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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22 범백제포럼’ 전주·군산을 순례하고

기사입력 2022.01.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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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박민호 기자]

 

[기고] 장주영 / 대전도시과학고 교사

‘범백제포럼’은 석주문화재단 윤재원 이사장과 부여박물관 윤형원 관장, KDI의 우천식 박사가 지우들의 뜻을 모아 의기투합하여 만든 민간 모임 단체다. ‘백제 고도(古都), 도시가 박물관’이라는 것에 가치를 둔다. 한반도를 포괄하는 역사적 기원의 범백제문화를 부흥하여 지역을 살리고, 나아가 글로벌화 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지난 3년간 인문, 문화예술, 경제,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모였다.

 

그간 학술회의, 전시회나 공연, 연구 발표 등의 영역별 활동을 참여하고 서로 전문성을 연계해왔다. 백제의 가치를 바라보는 다양한 각도의 관점을 공유하고 융합하면서 주제를 발전시켜 왔으며, 전문분야 교류와 문화 여행도 함께 하는 결속력 있는 범백제 동호회이다.

 

1월 22일, 범백제포럼 회원 14명이 모여 1박 2일 전주·군산 순례를 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범백제포럼 회원인 우범기님의 출판기념회가 계기가 되었다. 행사 참여로 자리를 빛내고, 전주와 군산을 둘러보는 일정을 짰다. 전주미술관 김완기 관장의 예술작품 설명 및 경매 참여, 피순대와 원조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전주남부시장 탐방, 전주한옥마을 설명과 산책을 곁들인 전주 전동성당과 호남제일성 풍남문 주변 거리 투어, 군산 동국사 방문과 재안 주지스님께서 직접 대접하는 보이차 마시기와 법문의 시간, 근대역사박물관 둘러보기와 큐레이터 설명듣기, 군산 명물 이성당 빵집과 쌍룡반점 맛집 투어, 근대화거리 산책으로 마무리되는 알찬 여행 이었다.

 

그 중 군산 동국사(東國寺)는 어떤 절인가?

 

동국사(東國寺)는 모든 재료를 일본에서 가져와 일본승려가 1909년에 만든 에도시대 건축양식의 절이다. 단청에 화려한 색을 입히는 우리나라 사찰과 달리 검은색의 처마가 묵직하고 남성적이다. 웅장한 팔작지붕 아래 건물 외벽은 많은 일본식 창문이 달려있으며 내부는 복도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절 뒤편은 천년만년 지나도 끄떡없을 왕대나무 숲이 완벽히 조성되어 울창하다. 한마디로 일본 정취가 물씬하다. 일본에 온 것 같다. 코로나 시대에 군산에서 ‘일본의 낭만을?’, 가성비 짱이다.

 

하지만, ‘왜 군산에 일본 절이 있지?’

 

알고 나면, 분노가 올라오는 절이다. 원래는 금강선사(錦江禪寺 긴코젠지)라는 이름으로 조선을 차지한 일본제국을 위해 지어졌다. 일본의 번영과 무탈을 기원하고, 조선에 식민주의 사관을 전파하기 위해 만든 절이 바로 동국사이다. 100년 전 드넓은 호남평야의 양질의 쌀을 수탈하여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실어날랐다. 군산항 앞에 조선인 마을과 분리된 일본인 중심지역을 정했다. 오늘날로 말하면 지구단위계획을 하여 깨끗한 도로와 기반시설을 갖춘 개화된 화려한 신식 집을 짓게 했다. 일본은 조선의 것을 약탈함으로 경제적으로 윤택했다. 그들의 부(副)와 무사안위를 기원한 절이 오늘날 동국사이고, 부촌 마을이 군산의 근대화 거리이다.

 

“분하다!” 대개 일제의 잔재, 핍박의 본거지는 철거하고 파괴하여 정리되기 마련이다. 친일 유물에 대해 과거사를 청산하고 민족의 응어리도 치유하는 방편이라 여긴다. 그래서 그 시대의 많은 부정적 건축물들이 사라졌다. 1996년 식민잔재 청산을 이유로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한 김영삼 정부는 일본식 사찰 건물들이 아직 국내에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그 중 동국사를 철거할지 검토하였다. 그러나 이 절은 조계종의 사유재산이라서 철거보상을 해줘야 했는데 비용 3억 원 때문에 하지 못하였고, 그 이후로는 여론도 잠잠해졌다 한다.

