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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법부 코드 인사
[칼럼]사법부 코드 인사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임명동의안 가결에는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했으나 찬성 145명, 반대 145명으로 2표가 부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헌재 소장에 지명한 것이 지난 5월 19일이다. 헌재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고 평화적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은 헌재가 제 역할을 다한 덕분이다.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김 후보자의 성향이 진보적이라는 이유로 보수야당 의원들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2014년 12월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2005년 5월 헌재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근거인 교원노조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할 때도 김 후보자는 해당 조항이 해직 교사의 자주성과 단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번 부결로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역대 최장을 기록하고 있는 헌재 소장 공백 사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부결 사태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지명한 뒤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여당 역시 대통령 지지율만 바라보며 야당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았다. 집권세력의 이런 자세로는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검찰·국정원 개혁, 방송 개혁, 증세·건강보험 확대 등 각종 개혁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후보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판결도 문제가 있었다. 시민군을 태워준 버스 운전기사에게 사형을, 공수부대 진압군의 폭력적 행태에 부대를 이탈한 방위병 166명에게는 모두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했다. 독재정권 때는 그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린 김 후보자가 대통령 탄핵까지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수장감이 아니라는 공감대는 일찍이 형성됐다. 청와대는 야당을 맹비난했다. 안준 부결엔 각 당의 정치적 행동에 따른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심각한 결격 사유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야당도 끝까지 반대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주도한 지하혁명 조직은 북한과 전쟁이 벌어질 경우 남한의 국가 기관 시설을 타격하자는 모의까지 했었다. 그런 정당의 해산을 반대한 사람이 헌재소장 자리에 오른다는 것을 상식으로 납득할 수 있는가! 정부가 최근 했던 일련의 사법부 인사가 권력의 사법부 장악 시도로 비칠 정도로 치우쳐 있다는 것도 인준 부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도 밥원 내 특정 성향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사람이다. 민변 출신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노골적으로 정치 활동을 해왔던 것이 문제되다가 결국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 기간 중 대법관 13명 중 12명,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이 바뀐다. 사실상 전면 교체다. 그런데 이 사법부를 통째로 바꾸다시피 하는 인사를 한쪽 이념, 코드 일색으로 하면 사법부가 어떻게 되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장은 3000명에 달하는 전국 법관의 인사권도 갖고 있다.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 판사는 ‘재판은 곧 정치’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판결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되면 사회적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대립을 해소하려면 문 대통령과 여당은 이번사태를 계기로 진정한 협치의 길로 나가야 한다. 감정적 대립으로 치닫는 정국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개혁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칼럼]국가 위기 누가 지킬 것인가
[칼럼]국가 위기 누가 지킬 것인가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사드 1개 중대 배치가 비로소 완료됐다. 작년 7월 8일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한 지 426일째 되는 날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1월 사드 배치 검토를 밝힌 시점부터는 1년 8개월만이다. 북이 노동급 이상 미사일을 고각발사해 남한을 타격하면 기존 방어 체계로는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미국은 주한 미군 기지와 증원 병력이 들어오는 시설을 지키기 위해 미국 예산으로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요구했고 우리가 받아들였다. 군사 전략상으로는 기존 중·저고도 요격미사일에 고고도를 보강해 요격망을 다층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 우리 사회에서는 정쟁의 희생양이 되고 외국간섭을 초래하고 말았다. 국가의 총체적 실패 사례로 불러 마땅하다. 애초에 군사 조치는 기밀이어야 한다. 사드와 같이 중요한 방어 체계는 설사 알려지더라도 반입·배치된 이후에 공개돼야 한다. 그 경우에도 위치 등은 보안 사항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는 ‘3(요청·협의·결성) NO’방침을 유지했지만 그 모호한 시기가 너무 길었다. 정부의 우유부단이 중국이 끼어들 틈을 제공했다. 북이 5차 핵실험을 했는데도 중국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발표했지만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 같은 기괴한 일들이 시작됐다. 배치 지역이 금세 공개되는가 하면 전자파 괴담에 빠진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더 충격적인 것은 주민이 반발한다고 군사적으로 결정된 배치 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꾸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번엔 새 지역 주민이 들고일어났다. 