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완구 총리 청문회 지역감정 촉발

기사입력 2015.03.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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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경택>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국회는 본회의에서 이완구 총리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48표, 반대 128표, 기권 5표로 통과시켰다. 노무현 정부 이후 총리 후보자 8명 가운데 가장 낮은 득표율이다. 표결에 참가한 여당 의원 155명보다도 찬성표가 7표 적게 나왔다. 이 총리가 야당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100%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선 표결 결과에 대해 말이 좋아 ‘인준 통과’이지 실제론 ‘정치적 부결’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문회 과정에서 숱한 흠결을 드러낸 이 총리, 그런 사람을 총리로 선택한 박근혜 대통령. 이번에도 청와대 뜻을 받들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인 여당이 합작해서 자초한 일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국정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임기 3년차를 이끌 동력을 다시 살리기 위해 지난날 이 총리를 발탁했다.
 
신임 총리에게는 공무원연금·노동·교육 등의 개혁 과제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이 정책들을 관철하려면 다른 어느 총리보다 여야 정치권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어야 했다. 이 총리 지명 직후엔 야당 지도부도 기대감을 표시할 정도로 그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현역 입영 기피, 1000만원 짜리 황제 강의, 처남의 소득세·전보료 탈루, 분당 땅과 서울 강남 고급 주택 투기 등 온갖 의혹에 시달렸다.
 
여기에다 이 총리가 청문회를 며칠 앞두고 기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언론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지금까지 내가 김영란법 처리를 막아뒀는데 이제 안막아줘. 언론도 당해 봐” “언론인들을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 라며 언론을 멋대로 모욕하고 희롱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청와대는 지난해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연거푸 낙마하자 인사수석실을 새로 만들고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 총리의 병역·재산 관련 의혹을 미리 걸러내지 못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권의 지역주의 행태는 한심한 수준이었다.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호남 인사를 발탁했어야 한다”고 말해 지역감정 논란을 촉발했다. 여야 정치권도 청문회 과정을 반성적으로 뒤돌아봐야 한다. 40년 전 주민등록초본까지 들고 나오는 신상털기식 청문회, 재탕·삼탕식 질의, 망신 주기와 호통치기가 이번에도 여전했다. 증세 없는 복지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지, 출산율 저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묻는 정책 토론은 아예 실종했다.
 
“도덕적·신상 검증은 비공개로, 정책과 자질 검증은 공개적으로 해 청문회의 품격을 높이자”는 목소리는 묻혀 버렸다.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는 훌륭한 인재들의 공직 기피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런데도 야당은 당장 정권에 타격을 주는 수단으로 인사청문회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여당은 시시비비를 가려내기 이전에 무조건적으로 후보자를 감싸는 무능한 대처로 일관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 것인지 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역주의의 망령도 되살아났다. 표결을 앞두고 ‘충청총리 낙마되면 다음 총선·대선 두고 보자’는 현수막이 나붙은 건 심각한 문제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이 야당 의원에게 “충청도에서 총리 후보가 나왔는데 계속 호남분들이 문제를 제기하잖아요”라고 맞선 것은 상식 이하의 망언이다.

일부 언론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이 후보자가 비보도를 전체로 한 발언에 대해 야당에 녹음파일을 넘긴건 취재윤리를 저버린 행위다. 이 기회에 모든 언론이 주의를 환기하고 언론의 취재윤리를 되새기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데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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