르는 보수 대연합에 나서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의 선거는 중도 우파의 한나라당과 중도 좌파의 민주당이 중심을 이루고 다른 군소 정당들이 가세하는 2강 다약 구도하에 치러졌다. 우파와 좌파 진영이 이런 야당제 구도를 깨고 각각 하나의 정당 아래 뭉쳐 미국의 공화·민주당이나 영국의 보수·노동당 같은 양당 체제로 바뀐다면 우리 정당사의 획기적인 변화다. 지역 위에 이념과 정책은 덤으로 얹힌 듯한 현재의 기형적 정당구조를 이념과 정책을 축으로 하는 현대적 구조로 바꾸는 것은 80년대 이래 우리 정치의 숙제였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야 4당은 각기 따로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이념과 정책 면에서 서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과 정반대다. 야 4당은 한나라당 정권을 반대한다는 것 말고는 같은 것이 거의 없는 정당들이다. 만약 이런 형태의 통합 야당이 내년에 집권하면 북한세습체제를 인정하고 주한미군 주둔을 반대하며 FTA 같은 국가의 생존 방책을 모조리 반대하는 이들의 손에 국가의 운명이 맡겨지는 꼴이 될지 모른다. 민주당은 누가 정권의 몸통이고 누가 꼬리인지 알 수 없는 통합야당에 다수 중도층이 과연 표를 줄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한나라당도 극단적 우파 노선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과의 통합 논의에 들어가면 비슷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
‘폭우’인명과 재산 손실 증폭시킨다
‘폭우’인명과 재산 손실 증폭시킨다
네덜란드는 역사상 수많은 홍수와 해일을 겪었다. 유럽의 지형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네덜란드라는 이름 자체가‘저지대’를 가리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나라는 국토 전체가 낮고 평평하다.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해야 해발 321m에 불과하고 많은 곳은 아예 해수면보다 낮다. 유럽 대륙의 동쪽과 남쪽의 고지대에서 발원한 라인강, 마스강, 스텔더강이 모두 이 나라로 흘러와서 바다로 들어가고, 그 강들의 하구에는 수많은 지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따라서 자국 영토가 아니라면 이국땅에서 큰 비가 와도 그 물이 전부 이 나라에 흘러와서 넘치곤 했다. 특히 상류에서 큰물이 내려오는 것과 만조 혹은 해일이 겹치면 엄청나게 큰 피해를 보았다. 역사상 최대 홍수로 알려진 1421년 성엘리자베스 축일의 홍수 때에는 1만명이 죽고 20여 마을이 물에 잠겼다. 1287년에는 거대한 민물 호수였던 플레보호의 북쪽 입구가 물에 휩쓸려가면서 호수가 바다와 연결되어 커다란 내해가 되었다. 홍수가 아예 지형을 변화시킨 것이다. 최근 사례로는 1953년 홍수를 들 수 있다. 이때 약 64만 에이커가 물에 잠기고 18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10만명이 집을 잃었고, 가축 10만마리 이상을 잃었다. 당시 암스테르담 시는 거의 5m 높이의 물에 잠겼다. 1995년에도 라인강과 마스강의 수위가 올라가서 25만명의 주민들과 100만마리의 가축들을 소개하는 대역사가 벌어졌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끝났다. 이처럼 네덜란드의 역사는 물과의 전쟁의 연속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물의 위험에 맞서 제방을 쌓고 간척사업을 하여 폴러라 불리는 간척지를 만들었다. 13세기 이래 이 나라에서 이처럼 간척을 통해 얻은 땅이 1만㎢로 국토 전체 면적의 20%나 된다. 그러나“신이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인들은 네덜란드를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치수 방식이 더 발전하여 보통 때에는 물길을 열어두어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살아나도록 하면서 심한 폭풍우가 칠 때에는 댐을 닫아 안전을 확보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6~27일 수도권과 강원지역에 쏟아진 기습호우로 서울·춘천에 산사태가 발생해 62명의 사망·실종자를 냈다. 이틀 동안에 내린 비는 서울 관악구 남현동 같은 곳에선 시간당 113mm나 내려 47년 만의 최대 강우량을 기록했다. 수도권의 대중교통이 마비되고, 정전사태가 겹쳤으며 통신두절 현상까지 나타났다. 수해의 안전 기준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폭우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기 때문에 상습침수지역의 하수도 배수시설 지하저류조 제방 등을 확충해야 한다. 수해방지시설이 과거 기준으로 설계돼 요즘과 같은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취약하다.