나라 지키는 일을 외국에 맡긴 사회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괴담은 사드 전자파가 인체를 태워 죽일 수 있다는 등으로 광기를 드러내더니, 실제 측정된 전자파가 ‘0’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이를 무시했다. 전자파 괴담을 퍼뜨린 방송·신문은 허무맹랑한 것으로 밝혀져도 사과도 하지 않는다. 한 방송인은 정치인들을 불러내 사드 괴담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당시 야당은 국민을 지키기 위한 문제를 철저하게 당파적으로 이용했다. 안보적 고려는 없이 정부를 비난하는 데만 몰두했다. 일부 의원은 사드 반대 집회에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라는 노래를 부르며 춤추고 장난했다. 심지어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막무가내 사드 보복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이들에게 북핵 방어와 군사 주권은 안중에도 없었다. 중국은 한국 국론 분열을 마음대로 이용했다. 이 야당이 집권한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사드 반입 보고 누락’ 사건을 만들었다. 문 대통령이 “충격적”이라며 마치 국기 문란인 듯이 난리를 쳤지만 어는 순간 슬그머니 사라졌다. 조사해보니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이 와중에 새 정부 인사들이 일반인들도 뉴스를 통해 아는 사드 반입 사실을 모른다는 것, 더구나 군 장비 반입과 배치의 차이도 모른다는 점만 드러났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오락가락 대응에 외교안보 전략 부재만 노출한 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사드 배치라는 결론에 다다른 셈이다. 이번 사드 배치과정은 노무현 정부 초기 이라크 전투병 파병 결정을 연상케 한다. 그때도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파병을 결정했다. 노무현 정부 실패의 서막이었던 파병 결정을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다행히 환경영향평가 후 최종결정이라는 장치가 남아 있다. 사드 배치의 전략적 효용성과 중구고가의 관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이번 과정에서 신·구 정부의 무능, 정당들의 무책임, 민간의 이기주의를 한꺼번에 드러냈다. 정부는 전 과정을 기록한 ‘실패 백서’라도 만들어야 한다.
[칼럼]대법원 유죄판결 온정주의
[칼럼]대법원 유죄판결 온정주의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만기 출소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그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를 ‘사법 적폐’로 규정했다. 김현 대변인은 “억울한 옥살이에서도 오로지 정권교체만을 염원한 한 전 총리님, 정말 고생 많으셨다”며 “향후 사법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추미애 대표는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한 전 총리를 타깃으로 이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사건은 그가 건설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와 유죄가 확정된 사안이다. 사법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여당이 한 전 총리 재판 결과를 거론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한 전 총리가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된 것도 아닌데 출소현장에 여당 지도부가 우르르 몰려가 영웅맞이하는 듯한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명박 정부 검찰은 당시 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 전 총리를 표적 수사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았다는 1차 뇌물사건이 무죄가 난 것이 확실시되자 2010년 4월 검찰은 또 다른 혐의로 한 전 총리를 옭아맸다. 대법원이 2년 가까이 시간을 끌고 사건을 전원합의제에 올려 표결하는 등 불필요한 억측과 오해를 산 측면은 있다. 그런데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정황 증거가 드러났다. 건설업자가 발행한 1억원짜리 수표가 한 전 총리의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한 전 총리 비서도 건설업자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건설업자가 건넨 수표를 한 전 총리가 받아 동생에게 줬다고 판단하고 대법관 8대 5로 유죄를 확정했다. 당사자인 한 전 총리로서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재판을 다시 해도 사법적 진실이 달라지기는 어렵다. 게다가 일부 무죄 의견을 낸 대법관 5명도 한 전 총리가 건설업자로부터 최소 3억원을 받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한 전 총리의 대법원 판결에 참여했던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근거 없는 비난은 사법부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의 유죄 판결은 대법관 13명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에서 결정됐다. 한 전 총리느 전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자금에서 어떻게 건설업자가 제공한 1억원의 수표가 발견될 수 있겠는가! 대법관 모두 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다. 사실 한 전 총리의 수사 및 재판 과정을 보면 일반인보다 오히려 혜택을 받았다. 9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불법수수하면 보통 피의자를 구속하는 게 관행이지만 검찰은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과 달리 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이 선고됐지만 법원은 그가 현직 의원이라는 이유로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건 선고를 2년 가까이 끌어 그는 2015년 8월 24일 수감될 때까지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억울하다기보다는 특혜를 누린 셈이다. 한 전 총리와 집권 여당은 2011년 10월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재판부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3년 9월 항소심에서 유죄로 바뀌자 “정치적 판결”이라고 재판부를 비난했다. 부패에 눈감고 권력에 굴종하는 사법부를 개혁한다면서 사법개혁의 깃발을 내걸고 있는 민주당이다. 그럼에도 한 전 총리 감옥행을 사법 적폐라고 하는 것은 이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의심케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온정주의 때문에 시대적 과제인 사법개혁의 순수성을 훼손해도 되는지 성찰해 보기 바란다.