 

다행히 동국사는 남아있다. 만약 철거되었다면, 동국사는 직관이 아니고 추상이다. 동국사는 ‘과거가 제거’되지 않고, ‘현재에 존재’하여 오늘날 우리에게 실체로서 역사적 교훈을 준다. 현재 절 내부는 한국의 불상으로 채워졌다. 새로 바뀐 동국사라는 이름도 한국을 뜻하는 해동성국에서 따왔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훗날 절 뜨락에 놓인 참회 비석(2012년)과 평화의 소녀상(2015년)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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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2012년 일본 불교 최대 종단에서 일제에 협력한 과오를 반성하고 참회하는 '참사문(懺謝文)' 비석을 동국사에 직접 세운 사건이다. 주요 내용은 "해외포교라는 미명 하에 일제가 자행한 야욕에 영합해 수많은 아시아인들의 인권침해와 문화멸시, 일본문화 강요, 존엄성 훼손 등은 불교적 교의에 어긋나는 참으로 부끄러운 행위로 이를 진심으로 사죄하고 참회한다. ...특히 명성황후 시해 폭거, 창씨개명으로 국가와 민족을 말살해 버렸는데 우리 불교가 그 공작을 담당했으며 자진해서 첩보 활동을 행한 승려도 있었다. ...타민족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침탈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우리는 맹세한다. 두 번 다시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다.

 

두 번째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평화의 소녀상이 동국사에 설치된 되었는데, 건립기금 모금액 중에 일본에서 100만엔을 기부한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사찰 경내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는데, 군산 평화의 소녀상 건립 위원회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금 운동을 했다. 그 모금에 일본의 시민단체 '동지회'가 참여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자국의 과거사를 반성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면서! 비록 소수의 참회지만, 진정성 있고 뭉클한 사건이 아닌가?

 

우리에겐 가슴 아픈 사연의 부정적 건축물인 동국사가 세월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나 일련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더해지며 우리 민족의 절로 승화되고 있었다. 남김으로써 그네들에게 용서를 빌 수 있는 작은 기회를 줄 수 있었다. 우리는 관광지 명소가 된 군산 동국사에서 애국심도 느끼고 동시에 일본도 느낀다. 일본 관광객은 남의 나라에서 제 나라의 친숙함을, 한국 관광객은 제 나라에서 이국의 정취를. 군산과 동국사는 두 나라 문화가 있어 가성비 좋은 여행지이다.

 

교육자 입장에서도 학생들에게 실체를 놓고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훌륭한 역사교육 현장이다. 나는 MZ세대의 끝판왕 디지털 원주민 ‘Z세대’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들의 디지털화는 기성세대보다 빠르다. 스마트폰 하나로 무한히 넓은 가상공간에서 성향이 같은 사람과 하나가 되어 소통하고 공동체가 된다. 이런 십대 학생들에게 개연성 없는 민족의식은 구식이다. 동국사의 스토리텔링은 역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게 해 민족성과 애국하는 마음을 줄 수 있다. SNS에서 전세계와 소통해도 공감할 것이다. 군산지역에 방문하는 관광객 덕분에 경제 파급효과가 크다. 이것이야말로 용서를 넘어 더 큰 포용으로 승화되는 ‘찬란한 복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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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을 낭만의 시대라 하더이다. 가베(cafe), 블란서 양장, 각국의 박래품들... 나 역시 다르지 않소. 단지 내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 뿐이오. ”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중 의병 ‘애신’의 대사다. 낮에는 사대부 아씨지만 밤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을 쏘는 저격수이다. 그녀는 예쁜 꽃이 아닌 강한 불꽃이 되어 사랑보다 조선을 지키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는 주인공이다. ‘미스터 션샤인’은 1900년 전후 조선의 시대물로서, 저무는 나라의 운명을 영화 같은 영상으로 아름답게 그려냈다. 다섯 명의 조선인의 남녀가 각각 미국인 장교, 일본 사무라이, 일본인 호텔사장, 유학파 댄디보이, 검은 저격수가 되어 조국을 구하는 슬픈 운명과 애달픈 사랑을 다루었다.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5년전에 방영된 이 드라마 24부작을 몰아보며 시간여행을 했다. 물에 불려 흐물흐물해진 마른 오징어처럼, 그 시대의 낭만과 눈물에 젖어 민족적 감성이 고양되어 있던 터였다. 때마침 이번 군산 순례에서도 드라마의 감흥과 연결되면서 100년 동안의 ‘찐’의 모습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나지막한 근대화거리, 오래된 제과점, 개화기 양장점, 커피숍, 근대사 유물을 모아놓은 박물관, 그리고 동국사...


한편, 전주에서는 전주 미술관 김완기 관장님이 동이옥션에서 오래된 예술작품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경매를 진행하는 것을 참관했다. 100년된 고가구, 자기 항아리, 옥으로 된 북한산 다기세트, 자개로 수놓은 목재 장식품... 그곳 역시 오래된 일상의 작품이 보존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낭만이 되어 경제적 가치가 매겨지고 있었다.


끝맺고자 한다. 우리 안에도 파괴하고 싶은 부정의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존재를 존재로서 받아들이고, 버리지 않고 묵혀 볼 것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 존재가 존재의 이유가 되어 더 나은 삶을 사는데 긍정의 연료로 쓰여 승화되길 바란다. 먼 미래에 ‘존재함이 옳았음’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갖기 위한 시간, 2022년 새해, 통찰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아주 근사한 전주·군산 여행이었다.

[박민호 기자 bluebea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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