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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증여세를 신고한 미성년자는 2만706명으로 전년(1만56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자산가치 상승과 부동산 세제 강화로 나이 어린 손주나 자녀에게 미리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 증여재산을 종류별로 보면,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이 8,851억원으로 전년(3,703억원) 대비 2배 이상(139%) 급증했다. 예금 등 금융자산도 8,086억원으로 전년(3,770억원) 대비 115% 늘어났다. 주식도 5,028억원으로 전년(2,604억원) 대비 93% 증가했다. 이들이 받은 증여재산은 2조3,504억원으로 1인당 평균 1억1,351만원에 달한다. 증여세는 4,607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표준 대비 실효세율은 17.1%다.
증여를 받은 미성년자 중 42%(7,251명)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생략 증여재산은 1조117억원으로 전체 미성년자 증여재산(2조3,504억원)의 43%에 달한다.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아버지 세대에서 손자녀 세대로 증여할 때 부담해야 하는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대생략 증여의 경우 증여세의 30%를 할증해 과세하고 있다. 부유층의 부의 대물림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2016년부터는 미성년자의 경우에 증여재산이 20억원을 초과하면 40%를 할증하고 있다.
세대생략 증여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에는 7,251명으로 전년(4,105명) 대비 77%나 증가했다. 세대생략 증여재산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1조117억원으로 전년(5,546억원) 대비 82% 증가했다. 전체 미성년자 증여에서 세대생략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40%를 상회하고 있다. 미성년 세대생략 할증과세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증여재산 가액이 20억을 초과할 경우에만 10% 포인트 상향된 할증률이 적용되고, 실제 절세 금액에 비해 할증률도 높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세대생략 증여는 두 번의 세금을 한 번으로 가늠할 수 있어 부유층의 ‘합법적 절세’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의 실효세율(결정세액/과표)은 19.6%로 일반적인 미성년자 증여의 실효세율(15.4%)보다 27% 정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증여금액을 일반 증여와 비교하면,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는 1인당 1억3,952만원으로 일반 증여(9,949만원)보다 40% 정도 높다. 주로 부유층들이 세금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성년자 세대생략증여를 재산별로 보면, 부동산이 4,447억원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그 다음 예금 등 금융자산이 3,581억원(35%), 주식이 1627억원으로 17%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세대생략 증여의 비율이 높다. 만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은 60%(3,488억원)를 세대를 건너뛰고 조부로부터 물려받았다. 다음으로 초등학생의 경우 45%(3,388억원)를 세대생략으로 증여받았다. 중학생 이상은 전체 증여(1조188억)의 22%(2,166억원)를 조부로부터 증여받았다. 연령이 낮을수록 세대생략 증여를 조기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진 의원은 “미성년자 증여와 세대생략 증여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면서, “현행 세대생략 할증과세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부유층의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경제활동 능력이 없는 미성년들이 자기 돈으로 제대로 증여세를 납부했는지, 자금출처나 증여세 탈루 여부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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