[칼럼]교사임용 정부가 해결하라
[칼럼]교사임용 정부가 해결하라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올해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 정원이 대폭 줄어들어 전국의 교대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846명 선발에서 올해 105명으로 88%가 줄었고, 경기도는 1712명에서 868명으로 절반 축소된다. 전국적으로 40%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예년의 경우 임용시험 경쟁률이 1.2대 1 정도였는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교사의 꿈을 키우며 시험을 준비해 온 학생들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느낌일 것이다. 임용시험이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 전국 교대생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했다. 반발이 심해지자 교육부는 “선발 인원을 재검토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교육 당국이 키웠다. 해마다 시·도교육청에서는 지역별 ‘신규 교사 수용 인원’을 조사해 교육부에 올리고, 교육부는 관계 부처와 합의해 정원을 확정한다.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매년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사 수요가 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은 최근 몇 년간 신임 교원 숫자를 줄이지 않았다가 올해 갑자기 대폭 축소한 것이다. 그러고는 서로 남 탓을 했다. 교육청은 “최종 결정권은 교육부에 있다”고 하고, 교육부는 “교육청이 수요 조사를 잘못했다”고 했다. 서울교육청은 “이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라 수요보다 많이 뽑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기들 책임을 전 정부 정책 실패로까지 돌리려 한다.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대기 상태로 있는 예비 교원이 현재 38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수석 합격하고도 교단에 서지 못한다고 하니 교사 공급 초과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학생은 정부가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려고 신임 교사 선발 인원을 줄인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자칫 이 문제가 비정규직 교사와 교대생 간 ‘을들의 싸움’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데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임기 중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고 교사는 1만 6000명 늘린다고 했었다. 고교 학점제와 1수업 2교사제를 하려면 교사가 더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편에선 임용시험 정원을 줄이는데, 다른 편에선 1년에 3000명 이상 추가로 교사를 뽑겠다고 한다. 앞뒤를 제대로 보면서 시행하는 정책인지 의심스럽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비정규직 사용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법(기간제법·파견법)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기간제 교사는 이 법이 아닌 교육 교육공무원법·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는다. 특히 교육공무원임용령에 ‘일정 기간 이상 근무 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등과 같은 조항이 없어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길은 사실상 막혀있다. 기간제 교사들은 ‘동일 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기간제 교사들을 뺀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규직 교사와 기간제 교사는 똑같이 교원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임용고시를 통과했느냐에 따라 신분이 달라진다. 1997년 기간제 교원제도 도입 이후 기간제 교사들은 엄연한 교육주체이면서도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 6개월짜리 계약을 맺거나 방학을 제외하고 학기 중에만 일하는 ‘쪼개기 계약’으로 퇴직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성과급이나 존속·연차수당에서도 차별받는다. 기간제 교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학생·학부모에게 무시당하기 일쑤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학교 현장의 갈등이 커진 것은 교육당국의 책임이 크다. 교육당국은 그동안 교사 결원이 생기면 정규직 교사를 우선적으로 채용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학생 수 감소와 예산 문제를 들어 신규 정규직 교사 임용을 억제하면서 일선 학교의 무분별한 기간제 교사 채용에는 눈을 감아온 것이다.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
[칼럼]친환경마크 부실 인증제
