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언론, 청소년 목소리 담기에 충분할까

높고 높은 언론계의 벽, 청소년이 없앨 순 없다
기사입력 2020.11.20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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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이동규 기자] 청소년 언론을 논하기 전, 일반 언론부터 살펴보자. 국내 언론계의 벽은 높고도 험하다. 한국 언론계의 벽은 언론 고시부터 시작한다.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해선 입사 시험인 언론 고시에 합격해야 하고, 이차적으로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입사하게 된다. 하지만 고난은 끝이 아니다. 언론계 위계질서는 안다는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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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1984 캡처, 이동규 기자) 

 

기자가 청소년 기자로 생활하면서 가장 큰 `고충`이었던 것은 `글을 쓸 마땅한 언론사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실질적인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언론사는 과연 몇 개일까. 본 기자가 아는 언론사는 3개 내외. 그중 실질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기사가 올라오는 언론사는 1~2개이다.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기자단을 제외한 값이다. `청소년이 기자를 쓸 공간이 없다`는 게 얼마나 걸림돌이 되는지 모를 수 있다. 비유하자면 `공부하는 데 펜을 빼앗은 기분이랄까`. 개인 블로그 등 SNS에 글을 쓸 수도 있지만, 내 글을 봐주고 반응을 보긴 힘들 것이다.


청소년 언론이 왜 흔하지 않을까. 기성 언론사는 오직 '홍보'의 목적으로 이를 운영할 것이고, 이 경우 운영을 잘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언론사는 청소년 언론도 운영해요'라는 멘트 하나 때문이다. 정부기관에서는 그 전문성을 자랑하진 않는다. 취재와 작성에 도움을 주는 반면, 기사의 노출수가 적어 '내가 기자를 하고 있는지, 블로거를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이다. 청소년이 직접 만든 청소년 언론은 사업자 등록, 정기간행물 등록 등 언론사를 창설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혼자서 하긴 힘들다. 이건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기성 언론에서, 기자로서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기사 피드백은 기자에 대한 질책으로 바뀌었고 결국은 발전이 없는 기사들이 무차별적으로 생산돼 언론을 망치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낸 `양산형 기사`는 그저 보도자료를 인용하고,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태로 그대로 적어낸 기사다. 예를 들자면 이른 시간 내로 소식을 정해야 하는 `속보` 기사는 이러한 형태가 맞다. 하지만 사태를 종합하여 송출하는 `종합` 기사와 같이 기사를 쓸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글은 그만큼 정확하고 중립적인 면을 지키되, 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청소년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기성언론의 양산형 기사가 판을 치는 언론사 사이트에서 본 기사의 형식을 따라 해서 작성하는 청소년 기자는 좋은 기자와 작가가 될 수 없다. 청소년 기자는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본 생각과 함꼐 기사를 써야 청소년 기자의 기사라는 가치가 있고, 성인과 청소년 모두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본 기자는 언론사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지는 어느덧 1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스트레이트 기반 기사를 작성해왔다. 하지만 깨달았다. 이건 다른 언론사의 기사와 다를 게 없다고. 그때부터 나는 내 이야기를 담고, 내 생각을 담은 기사를 써 내려가기고 결심했다. 글로밥상이라는 언론사에서도 내 마음을 담아내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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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부가 운영하는 청소년 기자단처럼 보이기 위해 '대한민국 대표 청소년 미디어' 등 키워드를 사용하는 한 청소년 언론의 소개 페이지 화면, 이동규 기자 캡처)

 

다만, 청소년 언론사라고 모두 좋은 언론사는 아니다. 한 언론사는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웹사이트에 정부24 청소년 관련 서비스를 링크하는 등 정부 공식 청소년 기자단인 '행세'를 한다. 또한 청소년에게는 거액인 17만 원이 되는 돈을 '입단비' 명목으로 입단하려면 필수적으로 납부해야한다. 메신저, SNS 등에서 '제 값을 안한다'는 기자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경우 즉각 해촉하며 고소 등 법적 조치까지 한다. '허위사실'을 말했다는 이유이다. 청소년들이 기사를 쓰기 위해, 원고료 등 돈을 받기는 커녕 돈을 내고 글을 쓰는 신세이다. 또한 이 언론사는 참가비를 뺴돌려 개인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비리 의혹도 존재한다.


이런 식의 수익이 목적인 청소년 언론, 더 나아가 청소년 단체는 말 그대로 그저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더 낫다. 청소년을 사회적 약자로서 배려하며 그 취미를 즐기기 위해 도와주는 단체가 올바르고 정직한 단체가 말할 수 있다. 이러하게 청소년 단체와 언론의 체계, 그 시작부터 일은 꼬였다.


청소년 언론은 더 발전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고, 그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청소년 전문 언론사가 많이 생겨나 글을 쓸 공간이 많아질 것이고 기성 언론의 양산형 기사가 없어져야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은 언론과 기사가 탄생할 것이다. 청소년 기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거만하지 않게, 겸손하며 자신의 일을 다 해야한다.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 될 청소년의 목소리는 과연 어디 있을까.

[곽중희 기자 rhkrwndgm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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