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나경택의 칼럼>종교인 세금 신뢰회복의 기회

기사입력 2013.02.0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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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의 칼럼>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해 교황청과 소속 가톨릭 교회의 부동산에 세금을 물리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저소득층 소득세 감면을 추진하면서 세수확보를 위해 내린 보완책이었다.
 
이탈리아는 1929년 교황청과 무솔리니 정권이 맺은 조약 이후 교황청이 지닌 종교목적 부동산에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이를테면 호텔 내 예배 실처럼 수익은 있지만 비영리적인 곳들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세금 납부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고 했다. 성경에도 세금 얘기가 나온다. 예수가 베드로와 함께 갈릴리 지방 성전에 들어갈 때 돈이 없어 성전세를 내지 못했다.
 
세리가 세금을 내라고 조르자 예수는 이런 취지로 베드로에게 말했다.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성전세를 바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안 내면 세상에 말이 있을 수 있다.

갈릴리 바다에서 낚시를 하면 물고기가 잡히고 그 물고기가 은화를 하나 입에 물고 있을 것이다. 그 은화를 가져다 세금으로 내거라.”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떠보느라 “로마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물었다. 예수가 답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쳐라.” 예수의 말씀은 세속의 법은 법대로 지키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늘날 많은 나라 종교인이 소득세를 내고 있다. 미국 장로교 목회자들은 예외 없이 모두 세금을 낸다. 감리교도 납세를 국가에 대한 의무라고 정관에 못 박고 있다. 우리 정부가 종교인들에게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세웠다더니 얼마 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보성향 개신교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가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개신교계가 뜻을 모으고 있다” 고 밝혔다. 지금 국민 가운데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사람이 65%에 이른다.
 
우리나라엔 9만개 교회 · 성당 · 사찰과 성직자 36만4000명이 있다. 이 중 천주교는 1994년부터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성공회는 작년 모든 사제가 소득 신고를 하기로 결의했다.
 
개신교 일부 중 · 대형 교회 목사들도 소득세를 내고 있다. 그래도 절대다수의 성직자들이 세금을 안 낸다. 성직자 가운데는 급여나 수입이 너무 적어 면세점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이 더 많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종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야만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잡힌다.
어느 정부도 종교인을 상대로 세금 납부를 밀어붙일 만큼 간이 크지 못하다. 정부가 종교인에게도 과세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교회 회계로 잡히지 않는 목회자에 대한 헌금 등을 어떻게 포착해 과세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원칙은 세수의 크기와 상관없이 종교단체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형평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대다수의 종교인들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 종교 활동을 하고 있으나 일부 대형 교회와 사찰 주변에서 툭하면 종교인들의 비리가 터져 나와 종교인 전체가 매도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지난해엔 일부 대형 교회들이 빵집 카페 등 자체 수익사업을 하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아 지방자치단체가 무더기로 적발해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종교인 비과세 관행이 수익활동에까지 관습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번 안에 대해 대다수 종교인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종교인들이 세금항목인 ‘근로소득세’에 대해 불편함을 표시하거나 종교인 자율에 맡겨달라고 제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시행령을 통해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종교기관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은 이번 정부안에 적극동참하고 종교기관의 투명성 재고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사회적 신뢰회복의 기회로 삼기 바란다.    
[나경택 기자 sunda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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