[칼럼]친환경마크 부실 인증제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사상 초유의 계란 판매 중단을 부른 살충제 계란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 남양주와 비펜트린이 검출된 데 이어 경기 양주와 강원 철원, 전남 나주, 충남 천안의 산란계 농장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시중에 유통 중인 계란 제품인 ‘신선 대란 홈플러스’와 ‘부자특란’에선 닭 진드기용 살ㅊ충제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방역당국이 역추적한 결과 ‘신선 대란 홈플러스’는 천안 농장에서, ‘부자특란’은 나주 농장에서 출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120곳으로 늘었다.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장은 남양주 마리농장, 철원 지현농장 등 2곳이다. 비펜트린이 검출된 농장은 광주 우리농장, 양주 신선2농장, 천안 시온농장, 나주 정화농장 등 4곳이다. 방역당국은 전국 모든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는 농장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부산·대구교육청 등은 방역당국의 전수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 급식에 계란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방부도 당분간 장병 식단에 계란 요리를 넣지 않도록 했다. 정부는 기준치 초과 여부에 관계없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전량 회수해 폐기하기로 했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는 방역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농가의 경각심 부족이 부른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산란계 농가들이 맹독성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방역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 전국 산란계 농장의 4%만을 표본조사한 결과를 놓고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호언은 무책임의 극치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축사육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비좁은 케이지에서 닭을 키우는 공장식 밀집 사육은 닭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전염병에 취약하게 만든다.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류명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국회 답변을 보면 그가 식약처장으로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류 처장은 취임 한 달밖에 안 됐다고 해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 정도를 넘어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의원들이 전국의 계란 생산량, 유통 과정, 국내 소비량, 문제 농가가 유통시킨 수량 등을 물었지만 우물쭈물하기만 했다. 모두가 중요한 정보들이다. 답답해진 의원들이 다그치면 “보고 못 받았다” “농식품부 업무라 파악 못 했다”고 했다. 계속 이런 식이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탄이 쏟아졌다. 야당에서는 “식약처장이 계란이 도매상으로 갔는지 소매상으로 갔는지도 모르냐”고 했고, 야당 의원조차 “식약처 공무원들은 처장이 이렇게 나와 헤매게 해서는 안 된다.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하고 나오라”고 했다. 류 처장은 앞서 기자회견에서는 “국내산 달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국민은 안심하고 드셔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이미 농식품부에서 살충제 계란을 확인 중이었다. 그것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호언만 한 것이다. 결국 나흘 뒤 남양주 농장에서 살충제 계란이 확인됐고 정부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것이 계란 파동을 확대시킨 가장 큰 원인이었다. 류 처장은 약사 출신으로 약국을 운영했다고는 하지만 식품과 의약품 문제에 관한 전문적 연구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식약처장이란 막중한 자리를 맡은 것은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란 것뿐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생산 농가 점검은 물론이고 인증기관에 대한 관리와 감독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부실 인증, 허위 인증이 적발된 인증기관에 대해서는 업무정지로 그칠 게 아니라 업계에서 퇴출시키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 식품 문제는 정부 신뢰가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나경택 칼럼]투기와의 전쟁
[나경택 칼럼]투기와의 전쟁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정부가 세제, 대출, 청약, 재건축 규제를 총망라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투기 과열지구를 6년 만에 부활시켜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시를 투기 과열지구로 지정했다. 투기 과열지구에는 분양권 전매 금지,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LTI) 40%로 강화, 자금조달계획 신고 등 19개의 규제가 적용된다.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는 투기지역으로 이중 규제해 다주택자에게 양도소유세에 가산세를 추가로 물린다. LTV와 LTI를 줄인 ‘6·19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지 44일 만에 종합부동산세를 빼고는 거의 모든 수요 규제를 동원한 초강력 대책이다.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라는 8·2 부동산 대책 명칭대로 투기로 급등한 집값은 잡아야 한다. 