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수해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춘천 산사태의 경우 기상청의 강수량 예측이 틀렸을 뿐 아니라 사고 1시간 전 인근 배수로가 막혀 주택이 침수됐다는데도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날씨가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뚜렷한 징후다. 6~9월 넉 달 동안 열대지방의 우기와 같은 날씨가 이어져 매년 겪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10여년간 우리나라엔 장마철에 내린 비의 양이 더 많았다. 지난해에도 추석 연휴에 폭우가 쏟아져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장마 이후의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올해에도 충분히 예견됐지만 무방비 상태로 여름을 맞았다가 피해를 키웠다. 수재는 인재와 결합해 인명과 재산 손실을 증폭시킨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가장 긴급히 해야 할 일 중 하나인‘물폭탄’피해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지성이면 감천’평창 마침내 해냈다
‘지성이면 감천’평창 마침내 해냈다
‘승거목단 수적천석’먹물로 톱질해도 나무가 잘리고 물방울이 계속 떨어지면 돌이 뚫린다는 뜻이다. 중국 북송 때 숭양 지방의 사또 장괴애가 한 말이라고 송나라 학자 나대경이 쓴「학림옥로」에 전한다. 장괴애가 관아 창고에서 옆전 한 닢을 훔친 관원을 심문하는 대목에서다. 옆전 한 닢이 무슨 큰 죄냐고 관원이 항변하자‘일일일전 천일천전’하루 한 푼일지라도 천 일이면 천 푼이라며 덧붙인 게 바로 이 말이다. 당시 정황으로 보면‘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정성을 다해 끊임없이 노력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하는 말로 굳어졌다. 명나라 홍자성이「채근담」에서‘승거목단 수적천석’을 배우는 사람이 견지해야 할 자세로 언급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부단한 정성과 노력의 의미로 자주 인용되는 말엔‘우공이산’도 있다. 「열자 탕문편」에 보인다. 우직하게 한 가지 일을 계속 물고 늘어지면 하늘을 움직여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는 거다. 중국 마오쩌둥이 즐겨 사용했던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하루 전까지 사저에 걸어 두었던 액자 글귀도‘우공이산’이다. 당나라 때 시선 이백에게 학문의 자세를 일깨운‘마부작침’은 어떤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일의 함의 또한 끈기와 정성이다 ‘정성’은 유·불교에서 삶의 바탕으로 가르치는 덕목이다.「중용」에서 정성은 하늘이 준 도리이고 정성을 실천하는 게 사람의 목표다. 그래서‘무성무물’정성스럽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음이다. 불교는 깨달음을 얻는 일도, 세상을 살아가는 일도 정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구하면 반드시 얻는다.”는「잡보잠경」의 가르침이 그 예다. 평창의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 성공은 10여년간의‘부단한 정성’이 이뤄낸 쾌거다.“평창 코리아”남아공 더반의 낭보에 온 국민이 감격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 사회각계, 정부와 기업, 강원도민, 그리고 아낌없이 성원한 국민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유치 성공에는 지난해 벤쿠버에서 보여준 겨울스포츠의 떠오르는 강국으로서 면모도 한몫했을 것이다. 김연아의 환상적인 피겨, 모태범·이상화·이승훈의 쾌속 질주가 세계인의 가슴에 짙은 인상을 남겼다.‘새로운 지평’을 내세운 치밀한 전략도 좋았다. 대통령과 기업총수들까지 나서 지지를 부탁하는 진정성도 10C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여름과 겨울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포뮬러 원(F1)을 모두 개최하는‘스포츠 그랜드 슬램’을 이뤘다. 이는 세계에서 5개국 뿐이다. 이런 규모의 국제대회는 성숙한 시민, 선진화된 사회, 그리고 탄탄한 국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민 모두가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만하다. 문제는 폐막 이후다. 잔치는 성대하게 치러놓고 뒤치다꺼리 하느라 밑 빠진 독에 세금을 퍼 넣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된다. 기왕에 조성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겨울스포츠 명소로 거듭나는 것이다. 천혜의 자연과 완벽한 경기시설, 여기에 올림픽 홍보 효과를 이용해 세계 최고의 겨울 휴양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이 100만 명만 늘어도 10년간 32조 2000억 원의 경제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꿈이 그냥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무역 규모는 서울올림픽 성공시켰던 1988년 1125억 달러에서 올해는 1조 달러로 9배 이상 커졌고, 그와 함께 경제규모(GDP)도 1923억 달러에서 1조 143억 달러로 5배 이상 팽창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어젖힌 덕분에 세계 경제의 부침 속에서도 성장의 길을 달려 풍요로운 나라로 나가고 있다. 평창올림픽도‘평창과 강원도만을 위한 올림픽’을 넘어 국도 전체를 올림픽투구로 바꾸겠다는 차원으로 눈길을 높여 한 번 더 세계를 향해 활짝 문을 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너지는 교실‘양극화 현상’
