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원 가로챈 불법 다단계 조직 검거...200여 명 합숙

기사입력 2017.05.04 18:39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선데이뉴스신문=김명철 기자]취업을 시켜주겠다며 20대 초중반 대학생·취업준비생을 유인해 불법 다단계 업체에서 일하게 한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 조직의 고문 정모씨(30)와 이사 김모씨(30·여)를 범죄단체조직, 사기, 방문판매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관계자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이 불법 다단계 업체를 범죄단체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역삼동에 불법 다단계 업체를 설립하고, 서초동 양재동 등 19곳에 합숙소를 마련해 피해자 209명을 강제 합숙시키며 14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하위 조직원을 시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10평 남짓한 합숙소로 끌어들였다. 피해자가 대부중개업체를 통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이를 정가보다 일곱 배 가까이 부풀려진 물건 구입비와 합숙비 등으로 내게 하는 방식으로 돈을 갈취했다.

이들은 SNS 어플리케이션 단체 채팅방으로 ‘종합 보고‘, ’조직원의 기상 및 출퇴근 보고‘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조직원간의 보고 체계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주로 SNS를 통해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을 유인했다. 조직 통제를 위해 이들은 주로 지방에 사는 취준생을 꼬드겨 합숙시켰다. 합숙소에서는 외출 시 1명 이상의 매니저를 동행하게 하는 등 내부적인 행동강령에 따라 조직원을 통제시켰다.

다세대주택이나 반지하방에 합숙한 피해자들은 외부와의 접촉도 통제됐다. 피해자들이 가족들과의 전화 통화할 때는 피의자들이 대화 내용을 함께 들으며 “잘 지낸다”, “조만간 내려가겠다” 등의 지정된 멘트만 하도록 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도망가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범행 적발시 예상되는 경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하위 조직원이 책임을 지는 꼬리 자르기식 방법으로 조직을 보호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정씨 등은 2011년 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에서 적발된 불법 다단계 업체의 간부급 인사로 당시 업체에서 배운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선배(매니저)→오너·대선배→이사→고문’ 순으로 다단계 조직을 구성하고, 직책별로 수당을 차등 지급했다. 피해자가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잠을 재우지 않거나 폭언·폭행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다단계로 얻은 수익은 대부분 정 씨의 고급 아파트 월세와 명품 악세사리 구입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조직폭력범에게 적용하는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최초로 불법 다단계 사건에 적용했다”이라며 “경제사범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처벌해야하겠다는 경찰의 단호한 의지”라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들은 전부 불법 다단계 업체 정보가 적은 지방 출신”이라며 “많게는 1500만원을 대출받아 가족에게 알리지 못하고 신용불량자 상태에 놓여 있는 피해자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김명철 기자 kimmc0517@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