불로소득을 안겨 주는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경제 정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양극화와 가계부채 증가, 결혼과 출산율 저하까지 영향을 미치는 ‘분노의 근원’이기도 하다. 정부가 주택시장을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의미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가 계속되자 당시 정부는 부동산 수요를 띄우는 부양정책에 매달린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집값은 오르지 않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만 올라가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 시세차익을 챙기는 일명 ‘갭투자’까지 성행했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의 집값 급등은 실수요자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세력”이라고 지적한 것은 문제를 너무 협소하게 본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8학군 교육특구에 녹지까지 갖춘 강남의 재건축 시장에 수요가 몰린 탓이 크다. 초저금리로 유동성은 풍부한데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될 수 있는 통로는 막힌 상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가격 상승 이유가 복합적이긴 하지만 서울지역 공급 부족도 큰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이 오히려 맞는 얘기다. 일단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초고감도 대책에 빠르게 가라앉는 분위기다. 하지만 복합적 정책이 지속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저금리에 풍부한 유동성, 글로벌 경기 호황으로 집값이 급등해 12차례나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임기 5년 동안 서울 집값은 57%나 뛰었다. 부동산 공급 확대보다 ‘버블 7’지역 수요 억제에 치중한데다 대체투자 수단이 부족해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계속 유입됐기 때문이다. 적절한 공급 없이 수요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투기세력이 근절되고 집값이 계속 안정될 것으로 믿는다면 지나친 낙관이다. 무엇보다 투기과열 및 투기지구 지정은 국지적으로만 효과가 있을 뿐 풍선효과를 막지 못한다. 더구나 집값 상승세가 확연한 경기, 분당, 판교 같은 곳은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분양가 상한제도 도입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을 오르내리고, 이런 움직임이 주변 집값을 밀어올리는데도 이를 제외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성장률이 2%대인 상황에서 부동산만 예외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안정과 서민주거안정을 동시에 이뤄내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늘 시장의 승리로 끝났다. 시장안정은 건설사와 부자 등 기득권 보호의 다른 말이다. 이번 조치에서 가진 자의 대부분은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고 인신한다고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투기세력을 솎아내고 서민주거안정을 이루려 한다면 선 분양 같은 공급자 우선 정책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거래세 중심인 세제 역시 보유세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과감한 처방이 전제되지 않는 서민주거안정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칼럼]기업 없이는 일자리도 없다
[칼럼]기업 없이는 일자리도 없다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 8명과의 만찬 회동에서 “기업은 경제 활동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정부는 경제 정책을 통해 기업의 경제 활동을 돕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항상 삼성이 우리 경제의 상징을 이끌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덕담을 건냈고,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에게는 “조선 경기가 오랫동안 안 좋아서 고생 많이 하셨다”며 격려했다. 전날 다른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외치며 건배한 데 이어 친기업 행보를 보인 것이다. 형식을 파괴한 이틀 동안의 청와대 제계 간담회가 국내외에 던진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문 대통령은 “경제 페러다임의 전환이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잘 알고 있지만 그것 말고는 우리 경제를 살릴 방법이 없다”며 경제철학의 공유를 호소했다. “격의 없이 애로를 이야기해 달라”는 대통령의 주문에는 현 정부가 기업과 공동운영체라는 인식 변화가 담겼다고 본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기업이 ‘경제적 지위’에 무게를 두고 활동했다면 이제 ‘사회적 지위’에 무게를 둘 때라고 말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정부와 기업도 과거의 정경유착이 아닌 상생의 관계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표현일 것이다.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넘어 열린 간담회가 경제계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는 데는 충분치 않았다. 