무너지는 교실‘양극화 현상’
1948년 마지막 무상영화‘검사와 여선생’에서 검사는 가난한 초등학생 시절 여선생님이 베푼 따스한 보살핌을 잊지 못한다. 그 선생님이 살인죄로 기소되자 검사는“그럴 리 없다”며 결국 누명을 벗겨준다. 여선생님에게서 모성을 느꼈던 시절, 누구나 공감했던 영화다. 여선생님이 워낙 드물기도 해서 지금 노년·중년들은 어쩌다 담임으로 모셨던 여선생님 성함을 잊지 못한다. 탤런트 오지호가 고향을 찾는 TV 프로그램에 나와 초등학교 여선생님과 영상 대화를 나눴다. 선생님은“이 썩을 놈아, 나를 첫사랑이라고 표현했냐”며 반가움을 뒤집어 표현했다. 서정주는‘첫사랑의 시’에서“나는 열두살이었는데요. 우리 예쁜 여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해서요.”라고 했다. “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깎고, 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라고 노래했다. 여선생님은 엄마처럼 누나처럼 포근한 추억이다. 작년 통계에서 초등학교 여교사는 13만 2000여명으로 초등학교 교사의 75%를 차지했다. 지난 3월 서울에서 남자 교사가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일곱 군데였다. 여교사 비율은 중학교 65.7%, 고등학교 44.3%였고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결혼정보회사가 최고로 치는 배우자감이 신랑은 판사, 신부는 교사다. 취업 기회가 적었던 여성이 교직에 몰리다 보니 교단에 여초 현상이 일어났다. 가뜩이나 선생님 권위가 흔들리는 교실에서 여교사들을 함부로 대하는 학생이 많아 걱정이 커가고 있다. 어느 고교 교장이 유난히 떠드는 학급의 담임 여교사에게 주의를 줬더니“대드는 아이들이 무서워서 놔둔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고등학교 남학생이 여교사 어깨에 손을 얹으며“누나 사귀자”고 희롱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세상이다. 지난해 남학생이 여교사를 때리거나 목을 조르고 침을 뱉는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만 여덟 건이다. 새내기 교사들은 영국 영화‘언제나 마음은 태양’같은 스승과 제자 사이 인간애를 꿈꾼다. 요즘 버릇없이 자란 아이들 앞에서 그 꿈은 물거품이 된다. 학교마다‘남자 교사 할당제’를 하자는 말도 나온다. 교사도 벌을 줬다간 봉변을 당하는 판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예전에는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했거늘! 최근에는 지하철에서 자기 아이를 만졌다는 이유만으로 할머니의 얼굴을 때린 어느 젊은 엄마와 다리를 꼬면 바지에 신발이 닿으니 치워달라는 할아버지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하는 20대 청년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역대 최고로 부도덕한 시대를 살고 있어야 한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작년 11월 1일 체벌 금지, 복장·두발 자유화,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제한을 않는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올 1학기부터 시행하고 있다. 두 교육감이 진보·좌파의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학생 인권’경쟁을 벌이는 와중에서 학교 현장은 갈수록 황폐해가고 있다. 진보·좌파 교육감이 있는 서울·경기·강원·전북·전남·광주 교사의 67.8%가 1년 전보다 교육환경이 황폐해졌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3월 지자체 조례보다 상위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엎드려뻗쳐나 팔굽혀펴기 같은‘간접체벌’을 활용할 수 있게 했으나 서울·경기·강원·전북 4개 시·도 교육감은 이를 거부했다. 경기 교육감은 보란 듯이‘5초 엎드려뻗쳐’교사의 징계를 강행했다. 교사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교총 조사에서 교사 3067명 중 96.6%가“수업 중 문제학생을 발견해도 일부러 회피하거나 무시한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1만 1500개 초·중·고교 교실에서‘교육 포기’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업 방해하는 학생의 인권만 인권이 아니다. 공부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인권도 인권이다. 교사가 매를 맞아도 눈을 감고, 탈선하는 아이들을 인권을 명분 삼아 방치하는 나라의 앞날이 어떠하겠는가. 지금의 좌파 교육감들에게 그 무서운 책임을 묻게 될 날이 머지않아 닥칠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
