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성북천 무궁화 할아버지의 작은 소원

호국보훈의 달, 성북천에 풍성하게 핀 무궁화 20여 그루
기사입력 2023.06.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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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용사 심영우 옹이 심고 정성껏 가꾼 무궁화를 바라보는 이승로 성북구청장

 

[선데이뉴스신문] 6.25의 비극을 담은 노래 ‘단장의 미아리고개’의 배경 서울 성북구가 정전 70년 6.25를 앞두고 작은 제막식을 진행했다. 성북천에 무궁화를 심고 가꾸며 지역사회에 평화와 애국의 가치를 확산한 성북천 무궁화 할아버지 심영우 옹(92)의 뜻을 기리는 자리다.

심 옹은 6.25 참전용사(1사단 12연대 1대대 3중대)로 박고지 전투 등에 참전했다. 최전방의 치열한 전투를 경험하면서 호국영령의 희생과 평화의 가치를 깊이 새겼다. 제대 후에는 중동 노동자로, 자영업자로 열심히 일하며 성북구 삼선동에 작은 집 한 칸을 마련하는 등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버지의 삶을 살았다.

은퇴 후, 집 앞 성북천을 산책하며 건강을 관리하던 심 옹은 그곳을 걷는 많은 이들에게 호국영령의 희생과 평화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는 바람으로 집에서 키우던 무궁화 나무의 가지를 하나씩 성북천에 옮겨 심었다.

2005년부터 2008년 사이 무궁화 약 40여 그루를 심었다. 그 중 15그루가 건강하게 뿌리를 내렸다. 수시로 성북천으로 달려가 무궁화를 살피고 관리한 심 옹의 노고로 호국영령의 달이면 성북천은 탐스러운 무궁화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성북천을 산책하는 주민들은 “활짝 핀 무궁화를 보니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평화가 있기까지 목숨을 바친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돌아보게 된다”고 반응했다.

15년이라는 시간에 심 옹의 체력으로는 성북천 무궁화를 관리하기에 벅차게 됐고 자녀(2남 2녀)는 물론 손자, 손녀까지도 힘을 보탰다. 딸 심진희 씨는 성북천 무궁화에 깃든 아버지의 애국정신과 평화의 바람을 조금이나마 알리고자 성북구에 아버지의 사연을 알렸다.

소식을 접한 구는 관계부서 검토를 통해 하천 관리 상 임의로 식물을 심은 행위는 금지되나 성북천이 본격적으로 관리되기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온 무궁화가 성북구민에 자긍심을 안기고 있는 점을 평가해 하천의 일부로 인정하고 어르신의 뜻을 기리는 표지석 설치를 결정했다. 성북천 무궁화도 구가 관리한다.

23일 진행된 작은 제막식에는 심 옹은 물론 성북천 무궁화를 함께 키우고 가꾼 자녀들도 함께 했다. 심 옹이 무궁화를 심고 관리하는 모습, 무궁화가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지켜봤던 삼선동 주민들도 현장을 찾아 존경과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성북구는 6.25 비극을 담은 노래 ‘단장의 미아리고개’의 배경으로, 주민의 일상과 마음에 전쟁의 참혹함은 물론 평화의 가치가 그 어느 곳보다 크게 자리 잡은 도시로 심 어르신의 무궁화로 성북구는 애국과 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더욱 중요한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심영우 옹은 “오늘 대한민국의 발전과 평화 뒤에 수많은 호국영령의 희생이 있었음을 알리고 애국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무궁화를 심었는데 그 마음을 성북구가 알아주고 주민에게 알려주어 참으로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장수안 기자 mastarj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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