기업인들은 4차 산업혁명 교육센터에 대한 지원(황장규 KT 회장), 중소·중견기업육성(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정책 방향에 맞는 건의를 쏟아냈다. 오랜 숙의과정을 거쳐야 하는 민감한 경제정책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섬유업체 전방 조규옥 회장이 인터뷰에서 “남들 다 한국을 떠날 때 국내 공장에 1300억원을 투자하며 한국을 지켰고, 해외로 떠나는 공장을 욕하던 내가 최저임금 때문에 더 버틸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영자총협회 1호 기업인 전방은 1935년 광주에서 설립된 국내 최장수 기업의 하나다. “일자리를 끝까지 지키고 싶다”던 조 회장이 국내 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고 근로자 1200명 중 600명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 내년에 최저임금을 16.4% 올리고 2020년까지 계속 더 올리겠다는 새 정부 방침에 더는 못 버티겠다는 것이다. 경총도 탈퇴하겠다고 했다.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에 들러리를 섰다. 조 회장은 “탈원전으로 전기료마저 오르면 점점 더 많은 업체가 한국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섬유산업이 값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인도 등과 경쟁하느라 한계 상황에 내몰린 게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국내 공장과 일자리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써온 80년, 100년 장수 기업이 새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결정타에 공장 문을 닫거나 해외로 설비를 옮긴다고 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소상공인이나 영세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도 어떤 충격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조 회장이 울분을 토할 때 청와대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경영자들이 맥주를 곁들인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산다”고 했다. 대통령과 새 정부의 현실 인식이 어떤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경방에 대한 엉터리 재무제표 분석 수치를 제시하고는 “베트남 이전이 최저임금 때문은 절대 아닐 것” “회장은 기업들 경영할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자신들은 선이고 다 옳으니 무조건 따라오라는 것이다. 새 정부는 출범 두 달 새 비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산업용 전기료 인상, 법인세 인상 등 이중 삼중으로 기업들에 부담을 떠넘기는 정책을 쏟아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부작용을 초래할 현실화되고 있다.
[칼럼]선심 국정과제 성공하려면
[칼럼]선심 국정과제 성공하려면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정부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내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등 5대 목표 아래 20대 전략, 100대 국정과제, 487개 실천과제를 담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마련한 새 정부 국정 청사진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이지만 현실적 여건에 맞춰 수정한 몇몇 대목이 눈에 띈다. 5개년 계획은 ‘적폐청산’을 최우선 순위에 놓는 등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가칭 적폐청산특별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던 당초 공약 대신 부처별로 테스크포스(TF)팀을 구상하는 것으로 수정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단계적 폐지로 완화했다. 통신비 기본료 일괄 폐지 공약에서도 한발 물러섰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을 ‘임기 내’에서 ‘조속히’로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전작권 전환 시점은 이미 두 차례나 연기돼 2020년대 중반 이후로 잡혀있다. 그것도 한반도 불안정 요소 해소와 한국군의 준비 능력 확보라는 선결조건이 붙어 있다. 북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엄중한 안보 현실을 고려해 그 시기를 못 박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5개년 계획은 경제·복지 분야에서 서민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복지를 확대하는 등 형평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각종 지원과 복지 확대의 밑바탕이 될 새로운 성장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기초·장애인연금 인상과 0~5세 아동수당 등 복지에만 2022년까지 77조4000억원이 드는 등 총 178조원짜리 가계부다. 갓 출범한 정부가 선거 때 제시한 공약을 당장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 대통령도 “스스로 말에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며 약속 이행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역대 정부와 달리 당선 즉시 실전 국정운영에 뛰어들어 70일의 체험학습을 거친 문 대통령이다. 