어른이나 아이에게 적절한 칭찬과 꾸중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쉽지 않아‘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니까 시도 때도 없이 칭찬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흔히 부딪히는 실수는 여기에서 말미암는다. 칭찬도 기술이 없으면 되레 부작용을 낳는다. 칭찬과 꾸중은 7대 1의 비율이 적당하다는 전문가도 있다. 아동심리상담전문가는 아이가 부모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다는 확신을 갖는데 이 비율이 가장 좋다고 주장한다. 문제 학생들에 대해서는 칭찬과 꾸중을 5대 1의 비율로 하라고 권장하기도 한다. 영국 교육부가 지난 각 급 학교에 내린 지침이다. 지적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꾸짖어야 효과적이다. 아이들은 순간순간만을 생각하며 살기 때문이다. 칭찬 때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전직 교장인 도비타 사다코는‘못된 놈’‘고집불통’과 같이 부정적인 어휘를 쓰는 것은 아이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과 같다고 환기시킨다. 미국의 저명한 교육 컨설턴트인 케이트 켈리는 좋은 칭찬 방법은 구체적이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켈리는 칭찬보다 중요한게 꾸중의 기술이라며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절대 화를 내며 이야기하지 말 것, 짧게 할 것, 자존심을 다치지 않도록 주의할 것. 경영컨설턴트 스펜서 굳은‘1분 혁명’을 제안한다. 아이들의 행동이 올바르지 못할 경우 처음 30초 동안 꾸짖되,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10초 정도는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잠시 침묵한다. 나머지 20초 동안 감정을 가라앉히고 사랑을 표시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렇듯 다양하지만 칭찬과 꾸중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하는 게 일상이다. 엔도르핀(endorphin)은 뇌에서 생성되는 천연 진통제라고 할 수 있다. 1975년 생화학자인 한스 코스터 리츠 영국 애버딘대 교수가 처음 발견했다. 그는 이 물질이 모르핀보다 200배나 진통 효과가 강한 점에 착안해‘체내의 모르핀’이라는 의미로 엔도르핀으로 이름을 붙였다. 국내에서는 1988년 이상구 박사가‘엔도르핀 이론’을 들고 나와 건강 열풍을 일으키면서‘행복 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엔도르핀은 자동적으로 분비되지 않는다. 낙천적인 성격의 사람이라고 해도 마음과 몸이 행복하지 않으면 엔도르핀을 만들어낼 수 없다. 기쁘고 즐거우면 엔도르핀이 생산되지만 우울하고 기분이 나쁘면 정반대의 효과를 내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웃음은 엔도르핀 생성 촉진제로 알려져 있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거나 섹스를 할 때도 엔도르핀이 만들어진다. 독일 뮌헨공대 헤닝 뵈커 교수팀은 육상선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엔도르핀 분비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9세까지는 칭찬하고 11세 때부터 꾸짖어라”9세 아동에게는“잘했다”는 식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대해주고, 11세 아동에게는“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대해주는 것이 학습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단지 능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부위가 8~9세 그룹에서는 칭찬에 강하게 반응하고 지적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반면, 11~12세 그룹과 18~25세 그룹은 지적에 강하게 반응했다. 그론 박사는“어린이들에게 처벌보다는 보상이 더 효과적인 교육법이라는 게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칭찬의 한마디는 희망과 용기를 주며‘행복한 삶’밝고 인정이 넘치는 사회의 원동력이 되며 더욱이 청소년들에게 인성을 바꾸는 사회를 부정보다 긍정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변사또’변치말고, 사랑하고, 또 칭찬하다!
