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교회 변칙 세습

기사입력 2015.11.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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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중세 기독교적 사고에서 ‘노동’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결과였다. 에덴동산에서는 손만 뻗으면 나무에 달린 과일을 따 먹을 수 있었지만 금지된 과일에 손을 댄 죄로 평생 노동의 굴레를 져야 하는 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창세기 3장 19절)’ 노동을 신의 저주로 파악한 중세 노동관은 종교개혁과 더불어 변화를 맞이한다. 마르틴 루터가 노동을 신에게 봉사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설파하면서 신교도(프로테스탄트)들이 노동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장 칼뱅이 금전의 축적을 신의 축복을 나타내는 표시라고 주장하면서 ‘금욕적 노동’은 자본주의 보편적 윤리로 뿌리내렸다. 하지만 ‘귤화위지’라는 말처럼 프로테스탄트 노동관이 한국에서는 일부 기독교세력의 잘못된 해석으로 교회의 노동착취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변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신도 4만 명이 넘는 소망교회가 최근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교회시설 미화노동자들이 상습 체불에 항의해 노조를 설립하자 ‘인정할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소망교회 논리는 총회 헌법시행규칙상 교회직원은 노동자가 아니므로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회에 노동법이 적용돼선 안 된다는 완고한 논리는 사실 소망교회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황교안 총리는 2012년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 유치원 교사를 노동자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심히 부당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인도의 간디는 국가를 망하게 하는 7가지 죄로 ‘원칙 없는 정치’와 함께 ‘노동 없는 부’와 ‘희생 없는 종교’를 들면서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사티아그라하(진실 어린 영혼의 헌신)’를 제시했다. 감리교, 장로교 등 개신교 주요 교단들이 교회세습방지법을 제정한 2013년 이후 오히려 교회 대물림이 더 활발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신교 연합단체인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가 최근 ‘세습방지법의 그늘, 편법의 현주소를 규명한다’를 주제로 연 ‘2015 변칙 세습 포럼’에서다.

한국 개신교단들의 교회세습방지법 제정은 모처럼 한국 교회가 개혁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럼에도 실제로는 대형교회 유명 목사를 포함한 교회와 목사들이 보란 듯이 세습을 자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일부 목회자들이 교단의 법적 기준을 피하는 교묘하고 치밀한 ‘꼼수’까지 동원해 변칙 세습을 하는 현실을 보면 그야말로 성직자라는 호칭조차 민망할 정도다.

이른바 지교회를 설립한 후 아들을 담임목사에 앉히는 ‘지교회 세습’,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를 교환하는 ‘교자 세습’, 여러 교회 간에 교차세습을 하는 ‘다자간 세습’, 할아버지가 담임인 교회를 손자에게 물려주는 ‘징검다리 세습’ 등이 대표적이다. 또 아버지 목사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를 세습하는 ‘분리 세습’, 아들이 개척한 교회에 아버지의 큰 교회를 통합하는 ‘통합 세습’,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형식적으로 이양했다가 다시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는 ‘쿠션 세습’ 등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처럼 교단의 교회세습방지법을 웃음거리로 만든 목회자들의 교회 대물림 형태는 한국 교회의 오늘을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세반연이 지적하는 대로 담임목사직 세습은 교회 세족화와 사유화, 권력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반기독교적인 관행과 폐습의 상징인 교회 세습의 뿌리를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의 교회세습방지법을 강화해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또한 세반연 등 교회세습반대 운동단체들이 교회를 개인의 소유로 생각하는 목회자들을 더욱 강하게 압박해야 할 것이다. 교회 세습이 사라져야 한국 교회가 교회답게 바로 설 수 있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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