이번에 일부 조정을 했지만 목표만을 의식한 무리한 추진은 엄청난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현실적 여권과 실현 가능성을 토대로 목표와 방향을 조정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국정 성공을 위한 길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들 과제 중 대다수는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이 해결하겠다고 한 공통 공약들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 취임 후 국회 상황에서 보듯 이들 과제는 어는 하나 해결이 쉽지 않다. 대북정책 등 외교·안보에서부터 탈원전, 비정규직 해소, 최저임금 인상 등 거의 모든 정책에서 여·야 간 혹은 당사자 간 의견과 이해가 다르고 충돌하기도 한다. 필요하면 보상책을 제공하고 설득하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가령 최저임금처럼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해 눈앞에 닥친 문제에 대처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산업구조까지 바꾸는 중장기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재원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국정기획위는 향후 5년간 178조원이 필요하다며 세입 확충으로 82조원, 세출절감을 통해 95조원을 조달하겠다고 했다. 과소 추계된 데다 실질적인 재원 대책이 빠진 비현실적 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증세를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부처들 또한 국정과제를 실행하는 데 차질일 없도록 실행대책을 면밀히 수립해야 한다. 이들 정책을 입법화하는 것도 난제다. 이들 개혁 과제를 모두 추진하려는 것도 욕심이다. 문 대통령은 우선순위를 정한 뒤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정책과 질서를 바꾸며 개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대 정권들은 개혁을 한다며 논란과 갈등만 증폭시키고 흐지부지한 사례들이 많았다. 개혁과 함께 통합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개혁도 성공할 수 있다.
[칼럼]프랜차이즈 갑질의 횡포
[칼럼]프랜차이즈 갑질의 횡포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국내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점주였던 이모씨가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인에게는 막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싸움에 탈진해 미래를 포기한 것 같다. 회사 측은 “이씨와의 소송은 마무리됐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는 근절되지 않고 책임회피만 되풀이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점주들의 약점을 악용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인테리어를 본사에서 직접 맡아서 시공하겠다거나 식자재 등을 본사 것을 써야한다고 강요한다. 매출액의 일정액을 광고비로 요구한다. 비용의 집행 내역도 점주는 알 수 없다. 이의가 있더라도 참을 수밖에 없다. 본사는 점주가 말을 듣지 않으면 ‘가맹점 해지’라는 협박카드를 꺼낸다. 일반 회사원에게는 ‘해고’나 다름없는 조치다. 그래서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의 무덤이라고 한다. 창업하는 순간부터 점주는 본사의 노예 신세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보니 예비창업가들이 계속 몰리고 있다. 은퇴 후 생활을 위해 진입 문턱이 낮은 프랜차이즈를 찾는 경우도 많다. 공정거래조사원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수는 2012년 17만 6788개, 2013년 19만 730개, 2016년에는 21만 8997개로 늘었다. 그러나 가맹점 11곳 창업에 8곳이 폐업했다는 말이 들릴 만큼 수익을 내기 어렵다. 2015년의 경우 문을 닫은 프랜차이즈점은 1만 3241곳에 달했다. 그래도 프랜차이즈 본사는 좀처럼 망하지 않는다. 가맹점이 손해를 보고 있어도 본사는 가맹비를 받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6월 이후만 해도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인 한국피자헛, 츄릅, 토니모리 등이 갑질로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처벌은 미온적이다. 갑질사건이 났을 때만 반짝 반응했을 뿐 곧 흐지부지됐다. 정우현 미스터피자 그룹 회장이 가맹점주들 상대 갑질 경영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정 회장은 일부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무리한 비용 전가에 항의해 프랜차이즈에서 탈퇴하고 새 피자집을 열자 바로 근처에 영업점을 내고 싼 가격으로 ‘보복 영업’을 했다고 한다. 1만 4000원짜리 치킨을 5000원에 파는 식이다. 약자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회장 친척 명의 납품 업체가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작년엔 건물 경비원에게 “내가 건물 안에 있는데 정문을 닫았다”며 폭행한 전력도 있다. 치킨업체 ‘호식이 두 마리치킨’의 가맹점 1000여 곳도 최호식 전 회장이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매출 급감이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 포화상태인 프랜차이즈업계 특성상 한번 금이 간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마침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합의로 분쟁이 종결되더라도 본사가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으면 공정위가 시정조치할 수 있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프랜차이즈업체 경영진의 위법한 행위 등으로 가맹점에 피해가 발생하면 본사에 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일명 ‘호식이 배상법’을 대표 발의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 을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고 했다. 