4·27 재·보선 국민 속 터질판
4·27 재·보선 국민 속 터질판
노심에 세계의 눈이 쏠렸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로의 핵연료가 얼마나 열을 받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적지 않은 방사성 물질이 세어 나왔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자칫 안정화에 실패해‘멜트다운’으로 불리는 노심용해라도 일어난다면 큰일이다. 이 경우 방사성 물질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핵재앙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 체르노빌처럼 시멘트를 부어 봉인해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노심이 정치를 달구고 있다. 김해을 국회의원 재·보선을 둘러싸고‘노심논쟁’이 뜨겁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으로 갈린 추종 세력들이 서로 적통을 주장하는 형국이다. 선거 결과에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노심’의 폭발력이 민낯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노심은 주체가 바뀌었다.「맹자」에‘마음으로써 수고로운 사람은 남을 다스리고, 힘으로써 수고로운 사람은 다스림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노심자치인 노력자치어인’이다. 그렇다면‘노심’은 당연히 정치인 몫이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이‘노심’에 사마천의「사기」가 대구를 붙였다.‘와신상담’의 주인공 월왕 구천이 쓸개를 맛보면서‘권토중래’를 노린다. 하루하루 속이 탈 수밖에. 여기서 속을 태운다는 뜻이‘초사’가 나왔다 . 바로‘노심초사’의 연원이다. 내일은 좀 나아질까, 모래는 달라질까 노심초사하는 쪽은 권력놀음에 취한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통했던 유시민 씨(현 국민참여당 대표)는 논란을 몰고 다닌다. 2003년 4월 경기 고양 덕양갑 재선거 연합공천을 놓고 개혁당 후보였던 유 씨는 집권 민주당과 날카롭게 맞섰다. 민주당 일각에서“집권당이 후보를 못 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했지만 당시 노대통령은 물밑에서 유 씨가 당시 여권의 연합공천 후보가 되도록 지원했다. 공천권을 따낸 유 씨는 여유 있게 당선했다 . 같은 해 노 대통령 주도로 창당된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유 씨는 개혁파 진영을 대표하며 당권파와 충돌했다. 이른바‘빽바지(개혁파)’와‘난닝부(당권파)’논쟁도 그때 불거졌다.‘빽바지’는 유 씨가 첫 등원 때 흰 바지를 입었던 데서 따온 말이다 .‘난닝구’는 2003년 9월 러닝셔츠 차림의 50대 남성이 열린우리당 창당에 반대하고 민주당 사수를 외친 데서 유래됐다. 기간당원제 문제, 민주당과의 재통합 문제를 놓고 양측의 감정이 격화된 가운데 유 씨는“옳은 말을 싸가지 없이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재임 시절 노 대통령은 유 씨를 각별히 아꼈다. 노 대통령과 유 씨는 영남 지역주의에 안주해 기득권을 챙기는 한나라당도 싫어했지만 열린우리당 당권파도 호남 지역주의에 빠져 있다고 생각했다. 2006년 초 열린우리당 내 상당수 의원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카드에 반대했을 때도 노 대통령은 인사를 강행했다 . 유 씨가 지난해 국민참여당을 창당하자 적지 않은 친노 인사들도 그를 분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그런 유 씨가 야권 대선후보 중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과정에서 확인됐듯이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유씨에 대한 반감도 여전하다.‘안터’세력이 있는 만큼 젊은층의 지지세는 만만치 않다. 4·27 김해을 재선거의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책임에 대해 자신에게 화살이 쏟아졌지만 유 씨는“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대선 야권연대도 어렵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지율이 정체 상태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 뛰어든 것도 이런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체 243개 국회의원 선거구 중에서 3군데, 16개 시·도지사 중 한명을 다시 뽑는 재·보선에 여야가 이처럼 총력전을 펼치는 나라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비자금 관련 미술시장의 비리
