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맞이 촛불집회", 눈길헤치며 목소리 높여...주최측 32만명 집계

탄핵반대, 박사모 등 150만 모여...
기사입력 2017.01.2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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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울어진 운동장 펴자” 눈길 헤치고 모인 촛불들
- 퇴진운동본부 "재벌이 뇌물죄 몸통", 구속수사 촉구
- 탄기국 박사모 등, "어둠의 세력이자 망국의 세력"비난
- 조의연 영장판사에게 박수를


<21일 오후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의 제13차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선데이뉴스=김명철 기자]“올해엔 꼭 바꿔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절박합니다.” 매서운 추위에도, 쏟아지는 눈발에도 서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1월의 마지막 촛불은 밝게 빛났다.

서울 낮 기온이 영하권에 머문 데다, 굵은 눈발까지 날린 21일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 재벌 총수 구속을 촉구하는 13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국 2천300여개 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조기탄핵 13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근혜 즉각 퇴진 조기탄핵 13차 범국민행동의 날’행사를 주최한‘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따르면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총 32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참여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뛰다 지쳐… 헬조선 바꾸자”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촛불집회에선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난 불평등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화여자대학에 재학중인 양효정씨는 본 집회에 앞서 열린 ‘사전발언대’에서 “정유라 부정입학 사태는 금수저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에 만연한 불평등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태”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한다는 최수연씨는 “예전엔 청소노동자인 내가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내가 대통령보다 사회에 훨씬 더 도움 되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최씨는 그러나 “우리가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저축도 하기 힘든 형편”이라며 “다음 정권에선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올려 모든 노동자가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집회에 참여한 김준호(50)씨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다 지친 이들이 이곳에 모인 것 같다”며 “자녀들은 평평한 운동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 이 곳에 함께 왔다”고 했다.

<2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3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재벌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강추위 속 뜨겁게 타오른 시민들의 분노

본 집회 들어서자 시민들의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퇴진행동 대표발언을 통해 “3개월이 넘게 이어진 촛불의 힘으로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고 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기각은 재벌독식, 승자 독식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며 재벌 총수 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처음 열리는 집회에서는 삼성을 비롯한 재벌이 뇌물죄 '몸통'이라고 주장하며 총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퇴진행동 법률팀 김상은 변호사는 "횡령액이 50억원 넘으면 5년 이상 징역형이 주어지는데,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90억원이 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을)당연히 구속해야 한다"며 "이런 상식이 왜 이 부회장에게는 통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이번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돈도 실력’이라고 한 정유라의 말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새벽 구속됐다. 집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문화예술인들의 '공작정치' 규탄 발언도 나왔다.

독립영화사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는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은 '모든 국민이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한 헌법 22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김기춘·조윤선 두 사람은 박근혜 최측근이므로 박근혜도 책임을 지고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조기탄핵 인용,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퇴 등도 함께 요구했다.

하편,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8시부터 기존 코스였던 청운동 일대와 헌법재판소 인근 외 새롭게 추가된 태평로 삼성본관빌딩, 을지로 롯데 본사, 종로 SK 본사 등 대기업 본사를 향한 길을 따라 일제히 행진을 시작했다.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했던 문창극 전 후보자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맞불집회에 참석해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맞불집회’ 발언대 선 문창극 “조의연에 박수”

보수단체들도 도심 곳곳서 ‘태극기 집회’을 열고, “박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쳤다.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대회(탄기국)’가 주최한 ‘맞불 집회’ 발언대에 선 문창극(68)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박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킨 국회 등을 향해 “어둠의 세력이자 망국의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탄핵은 원천 무효”라고 강조한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판사를 향해선 “박수를 보낸다”고 치켜세웠다.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조 판사는 그저 정상적인 일을 했을 뿐”이라며 “최근 비정상적인 일이 많으니 정상적인 일만 해도 박수가 나온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다음주 토요일 쉬기로 한 촛불집회를 의식한 듯 “구정(설날)에도 모이자”고 외치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환호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에게 현장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응원 편지를 써 집회 장소 한 쪽에 마련된 ‘대통령께 러브레터 보내기’ 부스에 모았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또 다른 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도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5시쯤 대한문 앞으로 이동, 탄기국 집회에 합류했다. 탄기국 측은 이날 집회에 15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김명철 기자 kimmc0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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