갑질을 예방하는 가맹사업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고질적 병폐가 여전한 것은 법이 유명무실했다는 얘기다. 국회에 발의된 프랜차이즈 불공정행위 규제 관련 법안만 20건이 넘는다. 정부와 국회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나 다름없는 갑질을 강력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칼럼]원전 정책 헛된 환상 말아야
[칼럼]원전 정책 헛된 환상 말아야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원자력은 불과 전기에 이은 제3의 불로 각광받았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력 생산 방식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정부의 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ㅊ청사진이 처음 공개된 것은 1968년 10월. ‘원전 후보지로 고리를 최종 낙점했고 발전용량 50만kW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지금으로서는 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언론에 발효될 당시 ‘한국 설비용량’의 30%에 해당하는 프로젝트였다. 고리 1호기 원전은 언론보도 3년 뒤에 건설에 들어가 1978년 준공됐다. 당시 정부는 “한국이 세계에서 21번째.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력발전소를 갖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고리 1호기 준공식은 고리 5~6호기 기공식도 겸하면서 원전이 대세임을 입증했다. 원자력에 의한 전력보국 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공공연히 사용됐다. 40년이 흐른 지금 원전은 24시가 가동 중이며 설비용량은 2만 1716MW(전체 전력 생산의 30.0%)에 달한다. 고리 1호기는 2007년 6월로 설계수명 30년이 되어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었다. 설계수명이 지난 원전을 계속 가동할 경우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논란 끝에 가동연한은 10년 연장됐다. 이 기간동안 여러 차례 고장사고가 나면서 ‘고장 원전’이라는 오명을 썼고 2015년 에너지 위원회는 영구정지 권고 결정을 내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 발전소 전기를 차단한 뒤 원자로의 불을 껐다. 이어 핵연료를 냉각한 뒤 2022년부터 해체작업에 들어간다. 고리 1호기를 필두로 한국에 설치된 원전도 가동 중단 및 해체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는 탈원전에 적극적이다. 신한물원전 3~4호기의 설계용역도 최근 중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탈원전 사회, 원전제로 사회로 가기 위한 길은 험난하다. 일본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제로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애초 의지와는 다르게 하나둘 원전의 불을 다시 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원전 설계 수명은 연장하지 않겠다”면서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주 지진을 통해 우리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고 했다. 여기에 공감하는 국민도 상당수일 것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우리는 국토 면적당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이고 고리 원전 단지는 반경 30km 안에 380만명이 살고 있다. 반면 우리는 에너지원의 97%를 수입하는 나라다. 연평균 에너지 수입액은 1600억달러를 넘는다. 그러나 원자력은 발전 원가 중 원료값 비중이 2%밖에 안 돼 연간 8억달러어치 수입 우라늄만 갖고도 국가 전력의 30%를 생산해내고 있다. 원자력 전기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기오염 해소에도 유리하다. 문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중단하고 임기 중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폐쇄하겠다”고도 했다. 대신 천연가스 발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합치면 전력 공급의 70%나 된다. 원자력 전기를 모두 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한다면 LNG를 연간 19조원 더 수입해야 한다. 풍력 태양광은 아직 대용량 에너지를 공급할 능력이 못 된다. 에너지 문제는 어느 쪽이든 양면이 있다. 만약 탈핵 정책으로 가면 어렵게 쌓아온 원자력 기술의 맥이 끊겨버린다. 다음엔 원자력 산업을 새로 일으켜 세우기도 힘들게 된다. 한 번 방향을 정하면 수십 년 동안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에너지 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5년 임기다. 어떻게 보면 짧은 기간이다. 할 수 있는 결정이 있고 그럴 수 없는 것이 있다. 나라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문제는 5년 임기 대통령이 자신의 선호나 편견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설사 밀어붙인다고 해도 5년 뒤에 바로 뒤집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