비자금 관련 미술시장의 비리
리즈 테일러는 1963년 소러비에서 26만달러를 주고 반 고흐의‘생레미’병원의 뜰을 샀다. 나치를 피해 독일에서 남아공으로 망명했던 마가레트 보트너라는 사람의 자손들이 2000년대 초 이 그림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939년 나치가 빼앗아간 할머니 그림이다. 그림을 살 땐 나치 약탈품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리즈가 조심성이 없었다. 그러나 2005년 캘리포니아 법원은 소송 시한 3년이 지났다며 리즈의 손을 들어줬다. 1997년 오스트리아 레오폴드 미술관은 에곤 실례 작품 150점을 뉴욕 모던아트 미술관의 초상화를 비롯한 두 점이 나치 약탈품으로 드러났다. 뉴욕 검찰은‘미국 약탈 재산법’에 따라 압류하겠다고 나섰다. 신문들은 실례 작품이‘불행한 여행’을 했다고 썼다.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소장한 피카소의‘앙헬 페르난데스 데 소토의 초상화’도 비슷한 곡절을 겪은 끝에 작년 런던 크리스티에서 600억원에 팔렸다. 프랑스 컬렉터 자크 월터는 1955년 뉴욕에서 반 고흐‘오베르의 정원’을 샀다. 월터가 이태 뒤 이 작품을 프랑스로 들여오자 정부는 바로 국보로 지정하고 해외 반출을 금했다 . 별수없이 월터는 92년 파리의 은행가에게 국제가격 6분의 1 값인 5500만 프랑(76억원)에 팔았다. 월터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94년 파리법원은 국가가 1억 4500만 프랑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오리온그룹 비자금 의혹에 관련된 사람들이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 작품‘플라워’의 소유권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오리온그룹 계열사가 서미갤러리와 수백억 원대의 미술품 거래를 하면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확보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차장 재임 시절 전군표 당시 청장에게 서미갤러리에서 산 그림을 상납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부산 2저축은행에서는 대주주인 은행장이 그림의 담보 가치를 과다하게 평가해 아들에게 부정 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자식에게 부동산을 넘겨주면 많은 세금을 내야 하지만 미술품을 주면 세금을 피할 수 있어 변칙적인 상속과 증여수단으로도 악용된다. 우리 미술시장에서는 몇 억원짜리 그림을 사고팔아도 누가 사고 누가 팔았는지 알 수가 없다. 미술품을 사고파는 데 따르는 취득세, 등록세, 소득세도 없도. 미술시장의 비리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미술품이 실명으로 거래되도록 서둘러 제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는 미술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계속 미뤄져 왔다. 정부는 1990년부터 이 제도를 추진했으나 2008년 소득세법에 그 내용을 포함시키고도 부칙을 통해 2011년 시행으로 유예했고, 지난해 다시 2013년으로 연기했다. 조세 원칙상 미술품이라고 해서 과세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미술시장의 각종 비리가 드러난 이상 양도세 과세를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우리 미술시장은 연간 매출액이 3000억원 정도로 중국·일본의 10분의 1 규모다. 화가 중에는 박수군·이중섭처럼 작품 판정 가격이 몇 억원 되는 인물도 있지만 작품만 팔아 생계가 가능한 작가는 미술협회 등록 미술인 2만 5000명 중 10%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미술품이 요즘처럼 변칙 상속과 뇌물의 수단으로 빈번하게 등장하고, 화랑이 공공연한 비자금 조성 통로로 악용된다면 국민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미술품 거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거래 자료를 추적하는 등 감시 체계와 능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침착한 국민성
죽음의 공포 속에서 침착한 국민성
국민성을 비교할 때 흔히 등장하는 나라가 프랑스·영국·독일이다. 프랑스 역사가 쥘 미슐레는“프랑스는 개인이고 영국은 제국이며, 독일은 민족이다.”라고 압축했다 .‘프랑스인은 달린 후에 생각하고, 독일인은 생각한 후에 달리고, 영국인은 걸으면서 생각한다.’는 일화도 있다. 프랑스인은 대혁명 같은 역사적 사건을 일단 저질러 놓은 뒤 사태를 추스른다. 독일인은 패망으로 끝난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보듯 목표를 세우면 돌진한다. 영국인은 경험을 쌓고 신중히 전개하는 타입이라고 한다.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유엔에서 나라별로 대표가 나와 자국의 국민성을 이해시키는 자리를 마련했다. 프랑스는‘예술’, 영국은‘신사’, 독일은‘근면’이라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듣고 있던 한국인이 도중에 튀어나왔다.“거 좀 빨리빨리 하고 들어갑시다.”라고 했다. 성마른 한국인의 특성을 재치 있게 그려낸 묘사다. 국가라는 공동체 아래 살다보면 같은 가치관, 행동양식, 기질 등이 쌓여 국민성이 형성된다. 나라마다 각양각색 문화가 있어 우열을 가릴 순 없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역사적 연구」에서“사회의 쇠퇴나 문명의 몰락은 외부가 아닌 내부적 요인에 기인한다.” 고 갈파했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업적을 남긴 민족의 특성을‘진실한 국민성’과‘굳건한 단결력’에서 찾았다. 국민성이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는 것이다. 한 나라의 역사는 국민성이 응축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대참사 앞에서 보인 일본의‘메이와쿠 가케루나 문화’에 세계가 놀랐다. 우리 말도 떼지 못한 딸아이가 일본에 살며 세 살 때 배운 말은 차례 순서를 뜻하는‘준반’이었다. 이 말을 가르쳐준 건 보육원 교사가 아니라 또래 아이들이었다. 놀이터에서 미끄럼을 타려던 아이들은 다투지 않고“준반준반”을 외치며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먼저 미끄럼을 타려던 딸도 어느새‘준반’을 외치며 줄을 섰다. 일본 엄마들은“남에게 폐(메이와쿠)끼치지 말라.”는 말로 가정교육을 시작한다. 지하철에선“다리를 꼬거나 뻗으면 남에게 폐가 됩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하루 종일 나온다.‘국화와 칼’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는“일본인들은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민감하다.”고 했다.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절제하는‘수신 문화’다. 일본 47개 도도부현에는‘메이와쿠 방지 조례’라 하여‘남에게 현격적 폐를 끼치는 행위’는 법으로 금하고 있다. 2009년 11월 부산 사격장 화재로 10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숨졌을 때도 부산에 온 가족들은 통곡 대신 침통하게 무릎을 꿇은 채 흐느낄 뿐이었다. 자신의 슬픔을 드러내는 것조차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일본의 장례식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대진에서 외신들은 일본인의 인내와 질서를‘인류정신의 진화’라며 극찬했다. 다리를 다친 환자는 구조대가 도착하자 미안해하며“나보다 더 급한 환자가 없느냐.”고 물었다. 생필품이 부족해도 약탈이 없고, 슈퍼마켓 앞에는 수백 미터의 줄이 이어졌지만 새치기가 없다. 지하철회사는 운행을 제한했고, 시민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절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네티즌들은“파친코와 유흥업소 사장님들, 조금만 참자.”는 메시지를 올렸다.“남편과 연락이 안 된다.”며 애끓는 구조 요청을 할 때 피난소 여인은 절규 대신 고개만 숙였다. 비극 속에서도 내 자유와 권리를 주장할 땐 남의 자유와 권리도 존경해야 한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곧잘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네 모습과 영 달랐다. ‘천지불인’이라는 노자의 통찰력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자연은 인간에게 너그럽지 않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추구, 즉 짚으로 만든 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에게도 엄청난 천재지변이 닥칠지 모른다.‘빨리빨리 신화’가 만들어낸‘다이내믹 코리아’로 그런 험난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 본받아야 할 것은 많고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